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되어 가는 상품교환의 행위(28)영역에서 주체는 사회적 삶의 참여자보다는 관찰자로 행동하도록 강제된다. 가능한 수익에 대한 쌍방적 계산은 순수하게 사실적이고, 가능한 한 무감정적인 태도를 요구한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와 동시에 주체는 상황과 관련된 모든 요소를 "물화하며"지각하게 되는데, 교환되어야할 대상들, 교환 상대자 그리고 마침내는 인성적 잠재력까지 양적으로 가치증식될 수 있는 속성이란 측면에서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가 그에 상응하는 사회화 과정에 힘입어 상습적인 습관이 되면, 그래서 그것이 개인의 행동을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규정하게 되면, 그러한 태도는 "제2의 자연"이 된다. 이러한 조건에서 주체는 자신의 환경세계를, 직접 교환과정에 관여하고 있지 않을 때조차도, 한낱 물건으로 주어진 것이란 본에 맞춰 지각한다. 그러므로 루카치에게 "물화"란, 단지 관찰하는 행동이란 습관 혹은 습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찰하는 관점에서는 자연환경, 사회세계 그리고 자신의 인성적 잠재력은 단지 초연하게 그리고 물건 같은 것으로 파악될 뿐이다. -28~29쪽
루카치에 따르면 "물화"는 일종의 도덕적으로 그릇된 행동, 그러니까 도덕원칙에 대한 위반으로 개념화되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도덕적 어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일 수 있는 주체의 의도가, 그러한 왜곡 자세에는 빠져있/기 때문이다. -29~30쪽
하이데거에게 "마음씀"이란 개념이 그런 것처럼, 루카치에게는 공감하는 실천이란 아이디어가 지배적인 주체-객체 도식에의 고착을 근본적으로 부정할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하는 것 같다. 이러한 종류의 행위형식을 전제하면 주체는 더 이상 인식되어야 할 실재에 중립적으로 마주 서 있지 않을 것이다. 주체는 항상 이미 질적인 의미로 개시되는 세계와 실존적 관심 속에서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다.-37쪽
근원적으로 주어진 지지하는 자세를 떠나는 것은 환경세계의 요소들을 그저 물적 실체로, 그러니까 한낱 "전재자"로 경험하는 태도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데, 이로써 우리를 이끌어왔던 주제와 다시 연결된다. 물화는 이제 그에 상응하여 하나의 사고습관, 그러니까 습관적으로 굳어진 관점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을 취함으로써 주체는 공감하고 관심 갖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마찬가지로 그의 환경세계는 질적으로 개시되어있다는 특성을 상실한다. -43쪽
"인정" 개념은 이런 기초적 수준에서 듀이의 "실천적 관여"뿐만 아니라 하이데거의 "마음씀", 루카치의 "공감"과도 기본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세계가 가치로 가득 차 있다는 경험을 자양분으로 하는, 세계에 대한 실존적 관심의 우선성이라는 생각 말이다. 그러므로 인정하는 자세는 다른 사람이나 물건이 우리 현존재의 생활에 대해 갖고 있는 질적인 의미에 대한 적절한 가치평가의 표현이다. -45쪽
듀이가 언급한 "술사화(predication)"란 개념 주목. 술사화는 우리가 인식 대상을 고정시키려고 시도할 때 행하는 언어적 추상화의 예이다.-46쪽
원 명령적 지시 : 아이는 엄마가 그 대상을 가져다주기를 바라고 그 대상을 갖게 되었을 때 만족한다. 또 다른 하나는 원표명적 지시로 아이는 엄마가 그 대상을 함께 보기를, 그리고 그 대상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렇게 해주면 만족한다. 이상 피터 홉슨과 마이클 토마셀로의 견해 정리.-52쪽
루카치가 자신의 개념전략을 통해 수행하는 물화와 객관화의 동일시는 사회발전과정에 대해 대단히 의문스러운 상을 제시한다. 그러니까 근본적으로 루카치는 선행하는 인정의 중립화를 요구하고 그것을 제도적으로 지속시키는 모든 사회적 혁신을 물화의 경우로 보아야 한다. 그래서 그는 결국 막스 베버가 근대 유럽에서 사회의 합리화과정으로 묘사했던 모든 것을 전체적으로 사회의 총체적 물화의 원인으로 파악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루카치는 공감이란 근원적 태도가 그것의 사회구성적 기능으로 인해 결코 완전히 사라질 수 없다고 주장해야 하기 때문에, 그의 사회상은 여기서 한계에 부딪힌다. 사회의 모든 과정이 그것이 객관화하는 태도를 강제한다는 이유만으로 물화되었다면 인간의 사회성은 이미 해체되었어야 한다. 이러한 모든 곤란한 귀결은, 루카치가 물화와 객관화를 하나로 만듦으로써 채택한 개념전략의 결과들이다. 이로부터 앞으로의 고찰을 위해 얻어질 수 있는 교훈은, 물화과정을 루카치가 자신의 텍스트에서 한 것과는 다르게 개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66쪽
"물화" 개념의 새로운 규정을 위한 열쇠로 삼고 싶은 것이 바로 이 망각의 계기, 기억상실의 계기이다.우리가 인식활동을 하면서 그것이 인정하는 자세 취하기의 덕택이라는 감을 상실하는 만큼,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한낱 감각 없는 객체로 지각하는 경향을 발전시킨다. 여기서 한낱 객체, 나아가 "물건"에 대한 언급을 통해 의미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기억상실과 더불어 다른 사람들의 몸짓표현을 우리에 대한 반응요구로 즉각 이해하는 능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69쪽
주체들이 마지막에 언급된 성격을 갖는 자기제시의 제도에 강하게 편입되면 될수록 개인의 자기물화 경향이 증가할 것이라는 나의 추정이다. 잠재적으로는 개인들로 하여금 특정 감정과 느낌을 소유하고 있는 척 하기를 강제하는, 또는 자신의 감정을 완결된 것으로 고정하도록 강제하는, 모든 제도화된 유무형의 장치는 자기물화하는 태도의 형성을 촉진한다. -100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