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세구 : 흙의 장벽 1~2 - 전2권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마리즈 콩데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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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미지의 공간, 작열하는 태양아래 살아 숨 쉬는 생명들이 울부짖는 곳. 내게 아프리카는 그런 이미지로 다가온다. 척박함, 가난, 굶주림, 기아, 질병, 말라리아, 전쟁과 같은 잔혹함이 끊이지 않는 곳. 과거 서양국가로 인해 지역적 특성과 문화에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땅이 그어져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대립하고 충돌하는가 생각하면 눈쌀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안타까운 역사를 뒤집지 못하고 끝내 어둠 속에 남아 있는 것 같아 씁쓸해지기도 한다. '마리즈 콩데'는 흑인 여성과 노예에 대한 소설을 썼다. <세구: 흙의 장벽 1, 2>는 두 권을 합쳐 900쪽에 달하는데 프랑스 현지 출간 시 20만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히트작이다. 현재 아프리카 말리 공화국의 도시인 18세기 세구왕국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로 역시 재미있다. 고전이 좋은 이유는 강산도 변한다는 긴 세월이 흘러도 삶을 꿰뚫는 힘을 가진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리즈 콩데'의 <세구: 흙의 장벽1, 2>는 생각이 많아지는 소설이었고 어쩌면 속단했던 아프리카의 역사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도록 낱낱이 보여주었다.

'세구'는 아프리카 대륙의 높은 흙의 장벽을 둘러싼 막강한 왕국이다. 전성기를 맞이한 세구 왕국 귀족가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트라오레가문의 수장 두지카, 그리고 네 아들 티에코로, 나바, 시가, 말로발리. 이 네 명의 형제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아프리카 대륙이 당시 어떤 정치적 상황에 놓여 있었고 종교적 생활과 의식은 어땠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네 형제의 결말은 지금의 아프리카 대륙을 보듯 끝없이 비참하고 비극적이지만 우리가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진정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것처럼 '마리즈 콩데'의 <세구: 흙의 장벽>은 아프리카 문학을 통해 뒤로 후퇴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자고 힘주어 말하는 경종 같았다.

언제나 과거에는 미래가 있다. 과거를 알지 못하면 현재를 제대로 살 수 없고 미래도 그려낼 수 없다. 이 변치않는 사실은 어느 역사나 마찬가지다. 아주 크게는 세계, 국가가 되겠지만 개개인에게도 해당된다. 결국 글은 독자의 것이다. 같은 글을 읽고도 느끼는 바가 읽은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듯이 우리는 어떤 소설을 읽고 예상치 못하게 자신의 삶에서 무언가를 찾아 내기도 한다. 고민히 깊어지는 글은 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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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2-07-17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몰루는 작가들이 왜 이리 많은지....새 작가들의 작품들이 계속 출간되네요~
 
고딕 이야기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4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 박찬원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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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과 보라 색감의 적절한 조화로 스산한 공포가 느껴지는 표지는 어떤 글이 담겨있을지 얼른 책을 펼치게 만들었다. <고딕 이야기>는 운명에 굴레에 대한 7편의 단편 이야기가 담겨있다. 표지의 흑백사진에서 가늠할 수 있는 중세풍의 배경으로 저주, 희생, 고통, 죽음의 이야기들이 섬뜩하게 그려진다. 저자인 '엘리자베스 개스켈'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로 고딕문학의 고전으로 불리며 문단의 호평을 받았다. 그녀의 글은 인간이라면 겪는 감정들, 불안과 공포, 분노와 증오, 사랑 등의 인간 내면을 다루고 있다. 역시나 시대가 흘러도 사랑받는 저자의 글에는 삶을 통찰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초자연적 현상과 두려움, 공포들이 도사리는 이야기들. 그 속에는 여성들이 있었다. 여성작가라서일까. 또한, '엘리자베스 개스켈'이 활동했던 사회의 가부장적 현실의 영향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내게는 여성작가들의 글이 가끔 항전처럼 다가올 때가 있다. 시대의 아픔에 맞서 싸우는 사람. 펜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글로서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작가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여성작가의 글은 그 시대의 여성이 처한 현실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뜻대로 살지 못한 여성들의 억울함을 잘 녹여낸 것 같다.

