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사진 속의 우리 아들이 드디어 군대에 갔다.
작년 여름 덜컥 휴학부터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10개월을 놀다가, 본인이 원하던 가장 긴 복무기간 공군으로....
대한민국은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병역에 복무해야 하는 의무 병역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만 19세 이상의 남자라면 누구나 신체검사를 받아야 하고, 이후 특이사항이 없는 한 일정 기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청년의 국방의무 수행은 단순한 국가적 의무수행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성장과정에서 처음으로 부모님 곁은 떠나 홀로서기를 하는 기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정의 교육훈련 과정을 통하여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배양하고 인간관계 기술을 체득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군 생활은 또 다른 인생이 시작되는 중요한 전환기라고 할 수 있다.(12쪽)
2000년대 이전에는 육군, 해병, 공군의 군 복무 기간은 약 3년(36개월)이었다. 2012년 현재는 육군과 해병은 약 21개월, 해군은 23개월, 공군은 24개월로 복무 기간이 단축되었다.(13쪽)
아르바이트 해서 제 용돈도 벌어 쓰고, 엄마한테 200만원을 주었으니 제대 후 한 학기 등록금은 저축한 셈이다.
제 고모는 얼른 군대에 가야지 허송세월 한다고 안타까워했지만,
"아들아, 엄마는 '지랄 총량의 법칙'을 믿는다"며 기다리고 견뎌주었다.
그동안 PC방에서 알바하면서 사업에도 조금 눈이 뜨이고, 인간관계와 사회 경험도 했으니 허송세월만은 아닐 것이다.
지랄 총량의 법칙은 모든 인간에게는 일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법칙입니다. 어떤 사람은 그 정해진 양을 사춘기에 다 써버리고 어떤 사람은 나중에 늦바람이 나서 그 양을 소비하기도 하는데, 어쨋거나 죽기 전까진 반드시 그 양을 다 쓰게 되어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춘기 자녀가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게 다 자기에게 주어진 '지랄'을 쓰는 것이겠거니,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18쪽)
작년에 신검에서 시력과 저체중으로 1급을 받지 못해 "아들아, 명품으로 키우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는데
일부러 체중을 늘리기 위해 열심히 먹고 자더니 7킬로가 불어나, 우리아들 모습이 영락없는 최효종 같다.ㅋㅋ
지난 주말에 이어 이번 주말도 큰딸이 서울서 내려오고 막내도 기숙사에서 나와 셋이 뭉쳐 추억의 심야 토크로 날을 새웠다.
세 아이 모두 어릴 때, 아빠가 마당에서 컴컴한 밤에 빨간 담뱃불을 피워올리던 모습이 각인됐단다.
그때 아들녀석은 일부러 담배연기 좆아 흡입하더니, 작년부터 담배를 피웠다는 걸 뒤늦게 알았지만 못 끊었다.ㅠ
훈련기간엔 금연이라니 이참에 담배를 딱 끊으면 좋겠다.
입대 전날 길게 자란 머리를 싹둑 자르고 와서 제 동생이랑 실뜨기하는 우리 아들~
자기 보고 싶을 때 보라고 식구들에게 사진 한 장씩 나눠 주었다.^^
막상 입대하려니 심란한지, 진주로 가는내내 별 말 없이 '제설, 제설 삽을 들고서~ ' 레밀리터리블을 보고 들었다.^^
정말 다시 보고 또 봐도 잘 만들었다.
군대는 역시 다양한 사람들의 총합이고 재능있는 사람들의 집합이다. 제작비 100만원으로 만들었다니 더 놀랍고...
우리 아들이 제설 가사처럼 2년 남았다며 봄을 기다리게 될 줄은 몰랐다.ㅋㅋ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lZunEARBb6I
아아~~~ 제설 제설 삽을 들고서
제설 제설 넉가래로 밀어
끝이 없어 이 빌어먹을 눈
제설 제설 넌 2년 남았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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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도착해서 누나가 시계 하나 사주고, 교육사령부 앞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들어갔다.
아빠가 차를 가지러 가서 먼저 걸어들어간 우리 아들은 정문에서 안내하는 군인이 버스를 타라니까,
벌써 격리시키는 줄 알고 식겁했다는....누나의 증언.^^
일찍 들어간 덕분에 가족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려 생활관을 공개해 둘러보았다.
화장실과 세틱살을 둘러보던 아빠들은 당신들의 군대시절을 비교하며 "완전 호텔이구나!" 이구동성 말했다.ㅋㅋ
25~30여년 전 군대와 최근의 군대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지.
경제성장과 더불어 고생이나 아쉬움을 모르고 자랐을 테니, 군대에서라도 고생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생활관 내무반에 전시된 침구와 의류는 제설 동영상에 나오는 것과 똑같았다.
