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 - 2004년 칼데콧 상 수상작 I LOVE 그림책
모디캐이 저스타인 글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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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는 왜 공부를 해야 하지?"  학창시절에 수없이 던졌을 질문이라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은 철들어 진로를 모색하면서 던졌을 것이다. 자기 계발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2막을 시작하면서 이런 질문이 끝날까?

많은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기 아이가 꿈을 펼칠 때, 부모 맘에 안 든다는 이유로 뿌리에서 싹이 돋아나 자라기도 전에 싹둑 잘라내지는 않는가? 아이의 꿈이 아니라 부모의 꿈을 대리만족시킬 도구로 생각지는 않는지 반성하면서 두 번, 세 번 펼쳐 읽게 한 책이다.


칼데곳 상에 빛나는 모디캐이 저스타인은 실화를 소재로 동화책을 만드는 작가다. 이 책은 표지부터 발아래 보이는 빌딩과 도시의 차량행렬이 아찔하고, 클로즈 업 시킨 그 남자의 발이 나의 시선과 호기심을 끌어당겼다. 2001년 9. 11 테러로 사라져버린 쌍둥이 빌딩을 기억하면서 32년 전 줄을 매고 건넌 사나이 필립에게 기립박수를 치고 싶었다.


그림이 보여주는 차분하고 안정된 분위기가 좋았다. 어둠 속에서 밤을 꼬박 새우며 준비하는 필립과 친구들을 표현한 색감으로, 그 긴장감을 충분히 느끼며 동트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한번 맘먹은 일은 반드시 하고야 만다는 그 남자, 필립은 요즘 아이들이 멘토로 삼아도 될만한 사람이다. 아이들도 꿈을 갖고 목표는 정하지만 노력하지 않거나, 뜻을 세우기만 하고 실천의지가 약해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필립은 뜻을 이루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노력했다.


페이지가 넓게 펼쳐지면서 발아래 보이는 도시와 갈매기. 400미터 상공의 전선줄에서 바람에 흔들리며 느끼는 자유와 행복. 필립의 도전에 충분히 감동할 수 있도록 펼쳐 놓은 그림이 좋았다. 지하철에서 나온 행인의 시선을 따라 같이 올라갈 수 있게 확장된 그림도 아이들의 시선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늘어난 페이지를 펼치며 읽어줄 때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위험한 목표에 도전하여 꿈을 실현시켰지만 자칫 불안할 수 있는 필립이야기를, 펜 자국과 부드러운 색감으로 안정된 분위기와 따뜻한 안도감을 느낄 수 있게 표현한 그림이 참 좋았다. 또한 필립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한층 정겹고 실감나서 마치, 나도 군중속의 한 사람이 된 것처럼 빠져들게 했다.


이제 9.11테러로 쌍둥이 빌딩은 사라졌지만, 그 사이에 줄을 매고 건넌 필립의 용기 있는 도전은 전설처럼 전해질 것이다. 필립의 성공은 세계의 어린이들이 자신의 꿈을 키우며 도전하는데 또 한사람의 멘토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 남들이 하는 일을 뒤따라가는 게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키워가는 길잡이가 될 멋진 책,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는 꿈을 가진 아이들의 보물이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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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책들과 보물창고에서 6기 신간평가단을 모집합니다!
    from 파피루스 2008-02-01 00:31 
    2006년 이금이작가님 '밤티마을 블로그'에서 푸른책들의 신간평가단 모집 공고를 보고 응모했었죠. 리뷰라는 걸 써보지도 않았지만, 나름 동화를 많이 읽었기에 용기를 냈었답니다. 다행히 3기 신간평가단으로 뽑혀 지금까지 우수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그 덕분에 알라딘도 알게 돼서 이제는 제 놀이터가 되었지만...  신간평가단 관심있는 분들은 참여해 보시라고 알려드립니다. (혹시, 참고가 될까 싶어서 제가 응모할 때 올렸던 '유진과 유진
  2. 9.11 테러에 사라진 쌍둥이 빌딩을 떠올리는 책
    from 파피루스 2008-09-11 04:10 
     딸기님의 페이퍼를 보고 오늘이 바로 9.11 테러의 7주년이라는 걸 새삼 확인했어요. 2001년 9월 11일 테러로 사라져 버린 쌍둥이 빌딩 사이에 줄을 매고 걸어간 남자가 있었답니다. 1974년 8월 7일 '필립 쁘띠'라는 프랑스 청년이 400미터 상공에 줄을 매고 줄타기를 하며 거의 한 시간 동안 걷고, 춤추고, 묘기를 부리는데 성공한 실화가 그림동화로 만들어졌지요. 어쩌면 죽을 수도 있는 무모한 도전이지만, 젊은이 다운 열정과 참된 자
 
