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구라치 준 지음, 김윤수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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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모서리와 어울리지 않는 죽음이 어떻게 맞아 떨어질지 호기심을 자아냈는데요. 이것만큼이나 특이한 제목들의 단편이 보이게 됩니다.

 

익숙한 "ABC 사건"부터 묻지마 살인이야기가 섬뜩하게 시작됩니다. 신문이나 뉴스에서 들리는 묻지마 살인에 따로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도 그러고 싶다는 무차별 살의를 느끼는 주인공, 단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살인을 계획하게 됩니다. 누구든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는 누군가에 의해 시작된 사건에 자신의 계획을 끼우려 하는데요. 그런 그를 잡을 수 있을까, 벌할 수 있는 것일까 했는데, 의외로 그가 떨 일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면서 시원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모진 생각을 하는 이여, 그대도 그대만큼이나 모진 생각과 행동하는 이를 만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듯 싶어서요.

 

"사내 편애"역시 우리가 두려워하는 미래사회의 모습같아 괜히 상상하게 하는 이야기인데요. 이 이야기가 현실에서 벌어진다면 윗 상사의 마음에 들려고 어쩔수 없이 고개숙이듯 나중에는 기계에게 그래야 하는 거 아닌지 쓴웃음짓게 됩니다.

 

"피와 케이크의 살인 현장"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살해현장 모습을 보고 이런 저런 추측을 하는 형사들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요. 만일 그들의 추측이 맞는다면 죽어서도 억울한 건 피해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정신도 삼켜버릴 수 있는 엄청나게 크고 어두운 광기라는 말에 공감하게 되는데요. 오싹해지게 됩니다.

 

"밤을 보는 고양이" 는 사건인듯 아닌듯 뉴스에서도 들었던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돈 앞에 무릎꿇는 사람들의 현실이 슬퍼지기도 하고 동물들이 내 눈앞에서 뭔가 특별한 능력이나 모습을 보인다면 나는 어떨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지나가는 동물들이 예전보다 더 특별하게 보이게 해주는 이야기입니다.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은 예상과 달리 1940년대 당시 일본 패망을 앞두고 이상한 실험을 하다 벌어진 살인을 다루고 있는데요. 당당하게 "병사 한 명을 안에 가둬두고 폭약과 같이 밀봉할 겁니다." 라는 말을 하는 박사나 "신병을 죽이고 싶으면 실험을 구실로 몸에 전류라도 흘려보내..."이런 말을 태연히 하는 이들을 보면서 당시 개인과 나라를 위하는 일 사이의 일본의 선택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느끼게 됩니다. 씁쓸한 결론도 그렇지만 그 때 그들의 패망은 그랬음으로 하늘이 도운 일이 아니였을까 싶어집니다.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은 비밀데이타를 운반할 임무를 가지고 간 신입사원 하마오카 앞에서 벌어진 살해미수 사건의 범인을 찾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엉뚱하지만 날카로운 네코마루 선배의 추리는 하나의 이야기로 사라지기에는 아깝다 싶었는데 그의 이야기가 따로 있다고 합니다. 다음에 이어지는 하마오카와 네코마루 이야기만 따로 봐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이렇게 6편의 이야기가 도입부 예상과는 다른 의외의 재미를 주는데요. 다른 이야기들은 뭐가 있을까 궁금해지게 됩니다. 유머러스하지만 잔인하기도 하고, 무뚝뚝하지만 섬세한 면을 다 보이는 지라 어떤 사건일지 종잡을 수 없기때문일텐데요. '좀처럼 일을 안 하기로 정평이 난 작가' 구라치 준이였지만 요즘은 달라지고 있다니 반가워지게 됩니다. 다음에는 어떤 곳에서 엉뚱한 죽음과 날카로운 추리를 보일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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