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벤트가 있다는 걸, 전에 하늘바람님이 올린 일러스트 페이퍼로 알았지만 우리도 해당된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다. 그런데 오늘밤 메일을 열었더니 18일에 일러스트 경연대회 안내메일이 와서, 참가해볼까 생각했는데 아뿔사 마감이 19일 바로 오늘이다. 부랴부랴 컨셉을 잡고 삼남매의 작품을 찾아 찍었다. 

이름하여, '삼남매와 함께 성장한 일러스트'
 

우리집에 있는 그리기 연습 책이다. 학창시절 음악보다는 그림에 쬐금 더 소질이 있었던 나는, 고2때 그린 정물 담채화를 보고 마구 칭찬해주셨던 미술선생님의 추천으로 경기도학생미술대전에 작품을 냈었다. 상을 기대할 정도는 아니어서 역시나 미역국을 먹었지만 나름 뿌듯한 추억으로 남았다. 그 작품은 실크에 그린 염색이라 빛바래고 낡은채 옥상방에 방치했더니 아이들이 놀면서 신나게 찢어버렸다. 사진으로 남기지도 않아서 오로지 내 기억속에만 존재하는 그림이라 인증샷은 못하고, 정물담채화는 판넬로 남아 있어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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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얄팍한 실력이지만 우리 애들 그림 기초는 엄마가 잡아줬다. 큰딸 어려선 이웃집 딸들과 방학특강도 했었다.^^ 둘째와 셋째는 어깨너머로 배웠고, 언니가 끼적거리면 저희들도 같이 앉아 그렸다. 신문에 끼어오는 광고지 뒷면에 캐릭터를 그리거나 졸라맨을 그리며 연필 잡은 손에 힘이 생겼고, 유치원때 그림일기나 독후화 그리기로 일취월장 했다. 초등학교 겨울방학엔 크로키와 연필데생을 엄마의 코치를 받으며 배웠다.  엄마가 학교도서실에서 몽땅 빌려온 김충원 선생님의 그림책은 삼남매에겐 전설이 되었고, 우리 삼남매의 그림 솜씨는 김충원 선생님이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늦었지만 감사의 절을 넙죽 올린다.^^  

   

  

 


 

 

 

  

 이 책에서 보고 배운 서툰 솜씨가, 장족의 발전하는 과정을 증명하는 그림들이다. 
고딩 아들이 초등 2학년때 그린 것들~ 가족을 그리는데 칸이 부족해 막내를 못 그렸다는 얘기.^^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화가라서 아침마다 10분 정도 그리기를 했는데, 이때 실력이 향상된 듯... 






3학년 겨울방학 때~ 데생을 처음 했는데 너무 잘해서 고슴도치 엄마를 놀라게 했던 처녀작.^^ 






4학년 겨울방학에 다시 도전~ 데생을 하다가 나중엔 명화 따라 그리기를 했는데, 하루에도 몇 개씩 그렸다. 아주 흥미롭고 좋아했던 듯... 뭉크, 피카소, 고야, 마드리드, 밀레, 김홍도 등을 흉내냈다.^^





6학년 땐 만화에 필이 꽂혀 이원복 선생님이나 박광수 만화 패러디에 열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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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녀석은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 딱 한 달 미술학원을 다녔다. 선생님이 솜씨가 좋다고 계속하면 좋겠다고 권면했지만, 자기는 그림을 전공하고 싶지 않다며 과감히 그만 뒀다. 엄마 생각엔 그리기 솜씨도 있고, 제법 창의성이 뛰어난 것 같아 예술활동이나 창조적인 일이 맞을 것 같은데 씨도 안 먹힌다. 그래도 엄마의 권면에 따르느라 중학교에선 계발활동으로 만화부에 들어갔다. 한 학기 수업이 며칠 안되지만 선생님의 지도하에 건진 찬란한 작품, 공포의 외인구단 까치와 마동탁~ 이건 정말 볼수록 잘 그렸다. 학교 축제에 전시되고 학교 신문에도 실렸던 불후의 명작.^^ 




고등학교 1학년 때 작품~ 게임 그림을 보고 연필로 그린 후 볼펜으로 그리기, 반에서 1등 먹은 작품이라고... 목탄으로 그린 짝꿍녀석. 













