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거 범죄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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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사건을 벌이고 "나를 잡아주십시오"라는 정중한 메세지를 남긴 범인은 당연히 경찰들과 시민들을 분노와 공포에 떨게하는데요. 그 기간이 무려 3년이니 당연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3년동안 발생한 5건의 사건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입니다. 떡하니 범인은 증거와 자신의 지문까지 남겨놓았지만 경찰들은 그의 행방을 찾을 수가 없는데요. 그래서인지 5번째 사건에서는 속이 터졌는지 범인이 피해자인양 "본지인"이란 글을 남겨 단서까지 더해주게 됩니다.

"만일, 만일 만회할 다른 방법이 있다면 시도해보겠나?"

이 연쇄살인 사건과 전혀 상관없어보이는 우연한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한 마디로 동네 깡패인 쑨훙윈이 주후이루를 괴롭히다 그녀와 그녀를 짝사랑하던 궈위의 자기 방어적 행동에 죽게 된 겁니다. 그 때 등장한 한 남자가 자신이 이 상황을 수습해주겠다는 말을 건네는데요. 그러다보니 자연 그들 주후이루, 궈위, 뤄원은 사건에 대해 입을 맞추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우리는 갈등에 빠지게 됩니다. 살인을 저지른 그들을 계획적인게 아니므로 용서를 해야하는건지, 자수를 해도 적어도 7, 8년 감옥에서 살아야 한다는 데 벌을 자초한 이때문에 법에서 정한 마땅한 그 벌을 받아야 하는 건지 말이죠. 그리고 왜 뤄원은 지나가다 만난 그들에게 그런 위험한 제안을 한 건지도 궁금해지는데요. 감정과 이성사이에서 점점 감정을 택하게 됩니다.

경찰들이 알아낼 수 없는 완벽한 뒷처리를 한 뤄원이 있기에, 그리고 주후이루와 궈위가 착한 사람들이기에 그냥 이 일이 묻혀도 좋지않을까 싶어지는 욕심이 생기는데요. 그런 우리 마음을 읽은 듯 뤄원처럼 성 공안청 수사 전문가팀 요원이였던 엔량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이 사건이 뭔가가 들어맞지 않는다는 걸, 그런데도 앞 선 연쇄살인과 닮은 부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엔량과 뤄원이 수사 전문가팀을 그만두어야 했던 사연들을 알게 되는데요. 그럴 수록 그들의 수사 끝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지게 됩니다. 자기 양심에 따라 사건 조작을 했던 엔량은 그 일로 팀을 나와야 했고, 어떤 일이든 법의 테두리안에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였던 뤄원은 스스로 법의 테두리에서 멀어지는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 그들이 한 사건에서  만나 반대되는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이기에 모두가 해피한 결론을 보는 건 아닐까 하는 기대도 생기게 됩니다.

 

 

"어떤 동기에 의한 것이든 범죄는 모두 부끄러운 일이다."

평소 뤄원의 소신이였는데요. 이 생각은 변함이 없었을 것이기에 슬퍼지기도 합니다. 무뚝뚝했지만 가족을 사랑했던 뤄원이였기에 자신의 평생의 소신을 꺽어야했으니까요. 그리고 엔량은 친구의 진심을 알기에 마지막까지 그의 뜻을 지켜주려했으나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그의 마음을 알 거같기에 또 그렇구요.

경찰을 잘 알기에 증거를 없앨 줄 아는 범인이 가만히 있으면 된다는 걸 알면서도 함정에 뛰어들게 되는데요. 역시 다 준비한 그다 싶었지만 그랬는데도 꼬인 결론이 반전이라면 반전일수도 있습니다. 결국 범죄는 누군가에게 뜻하지 않은 일을 부른다는 걸 보여주면서 말이죠. 중국판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말에 더 호기심이 생겼는데요. 그 때처럼 혼란에 빠진 감정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마음이 무거워지긴 하지만   그 죄가  누군가에게라도 떨어져야 한다면 차라리 죄를 지은 이들이 받는게 낫다 싶어지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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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천사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4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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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악인임을 당당히 드러낸 그녀와 자신만 당하는 줄 모르고 만사를 태평하게 보는 그녀, 거기에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가  등장합니다. 여기까지 보면  미스터리라고 하기보다는 로맨스에 가깝다 싶어지는데요.  부수려는 여자와 지키려는 남자, 1930년 경이라는 시대도 있고  마지막이 어떻게 끝날지 알겠다 싶었는데 의외의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진을 악마라 부르고, 그녀가 자신들보다 더한 악마라는 걸 알면서도 진의 아름다움에 빠진 수많은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데요. 그 사람들 중에는 우연한 기회에 재산을 얻어 빚은 갚았지만 목숨이 위태로워진 리디아도 포함됩니다.  자신이 나타나는 곳마다 등장하는 진 부녀를 의심하지 않고, 사건이 일어나도 그녀짓이라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는 답답함을  가진 리디아를 변호사 잭과 늘그막한 나이에 무슨 사연인지  보디가드가 된 재그스가 지켜주는데요.  리디아 말처럼 과거에 태어났더라면 시대를 바꿨을지도 모르는 진은  지금 태어났어도 한 역사를 쓰지 않았을까 할 정도의 추진력으로 리디아를 몰아붙입니다.


