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없는 날 동화 보물창고 3
A. 노르덴 지음, 정진희 그림,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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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 3학년 이상이면 재미있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책입니다. 우리 막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쓴 독후감으로 지역도서관 독서감상문대회에서 동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어른들에게 잔소리 하는 날을 만들자>   4학년 선민경

"히야∼ '잔소리 없는 날'이라고?"


택배로 책이 왔는데 제목부터 필이 딱 꽂혔다. '잔소리 없는 날이 우리 집에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황금 같은 날을 쟁취한 복 많은 녀석이 누군지 알아보기 위해 단숨에 읽었다. 

 

부모님의 끊임없는 잔소리에 나처럼 몸과 마음이 지쳐 가는 주인공 푸셀. 불쌍한 푸셀은 월요일 하루를 잔소리 없는 날로 결정하게 된다. '와~ 진짜 부럽다!' 모르는 사람 파티 끌어들이기, 학교에서 일찍 오기, 술 취한 사람 집으로 데려오기 등을 시도한다. 모르는 사람 파티 끌어들이기랑 술 취한 사람 집으로 데려오는 것은 사절이지만, 학교에서 일찍 오는 것은 정말 부러웠다.

  내가 푸셀이라면 파티 같은 것은 벌이지 않고 컴퓨터 죽치고 하기, 텔레비전 실컷 보기, 친구들하고 놀러 나가기, 학원 안 가기, 용돈도 달라고 하면 많이 주실까? 하여튼 나는 이렇게 소박하게 보내고 싶다.


  "오늘이 끝나는 건 밤 12시잖아요? 저 공원에서 잘 거예요!"
오후 7시쯤 잔소리 없는 날이 끝났다고 안도하는 부모님께 푸셀이 내뱉은 청천벽력 같은 말이다. '와∼ 이 녀석 대단한 녀석인데 재밌겠다!'
나는 한껏 부러워하며 친구와 함께 텐트를 치고 공원에서 잔다는 푸셀을 지켜보았다. 소풍 같은 느낌도 들고, 한밤중 공원의 텐트에서 지낸다는 것이 떨리면서도 재밌을 것이다.


"귀신? 진짜 귀신이라고?"

  집으로 간다던 올레가 귀신이 있다고 돌아와 푸셀이 조심조심 가보니, 세상에! 그 귀신은 아빠였다. 푸셀과 올레가 걱정돼서 따라오셨다고 한다. '역시 부모님의 사랑은 누구도 못 말린다. 잔소리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부모님의 마음이겠지?' 감동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잔소리가 듣기 싫을 때가 있다. 아니, 무척 많다.

  안네 마리 노르덴의 책은 '잔소리 없는 날'과 '동생 잃어버린 날'을 읽었는데, 진짜 어린이 마음을 잘 그려내었다. 내 친구들도 많이 공감하고 엄마도 공감한다고 웃으셨다. 많은 어른들은 개구리 올챙이적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 작가님은 어린시절을 잊지않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외국은 우리나라와는 다른 문화적 차이가 있지만, 어린이의 마음은 같다고 느꼈다.


 '잔소리 없는 날'이 책으로만 끝나지 않고, 나라에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해서 지키게 하면 좋겠다. '잔소리 없는 날'에 잔소리를 한 부모님은 벌금을 물려서 아이들이 원하는 걸 다 들어주게 한다면 아이들은 정말 신나게 뛰어 놀며 자랄 것 같다. 헤헤헤∼ 나의 조그만 소망이다! 

  이건 내 생각인데, '잔소리하는 날'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부모님이 우리에게 하는 날이 아니라, 우리가 부모님께 잔소리를 하는 날이다. 정말로 엄마 아빠께 내 맘대로 잔소리하는 날이 실현되면 얼마나 좋을까?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더니, 부모님이 정말 그렇다. 부모님도 어렸을 때는 잔소리가 듣기 싫었을 텐데, 개구리가 된 지금은 올챙이 생각을 해 주지 않는다. 우리가 부모님께 잔소리를 한다면 개구리가 된 부모님도 올챙이에게 하는 잔소리를 줄여나가지 않을까? 헤헤∼

  "전국의 어린이들이여, 꿈의 유토피아를 위해 단결하자. 
 우리도 부모님을 사랑하니까 마음껏 잔소리하는 날을 정합시다!"  