중딩 막내 민경이의 그리기 활동~  언니 오빠 어깨 넘어로 배워 초등 2학년 겨울방학의 연필데생 처녀작. 엄마의 커피잔을 그린 처녀작이라고 멘트도 남겼다.^^




 
막내는 그리는 걸 좋아해서 6학년 때 미술학원에서 1년 정도 배웠다. 중학교 미술선생님이 한달 동안 크로키만 그리게 했단다. 그것도 번호대로 모델을 서니까 남학생만 그리다 말았다면서, 선생님이 열정은 있는데 교수법이 엉망이었다고 엄청 비판했다.ㅜㅜ 그래도 그 덕에 솜씨가 늘은 것 아닐까? 꾸준한 연습만큼 좋은 건 없으니까.^^







그리기 솜씨가 일취월장했음을 증명하는 작품들~ 



 

고슴도치 엄마 눈엔 '앤디 워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솜씨로 보인다.ㅋㅋㅋ








엄마가 여고때 그린 것보다 중딩 솜씨가 훨씬 뛰어난 것 같으니 일단 그리기 교육은 성공한 듯.^^




우리 삼남매의 미술 작품을 도배하려면 이밤을 새워도 다 못한다. 어려서 끼적거렸던 낙서부터 유치원 때 그림일기와 독후화, 스케치북만 해도 보물상자에 가득이다. 내가 원체 뭘 못 버리고 쌓아두는 성격이라 아이들 작품이나 일기장, 공책, 끼적거린 시 나부랑이들이 산더미처럼 많다. 훗날 우리집을 마을도서관과 삼남매의 기념관으로 만드는 게 나의 숙원사업이라, 그때 전시할려고 하나도 안 버리고 모아두기 때문이다. 일부는 책장에 일부는 상자에 넣어뒀지만 책상 아래 먼지 속에 처박힌 녀석들을 오랜만에 끌어내서 찍었다. 



 

동생들의 그리기 솜씨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역시 큰딸이다.
옛말에 '형만한 아우 없다'고 우리집에서도 증명된 말씀이다. 큰딸은 초등 1학년 9월부터 6개월 6명의 친구들과 미술 그룹지도를 받았고, 
심심하면 그리는 분위기를 조성해 동생들이 자연스레 따라 하니까 
그리는 실력이 향상됐다. 이번 겨울방학에 이 책을 탐내서 사줬더니 다이어리나 일기에 멋진 볼펜 그림으로 꾸몄다. 

 


이제는 지도자의 자질을 갖추느라 초딩들이 하는 모든 미술활동을 실습중이다.






엄마는 거의 20년 만에 색연필 그림을 그린 것 같다. 

포토리뷰에도 올렸지만 제법 비슷하게 그린 듯... ^^ 

 


 


위 사진처럼 책에 나온 그림을 보고 그렸는데 비슷하지 않나요?



김충원 선생님은 '스케치 쉽게 하기'에서 그림을 잘 그리려면,

1. 용기를 내어 시작한다.
2. 잘 볼 수 있어야 한다.
3. 마음을 비운다.
4. 여러 가지 기법을 시도해 본다.
5.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재미있게 그림을 그리는 세 가지 방법은 

1. 비교를 하지 않는다.
2. 아주 쉬운 대상부터 시작한다.
3. 습관이 중요하다.
 

고 말씀하신다. 우리 삼남매의 그리기 공부는 김충원 선생님 조언대로 잘 해나간 듯하다. 엄마도 아이들만큼 그릴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해야 겠다. 사실 나는 유화도 배우고 동양화도 배우고 싶은데, 아직은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벗어나지 못해 시도하지 못한다. 짧게는 3~4년 후면 우리 큰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놀고 먹으며, 그림도 그리고 우아한 취미생활을 즐겨도 되지 않을까~ ^^
그럴려면 스케치는 기본이니까 틈나는대로 연습을 해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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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2-20 0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이 너무 뚱뚱하셔서 자리가 부족했나봐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짝꿍은 쌍꺼플이 진한 친구였나봐요~.
맞아 죽어도 이말은 해야할듯~ㅎㅎ솔직히 말씀드려서 민경이의 솜씨가 언니의 중등적 솜씨보다 월등~.(죄송~.ㅠㅠ)
언니의 집을 마을도서관과 삼남매의 기념관으로 만드는 숙원사업이 성취되길 바랄꼐요~.
그런데 왜 큰딸 벌어다주는 돈으로 놀고 먹으시려는 심뽀를????언디답지 않게스리????ㅎㅎㅎㅎ
아뭏든 이 페이퍼 추천 일만개입니다!!!!!와우~.