 

하지만 설핏 잠이 들었을 때 기도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오, 이런" -157

진의 얼굴을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상상하게 되는데요. 사건을 벌이면 벌일수록 그녀가 생각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 자신만의 규칙에 너무도 충실하기 때문입니다. 머리속에 밤낮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할 생각밖에 없으면서도 기도를 빼먹었다는 생각에 한탄을 내뱉는 그녀가 다른 악당들과는 다르게 느껴지는데요. 그건 그녀의 상황에 이해됐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행동이나  마음보만 보면 용서받지 못 할  천상 악당이구나 싶다가도 그녀가 진짜 중요시 하는 건  단지 돈이 아니라 자기가 당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생각에요.


 

진 부녀가 만드는 위험한 상황을 리디아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지,  잭과 재그스의 진실은 무엇일지, 진과 리디아의 마지막은   과연 승자가 있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사건이 많기때문인데요. 주변의 모든 상황을 진은 이용하려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타고난 운인지, 역시나 매력때문인지 리디아를 지켜주는 이들이 있기때문이기도 하고,   리디아보다 진에게 꼬인 악당들이 많아  그들을 풀어가야하기도 해서인데요.   "루크레치아 보르자"와 견만하다는데, 홈즈를 괴롭혔던 "아이린 애들러"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세상을 발아래 두고 있던 홈즈를 정신차리게 했는데, 홈즈 팬이지만 그 때는 또 그런 사람도 있다는 게 고소하기도 했으니까요.


 

"어떻게 되든 전 개의치 않겠어요."-347​

 고전이 주는 재미에 생각과 다른 결론이란 게 이 책의 매력입니다.  언제나 태연하고 어떤 결과에도  개의치 않는   진에게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하는 이는 누가 될지, 500만 프랑을 누가 가지게 되는 건지도요.   왜 공포와 천사라는 어울리지 않는 제목과 귀여워만 보이는 여인의 얼굴이 있는지 알게되는데요. 마지막까지 사랑을 잊지않는 에드거 월리스의 이야기로구나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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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보는 재능
M. J. 알리지 지음, 김효정 옮김 / 북플라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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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재능이던 있는 게 좋지않을까 싶은데요. 케이시는 행복해보이지 않습니다. 그녀의 재능은 죽음을 알아보는건데요. 상대의 눈을 보면 언제 죽을지, 죽음이 끔찍하면 할수록 더해지는 고통까지 느끼는 상태입니다. 어쩌면 상대가 죽음을 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지만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고통이 더 심해지고, 자신의 재능을 끔찍하게 여기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그녀가 다시 한번 용기를 내게 됩니다.우연히 마주친 남자의 눈에서 죽음을 보고 구하기로 마음먹은 건데요. 그녀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은 케이시를 오해하고 정신과 의사 애덤에게 데려가게 됩니다. 그녀를 믿어줄 거같은 애덤이기에 케이시는 자신의 집안에 얽힌 재능 혹은 저주를 고백하는데요. 모처럼 호의를 가진 이를 만났지만 케이시가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면서 상황은 꼬이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죽일 사람까지 지목했는데, 믿을 수 없는 사람이니 말이죠.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지도를 손에 쥔 셈이였다."-247

얼마전에도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알고 평온하게 살아가는 이를 다룬 소설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나도 그걸 안다면 그처럼 살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뭐든 급하지 않고 치열하지 않게, 살아가는 겁니다. 느긋하게 말이죠. 하지만 고통스런 죽음을 맞이하며 죽어간다는 걸 알아도 피할 수 없는 게 운명이라는 걸 보여주기에 그런걸까요? 케이시가 옆에서 그런 이야기를 해준다면 마음의 반은 그 순간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 알고 싶지만 나머지 반은 그래도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모른 채 받아들이는 게 낫겠다 싶어집니다. 남은 시간을 초조하고 불안하게 보낼 것이 분명하니 말이죠.

