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 5분 거리에 00초등학교가 개교하면서 6년째 방과후학교에 출강한다. 당시 1학년이던 아이는 6학년이 되었고, 다음 해에 들어 온 아이들은 5학년이다. 특별할 것도 없는 수업을 5~6년씩 받은 아이들이 고맙고 미안해서, 이번 겨울방학엔 5.6학년을 위한 역사 논술반을 개설했다. 나도 잘 모르지만 같이 공부하자는 뜻에서 2월까지 18차시에 맞춘 통사로 본 한국사를 다룬다. 역량이 딸리는 나로선 여름부터 나름대로 준비했는데, 이제 3차시 수업했지만 아이들 반응이 좋아서 나혼자 뿌듯해 하는 중.^^
준비 과정에서 교재로 쓸 책을 몇 가지 살펴봤는데 수준이 너무 높거나 낮으면 흥미가 떨어질 것 같아서 많이 고민했다. 내가 살펴 본 교재를 보면 먼저,
키워드 한국사
책 제목 그대로, 각 시대를 이해하는 데 단서가 되는 키워드를 인물, 사건, 생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뽑고, 이를 중심으로 우리 역사를 풀어냈다. 이 책은 정말 좋긴 한데, 통사적으로 훑은 다음에 키워드로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일단 보류.
중학생들이 보면 좋을 책으로 추천한다.
술술 넘어가는 우리 역사, 교사용 교재로 최고다!
하지만 초등고학년에겐 조금 어려울 듯. 게다가 아이들이 이 책을 교재로 읽으면 선생님이 조금 잘난 척을 할 수 없다는 단순한 이유로, 너무나 훌륭한데도 불구하고 교재로 선택하진 않았다.
교사나 부모가 읽으면 우리 역사를 좀 안다고 잴 수 있는 최고의 책이다.^^
솔이와 함께 하는 논술탐구 교실 밖의 한국사, 생각보다 수준이 좀 낮아 독서력이 좋은 고학년보다는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기 전의 3.4학년에게 좋을 듯. 중간 중간 만화를 통해 이해를 돕고, '솔이의 집중탐구', '솔이의 논술탐구' 꼭지로 중요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짚어 주지만, 5.6학년 교재로 택하기엔 좀 약했다.
최종 간택된 교재는 박은봉 선생님의 한국사 편지
역사 연구가 박은봉 선생님이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우리 역사를 '편지' 형식으로 풀어 술술 읽힌다. 술술 넘어가는 우리 역사보다는 한 수 아래지만 고학년에겐 최고의 역사책으로 추천한다. 역사책을 처음 읽는 아이들도 재밌게 읽고 이야기로 풀어내기에 좋다.
살아있는 역사 재미있는 논술 1~6
단원별 이야기로 설명돼 있어 이해도 쉽고 생각해 볼 문제나 토론할 주제를 짚어두었다.
논술의 기초 단계를 설명해 놓은 것도 맘에 들고, 자료로 아주 유용하다.
최근에 나온 통통한국사 ~
과거와 현재가 통하는 통 큰 한국사, '통통 한국사' 시리즈는 큰 줄기를 잡아가는 역사 이야기 시리즈로 전 5권으로 구성되었다는데, 아직 2권 고려역사까지만 출간되었다.
그 외에도 시대에 맞춰 관련 도서를 읽으면 좋을 듯.
고조선의 단군왕검, 고구려의 동명성왕, 백제의 온조, 가야의 김수로, 신라의 박혁거세, 발해의 대조영, 고려의 왕건, 조선의 이성계까지 여덟 나라의 첫 임금을 통해 각 나라와 관련된 역사서도 소개하고, 우리 역사를 배우며 가질 법한 의문점도 살필 수 있다.
'역사는 사람이다!'
Hestory의 주체는 사람이다. 그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글맛에 읽는 재미가 더하는 역사 인물 이야기다. 지도와 사진 자료가 한두 점씩 들어 있을 뿐, 이야기 중심이라 한 편의 동화를 읽는 것처럼 부담없이 볼 수 있다.
