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읽는 한국 사회문화사 - 한국 사회문화사 01
이효인 지음 / 개마고원 / 2003년 6월
절판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집을 나온 여자> 같은 영화가 다시 등장하게 된다. 전두환 정권이 국민의 우중화 정책으로 채택한 스포츠 산업 우대와 섹스 산업의 연성화 정책은 곧바로 한국 영화 스크린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관계 설정과 묘사에서도 연성화 정책으로 외면화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얼마 전만 하더라도 번성했던 에로 비디오, 즉 극장에서 먼저 상영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비디오로만 출시되는 영화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영화들이 1980년대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작품들이 바로 <산딸기>, <애마부인>등이다. 1981년부터 이런 영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50쪽

1980년대 중반까지 이런 영화가 성행하게 된 일차적인 이유는 상품으로서의 가치 때문이었을 것이다. 정치 환경을 그리거나 사회를 비판하는 영화는 제재를 받던 시기였던지라 상품으로 가장 적합한 것은 '웃음'보다는 '밀실의 원초적 욕망'을 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산업과 예술 모두에서 후퇴를 거듭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 소재나 이야기 구조에 빠져 있던 한국 영화계가 어느날 갑자기 어느 정도 수준을 지닌 대중 영화를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또 전두환 정권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성애의 묘사나 파격적인 설정조차 용납되지 않(253)던 사회적 분위기가, 무력으로 정권을 잡은 정권으로부터 그것이 허용되는 분위기로 바뀐 '사회 조건'도 이런 영화의 성행을 설명할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253~254쪽

다른 한편에서는 여성의 성을 억압하는 분위기를 비판하면서 조금이나마 고치려는 기운이 일어나기 시작했던 당시의 분위기를 그 작은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 호황기였던 1980년대에 경제적 성장에 의한 개개인의 풍요는 남성들의 매매춘 행위를 보다 손쉽게 가능하게 했을 것이고, 정권은 그 편의를 위해 각종 윤락 관련 산업을 양성화시켰다. 또 그러한 경제적 잉여는 남성들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편리한 생활은 여성들에게도 '잉여 시간과 금전'을 제공했다. 뜻있는 자 누구에게나 매매춘이 가능하도록 조성된 '마초 파라다이스'는 여성들에게도 정반대의 반발심리나 성 욕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심리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1970년대나 1990년대 중반 이후의 영화들과는 달리 1980년대의 '부인들' 영화는 이런 여러 가지로 복합된 조건들 속에서 태동할 수있었던 것이다. 또 이 영화들은 80년대의 '또 하나의 장르 영화'로서 미미하나마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었고, 1990년대의 에로 비디오 열풍의 토대가 되었다. -254쪽

에로 영화라는 1980년대의 장르형 영화들은, '여 주인공들의 욕정이 발휘될 수 있는 조건 형성과 진행 과정 그리고 결말'이라는 공식의 차원에서 그 근간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철저할 정도로 (주로 남성)관객들의 관음적 시선을 염두에 두고 노출/표현/변주되었다. <애마부인>시리즈나 <산딸기>시리즈는 처음에는 일반 극장에서 상영되었지만 후속편이 나올수록 점차 변두리 극장이나 비디오 상영 극장에서 상영되었고, 이후에는 아예 비디오로만 출시되어 자신들만의 고정 관객들을 확보해 나가기 시작했다. -25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