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등장하는 소설이라니. 페스트가 아니라? 내가 잘 읽은 것이 맞나?' 싶어 '코로나'란 단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어떤 글이나 영화는 관련 내용을 전혀 모른 상태로 만나 깊은 몰입을 가져다준다. 내게 <인간에 대하여>는 딱 그랬다. 무심하게 펼쳐 읽게 되었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코로나'에 '에세이인가? 소설 아니었나?' 여러 의문으로 잠시 어안이 벙벙했지만 환경론자인 연인 로베르트를 떠나 농촌 브라켄 마을로 이사한 '도라'에 잔뜩 이입하여 빠져들었다. '도라'는 한번 시작한 프로젝트를 끝내버리는 능력으로 생계를 이어오고 있으며, 그 능력은 일상에서도 적용된다. 그녀의 연인 '로베르트'는 광적이고 타협할 수 없는 사람처럼 환경 의제로 '도라'를 죄어오곤 했다. 이런 상황은 코로나로 인한 봉쇄령, 폐쇄, 거리두기 등이 행해지면서 더욱 강한 통제로 이어졌다. '로라'는 이 현실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고 결국 함께 사는 집에서 탈출하기에 이르렀다.
환경론자인 연인과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듯 갈라진 것은 코로나 이후였으나, 사실 그 이전부터 둘의 관계는 조금씩 삐그덕대고 있었다. 환경론자답게 분리수거를 강조하는 '로베르트'에게 보란 듯 고의로 분리수거물을 섞어 버리는 '도라'를 보며 웃픈 현실을 본다. 어떤 견해나 실천은 100% 옳고 타당할지라도 그것에 강요나 질타가 첨가되면 지시를 받고 따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내적 저항심이 건드려진다. '도라'가 딱 그런 상황이지 않았을까 싶다. 코로나로 인해 생겨난 규제를 강요하기 보다는 그것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이 꼭 있어야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어쨋든 둘은 더 이상 이전의 연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고 '도라'의 시골생활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