  책 속의 푸셀도 그렇지만, 나도 부모님의 잔소리가 사랑이고 관심이라는 걸 안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부모님의 잔소리까지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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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클래식 보물창고 43
생 텍쥐페리 지음, 이효숙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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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전, 기숙사에 있는 큰 딸을 보고 왔다. 우리 딸은 아직도 춥다고 겨울 이불을 덮고 있었는데 이제 바꿔주었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공부하는 독서대도 둘러보고 디카에도 담아 왔다. 모처럼 모녀가 손도 잡아보고 돌아올 때, 한번 보듬어 주고 왔다. 그러면서 작년 11월 수능 보던 날 몰아쳤던 우리집의 폭풍이 생각났다. 그때 이 책을 읽고 썼던 글이다~~ 누군가에게 좋은 책이 된다는 건, 특별한 관계를 갖는 것이라 생각되어서.......

안녕, 어린 왕자?

네 친구 여우가 '길들인다는 건 관계를 만드는 것(84쪽)'이라고 했지? 또한 '참을성이 많아야 한다(88쪽)'는 말도 곁들이면서 말이야. 그런데, 난 아직도 참을성이 부족하구나. 어린 벗아, 내 푸념 한번 들어 줄래?

수능 보던 날이었어. '언어란 오해의 근원(88쪽)'이라는 말처럼, 고2 큰딸과 입장이 다른 말이 빌미가 되어 모녀간에 한바탕 폭풍이 휘몰아쳤단다. 부모 자식간이라도 서운하고 괘씸한 마음이 풀리지 않아 오늘도 우울함이 지속되었어. 17년간 딸을 위해 쏟은 시간-잃어버린 시간(95쪽)만큼 소중한 존재가 되었기에, 내가 '길들인 것에 영원히 책임 져야(92쪽)' 함을 절실히 느끼며 살았지. 그러나, 심한 배반감이 들면서 그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었단다.

'그래, 오늘은 다 팽개쳐 두고 훌훌 날아가야지~ 엄마 없이 어디 며칠이라도 살아봐라!' 이런 마음이었지. 하지만, 마음이 가볍고 즐거워야 훌훌 털고 날 수 있는지, 생각과는 다르게 몸도 마음도 털고 일어설 수가 없었단다. 그렇게 시간만 보내다가 보물창고에서 새옷을 입고 태어난 너를 다시 만나게 되었어. 80년의 첫 만남 이후, 무수히 많은 출판사의 책으로 너를 만났고, 밑줄을 그어가며 감동했던 마음 속의 너를 다시 불러 내었어. 첫 만남이었던 문예출판사의 어린왕자, 너를 지금도 간직하고 있기에 다시 펼쳐보며, 예전에 쳤던 밑줄과 어디가 같고 어디가 다른지도 비교했단다. 컬러로 채색된 보물창고의 새옷에 이효숙님의 훨씬 더 매끄러워진 번역으로 다듬어진 너를 만나니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나, 며칠째 무겁게 내리누르던 마음에 따스한 위로의 샘물이 스며들었어.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92쪽),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99쪽)'이라는 말이 위로가 되었단다. 우리 딸이 간직하고 있을 사막의 우물은 아직 보이지 않아 발견하지 못한 거라고, 나지막히 속삭이는 너의 목소리를 들었단다. '집이든 별이든 사막이든 간에 그들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100쪽)'고 말하는 아저씨의 목소리까지 듣고서야, 비로소 내 얼굴 근육이 풀어지며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단다. '창문에 코를 박고 무언가를 찾는 아이들(95쪽)'처럼, 마음속에 잠들어 잃어버린 줄 알았던 너를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고맙다. 어린 벗이여!

'어른들은 혼자서는 결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해 늘 설명해 줘야 하는 아이들은 참 피곤하다(9쪽)'고 했지? 내가 바로 그런 어른이었음을 깨달았단다. 어른이 되고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어린왕자 네가 만난 소행성의 사람들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거든.
'자기의 권위가 존중되기를 바라며 명령만 내리는 왕(46쪽)'은, 바로 아이들의 불복종을 허용치 않는 또 다른 모습의 엄마였구나. '이성에 바탕을 두고 각자가 할 수 있는 것이기에 복종을 요구할 수 있다(48쪽)'는 궤변을 늘어놓는 왕과, 엄마의 권위로 복종만을 요구하는 내가 무엇이 다를 것이냐? '남을 재판하는 것보다 자신을 재판하는 것이 훨씬 어려우니, 자신을 재판하는 데 성공한다면 진정으로 지혜로운 사람(49쪽)'이라니, 자신에겐 한없이 관대하고, 타인에겐 인색한 내가 어찌 지혜롭다 하겠느뇨?