 

오랜 만에 읽는 스산한 이야기들이라 책을 읽으며 주변을 얼마나 둘러봤는지 모르겠다. 공기가 서늘해짐을 느끼며 늦은 밤 독서를 마무리하였다. <빈자 클라라 수녀회>를 보며 비극적 운명에 대해 생각해본다. 여성이 겪는 안타까운 현실과 답답함, 그리고 뭉클한 감동까지 감정들이 널뛰기를 하며 완전한 몰입을 만들었다. 잘 짜여진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글을 볼 때마다 단편이 가진 강력한 힘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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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위로 - 글 쓰는 사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곽아람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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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직업은 청소년기 학생들을 만나는 일이다. 자기소개를 할 때면 아이들은 함께 짠 듯이 가장 싫어하는 것에 '공부'를 꼽고는 한다. 여러 명이 '공부'가 싫다고 말하니 이것은 선언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럴때면 나의 유년기를 떠올리며 공부를 좋아한 친구들을 세어보지만 몇 없다는 사실에 직면한다. 맞다. 학창시절의 공부는 주입식이었고 대체로 암기가 중요했기 때문에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입시는 먼 일처럼 보였다.) 나로서는 지루하고 어려운 것이었다. <공부의 위로>의 곽아람 저자는 대학교 교양수업을 통해 공부를 통해 느낀 여러 감정들을 공유한다. 사실 나는 대학생 때도 공부와는 담을 쌓은 편이었다. 이 책에 공감을 하며 읽은 이유는 30대에 이르러 공부의 필요성과 재미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공부는 입시에 유리한 순으로 중요도가 점해졌다. 국영수는 필수였고 미술, 체육관련 입시 준비생이 아니라면 예체능 과목은 상대적으로 터부시되었다. 그래서 관련 과목 선생님들의 지위도 그에 따라 달랐음을 어렴풋이 기억한다. 입시에 필요한 공부만 주구장창 강제로 공부하다 대학에 들어가면 상대적으로 얼마나 자유로운지! 전공과목을 선택했던 기억이 나 역시 또렷이 기억난다. 교양수업은 내게 고등학생 때의 예체능 과목처럼 느껴졌는데 쓸모를 떠나서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정신의학에 관련된 것이었다. 그 수업은 늘 인기가 많아서 전공과목보다 더 빨리 클릭했던 기억이 있다. 덕분에 한 학기 수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여전히 주요 내용들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공부의 희열을 느끼는 건 지금이 더 가깝다.

 

  저자는 그 동안 우리가 터부시했던 공부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할 수 있었던 <공부의 위로>를 통해 지금 현재의 내 자신을 떠올리며 행복함이 퍼져갔다. 수많은 시간 공부를 해왔던 학창시절과 대학시절을 지나서야 평생 공부를 하는 자신이 되기를 소망하는 지금이 조금은 웃기지만 진심으로 평생 공부의 즐거움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알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앎에 낯설음과 설렘을 동시에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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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하여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3
율리 체 지음, 권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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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코로나가 등장한다고?

'코로나가 등장하는 소설이라니. 페스트가 아니라? 내가 잘 읽은 것이 맞나?' 싶어 '코로나'란 단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어떤 글이나 영화는 관련 내용을 전혀 모른 상태로 만나 깊은 몰입을 가져다준다. 내게 <인간에 대하여>는 딱 그랬다. 무심하게 펼쳐 읽게 되었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코로나'에 '에세이인가? 소설 아니었나?' 여러 의문으로 잠시 어안이 벙벙했지만 환경론자인 연인 로베르트를 떠나 농촌 브라켄 마을로 이사한 '도라'에 잔뜩 이입하여 빠져들었다. '도라'는 한번 시작한 프로젝트를 끝내버리는 능력으로 생계를 이어오고 있으며, 그 능력은 일상에서도 적용된다. 그녀의 연인 '로베르트'는 광적이고 타협할 수 없는 사람처럼 환경 의제로 '도라'를 죄어오곤 했다. 이런 상황은 코로나로 인한 봉쇄령, 폐쇄, 거리두기 등이 행해지면서 더욱 강한 통제로 이어졌다. '로라'는 이 현실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고 결국 함께 사는 집에서 탈출하기에 이르렀다.

환경론자인 연인과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듯 갈라진 것은 코로나 이후였으나, 사실 그 이전부터 둘의 관계는 조금씩 삐그덕대고 있었다. 환경론자답게 분리수거를 강조하는 '로베르트'에게 보란 듯 고의로 분리수거물을 섞어 버리는 '도라'를 보며 웃픈 현실을 본다. 어떤 견해나 실천은 100% 옳고 타당할지라도 그것에 강요나 질타가 첨가되면 지시를 받고 따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내적 저항심이 건드려진다. '도라'가 딱 그런 상황이지 않았을까 싶다. 코로나로 인해 생겨난 규제를 강요하기 보다는 그것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이 꼭 있어야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어쨋든 둘은 더 이상 이전의 연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고 '도라'의 시골생활은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계속 나아가고, 그럼에도 살아 있다.

