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해설가는 숲을 통역하는 자다. 나무와 풀들의 치열한 삶의 이야기를, 바람이 전하는 숲의 풍경을, 숲 속에 공명하는 새들의 언어를, 그리고 이것을 사람들의 인생과 함께 교감하는 느낌을 읽고 통역하고자 하는 것이 숲 해설(forest interpreting)이자 숲해설가의 임무다.
-유영초 <숲에서 길을 묻다>에서 인용-
지난 3월 19일부터 3개월 일정으로 숲해설가 교육을 받는다. 전에 소나무집님이 완도에서 숲해설 교육을 받으며 페이퍼를 올려서 부러웠는데, 나에게도 좋은 기회가 와서 잽싸게 낚았다. 광주여성새로일하기 지원본부에서 예산지원을 받아, 신청자 60여명 중에 면접을 거쳐 수강생 32명을 선발했다. 경쟁률 2:1이었지만 다행히 나도 한 자리 끼어 거금 98만원의 강좌를 무료로 수강하게 되었다. 산림청이 인증한 사단법인 숲해설가협회에서 교육과정을 위탁받아 진행하는데 우린 광주 전남협회 12기 숲해설가 초급교육생이 되었고, 심화과정 30만원을 자비 부담으로 마치면 숲해설가 자격증을 받게 된다.
월화수목금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빡센 일정인데, 현장에 나가는 날은 이틀치를 몰아 오후 5시까지 하기도 한다. 그 덕에 하루는 쉴 수 있으니까 그것도 괜찮다. 우리집에서 교육장까지 버스로 40분 정도 걸려서, 늦어도 아침 8시 15분이면 집을 나서야 한다. 아침이면 남편 점심 도시락 싸서 출근시키고, 나보다 늦게 나가는 아들녀석을 위해선 아침마다 김밥을 말았다. 2주째... 엊그제 목욜에는 오전에 이론 공부를 하고 각자 싸온 점심을 둘러앉아 먹었는데, 다들 다양한 점심밥을 싸와서 서로 맛보며 소풍날처럼 즐거웠다. 나는 언니들 김밥까지 3인분을 싸갔는데, 뚜껑을 여는 순간 환호성을 지르며 젓가락이 몰려들어 '잠간!' 제지하고 사진을 찍자 게눈 감추듯 사라졌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전설.^^
숲해설 공부를 하면서 내가 읽은 책 덕분에 교수님 강의를 제대로 알아 들으면 '역시 책 속에 길이 있어' 내심 뿌듯했다. 목본의 이해, 산림환경 개론, 숲해설 개론, 초본 식물, 숲 생태계의 이해 등에서 물관, 체관, 광합성, 증산작용, 변재, 심재, 춘재, 추재 등 학창시절 생물시간이 떠오르는 것도 많았고, 특히 그림책으로 본 것은 내 머리 속에서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그림으로 쉽게 이해가 됐다.
우리가 참나무라 말하지만 실제로 '참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는 없고 굴참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가 있다는 것도 책에서 배웠고... 원래 촌에서 자라고 결혼 전 꽃꽂이도 5~6년을 배워서 나무나 풀꽃 이름을 제법 알지만, 심심하면 나무도감이나 식물도감을 들여다 본 덕을 톡톡히 맛본다.^^



그리고 진짜 진짜 가슴 가득 차오르는 기쁨을 느꼈던 건 이런 책을 봤다는 자부심 때문이기도 했다. 숲이나 환경과 관련된 어려운 책을 읽은 사람은 많겠지만, 그림책을 많이 본 사람은 없지 않을까.... 어쨋든 나의 얄팍한 숲과 환경 지식은 그림책 덕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으니까. ^^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자연(숲) 해설의 목적은 자원을 관리하고 보존(호)해서,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함이라는 말에 공감이 됐다.
해설을 통해서 이해하고
이해를 통해서 감상하고
감상을 통해서 보호한다.
자연은 사람의 것이 아님에도 유일하게 자연을 해치는 것은 인간 뿐이라는 말씀은, 욕심을 버리고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함을 깨닫는 시간이다.
가장 신선했던 건, 느낌표에서 '너구리 박사님'으로 불렸던 박병권 선생님의 말씀이다.
숲해설을 할 때, 나무 이름 풀꽃 이름 하나 더 알려주는 것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우리 문화를 숲해설로 끌여들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어떤 지식과 정보를 절대불변의 진리로 흡수하지 말고, 한번쯤 과연 '참'일까 생각해보자는 것. 예를 들면
흥부전 이야기는 과연 생태학적으로 맞는 말인가?
1. 부러진 제비 다리는 다시 붙을 수 있나?
2. 새끼 제비를 흥부가 둥지로 올려놨다고 살 수 있는가?
3. 제비가 남쪽 나라에서 박씨를 물고 온다고?
4. 과연 제비가 작년에 왔던 집을 찾아 올 수 있는가?
발상의 전환은 접힌 부분에~~ ^^
접힌 부분 펼치기 ▼
1. 조류 다리는 한번 부러지면 절대 아물어 붙지 않는다.
2. 부러진 다리로 형제들을 밀쳐내고 어미가 물어온 먹이를 먼저 먹을 수는 없다.
3. 제비는 평생 집 짓는 재료를 물어오거나 먹이를 물었을 때만 둥지에 앉는다.
먹이도 날아다니는 곤충만 먹지 식물의 씨앗은 물지(먹지) 않는다.
남쪽나라(멀리 중남미 콜럼비아까지 간다)에서 돌아 오려면 200번 이상 쉬기 때문에 박씨의 운송은 불가능하다.
4. 경희대에서 6천 마리의 제비 다리에 표식을 붙여 확인했는데 어미는 4.5%가 찾아왔고, 새끼는 0.8~1%만 찾아왔다.
더구나 죽을 정도로 생존위협을 느낀 각인효과 때문에 그곳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펼친 부분 접기 ▲
흥부전 이야기 외에도 심청전이나 산토끼나 다람쥐 동요를 예를 들었는데, 정말 기막힌 발상이었다. 쉬는 시간에 선생님께 가서 혹시 그런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는가 여쭈었더니
자신의 저서 <자연, 뒤집어 보는 재미>에 다 나온다고 해서 바로 장바구니에 담았다.
룰루랄라 야호~ 이 책 너무 재밌을 거 같다. 월욜이면 받을 수 있으려나~~~
MBC ‘느낌표’ 너구리박사의 눈으로 본 자연, 생태와 인간 그리고 문화
자신들이 만든 법칙‘먹이사슬’의 유일한 이탈자 인간, 그들의 일그러진 편견과 오해
그리고 욕심을 적어낸 자연에 대한 아름다운 반성문 (알라딘에서)
흥부전이나 심청전 등 옛이야기나 노래 가사, 시 구절들이 생태학적으로는 옳은 이야기가 아니라 해도,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우리 문화이기 때문에 버릴 수 없다. 남의 이야기를 하지 말고 우리 이야기, 내 기억 속의 이야기들을 새롭게 해석하라. 박병권 선생님은 전통 문화나 옛이야기 등은 주인이 없어 저작권에 위배될 일도 없으니 누구나 써도 된다며, 문화를 활용한 숲해설을 강추했다. 숲해설을 한다며 오히려 '숲해칠가'가 되지 않도록 경계하라고 당부하기도...
유아 추천도서 4월이야기 '북극곰을 지켜주세요'에 추천된 책도 관심이 간다.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120330_li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