앞으로 우리 아들도 철따라 저 옷을 입은 모습도 꽤 근사하겠지, 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
비가 많이 와서 연병장에 모이지 못하고 2파트로 나뉘어 전천후 소집장에서 입영행사를 가졌다.
가족과 헤어져 중앙으로 모인 훈련병 속에서 다들 내아들은 어디 있나 애타는 눈빛으로 찾았다.
몇 줄을 훑어가다 틈새로 우리 아들을 딱 찾았는데, 갑자기 대열을 앞으로 당기는 바람에 놓쳤다.
정해진 식순이 끝나고 부모님을 향해 큰절을 올리고 또 하나의 가족이라며 저희들끼리 프리허그를 하게 했다.
그 후론 아들을 찾지 못해 가족들은 돌아가라 거듭거듭 지시할 땐 큰소리로 "성*야~ 성*야~" 이름까지 불렀건만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아들을 확인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발길이 참 많이 아쉬웠다.
교관들은 돌아가지 않는 가족들에게
"시간이 지체되면 애들이 밥을 늦게 먹습니다~ "
라는 말로 가족들의 발걸음을 돌려세웠다.
아이들이 밥을 늦게 먹는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돌아선 가족들, 역시 밥 힘은 쎄다.ㅋㅋ
우리 앞에 혼자 내려오던 어머니는 계속 서럽게 울며서 덩달아 울컥 뜨거웠지만
스무 살까지 사랑과 정성으로 양육해서 국가에 맡겼으니
이후는 국가에서 훈육해서 군인으로 만들겠지 믿으며 씩씩하게 돌아왔다.
아~ 아들 군대보낼 때, 혼자 배웅하면 진짜 눈물 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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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연속 주말에 삼남매가 뭉쳤다가 하나씩 제갈길로 돌아갔다.
다섯 식구가 차를 타고 나가 일욜엔 막내를 기숙사에 떨쳐두고,
어제는 아들을 군대에 맡기고 큰딸은 진주터미널에서 바로 서울로 올라갔다.
90년대에 셋을 낳으면 많다고 했는데, 훌쩍 커서 부모 품을 떠나니 썰렁하게 부부만 집에 돌아왔다.ㅠ
집에 돌아와 가져온 안내장을 살펴보니, 입고 간 옷을 우편으로 돌려보내지 않는다고 나왔다.@@
입영장병의 개인물품은 부모님들의 민원제기(불안감, 슬픔 배가 등)에 따른 국방부 지침에 의거하여 13년도부터 수료식 후 격려외박 시 자제분이 직접 들고 가는 것으로 변경되었으니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입영장병의 수거된 개인사복은 세탁 후 개별포장하여 제습기가 있는 별도의 장소에 보관 됩니다.)
한 주일치 속옷과 양말 및 입고 간 옷은 7월 5일 아들이 나올 때 같이 온다는 얘기다.
아들 군대보내고 실감 안나던 엄마들은 되돌아온 아들 옷을 받고 펑펑 운다던데...이젠 그런 풍경은 볼 수 없는거구나.ㅋㅋ
<공군 기본군사훈련단>사이트에도 들어가보니, 훈련 3주차가 돼야 사진도 올라오고 인터넷 편지도 전달된다.
훈련병에게 하루 한통의 편지만 전달되는데 부모님 편지를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같은 날짜에 둘 셋이 써도 부모님 편지 하나만 전달된다니 가족간에도 조정해서 써야겠다.
이제 아들에게 매일밤 연애편지를 써야겠다. ^^
군대 보내기 전 도서관 프로그램에서 '우리 아들'이란 제목으로 시를 썼는데,
코팅해서 도서관 세미나실 벽에 붙여둔 것을 25일날 기어이 찾아와 아들에게 보여주었다.^^
아들은 훈련 끝나고, 집 가까운 곳으로 배치받기를 원하지만
"대학은 부모 품에서 다니니까 군대는 멀리 가라~ 엄마도 면회 좀 가보자"고 했다.
훈련 기간중 성적이 좋으면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보내준다는데.... 가까이 오고 싶으면 시험을 잘 치면 되겠군!^^
지난 주말 처음으로 온가족이 모여 MBC일밤 진짜 사나이를 보는데 씽크로율 200%였다.
그렇지만 막상 입영식을 마치고 보니
우리아들 혼자만 가는 것도 아니고, 쭉쭉빵빵 키도 크고 훤칠하게 잘생긴 아들들을 실컷 보고 왔더니 안심이 된다.
'국방부 시계도 쉬지 않고 돈다' 했으니 24개월도 금세 지나가겠지만 우선은
"아들아, 건강하게 훈련 마치고 7월 5일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