보수공사가 필요한 옛 대농장 관리인의 집을 매매한 '도라'는 브라켄 마을에서 썩 유쾌하지 못한 일들을 겪는다. 예상보다 더 넓은 마당을 온종일 삽으로 파다보니 근육통에 시달린다. 피할 수도 없는 옆집 이웃은 막말을 하는 나치주의자 '고테'가 살고 있다. 지역 주민들 역시 그리 평범하지는 않다. 프라이버시가 지켜지는 대도시와는 달리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가 말을 걸고 '도라'의 집을 안다며 태워다주는 시골 마을의 유기적 관계를 처음부터 익숙하게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브라켄 마을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간다. '도라' 역시 그 속에서 서서히 깨달아간다.



코로나로 고립된 사람들의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인적 자원을 연결하는 직업을 가진 나로서는 그 문제가 더욱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인간은 이러한 고립을 아주 오래전부터 경험해왔다. 코로나로 인한 물리적 고립이 시작되기 훨씬 이전부터 인간은 이데올로기로 편을 가르고 전쟁을 해왔다. 우리나라 역시 그 이데올로기, 패러다임으로 인해 분단국가가 되어야하는 뼈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어디 그 뿐일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종차별 등 숨 쉬는 지금 현재에도 사람을 내몰고 상처주는 일은 반복되고 있다. <인간에 대하여>는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약간은 거리를 두어야할 것 같은 소설 속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난다면 또 다른 이면을 발견하게 된다는 희망을 건넨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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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데이아 을유세계문학전집 118
에우리피데스 지음, 김기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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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이 이렇게 재미있었나?'

이전에도 두 번 정도 희곡을 접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 당시 '희곡'은 내게 낯선 장르였고 기존에 읽던 소설, 시 등과 비교하여 문체가 달라 속도를 내기가 어려워 포기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특히 고전주의 희극은 당대의 역사, 문화, 언어에 무지하다면 읽는 이에게 극강의 혼돈을 선물하기에 섣불리 도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메데이아>는 마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서사가 쉽게 이해되었고 흥미진진하여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아니, 희곡이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거야?'란 생각을 매 순간마다 떠올리며 쉼 없이 종이를 넘겼다. 쉽게 읽힐 수 있었던 이유가 몇 가지 있었다. 친절한 번역, 친절한 계보도, 친절한 각주, 친절한 해설까지 을유문화사의 친절한 배려와 책의 높은 퀄리티에 매우 감격했다. '왜 지금껏 을유세계문학전집을 읽지 않은거야!.' 라며 질타하는 나를 발견했다.

세 편의 이야기 모두 비극적이지만 각각의 작품은 시대를 뛰어넘어 현재를 아우르는 깊은 성찰을 전해준다. 말 그대로 '예나 지금에나'란 말이 절로 나온다. 특히 「메데이아」편을 읽으며 여러 생각에 젖게 되었다. 남편 '이아손'을 위해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힌 '메데이아'는 망명당한 코린토스에서 공주와 바람이 난 남편에게 분노하고 복수를 결심한다. 여성의 지위나 역할을 되새기며 복수의 기회를 노리던 메데이아는 막장 드라마의 악역으로 등장할 법하지만 그녀가 겪어 온 과정을 알기에 극 요소인 코러스의 일원으로서 그녀를 걱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메데이아>를 읽는 내내 뮤지컬을 글자로 관람하는 느낌이 들었다. 상상력이 발동되었고 머릿 속에서는 쉼 없이 배우들이 등장해 극을 꾸며나갔다. 문장에서 노랫소리가 들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애초에 희곡이 연기를 위해 쓰인 문학작품, 즉 각본이라고 할 수 있으니 연극보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내게는 웅장한 뮤지컬 무대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익숙한 신들이 등장해 반가웠다. 상식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몇몇 신들의 등장으로 내적 친밀감이 뭉개뭉개 피어올랐다. 봄이 오는 3월, 좋은 작품을 만나 한 없이 빠져들었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기이한 풍습과 관습 안에 도착해서는 집에서 배우지도 않았지만,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그와 어떻게 해야 가장 잘 지낼지, 예언자가 되어야 한답니다. 우리가 이런 엄청난 수고를 해내고 남편이 결혼의 멍에를 마다하지 않고 함께 살아 주면 우리의 삶은 선망의 대상이죠. 그렇지 않다면 죽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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