고독한 군중 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33
데이빗 리즈먼 지음 / 홍신문화사 / 1994년 7월
구판절판


사회적 성격이란 항구적으로 사회적, 역사적으로 조건지어진 한 개인의 욕망과 만족의 구성이다. 다시 말해 한 개인이 외부의 세계와 타인들과 교섭하는 데 이용되는 자세를 말하는 것이다. -55쪽

잠재적 고도성장의 사회가 그 안에 사는 전형적인 주민에게 심어주는 사회적 성격의 순응성은 그들의 전통 추종성에 의해 보장된다. 이런 사람을 필자는 '전통지향형'이러고 부르기로 한다. 그리고 그들이 사는 사회는 '전통지향에 의존하는 사회'라고 부르겠다. -61쪽

과도적 인구성장기의 사회가 그 안에 사는 전형적인 주민에게 심어주는 사회적 성격의 순응성은 유아기에 일련의 목표를 내재화하려는 경향에 의해 보장된다.이런 사람들을 필자는 '내부지향형'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그리고 그들의 사회는 '내부지향에 의존하는 사회'라고 부르겠다. 끝으로, 초기적 인구감퇴의 사회가 그 전형적인 주민에게 심어주는 사회적 성격은 다른 사람들의 기대와 선택에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는 경향에 의해 그 순응성이 보장된다.-61쪽

순응성을 확보함에 있어 전통지향성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회에서는 일탈자가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일단 그런 자가 나타나면 그를 제도화된 역할 속에 끌어들임으로써 사회의 사애적 안정을 유지한다. 그런 사회에서는 그 이후의 역사적 단계에서 개혁자나 반역자가 되었을 사람이 '샤먼'이나 마술사로 흡수되는 것이 보통이다.(그런 사람들의 소속은 물론 한계적이고 의혹적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개인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역할을 하도록 이끌어지며, 그가 어느 정도 안주할 만한 귀속처를 제공받는 것이다. 가령 중세기 수도원의 질서 같은 것은 많은 성격학적 '돌연변이'들을 흡수했던 것으로 예거할 수 있다.-65쪽

전통지향의 사회에서는 모든 관심이 외적인 형태상의 순응성에만 집중되어 있다. 다시 말해 행동규범은 세밀한 면에 이르기까지 정해져 있어도 그와 같은 규범에 들어맞기 위해 유달리 개성을 발휘할 필요는 없을 것이며, 설사 필요하다 하더라도 종교적 의식이나 예의범절의 형태로 객관화되어 있는 규범을 주의깊게 살펴 그에 따를 줄 아는 정도의 사회적 성격이면 충분한 것이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내부지향이 중요시되는 사회에서는 행동상/의 순응성이 약간은 관계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런 사회에서는 온갖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한 가지 규범만으로는 도저히 그 모든 사태를 미리 예상해서 대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개인의 주체적인 취사선택의 행위를 과거 잠재적 고도성장의 사회에서는 엄격하게 짜여진 사회조직을 통해 여과해냈으나, 과도적 성장 단계의 사회에서는 엄격하고도 고도로 개인주의화된 성격을 통해 여과해내게 되었다. 이러한 엄격성은 매우 복합적인 것이다. -69쪽

과도적 성장 단계의 사회가 직면한 최대의 문제점은 급속한 자본 축적을 가능케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자원을 공급하고 또 그것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점증하는 인구를 부양하고, 새로이 도입된 생활양식이 수반하는 소비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에 사회적 생산력은 갈수록 집중하게 마련이다. /과도적 성장 단계에 있어 내부지향형 인간은 자신의 생애를 자기가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며, 자신의 자녀들도 하나의 독자적인 인생을 펼쳐 나가게 될 독립된 개인으로 간주한다. 아울러 농경생활을 청산한 데 이어 아동 노동이 사라짐에 따라 아이들은 더 이상 경제적인 자산으로는 취급되지 않았다. -72쪽

연애편지를 주고 받는 것은 이미 구시대의 풍조가 되어버린 / 데 반해 진지한 정사에 관한 사생활을 공개하는 일 같은 것은 오히려 신식 유행이 되어버린 것이다. 12,3세만 되어도 아이들은 벌써 '데이트'를 시작하면서 비단 상품의 소비뿐 아니라 정서생활에 관한 취향까지도 철저히 사회화되어 남들의 이야깃거리가 되어야 함을 배우는 세상이다. 예의가 사람들 사이에 장벽을 쌓아놓았다면 소비취향 사회화라는 새로운 경향은 사생활을 포기하게 하거나 또는 그것을 마치 자유주의 신학자들이 그리는 하느님처럼 알쏭달쏭한 것으로 만들었다. 이렇듯 동료집단의 배심원들 앞에서는 유죄판결을 모면할 특권이란 없는 것이다. (중략) 아이가 무엇을 하든지(연예든 웅변이든) 동료집단이 어김없이 곁에 서서 '매스 미디어'의 시청자들과 똑같은 품평들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는 이내 그러한 평가에 익숙해진 나머지 자신을 에디 더친이나 호로비츠와의 경쟁 속에서 의식하게 된다. -151~152쪽

동료집단은 그 자체가 소비의 주된 대상이/며 소비취향의 주요 경쟁상대이다. 동료집단끼리의 인물 평가야말로 끊임없는 '뒷공론'으로서 얽히고 설킨 채 사회의 저변에 흘러다닌다. 그래서 가장 좋은 친구니, 두번째로 좋은 친구니,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니 하는 따위의 서열이 정해진다. 사람이란 타인지향성을 띠어갈수록 점점 더 자신의 선호를 거침없이 분류해서 그것을 다른 사람의 선호와 비교하는 데에 능숙해진다. 실제로 타인지향적 아이들은 내부지향적인 지난날의 아이들에 비해 인기순위가 어떻게 정해져 있는가 하는 데 매우 민감하다. -158쪽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자기가 접촉하고 있는 어른과 동료들에 대하여 비밀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교육받고 있다. 동시에 자기의 레저를 이용하는 데 있어서도 비밀을 가져서는 안된다. 이것은 타인지향형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 이유는 타인지향형의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즐길 것인가에 앞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먼저 그 분위기를 중요시하며, 자기의 본능이나 긍지를 손상당하는 것보다는 타인들의 의식에서 자기가 제외되는 것을 더욱 두려워하고, 아주 은폐해버릴 수 없는 이상 어떤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도 관대하기 때문이다. -4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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