열두 명의 명재상 이야기로 역사를 배운다.
최초의 국상 명림답부, 재상이 된 농부 을파소, 신라 중흥의 초석 거칠부, 백제의 마지막 등불 성충, 귀환한 평동장군 김양, 고려 문화의 터전을 닦은 최승로, 배짱과 패기의 독불 재상 김부식, 칼을 든 공작새 최충헌, 홀로 원나라와 싸운 민족의 자존심 이제현, 대나무로 피어난 일편단심 정몽주, 조선의 새 아침을 연 풍운아 정도전, 조선의 용광로 황희, 하늘이 내린 재상 유성룡, 길은 달라도 마음은 하나 최명길, 다시 피는 꽃 채제공, 황혼녘의 마지막 영의정 김홍집까지 시대별로 조명하는 역사 인물이야기다.
역사동화를 많이 쓴 강숙인 선생님이 풀어 쓴 단군 이야기다. 단군신화를 곰과 호랑이 이야기로 인식하는 아이들에게, 홍익인간의 참 뜻을 새겨줄 수 있는 역사동화라 좋다. 단군왕검 한 분으로 끝난 게 아니라, 왕위가 계승되어 오랫동안 이어진 고조선의 역사를 상상해 보는 것도 즐겁다.
삼국사기 대무신왕편에 한 줄 기록된 호동이야기를 읽은 강숙인 작가가 그려낸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사랑이야기. 사랑이냐 조국이냐 기로에 선 두 사람의 선택이 가슴 아프다. 호동보다 호위무사 마루가 더 돋보인 듯...
강숙인 작가의 화랑 사랑으로 그려낸 바도루 이야기, 저자 사인본으로 받아 두고도 여직 손길이 안 가 몇년씩 방치된 책~ 이참에 숙제하듯 읽어야 될 듯.
신라의 마지막 왕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따르는 백성과 더불어 결사항전을 위해 금강산으로 떠나고, 그런 형을 지켜보는 동생 선의 시각으로 풀어낸 이야기.
마의태자에게 아들이 있었다는 가정 하에 마의태자 정신인 신라 재건의 혼과 꿈을 살리는 진정한 '초원의 별'이 되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로, 금나라의 시조인 김극수가 신라 왕족이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마지막 왕자와 초원의 별은 세트로 같이 읽으면 좋을 듯.
강숙인 작가는 신라 역사에 천착하는 작가로, 신라를 배경으로 많은 작품을 썼다. 지귀 설화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도 읽어볼 만하다.
고구려 안장태왕과 백제 처녀의 설화를 바탕으로, 허구의 유물 청동방울을 둘러 싼 서울, 평양, 중국을 무대로 한 서사 환타지 동화로, 2007년 푸른문학상 수상작이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눈병 치료차 초정리에 들렀다는 기록을 바탕으로, 한글을 반포하기 전 실험을 거쳤을 거라는 설정으로 약수터에서 만난 토끼눈 할아버지에게 글을 배운 장운이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우리 민족의 수난을 그린 마사코의 질문은 초등 4학년과 6학년 읽기에 두 편이나 수록되었다.
(개정판은 표지가 더욱 눈에 띄네요)
일제의 만행으로 제암리 교회에 갇힌 채 불타버린 민족의 수난사를 일본인 소년의 눈으로 조명한 작품이다.
제1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 수상작.
고려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 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만들었고, 조선 사람들은 세계 최대의 양을 자랑하는 역사 기록물 『승정원일기』를 남겼다. 그 밖에도 『팔만대장경』『조선왕조실록』『훈민정음』『조선왕실의궤』『동의보감』 등 총 7가지가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선정되어 세계에 우리 기록 문화의 우수성을 알렸다. 『명탐정, 세계 기록 유산을 구하라!』는 명탐정과 나지혜의 모험을 통해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 7가지를 배우는 추리 소설 형식의 어린이 교양서다. (이런 자료는 하나쯤 소장해도 좋을 듯- 출판사 책소개 옮김)
*내가 아는 게 고작 요거 뿐이라, 혹시 5,6학년이 읽으면 도움이 될 책 좀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