 
 
초원의 별 푸른도서관 16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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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의태자'를 접한 건 초등학교때 라디오 연속극을 통해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마의태자를 연기했던 성우가 '정승현'씨였다고 생각되는데 그분의 목소리가 너무나 인상적이라 " ~나의 사랑 마의태자"라는 주제가 끝 소절이 아직도 귀에 들리는 듯하다. 고등학교 때 용문사에 갔을 때, 신라가 망하자 금강산으로 가던 마의태자가 지팡이를 꽂아서 자라났다는 그 은행나무를 보고 마의태자의 비운에 가슴이 저렸었다.

작가후기를 읽어보면, 그 마의태자에게 아들이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마의태자의 정신-신라 재건의 혼과 꿈을 살려내는 그 아들 김준(새부)이 진정한 '초원의 별'이 되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6학년 막내는 새부가 멋지다고 말하는데, 나는 가슴 아리도록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로 다가왔다. 바로 엄마의 마음으로 새부를 지켜봤기 때문이리라.

새벽에 태어났다고 붙여진 우리 옛말 이름, '새부'를 왕자의 재목으로 키워내는 아버지 '김극수'의 지극정성이 눈물겨웠다. 그 아버지가 때가 이르러 신하의 예로써 새부를 섬기니,  몸둘바 모르던 그의 심정도 짐작이 간다. 또한 호장의 아들 무경에게서 다복이를 지키려 몰매를 견디던 새부를 보고, 이제부터 영원히 내 대장이라며 끝까지 따르던 다복이도 감동으로 다가왔다. 첫사랑이었던 초희와 북쪽 땅 나단부에서 만난 아린도 한편의 아름다운 사랑얘기로 가슴을 적시기에 충분하다. 월리부의 젊은 추장 추옝과 목숨을 건 협상으로 독이 든 잔을 마시고 쓰러지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친구를 잃는 경험을 두 번씩은 겪지 않겠다는 그들의 말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동감했다. 이렇게 '초원의 별'은 새부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자기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아름다운 사랑얘기로도 다가왔다.

이미 사라져 버린 나라에 대한 그리움과 기억도 할 수 없는 아버지 마의태자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새부의 가슴에 있다. 이룰 수 없는 꿈이기에 더 간절한 잃어버린 제국을 꿈꾸는 소년 새부는 여진 땅에서 '삶의 모든 것을 거뜬하게 받아들이고 고통까지 사랑할 수 있다면, 꿈을 이루지 못해도 낯선 초원에서 이름 없는 바람으로 스러진다 해도 그건 절대 부질없는 삶이 아니다.'라는 말로 마음을 다잡으며 추스리는 모습이 절절한 아픔으로 다가와 눈물났다. 세상 모든 것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태자전하의 바람처럼, 새부는 아버지가 물려준 그리움과 고통까지도 사랑하고 감사하는 사람이 되었다.


초원의 별이 되기 위해선 먼저 가슴이 초원이 되어야 한다는 새부의 말처럼, 어디에 살건 그곳 사람들과 함께 자유롭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마의태자의 뜻을 잇는 그는 진정한 초원의 사나이였고 초원의 별이었다. 나단부 추장의 아들 쿠르첸의 잘못으로 월리부와 피를 부를 전쟁으로 치닫던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킨 새부는 마을주민의 절대지지로 추장이 된다. 왕자를 뜻하는 여진말로 완옌을 한자로 완안(完顔)이라 표기하며 살기 좋은 부락으로 만들어간다. 그가 살았던 송화강 일대의 여진족은 진취적이고 자주적이었고, 그중에서 아스허의 완안부는 후에 요나라의 지배를 거부하고 정식으로 나라를 세우니 바로 금나라였다. 사랑과 존경을 받았던 시조 김준의 이름을 따서 大金이라 하였고, 대대로 내려오는 족자 愛新覺羅를 황실의 별호로 삼았다는 서기 1115년의 역사를 기록하며 초원의 별은 막을 내린다.