 

"제겐 그럴 힘이 없어요. 저는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요, 그저 모든 일에는 이유가..."

..

"왜 거짓말을 하지 않았지?" ...

"왜냐면... 그래도 결과는 같을 테니까요."-346

아직 아이라는 걸 알면서도 서운해지는 건 사랑하는 사람이 그 말에 얼마나 매달렸을지를 알기 때문일겁니다. 암울한 상태에 놓인 이에게는 미래를 안다고 느껴지는 케이시의 단 한마디의 말이 얼마나 중요했을지를요. 죽음을 아는 자와 이유도 없이 죽음을 만드는 자 사이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의 이야기이자 운명을 바꿨으면 하는 바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는데요. 미래를 아는 것이 축복일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되서일까요. 그녀 주변에 행복한 이는 인간의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할머니 밖에 없어서일까요...

 

"저는 당신이 어떻게 죽을지 알고 있어요."

우리는 나 자신의 "어떻게" 를  궁금해하며 그것이 맞던 틀리던 이야기해줄 수 있는 자의 능력을 부러워하고 의지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케이시가 자신을 포함한 이들의 운명을 어떻게 바꿀까 하는 기대를 끝까지 버리지 못하게 되는걸겁니다.

"일찍 죽는 운명보다 더 나쁜 운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393

결국 운명이 바뀐 건 아닐까, 알 수 없기에 더 받아들이기 힘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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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의 죄 - 범죄적 예술과 살인의 동기들
리처드 바인 지음, 박지선 옮김 / 서울셀렉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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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어느 정도나 감수할 수 있겠어요?"-460

세계 미술계의 중심이라 불리는 뉴욕거리 소호에서 살인이 벌어집니다. 희귀종이 된 '소호의 부부' 필립 올리버와 어맨다 올리버 중 어맨다가 살해된겁니다. 그녀의 죽음으로 소호 거리가 들썩거리는데요. 더 놀랄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남편 필립이 경찰서에 찾아 와 자신이 부인을 살해했다고 자백한겁니다. 이렇게 사건이 끝나나했는데 울프심 증후군이란 뇌질환을 앓고있는 필립의 말도 믿을수 없지만 사건 당일 살해현장에서 멀리 있었다는게 밝혀지며 사건은 다시 오리무중에 빠지게 됩니다.

 

 

 

모든 예술작품은 저지르지 않은 범죄다.

- 테오도르 아도르노

예술과 돈, 화려한 삶과 경력을 가진 이들의 삶은 바쁘기만 한데요. 자신들의 삶을 진짜로 즐기는 이는 없다는 걸 보게 됩니다. 뭔가에 미쳐야 나올거같은 예술 작품들을 사랑하는 이들이기에 사람도 그럴거같은데, 언제보아도 아름다운 예술과는 다른 인간의 한계성때문일까요. 시간에 달라져가는 자신들의 사랑을 참고 봐주는 이가 없습니다.

 

필립과 어맨다의 오랜친구 잭은 호건과 함께 어맨다의 사건을 조사하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소호 안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대표적인 게 필립부부인데요. 필립의 바람으로 만난 이들은 다시 시작된 필립의 바람으로 위기를 맞고 있었는데요. 간간히 죽은 아내 나탈리와의 과거에 빠져있는 잭도 편해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사랑의 배신에 슬퍼하는듯하기도 하고 복수한자의 씁쓸함과 속죄를 지금의 외로움으로 간신히 갚아가는듯 보이기도 하구요.

우리는 지속성, 깊이,유대감을 원한다. 그러면서도 자유와 어쩌다 찾아올지 모르는 게임도 원한다. 우리는 병을 치료할 수 없고 증상을 다스릴 수 있을 뿐이다. -217

범인을 찾기위해 용의선상에 여러 명이 올라가는데요. 그 중 가장 유력한 한 명에게서 정보를 얻고자 필립의 전부인 앤젤라의 어린 딸 멜리사와 함정수사에 들어서기도 합니다.

