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벤트가 있다는 걸, 전에 하늘바람님이 올린 일러스트 페이퍼로 알았지만 우리도 해당된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다. 그런데 오늘밤 메일을 열었더니 18일에 일러스트 경연대회 안내메일이 와서, 참가해볼까 생각했는데 아뿔사 마감이 19일 바로 오늘이다. 부랴부랴 컨셉을 잡고 삼남매의 작품을 찾아 찍었다.
이름하여, '삼남매와 함께 성장한 일러스트'
우리집에 있는 그리기 연습 책이다. 학창시절 음악보다는 그림에 쬐금 더 소질이 있었던 나는, 고2때 그린 정물 담채화를 보고 마구 칭찬해주셨던 미술선생님의 추천으로 경기도학생미술대전에 작품을 냈었다. 상을 기대할 정도는 아니어서 역시나 미역국을 먹었지만 나름 뿌듯한 추억으로 남았다. 그 작품은 실크에 그린 염색이라 빛바래고 낡은채 옥상방에 방치했더니 아이들이 놀면서 신나게 찢어버렸다. 사진으로 남기지도 않아서 오로지 내 기억속에만 존재하는 그림이라 인증샷은 못하고, 정물담채화는 판넬로 남아 있어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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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니 썩 잘 그린 그림도 아니지만, 32년 전 그림이니까 그냥 보관만 해도 골동품이 되지 않을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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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얄팍한 실력이지만 우리 애들 그림 기초는 엄마가 잡아줬다. 큰딸 어려선 이웃집 딸들과 방학특강도 했었다.^^ 둘째와 셋째는 어깨너머로 배웠고, 언니가 끼적거리면 저희들도 같이 앉아 그렸다. 신문에 끼어오는 광고지 뒷면에 캐릭터를 그리거나 졸라맨을 그리며 연필 잡은 손에 힘이 생겼고, 유치원때 그림일기나 독후화 그리기로 일취월장 했다. 초등학교 겨울방학엔 크로키와 연필데생을 엄마의 코치를 받으며 배웠다. 엄마가 학교도서실에서 몽땅 빌려온 김충원 선생님의 그림책은 삼남매에겐 전설이 되었고, 우리 삼남매의 그림 솜씨는 김충원 선생님이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늦었지만 감사의 절을 넙죽 올린다.^^
이 책에서 보고 배운 서툰 솜씨가, 장족의 발전하는 과정을 증명하는 그림들이다.
고딩 아들이 초등 2학년때 그린 것들~ 가족을 그리는데 칸이 부족해 막내를 못 그렸다는 얘기.^^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화가라서 아침마다 10분 정도 그리기를 했는데, 이때 실력이 향상된 듯...
3학년 겨울방학 때~ 데생을 처음 했는데 너무 잘해서 고슴도치 엄마를 놀라게 했던 처녀작.^^
4학년 겨울방학에 다시 도전~ 데생을 하다가 나중엔 명화 따라 그리기를 했는데, 하루에도 몇 개씩 그렸다. 아주 흥미롭고 좋아했던 듯... 뭉크, 피카소, 고야, 마드리드, 밀레, 김홍도 등을 흉내냈다.^^
6학년 땐 만화에 필이 꽂혀 이원복 선생님이나 박광수 만화 패러디에 열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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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녀석은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 딱 한 달 미술학원을 다녔다. 선생님이 솜씨가 좋다고 계속하면 좋겠다고 권면했지만, 자기는 그림을 전공하고 싶지 않다며 과감히 그만 뒀다. 엄마 생각엔 그리기 솜씨도 있고, 제법 창의성이 뛰어난 것 같아 예술활동이나 창조적인 일이 맞을 것 같은데 씨도 안 먹힌다. 그래도 엄마의 권면에 따르느라 중학교에선 계발활동으로 만화부에 들어갔다. 한 학기 수업이 며칠 안되지만 선생님의 지도하에 건진 찬란한 작품, 공포의 외인구단 까치와 마동탁~ 이건 정말 볼수록 잘 그렸다. 학교 축제에 전시되고 학교 신문에도 실렸던 불후의 명작.^^
고등학교 1학년 때 작품~ 게임 그림을 보고 연필로 그린 후 볼펜으로 그리기, 반에서 1등 먹은 작품이라고... 목탄으로 그린 짝꿍녀석.
