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사회에는 미국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각이 병존한다. 첫째, 과거의 반공-친미적 입장은 지배층 및 중간 계층에서 여전히 강하다. 그것은 다시 냉전주의적 권위주의에 경도된 입장과 자유주의적 입장으로 나뉠 수 있다. 두 번째, 급진적 관점에서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세력은 주로 진보적 지식인이나 노동 운동을 중심으로 한 기층 운동에서 강하다. 세 번째로 일반 대중들은 민족주의적 정서에 토대하여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이 경우 막연한 반미 정서가 꼭 정치적 반미주의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의 반공-친미의 경우도 정치적으로만 그럴 뿐 문화적으로는 매우 보수 권위주의적인 입장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구 문화의 개인주의나 개방성, '퇴폐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복합성이 존재한다.-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