진정한 초원의 별이 되는 새부의 성장과, 마의태자가 愛新羅 覺新羅의 뜻으로 전해 준 愛新覺羅 정신을 이뤄나가는 새부의 모습에서 진정한 영웅을 발견한다. 자식만 키우지 진정한 의미의 사나이로 키워내지 못하는 부모라는 자책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부모가 인간다운 인간으로 키워내지 못한다는 생각에, 청소년에게 야망을 가지라는 말도, 꿈을 가지라는 말로 마무리하기도 미안할 따름이다.


하지만 작가의 말을 빌려, 우리 역사를 일깨우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역사 속에서 꿈과 정신을 발견한다면 진정한 초원의 별로 자라는 청소년이 되리라 믿는다. 역사 속에서 청소년의 멘토가 되는 인물로 자리매김 되는 마의태자와 새부 김준을 그리며, 역사의 짧은 기록을 이렇게 멋진 작품으로 완성하신 강숙인님께 감사하며 서평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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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함께 얘기해 봐요!
너희들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단다 그림책 보물창고 25
엘리자베트 브라미 글, 얀 나침베네 그림, 이효숙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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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에 책을 두 권이나 포개놓고 앉은 손자와 할아버지가 피아노 앞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인생 과정을 도란도란 설명하는 내용일까 생각하며, 손자의 눈높이에 맞춰 인생 과정을 어떻게 펼쳐낼지 호기심이 일었다.

문체는 건조하고 큰 감동으로 다가올 내용은 없었지만, 보통 노인들의 삶을 전달하는 의미는 크게 살아난 책이다. 먼저 노인들의 생활과 심리를 펼쳐놓았다. 점차 늙음이 깊어갈수록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지고, 정든 집을 떠나 자신을 돌봐줄 병원이나 양로원으로 가야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그곳에서 어떤 사람은 친절하고, 때론 함부로 대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노인은 바보가 아니고 사랑받기 원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해를 돕도록 한쪽에 펼쳐진 그림에서 가슴 뭉클한 감정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역할을 다한 노인은 이제 누군가의 도움으로 삶을 멋지게 마무리 할 시간만 남은 것이다.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는 우리의 상황에 맞게 약간의 수정을 거쳐 읽어주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자기들도 미래에 노인이 되니까, 지금 할머니 할아버지께 잘 해드려야 한다고 이해했다. 독후활동으로 할머니 할아버지께 편지를 썼는데, 많은 아이들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 편지를 썼다. 외가와 더 가깝게 지내는 우리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었다. 여자들이 시댁은 어렵고 친정은 편하게 여기는 한 모계사회화 되어갈 미래의 우리 모습이 그려졌다.


대부분 아이들이 '보고 싶은 할머니께' 혹은 '사랑하는 할아버지께'라고 썼는데, '햇살 같은 할머니께'라는 제목으로 편지를 쓴 2학년 아이가 있었다. 책 속의 햇살 같은 주름살이라는 표현이 무척 인상적이었나 보다. 그리고 끝에 커플로 입은 의상이 부러웠는지 많은 아이들이 엄마한테 부탁해 할머니 할아버지랑 커플 옷을 입자고 썼다. 그게 안 되면 할아버지랑 같은 모자를 쓰거나 목도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더 기특한 건 자기가 용돈을 모아 할아버지랑 같은 운동화를 사겠다는 아이도 있었다.


특히 전화를 기다리는 할머니 모습에 마음 아팠는지, 전화번호를 알아봐서 직접 할머니께 전화 하겠다고 썼다. 그리고, 그날 밤에 직접 전화해서 자기가 쓴 편지를 읽어 주었다고 말하는 아이들 표정이 기쁨으로 빛났다. 난 그 이야기를 들으며 감동으로 눈시울이 젖었다. 아이들이 나중에 책 내용은 잃어버릴지라도, 할머니 할아버지께 편지를 쓰고, 전화로 읽어드렸던 일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할 것이다.


