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 때, 한 문화단체에서 일 제의가 들어왔다. 당시 나를 '스카웃(?)'하러 온 저명한 문화평론가 한 분과의 일화가 떠오른다.
"자네, 올해 나이가 몇 인가?"
"예. 스물 여섯입니다.."
"오..그래. 스물 여섯. 사실 그 나이 때는 벌써 날고 기는 애들 많은데.."
(나 : 씩 웃으며 '그런가?', '그런가ㅜ'한다)
"그래. 4학년인 것으로 아는데, 진로는..?"
(대학원에..진학을..이란 말을 마음 속에 생각하고 있었는데..이미 진로는? 하고
그 분이 나의 미래를 알아서 그려주셨다)
"거 뭐..대학원 가서.. 학부 후배들한테 밥이나 사주면서..들은 거 몇 개 주절거리고..
그런 것보다야... 차라리 나와 함께 일 좀 해보는 게 어때..? 글 쓰는 것 계속 좀 키우면서.. "
(나 :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리고 물었다)
"선생님, 어떤 글이 좋은 글이죠..?"
그는 손을 살짝 펴고는
"그건 말이야. 누군가 자네 글을 만졌을 때 앗 뜨거!하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생기게끔
하는 글이 좋은 거지.."
그 말을 현실화시키려고 참 많이 썼지만,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많이 쓰고, 많이 떨어지고, 미지근한 것 몇몇 개 받고..그런 걸로 괜히 과장된 자랑이나 하고..
간사가 되고 나서, 논문을 쓰고 나서..내 스스로에게 가장 안타까운 건 '날렵한 글'을 쓸 수
있던 능력이 많이 감퇴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년에 지도교수에게 얼굴 벌개진 상태로..
"전 문학적인 논문, 칼럼 같은 논문을 쓸겁니다.."란 객기를 부렸나보다..
'열문'의 경지..
이젠 좀 토나올 정도로 써야 겠다...
왼손 오른손에 연필 하나 끼고 비벼보자....손에서 불이 날 때까지...
글에서 불이 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