순오기 2010-02-21 00:01   좋아요 0 | URL
하하하~ 사실은 누나 옆에 막내를 그릴 정도의 자리가 남았는데, 녀석이 더 그리기 싫어서 그런 멘트를 남긴 거 같아요.ㅋㅋ
나비님 맞아 죽을 각오를 할 필요는 없어요, 막내가 더 잘 그린 건 사실이니까요~ 게다가 모든 엄마는 자식이 뭘 잘한다면 그저 좋아하잖아요.^^
숙원사업을 이룰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밥벌이도 지겹다고 놀고 먹으려는 심뽀라서...ㅋㅋ

소나무집 2010-02-20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삼남매도 님도 그림 솜씨가 만만치 않아요.
그림 그리기 관련 책은 한번도 사본 적이 없는데 저렇게 많군요.
저런 책들 사고는 싶은데 사놓으면 우리 딸 또 얼마나 들여다보고 있을지...
요즘 그림 못 그리는 사람 하나도 없는 이유는 뭘까요?
이런 이벤트 있는 줄 알았으면 저도 참여해볼 걸데 그랬어요.
쌓여 있는 그림 무한 많은데 어제까지였네요.

순오기 2010-02-21 00:03   좋아요 0 | URL
그리기 책은 여기 올린 것 외에도 많이 있을 거에요.
애들은 그림 잘 그리면 여러가지로 덕 보잖아요. 모둠으로 자료 만들때도 인기 짱이고...따님한테 사주셔요, 밥값도 엄청나게 했잖아요.ㅋㅋ

후애(厚愛) 2010-02-20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집니다.^^ 전 그림 잘 그리는 사람들이 부럽고 셈이 납니다.
워낙에 그림을 못 그리는 저라서...ㅎㅎ

순오기 2010-02-21 00:03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연습하면 잘 할 수 있어요~ 아자아자!!

hnine 2010-02-20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순오기님보다 삼남매에게 더 관심이 커져 가고 있어요...(속닥속닥)

순오기 2010-02-21 00:05   좋아요 0 | URL
그런데 삼남매가 블로그만 개설해놓고 방치하고 있답니다.
엄마가 잔소리해도 안 먹히네요.
거창하게 엄마의 실체를 알리겠다고 불끈하더니만...꾸준히 글 올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으니 됐나?ㅋㅋ

BRINY 2010-02-20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러스트책을 이것저것 사야할 거 같은 마음이 들게 하시는군요.

순오기 2010-02-21 00:05   좋아요 0 | URL
하하~ 제가 지름신 강림을 유혹했나요?^^

잎싹 2010-02-20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순오기님 다우세요ㅎㅎ
저도 일러스트 경연대회 잠깐봤는데,살짝 잊어버렸어요.
울 큰아이가 일러스트를 좀 하는데말이죵...ㅋㅋ

지금 외출해야해서 꼼꼼하게 보진 못하겠네요.
멋진 그림은 잘 구경하고 가요.~~

순오기 2010-02-21 00:07   좋아요 0 | URL
저도 메일을 안 받았으면 참여할 생각도 못했을 거에요.
메일을 좀 일찍 받았으면 충분히 준비해서 참여하면 좋았는데...
알라딘이 일하는걸 보면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많아요.ㅜㅜ

루체오페르 2010-02-20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아...정말 감탄하며 봤습니다.
멋진 재능들을 가지고 있네요. 나중에라도 취미로 즐겨도 참 즐거울듯 합니다.

