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자꾸 바보짓을 할까?

나는 왜 자꾸 바보짓을 할까? - '생각의 사각지대'를 벗어나는 10가지 실천 심리학
매들린 L. 반 헤케 지음, 임옥희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3월

'완벽한 인간은 없다' 그렇기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맹점은 있다. 이 사실이 <나는 왜 자꾸 바보짓을 할까?>의 시작점인 될 것 같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맹점은 있으니까 이해하고 넘어가자고 하는 것은 약간의 폭력이 동반되고 우기기를 선보이는 느낌이다. 인간이기에 맹점이 있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인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의미있다고 느껴졌다. 

 총 10가지의 맹점을 설명하는데 '생각하지 않는 맹점', '모르면서 묻지 않는 맹점', '익숙한 것을 깨닫지 못하는 맹점', '내 모습을 볼 수 없는 맹점', '타인의 관점으로 보지 못하는 맹점', '패턴화된 사고의 맹점', '성급한 결론으로 비약하는 맹점', 불분명한 증거에 빠지는 맹점', '필연과 우연을 구분 못하는 맹점',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맹점' 에 대해 사례를 들어주고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해준다. 처음 10가지 맹점을 보며 어떻게 나는 이 모든 맹점을 가지고 있는가에 절망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맹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받았다.(이 글을 쓴 저자 또한, 이런 맹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구체적인 전략 중 몇몇은 당장이라도 해보고 싶을 정도로 어렵지 않고 흥미로웠다. 질문지도나 나만의 학습방법 찾아보기 등은 펜과 종이만 있어도 해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나란 사람은 꼼꼼하지 않고 덤벙거리는데다가 무신경한 감각을 지니고 있어 관찰하는 것에 매우 취약하다. 관찰한 것을 말이나 그림으로 표현하라고해도 눈만 꿈뻑거리기 일수이다. 어느 순간 그냥 본래의 내 성질인가보다 하고 익숙해지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나쁜 행동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의 한 문장이 나를 가격했다. 너무 익숙해진 탓에 노력도 하지 않고 남들이 내 본래 성향을 알아주기만을 바라고 기다렸던 내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노력하기 나름이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나는 왜 자꾸 바보짓을 할까?>에는 다양한 전략이 소개되고 있는데 대체로 자신을 돌아보는 작업이다. 아는 것도 다시 한 번, 익숙한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법 등 일상적인 나의 패턴이 아닌 나의 사고, 패턴을 시간을 내어 제대로 바라보고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알게되며 실천하는 것은 당연할테고 말이다. 

한번씩 한심스런 내 자신을 보는 것이 힘든 사람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추천해주고 싶다.

사진 잘 찍는 법, 정승익의 사진노출 배우기!

좋은 사진을 만드는 정승익의 사진 노출 - 전면개정판 ㅣ 좋은 사진을 만드는 정승익의 사진 시리즈
정승익 지음 / 한빛미디어 / 2017년 1월

  나의 사진 선생님, <정승익의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노출>은 사진 분야 베스트셀러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나 역시 이번 기회를 발판삼아 DSLR을 조금 더 잘 찍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공부하고 공부했다. 최근에 가장 어려움을 많이 느꼈던 부분이 빛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간단하게 ISO 기능과 조절하는 법은 알지만 조리개 사용법이라던지 그 외에 역광 등등 사용법에 너무나도 무지했던지라 이 책이 꽤 도움이 되었따. 특히 기본 개념에 대한 설명이 잘 나와 있어서 어려움없이 읽어보았던 것 같다. 물론 이론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실전은 매우 다르겠지만 접근은 했으니 이제 익숙해질정도로 찍어보는 일만 남았으려나.

  총 3개의 파트로 주제가 구분된다. (Part1. 노출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 Part2. 인물사진 노출 테크닉, 마지막으로 Part3. 풍경사진 노출 테크닉)까지 세분화된 내용들은 각각의 파트 속에 들어가있다. 전체적인 구성은 보기 편하고 피사체의 성격에 따라 구분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풍경 사진을 좋아하는 나에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나 Part3 부분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앞서 기본 개념을 이해하는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노출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들이 아주 상세하고 친절하게 적혀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사진 분야 베스트셀러답게 사진으로 자세한 설명을 대신한다는 것이다. 역시 100번의 설명보다는 1번 보는 것이 더 낫다고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셔터 속도에 대한 공부도 하고 싶었는데 어김없이 셔터의 기능과 종류도 다루고 있어 매우 행복했다. 