중딩 막내 민경이의 그리기 활동~ 언니 오빠 어깨 넘어로 배워 초등 2학년 겨울방학의 연필데생 처녀작. 엄마의 커피잔을 그린 처녀작이라고 멘트도 남겼다.^^
막내는 그리는 걸 좋아해서 6학년 때 미술학원에서 1년 정도 배웠다. 중학교 미술선생님이 한달 동안 크로키만 그리게 했단다. 그것도 번호대로 모델을 서니까 남학생만 그리다 말았다면서, 선생님이 열정은 있는데 교수법이 엉망이었다고 엄청 비판했다.ㅜㅜ 그래도 그 덕에 솜씨가 늘은 것 아닐까? 꾸준한 연습만큼 좋은 건 없으니까.^^
그리기 솜씨가 일취월장했음을 증명하는 작품들~
고슴도치 엄마 눈엔 '앤디 워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솜씨로 보인다.ㅋㅋㅋ
엄마가 여고때 그린 것보다 중딩 솜씨가 훨씬 뛰어난 것 같으니 일단 그리기 교육은 성공한 듯.^^
우리 삼남매의 미술 작품을 도배하려면 이밤을 새워도 다 못한다. 어려서 끼적거렸던 낙서부터 유치원 때 그림일기와 독후화, 스케치북만 해도 보물상자에 가득이다. 내가 원체 뭘 못 버리고 쌓아두는 성격이라 아이들 작품이나 일기장, 공책, 끼적거린 시 나부랑이들이 산더미처럼 많다. 훗날 우리집을 마을도서관과 삼남매의 기념관으로 만드는 게 나의 숙원사업이라, 그때 전시할려고 하나도 안 버리고 모아두기 때문이다. 일부는 책장에 일부는 상자에 넣어뒀지만 책상 아래 먼지 속에 처박힌 녀석들을 오랜만에 끌어내서 찍었다.
동생들의 그리기 솜씨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역시 큰딸이다.
옛말에 '형만한 아우 없다'고 우리집에서도 증명된 말씀이다. 큰딸은 초등 1학년 9월부터 6개월 6명의 친구들과 미술 그룹지도를 받았고,
심심하면 그리는 분위기를 조성해 동생들이 자연스레 따라 하니까
그리는 실력이 향상됐다. 이번 겨울방학에 이 책을 탐내서 사줬더니 다이어리나 일기에 멋진 볼펜 그림으로 꾸몄다.
이제는 지도자의 자질을 갖추느라 초딩들이 하는 모든 미술활동을 실습중이다.
엄마는 거의 20년 만에 색연필 그림을 그린 것 같다.
포토리뷰에도 올렸지만 제법 비슷하게 그린 듯... ^^
위 사진처럼 책에 나온 그림을 보고 그렸는데 비슷하지 않나요?
김충원 선생님은 '스케치 쉽게 하기'에서 그림을 잘 그리려면,
1. 용기를 내어 시작한다.
2. 잘 볼 수 있어야 한다.
3. 마음을 비운다.
4. 여러 가지 기법을 시도해 본다.
5.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재미있게 그림을 그리는 세 가지 방법은
1. 비교를 하지 않는다.
2. 아주 쉬운 대상부터 시작한다.
3. 습관이 중요하다.
고 말씀하신다. 우리 삼남매의 그리기 공부는 김충원 선생님 조언대로 잘 해나간 듯하다. 엄마도 아이들만큼 그릴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해야 겠다. 사실 나는 유화도 배우고 동양화도 배우고 싶은데, 아직은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벗어나지 못해 시도하지 못한다. 짧게는 3~4년 후면 우리 큰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놀고 먹으며, 그림도 그리고 우아한 취미생활을 즐겨도 되지 않을까~ ^^
그럴려면 스케치는 기본이니까 틈나는대로 연습을 해야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