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줄 아는 인간 프로작Prozat이다. 내가그의 책에 중독된 것은 그가 생의 낭만을 잘 아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펼친 독자는 나와는 다른 이유로 그를 좋아하는 사람일것이다. 유머, 카리브적 낙천성, 낭만주의적 라틴아메리카인, 유럽을 떠돈 망명가이자 세계시민, 진보적인 역사성과 정치성, 매력적인 이야기꾼, 나선형 이야기 구조, 반복과 회귀, 마술적 리얼리즘 등그의 매력은 무한하다. 이처럼 팬이 많은 작가에 대해 이야기하면할수록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 예고하건대 난 그들의 예상과는 다른 길을 알려 줄 예정이다. 왜냐하면 여행기는 사실의 기록인 동시에 현실의 메타텍스트이기 때문이다.
- P17

풍요와 자상함, 인자함, 지지자로서의 어머니는 피 흘리며죽어 가는 예수를 안은 채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성모 마리아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가보의 작품 속에서 어머니들은 자식과 보이지 않는 탯줄로 연결된 존재로, 자식의 죽음을 당연하게도 예언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이를테면 백 년의 고독』에서 우르술라는 아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죽음을 직감한다. 마콘도에 있던 우르술라는 난로에얹어 둔 우유가 끓지 않자 이상하게 여기며 주전자 뚜껑을 열었는데 구더기가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고 아들의 죽음을 알아채고 남편에게 가서 서글피 하소연한다. 그녀의 마음을 알아주듯 솜씨 좋은의사가 총알을 빼내면서 아들은 죽음을 겨우 면한다.
- P34

나와 할아버지는 여자들이 우글거리는 집에 사는 단둘의 남자였다. 내 삶은 이상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할머니 지배하에 미신적인세계,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는 환상적인 세계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매일 일어났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현실적인사람이었고, 시민전쟁에 참가했으며, 정치적 술수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다. 그는 내가 어른인 것처럼 취급했다. 나는 이렇게 전혀 다른 두 세계에 갈라져 살았다.
- 이브 빌런 외, 다큐멘터리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중

아마도 가보는 환상과 현실의 대결 아래에서 많은 양가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더욱이 어떤 작품보다 자전적인 그의 소설에는 이 대결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백 년의 고독을읽어 보았다면 외할머니 이과란은 우르술라, 외할아버지 리카르도는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모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P39

우르술라는 현실감각을 가지고 세상 물정에 통달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집안의 실질적 가장이었다. 
동물 모양 과자를 팔고 빵 공장을 운영하여 큰돈을 벌고, 건물을 증축하고, 집을 청소하고, 성당 건축을 위해 이마어마한 돈을 내놓기도 하고, 독재자가 되어 아무나 처형하는 것이버릇이 된 아르카디오에게 살인자라고 당당히 비난하고, 열일곱 명의 아우렐리아노를 비롯해 남편의 배다른 자식과 남의 자식을 모두거두어 키우고, 자신의 딸 아마란타에게 억울하게 독살당한 며느리레메디오스의 죽음을 누구보다 슬퍼하고, 똑똑했던 남편이 미치광이가 되어 집안의 밤나무에 묶여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있을 때 그를 염려하고 감싸 준 사람은 바로 우르술라였다. 남편과 아들이 전쟁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연금술과 은세공에 몰입하고 있던 그 긴 시간 동안을 그녀는 온전히 자신의 가족을 위해 온갖 희생을 감내하며 그들의 똥을 치웠다. 독재자 아르카디오의 부인인 산타 소피아 드 라 피에다드가 오죽하면 딸이 고생을 덜하게 하려고딸의 이름을 ‘우르술라‘라고 지어 달라던 남편의 유언을 일언지하에 거부했을까.
- P48

누군가 거칠게 그린 가보의 옆 얼굴 벽화를 보고 나는 아라카타카에 도착했음을 깨달았다. 가르시아 마르케스가의 장남 노벨문학상 수상‘까지는 아니라도 ‘가보의 마을‘이라든가 ‘마콘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정도의 플래카드나 간판은 있을 줄 알았다. 아라카타카로 오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유토피아는 아무에게나 문을열어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 P51

월요일
ㅡ마콘도에 불면증이 찾아와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잠들지 못하고 깨어 있게 된 날

화요일- 피에트로 크레스피가 꼬박꼬박 점심을 먹으러 부엔디아의 집에 온 날.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무장한 청년 스물한 명을 데리고 기습적으로 방위사령부를 점령하고 아르카디오를 마콘도의 사령관으로 임명한 뒤 마콘도를 벗어나 혁명군 부대와합류하기 위해 떠난 날,
마콘도에서 휴전협정이 이루어진 날.

수요일- 마콘도에 철도가 오는 날.
미스터 허버트, 미스터 브라운, 변호사, 기사들, 농경학자들.
수문학자, 지형학자들, 측량사, 그리고 창녀들이 온 날.
- 아르카디오의 사형 집행일.
- 늙은 수녀가 산타 소피아 드 라 피에다드를 찾아와 페르난다.에게 전해 주라며 두 달 전 태어난 메메의 아들 아우렐리아노를 건네준 날.

목요일- 우르술라의 딸 아마란타가 태어난 날.

금요일- 3년 넘게 계속되던 마콘도의 장마가 그치고 10년간의 가뭄이 시작된 날 - P69

- 아마란타가 레메디오스를 독살한 날
바나나 학살 사건이 일어난 날

토요일- 아우렐리아노 세군도가 먹성 좋은 여자와 먹기 대결을 펼친 날,
- 마콘도에 온 외국인들이 무도회를 벌인 날,

일요일-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과 레메디오스가 결혼한 날,
레베카가 부모의 뼈가 든 자루를 들고 마콘도에 나타난 날.
- 자유파와 보수파 사이의 투표일.
- 바나나 농장 노무자들이 휴식을 요구한 날,
- P71

가보의 소설에서 시간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의 시간은, 뒤집는순간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모래 시계로서의 기능만 할 뿐이다.
마콘도는 시간이 포함된 공간이다. 하지만 시간이 뒤죽박죽되어 사실상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과거의 공간이다. 이것은 그의 소설 세계를 관통하는 공통점이다.
시간이 아무런 의미가 없기에 백 년의 고독」에서는 가장 중요한사건인 바나나 학살 사건조차 날짜나 시간이 아닌 요일로 단순하게 제시된다. 요일은 계속 반복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영원회귀라는 주제와 반복의 서사를 강화하는 장치가 된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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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4-15 1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원한 방랑자 마르케스!
치열하게 쓰고(취재 하고)
치열하게 투쟁 하고

그리고
엄청난 바람둥이로 살다 간 ㅎㅎㅎ

페넬로페 2022-04-16 09:39   좋아요 2 | URL
평생 치열하고 파란만장한 마르케스의 삶이 궁금했어요.
영원한 방랑자라는 말이 딱 맞는것 같아요^^

희선 2022-04-16 01: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클래색 클라우드 몇 권밖에 못 봤지만, 지난해에 가르시아 마르케스 편이 나왔군요 가보가 애칭인가 봅니다 소설이랑 함께 보면 괜찮겠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2-04-16 09:41   좋아요 2 | URL
‘백년의 고독‘ 읽고 이 책 읽으니 도움이 많이 되네요. 작품에 대한 설명도 잘 되어 있어 좋아요^^

2022-04-19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19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2-04-20 1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날씨가 참 좋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4-20 21:50   좋아요 1 | URL
네, 정말 날씨가 좋아요.
낮에는 좀 덥더라고요~~
화창한 날에 서니데이님께서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