내가 결혼 전, 아이들과 방문했던 '인천영락원'이란 양로원 입구에

"나 늙어 노인 되고 노인 젊어 나였으니, 나와 노인 따로 없네"

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20년의 세월도 더 지난 일인데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는 더 푸릇푸릇한 젊음이었는데도, 뭉클 하는 감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책이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에 할아버지와 손자랑, 할머니와 손녀가 커플 옷을 입고 달밤에 노니는 모습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움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우리의 미래가 꿈꾸는 대로 될 수 있을지 불안한 현실이다. 누구도 노인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내가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나의 미래 모습인 노인을 사랑으로 섬기고 이해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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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책들과 보물창고에서 6기 신간평가단을 모집합니다!
    from 파피루스 2008-02-01 00:31 
    2006년 이금이작가님 '밤티마을 블로그'에서 푸른책들의 신간평가단 모집 공고를 보고 응모했었죠. 리뷰라는 걸 써보지도 않았지만, 나름 동화를 많이 읽었기에 용기를 냈었답니다. 다행히 3기 신간평가단으로 뽑혀 지금까지 우수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그 덕분에 알라딘도 알게 돼서 이제는 제 놀이터가 되었지만...  신간평가단 관심있는 분들은 참여해 보시라고 알려드립니다. (혹시, 참고가 될까 싶어서 제가 응모할 때 올렸던 '유진과 유진
 
 
 
여름방학 중 아이들과 읽어 볼 ..
마사코의 질문 책읽는 가족 3
손연자 글, 이은천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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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코의 질문>을 처음 읽을 때, 우리의 아픈 이야기 제목이 왜, '마사코의 질문'인가 의아했었다. 하지만, 책을 덮으며 비로소 이해되었던 제목은 오늘날까지 반성하지 않는 저 일본인들에게 '당신들은 진정 피해자일 뿐인가?'라고 우리와 그들의 양심이 던지는 물음이다.

손연자님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이 겪은 고난과 아픔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우리 아이들은 그 시대의 아픔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반성하지 않는 저 뻔뻔한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 어린이와 젊은이들의 역사인식이 어떨지 자못 걱정스럽다. 이런 걱정을 덜기 위해서도 초등 고학년에게 <마사코의 질문>을 읽혀야지 다짐한다.


4학년 2학기 읽기에는 "꽃잎으로 쓴 글자"가, 6학년 1학기 읽기에는 "방구 아저씨"가 실려 있다. 4학년이라면 아픈 역사를 이해할 것이다. 요즘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 아이들에게 영어와 한자교육을 우선하는 부모님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 우리말과 글은 언제 익히게 할 것인지...... 세계 60억 인구가 쓰고 있는 말의 가짓수는 약 3,000~4,000개, 그 말 중에 문자까지 있는 것은 겨우 300개 남짓이라고 한다. 우리글은 단지 24개의 모음, 자음으로 무려 11,172자를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발명품이다. 가로, 세로의 직선과 네모, 동그라미 가지고 못 만드는 글자가 없는 자랑스러운 문자다. 우리가 아끼지 않고 자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알아주겠는가?


나라와 민족의 뿌리가 되는 것은 얼과 말과 글이라고 한다. 나라를 빼앗겼던 일제강점기에 조선의 말과 글로 시를 쓰는 사람이 되라는 엄마의 가르침에 '꽃잎으로 쓴 글자'의 승우는 마음을 다지고...  손연자님은 한자말을 거의 쓰지 않고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껏 살려준다.


'잠들어라 새야'에서는 정신대에 끌려갔다 돌아온 딸을 부둥켜안고 통곡하던 어머니의 아픔과 사랑에, 난 책을 놓고 울었다. 어머니만이 할 수 있는 절절한 사랑이다. 지금은 할머니가 된 그들을 누가 이렇게 감싸고 사랑해 주었는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정신대 할머니들의 한을 누가 풀어줄 것인가? 그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답답하다.


'잎새에 이는 바람'은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다. 온 국민이 애송하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로 시작하는 그의 서시는, 우리와 교감되는 그의 정신이고 아픔이다. 그는 생체실험의 희생양으로1945년 2월 16일 금요일 오전 3시 36분, 27세 2개월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우리 민족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있는 시인이다.


'꽃을 먹는 아이들'과 '남작의 아들'. 그리고 '흙으로 빚은 고향'에선 개인과 민족의 정체성을, '긴 하루'에선 가해자에게 베푸는 피해자의 사랑과 용서를 이야기하고 있다. <마사코의 질문>은 이렇게 개인과 민족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모두 8편에 담아놓았고, 정직하지 못한 일본인에게 던지는 9편 '마사코의 질문'으로 그들의 책임을 물으며 끝난다.