숭배를 바라는 허영심 많은 사람도 내 모습이고, 술 마시는 게 부끄러워 잊으려고 술을 마신다는 술꾼도, 부끄러움을 감추고 잊으려는 내 모습을 담고 있구나. 소유하는 것에 유익함을 주지 못하면서 소유하려고만 하는 사업가와, 의미없는 일상을 반복하는 가로등지기도, 덧없는 세상에 지리학 책만이 진지하다고 주장하는 지리학자 속에도 나의 단면이 들어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었단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모든 별들이 웃고 있어서 슬품이 잦아들고, 어린왕자를 알게 된 걸 만족스러워 할거라(113쪽)'는 말을 남기고, 자신의 장미를 돌보러 작은 별에 돌아 간 어린왕자. 어떤 생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과, 또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할 수 없는 어른인 나는, 슬프도록 아름답고 순수한 어린왕자 너를 영원히 그리워 할 것 같구나!

책의 뒷편에 실린 법정스님이 너에게 보낸 편지에서 받은 또 하나의 감동도 오래 간직할게.
오늘 밤에도 저 하늘의 별들 속에서 네가 웃고 있는지 찾아 볼게.
나의 어린 벗이여,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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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멘 음악대와 그림 형제 동화 그림책 보물창고 23
도리스 오겔 지음, 버트 키친 그림, 황윤영 옮김, 그림 형제 원작 / 보물창고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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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 <그림 동화>가 사람 이름이 아니고, 그림이 그려진 동화인 줄 알았다. 우리 막내도 그렇게 생각했단다. 이런 경험 때문에 학교 아이들에게 그림형제동화를 소개하면서, 형 야콥 그림(Jacob Grimm)과 동생 빌헬름 그림(Wilhelm Grimm)의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1,2학년 아이들에게 '브레멘 음악대'를 읽어주었더니, 아이들은 이렇게 감상글을 썼다.
"동물이 늙어도 버리지 말자" "실컷 부려먹고 잡아먹거나 쫒아내는 사람들이 나쁘다' "동물이 늙어갈수록 점점 더 아끼면 좋겠다" "충성한 동물은 쉬게하고 다른 동물을 불러 일을 시키자" "힘을 합쳐 도둑을 쫒아내서 재미있다" "브레멘에 간다더니 왜 그집에서 계속 살았을까?" "주택에 살게 되면 동물을 키우고, 키운 보람이 있게 하겠다" "동물이 늙어도 칭찬하고 사랑해주겠다" 는 등 자기들의 솔직한 생각을 마구 쏟아내었다. 그리고 당나귀, 사냥개, 고양이, 수탉의 울음소리를 흉내내며 시끌시끌 했었다. 잘 아는 이야기지만 아주 좋아했다.

'산토끼와 고슴도치 부부' 이야기는 아는 아이들이 거의 없었다.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고슴도치 부부의 꾀에 감탄하면서 "제가 먼저 도착했네요" 라는 대사를 따라 소리쳤다. 감상글은 또 이렇게 썼다.
"산토끼가 고슴도치를 놀리더니 벌을 받아서 고소해요" "산토끼가 고슴도치 부인에게 지혜를 배워야 해요" "고슴도치처럼 똑똑하고 싶어요" "뭐 하나 잘났다고 남을 흉보면 안돼요" "산토끼가 잘못했어도, 달리기 시합에서 고슴도치가 속인 것은 나빠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처럼 잘난체 하던 산토끼는 멍청해요" "사람들한테 산토끼를 훈련시키게 할거예요." 너무 웃겨서 죽을것 같아요 우하하하~" " 고슴도치 머리가 엄청 빨리 돌아가는 것 같아요" "산토끼는 공부나 열심히 해서 잘난체만 하지마라 응? 부탁한다" 

아이들은 브레멘 음악대보다 고슴도치에 흠뻑 빠졌다. 비겁하게 신체적 약점을 비웃던 산토끼가 74번째 달리기를 하다 밭에 쓰러져서, 같이 집으로 가는 고슴도치 부부를 보지 못했다는 것에 아주 신나했다. 책상을 마구 두드리며 자기들의 꾀로 산토끼를 물리친 듯 즐거워했다.

아이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단 말 믿어지시죠? 같은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감상을 풀어내는 아이들이 대견하고 놀라웠지요. 내가 너무 실감나게 구연했을까? ㅋㅋㅋ~
공부가 끝난 뒤에도 책을 본다며 몰려들었지만,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에 들려준다고 막 뻐기면서 감추었어요.ㅎㅎ~  당분간은 그림동화의 위력이 상당할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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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등 1학년에게 추천하는 책
    from 파피루스 2008-01-30 22:15 
    처음으로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은 설레임과 더불어 걱정이 많을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궁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자칫 기쁨을 누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이나 근심을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아이들은 씩씩하고 활기차게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테니까, 아이가 심리적인 불안을 갖지 않도록 한 발자국 떨어져서 조용히 지며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옆에서 자칭 선배 엄마들이 이런 저런 말로 부추켜도, 삼임선생님에 대한 엄마의 믿
 