순오기 2010-02-21 00:07   좋아요 0 | URL
솜씨는 갈고 닦으면 향상되는 것 확실해요.
저도 우아하고 고상한 취미를 즐겨볼까요.ㅋㅋ

2010-02-20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1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0-02-20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재능이 출중하네요~ 그림 못 그려서 매번 미술선생님께 혼났던 저로서는..
느무느무 부러울 뿐입니다^^

순오기 2010-02-21 00:08   좋아요 0 | URL
하하~ 미술선생님께 혼나셨군요. 나는 쬐금 이쁨 받았는데...^^
이제라도 연습하면 되지요~ 아이들과 함께 하면 더 좋고요.

blanca 2010-02-20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너무 감동 흑흑. 아....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요? 이 페이퍼만으로 순오기님이 삼남매에게 어떤 엄마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림 그리는 재능까지 고루 나누어 가진 엄마와 아이들이 너무 부럽네요. 그리고 까치 그림은 완전 예술입니다.

순오기 2010-02-21 00:11   좋아요 0 | URL
그림도 잘 그리면 좋으니까 연습하면 향상되지요.^^
하하~ 까치는 고슴도치 엄마가 명명한 불후의 명작이랍니다.

뽀송이 2010-02-20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실력도 멋지지만 순오기님의 정성이 더욱 멋집니다.^^
아이들이 어쩜 이리도 그림 실력이 좋은가요? 엄마를 닮아서 인가요?
순오기님이 아이들 키우시는 것 보면 참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사랑스런 페퍼~ 구경 잘하고 갑니다.^.~
추천이 한번밖에 안되는 게 아쉬워요.^^
저는 아들 녀석 참고서 사러 들어왔어요.^^;;


순오기 2010-02-21 00:12   좋아요 0 | URL
뽀송이님 방가방가~
아드님은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네요~ 우린 다들 뒹굴거리며 놀기만 하는데...
엄마에 대한 찬사가 나오면 우리애들 두 주먹 불끈 쥐고 진실을 알린다고 난리예요.ㅋㅋ

마녀고양이 2010-02-21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너무 잘 그리네요.. 칸이 모자라서 못 그립니다 에서 웃다가 뭉클해졌어요.

순오기 2010-02-21 15:43   좋아요 0 | URL
^^ 사실은 동생 그릴 칸이 남았는데 그리기가 싫었나 봐요.ㅋㅋ

메르헨 2010-02-21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에 멘트까지..정말 ... 웃음이...^^
말 그래도 성장기네요. 저도 도전해 보고 싶은 욕구가 불끈 불끈...^^

순오기 2010-02-21 15:44   좋아요 0 | URL
일러스트와 함께 한 성장기라 할 수 있죠.
너무 많아 골라서 올리는게 일이었다는...^^

꿈꾸는섬 2010-02-21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져요.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는지 보여요.ㅎㅎ
정말 많은 것들 중 골랐겠단 생각이 들어요. 좋은 결과 있을 것 같아요.ㅎㅎ

순오기 2010-02-21 15:52   좋아요 0 | URL
그래 보이나요?
큰딸이 자기가 어려서 그린 그림은 왜 안 넣었냐고 항의(?)해서 추가할까봐요.ㅋㅋ

같은하늘 2010-02-24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솜씨가 만만치 않은걸요.^^ 그나저나 저걸 다 갖고 계시는 오기언니도 대단하십니다. 저도 큰아이 어려서 그린것부터 다 있는데 언제까지 갖고 있을수 있을지...ㅎㅎ

순오기 2010-02-24 22:12   좋아요 0 | URL
이사를 안 가면 버리지 않잖아요. 우리는 이사를 안 가니까 그냥 처박아 두고 있는거고요.^^

gimssim 2010-02-26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스에 강한 우리 순오기님.
축하드려요.
그냥 처박아 두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바로 아이들의 산 역사가 되겠어요.

순오기 2010-02-27 14:07   좋아요 0 | URL
헤헤~ 일러스트 경연대회는 미역국이고요.
블로거뉴스특종으로 5천원 적립금 받았어요.ㅋㅋ
처박아 두는 거 정말 쉬운 일 아니어요, 충분히 게을러야 하니까~ 하하하.
저도 아이들의 역사다 생각하고 보관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