 

 

 

소호의 어두운 비밀을 드러내고 끝났나 싶었지만 사람들의 탐욕은 그보다 더 어둡다는 걸 보여줍니다. 사랑에 대한 자신과 예상치못한 배신은 사람들 안에 상처를 내고 덧내고 곪게 한다는 걸 보여주면서요. 그 상처를 누가 가지고 있는지 겉모습만 봐서 판단할 수 없다는 걸 예상치 못한 이들의 모습에서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잭은 늘 생각합니다. 소호에는 월 스트리트 증권거래소 따위는 상대도 되지않는 위험이 있다고요. 예술과 외설, 자유와 권태, 책임과 열정, 사랑과 속박 사이에 경계가 모호한 사람들이 떼로 사는 거리, 소호에서의 일은 결국은 충동과 열정을 허락하는 삶이 우리 생각보다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섹스, 나이, 질병이 기본적으로는 똑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게요.".."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몸이 제멋대로 돌아가는 걸 막을 수가 없잖아요."-333

평생 예술계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소설로 쓴 것이라는 리처드 바인의 이야기는 아름다움에 탐닉하는 이들의 화려함과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슬픔속에서 사건의 진실을 잘 그려내고 있는데요. 영화로 만나면 어떨가 싶어질만큼 그 거리의 빛과 그림자가 그려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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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구라치 준 지음, 김윤수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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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모서리와 어울리지 않는 죽음이 어떻게 맞아 떨어질지 호기심을 자아냈는데요. 이것만큼이나 특이한 제목들의 단편이 보이게 됩니다.

 

익숙한 "ABC 사건"부터 묻지마 살인이야기가 섬뜩하게 시작됩니다. 신문이나 뉴스에서 들리는 묻지마 살인에 따로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도 그러고 싶다는 무차별 살의를 느끼는 주인공, 단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살인을 계획하게 됩니다. 누구든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는 누군가에 의해 시작된 사건에 자신의 계획을 끼우려 하는데요. 그런 그를 잡을 수 있을까, 벌할 수 있는 것일까 했는데, 의외로 그가 떨 일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면서 시원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모진 생각을 하는 이여, 그대도 그대만큼이나 모진 생각과 행동하는 이를 만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듯 싶어서요.

 

"사내 편애"역시 우리가 두려워하는 미래사회의 모습같아 괜히 상상하게 하는 이야기인데요. 이 이야기가 현실에서 벌어진다면 윗 상사의 마음에 들려고 어쩔수 없이 고개숙이듯 나중에는 기계에게 그래야 하는 거 아닌지 쓴웃음짓게 됩니다.

 

"피와 케이크의 살인 현장"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살해현장 모습을 보고 이런 저런 추측을 하는 형사들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요. 만일 그들의 추측이 맞는다면 죽어서도 억울한 건 피해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정신도 삼켜버릴 수 있는 엄청나게 크고 어두운 광기라는 말에 공감하게 되는데요. 오싹해지게 됩니다.

 

"밤을 보는 고양이" 는 사건인듯 아닌듯 뉴스에서도 들었던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돈 앞에 무릎꿇는 사람들의 현실이 슬퍼지기도 하고 동물들이 내 눈앞에서 뭔가 특별한 능력이나 모습을 보인다면 나는 어떨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지나가는 동물들이 예전보다 더 특별하게 보이게 해주는 이야기입니다.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은 예상과 달리 1940년대 당시 일본 패망을 앞두고 이상한 실험을 하다 벌어진 살인을 다루고 있는데요. 당당하게 "병사 한 명을 안에 가둬두고 폭약과 같이 밀봉할 겁니다." 라는 말을 하는 박사나 "신병을 죽이고 싶으면 실험을 구실로 몸에 전류라도 흘려보내..."이런 말을 태연히 하는 이들을 보면서 당시 개인과 나라를 위하는 일 사이의 일본의 선택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느끼게 됩니다. 씁쓸한 결론도 그렇지만 그 때 그들의 패망은 그랬음으로 하늘이 도운 일이 아니였을까 싶어집니다.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은 비밀데이타를 운반할 임무를 가지고 간 신입사원 하마오카 앞에서 벌어진 살해미수 사건의 범인을 찾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엉뚱하지만 날카로운 네코마루 선배의 추리는 하나의 이야기로 사라지기에는 아깝다 싶었는데 그의 이야기가 따로 있다고 합니다. 다음에 이어지는 하마오카와 네코마루 이야기만 따로 봐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이렇게 6편의 이야기가 도입부 예상과는 다른 의외의 재미를 주는데요. 다른 이야기들은 뭐가 있을까 궁금해지게 됩니다. 유머러스하지만 잔인하기도 하고, 무뚝뚝하지만 섬세한 면을 다 보이는 지라 어떤 사건일지 종잡을 수 없기때문일텐데요. '좀처럼 일을 안 하기로 정평이 난 작가' 구라치 준이였지만 요즘은 달라지고 있다니 반가워지게 됩니다. 다음에는 어떤 곳에서 엉뚱한 죽음과 날카로운 추리를 보일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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