 
 
'똥'자 들어간 벌레들아 - 생태 동시 그림책, 동물편 푸른책들 동시그림책 1
박혜선 외 지음, 김재홍 그림, 신형건 엮음 / 푸른책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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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로 산으로 아이들 데리고 나가는 계절이 되었군요.
물론 바닷가나 계곡도 빠질 수 없겠죠?
이렇게 자연과 접하기 좋은 계절에 딱 어울리는 시집을 소개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로 빠지지 않는 녀석이 바로 '똥'입니다.
이 책은 제목부터 "똥 자 들어간 벌레들아 다 모여~"라고 부르고 있으니
그래서 모여든 녀석들이 개똥벌레, 말똥구리, 쇠똥구리, 똥파리, 똥방개 랍니다.

'그런데 문밖에서
살랑살랑 꼬리 흔드는
넌......?!
벌레도 아닌 네가
얼마나 속상했으면.‘

라고 똥개의 마음을 읽어낸 시인은 위로합니다.

아이들은 "아하~~ 똥개 너도 '똥'자 들어간 벌레야?"
박장대소를 하는 순간, 시의 맛을 흠씬 느낄 것입니다.

김재홍 선생님의 실사 같은 그림이 깔려 있어 시가 한층 살아납니다.
우리네 산과 들을 그대로 반짝 들어다 놓은 듯한 그림이 정겹습니다.

'반딧불'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그믐밤 반딧불은
부서진 달 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운동주님의 시처럼 부서진 달 조각을 주우러 이 책 속으로 마구 달려 들어가고 싶습니다.
시 한편에 등장하는 동물이나 벌레를 아래쪽에 사진과 같이 짧게 설명해 놓았고,
책 뒤에는 '더 알고 싶어요!'라는 해설 페이지를 두어 충분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멋진 그림에 빠져 시도 한 편씩 감상하고 자연공부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시집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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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푸른책들 동시그림책 2
신형건 지음, 남은미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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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건 시인은 참 독특한 시를 쓴다. "어라~ 이런 것들도 시가 될 수 있네!" 뒷통수를 한대 꽝 맞은 느낌이다. 바로 이런 것 때문에 배꼽에 실린 시 두 편이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실리게 되었구나 이해가 된다.

초등 5학년 2학기 <읽기>에 실린 '시간여행'이다,

가끔, 아주 가끔
책상 위에 엎드리고 싶을 때가 있지.

아무런 까닭 없이 맥이 풀릴 때
아무도 아는 척하고 싶지 않을 때
그냥 눈을 꼬옥 감아 버리고만 싶을 때

책상 위에 두 팔을 가지런히 포개고
그 위에 뜨거운 이마를 얹고
가만가만 숨을 고르노라면
친구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는
아득하게 멀어져 가고
깜깜한 어둠은 점점 더 깊어지지.

날 그냥 내버려 두렴.

잠들려는 것이 아니야.
어떤 꿈을 꾸려는 것이 아니야.
나만의 타임머신을 타고

어디 머나먼 곳을 잠깐 동안
다녀오려는 것뿐이야.

그 곳에서 나의 별을 찾으면
그 별이 문득, 환하게 빛나는 것처럼
나도 다시 반짝! 깨어날 거야.

이번에는  2학기 <말하기, 듣기, 쓰기>에 실린  '발톱'을 감상해 보자. 

 

아주 느릿느릿 지나가는
시간이 여기 있었구나.
내가 까맣게 잊고 있는 사이

뭉기적뭉기적거리던 나의 게으른 시간들이
길어진 발톱 속에 집을 짓고
꾸역꾸역 까만 때로 모여 있었구나.
고린내를 풍기며 고롱고롱
코를 골고 있었구나.
하얀 비누 거품에 세수하고도 깨어나지 않던
게으른 녀석들이
-요놈들!
손톱깔이를 갖다 대니, 톡!
화들짝 소스라쳐
달아나는구나.

하하하~~~~~ 참, 시인들의 시각이란 대단하다.

이런 하찮은 것들을 시로 쓴다니~ 이 정도면 나도 쓸 수 있겠는데.....

시 쓰기를 만만하게 생각할 녀석들의 얼굴이 그려지지 않습니까?

 

이 작품외에도, 침대 밑의 먼지보푸라기를 새앙쥐로 그려내고

텅빈 아파트를 열고 들어가는 아이와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계단으로 내려오며 공룡의 등뼈라고 상상하는 아이 등, 또래 녀석들의 배꼽이 빠져 달아날 시들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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