끝에 <일러두기>를 통해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정리해 이해를 도왔고, 신형건님의 "역사의 진실을 밝혀야 하는 까닭"을 실어 또 한번 우리에게 다짐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머리말이나 해설을 잘 읽지 않는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에겐 반드시 작가의 말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지도하면 좋겠다.


세계 어느 나라인들 수치스럽고 감추고 싶은 역사가 왜 없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욕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는 건, 올바른 역사인식으로 민족과 나라가 발전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신사참배를 하는 일본총리의 뻔뻔함이 바로 일본인들의 역사인식 현주소다. 일본은  반성하지도 않고 왜곡시킨 역사교과서로 후세를 가르치다간 결국 자신들의 미래를 망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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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 2007-09-14 0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입하려고 마음먹고 있던 책이었는데요~ 책소개 아주 잘 받았습니다~ 추천이요~

순오기 2007-09-14 11:45   좋아요 0 | URL
감사~ 이 책은 누구라도 꼭 읽어야 할 역사교과서에 버금갈 책입니다.
가슴으로 읽고 가슴으로 이해하는 우리의 아픈 역사...
 
알렉산더의 연인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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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년 전 영화 '알렉산더'를 보고 주인공의 캐릭터가 너무 약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의 아내 록산으로 나온 여배우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기대만큼 압도하지 못한 영화였지만, 인물 알렉산더를 아는데에는 도움이 되었다.

'알렉산더의 연인'이란 제목을 보고 '록산' 이야기일까 싶어 서평단에 신청하였고, 운 좋게도 서평단으로 선택되었다. 하지만 서평단의 의무를 이행하기엔 만만치 않은 책 읽기였다. 도통 이야기에 몰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몰입을 방해하는 이유가 뭘까? 책을 읽는 내내 빠져들지 못하는 내가 문제인지, 책이 문제인지...... 이런 상태로 중반부에 들어서자 드디어 실마리가 풀렸다. 바로 화자가 문제였다. 알렉산더와 알레스트리아 두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타냐, 즉 아냐라는 알레스트리아의 시녀이자 서기이고 자매인 그녀의 입으로 전개되기 때문이었다. 왜, 작가 샨샤는 본인이 아닌 제3의 화자를 내세워 같은 이야기를 알렉산더와 알레스트리아의 1인칭 시점으로 풀어가게 했을까? 이런 화법이 상당히 지리하게 전개되었다.

샨샤라는 작가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에 난 100% 공감하지 않는다. 아마도 동양여자가 최고의 언어라는 프랑스어로 책을 썼고, 동양이란 신비감에 매력을 느끼는 유럽인들이 후한 점수를 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에 몰입하지 못하면서도 그녀의 문장력엔 찬사를 보냈다. 상당히 깔끔한 문체를 매력적으로 구사하고 있었다. 밑줄을 치고 싶은 곳이 많아 색연필로 그어가며 읽었다.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프랑스어로 완벽한 문장을 썼을테고, 번역을 기막히게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정복자 알렉산더와 아마존의 여전사 알레스트리아가 운명적인 만남을 하면서 스토리는 쉽게 읽혀졌다. 이 얘기를 하자고 이렇게 빙~ 에둘러 왔는가 약간의 허탈감을 느끼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자신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싶은 것들만 취하게 된다. 알렉산더와 알레스트리아의 사랑을 지켜보는 아냐의 심정이 그랬고, 두 연인을 둘러싸고 있는 무리들이 그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그럴 것이다. 정복자 알렉산더도 수컷의 본능에 충실하게도 아들을 낳는 것을 최고로 생각했으니 그 무엇이 다를까? 또한 알레스트리아도 아이를 잉태하고 모성의 본능에 충실했으니 인간의 한계이자 본분이라 여기기에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소설의 결말은 영혼까지 하나가 된 온전한 사랑을 완성하고 삶을 마감한 연인의 이야기로 아냐가 마무리 한다.

영웅의 삶이 아닌 인간 알렉산더의, 성장배경에서 기인한 인간적인 욕망과 야망을 그려낸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기엔 너무 산만하게 전개된다. 하지만 충분히 흥미를 끌만한 소재에 적절하게 가미된 성적환경과 묘사가 독자를 끌어당길만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의 명성에 충분히 공감할만큼의 책은 아니었다는 것이 개인적인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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