  실전촬영과 포인트를 꼭지로 넣어 상세한 설명을 대신하고 있다. 실전촬영을 보며 출사를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엉덩이가 들썩들썩였다. 상세하게 공부를 더 한 뒤, 지속적으로 연습하면 멋진 사진이 나올 것 같아 벌써부터 두근두근거린다. 책의 구성을 더 보여드리고 싶었으나, 이미 많은 이미지가 첨부되었기 때문에, 사진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빌리거나 사서보면 매우 유익할 것이다.

에세이) 우리도 시골생활은 처음입니다.

우리도 시골생활은 처음입니다
바바 미오리 지음, 홍주영 옮김 / 끌레마 / 2017년 3월

  기분좋은 에세이를 추천하고자 한다. 시골생활과 도시생활을 8년간 병행한 수필집으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주제이다.

  전원생활은 많은 사람들의 로망이지 않을까 싶다. 나 또한, 넓은 땅에 대자연과 숨쉬는 자연친화적인 집을 짓고 아이들과 즐겁게 뛰어노는 상상을 많이 하곤한다. 하지만 도시의 편리성과 먹고 살길을 생각하면 앞이 막막해진다. 전원생활의 로망은 뒤로 접어두고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생활에 나를 맞추며 살아간다. 책의 저자인 바바 미오리는 일본인인데 꽤 획기적인 결단을 내린다. 도시생활과 시골생활을 병행하는 것! 도시면 도시, 시골이면 시골, 이분법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나는 그녀의 선택에 흠칫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병행할 정도로 도시와 시골이 가까운가? 아니?! 도쿄에서 사는데도? 책을 읽으면서 의문은 점점 풀려갔다. 도쿄에서 약 1시간반 정도를 차를 타고 달리면 그들이 선택한 땅, 미나미보소가 등장한다. 산 중턱에 있는 작은 집 아래로 일본의 전원 풍경이 완벽하게 펼쳐진 곳, 아름답게 다듬어진 논과 밭과 꽃밭들이 이어진 풍경. 바바 미오리의 가족은 금새 그 집과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8700평의 땅을 계약한다. 그렇게 주말의 시골생활이 시작된다. 

  소망하는 것과 현실에서 소망을 꺼내어보는 것은 기본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시골생활을 선택해서 계약을 하기까지 내가 느끼기엔 많은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특히 책에는 그 과정을 자세히 담아놨는데 진이 빠져서 더 이상 땅을 보러다닐 여력이 없었을 것 같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농가 자격을 따기 위한 과정은 어찌나 그리 어려운지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이었다. 그러나 바바 미오리는 해냈고 남편, 자녀들과 함께하는 또 다른 일상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고 숨쉬고 생명을 알려줄 수 있는 곳에서의 또 다른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8년째 이어지는 도시와 시골에서의 삶을 병행하는 일상. 

  시작은 아이들에게 좀 더 드넓은 자연과 교감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시간이 흘러 미나미보소와 자연에 대한 애정으로 바바 미오리는 숲 환경과 관련된 NPO법인 미나미보소퍼블릭을 세워 열심히 활동 중이다. 책을 읽으며 그녀의 삶을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삶의 방향을 제안해주는 책이었다.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오후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오후
유카와 유타카.고야마 데쓰로 지음, 윤현희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7년 3월

  다독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 저자의 책을 가장 많이 읽었냐고 묻는다면 고민할 필요없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처음 <중국행 슬로보트>를 읽고 푹 빠져버려서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쿨하고 와. 일드한 백일몽> 등의 에세이를 읽었고,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과 <여자없는 남자들>, <이상한 도서관>까지 꽤 많이 받다고 생각했으나, 무라카미 하루키가 출간한 책을 보면 그런 말이 쏙 들어간다. 집에는 읽은 책의 권수보다 많은 책들이 있지만, 그의 단편소설과 에세이가 좋아 장편소설은 책장에서 꺼내보지도 않았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주워들은 이야기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에는 유독 마초적인 느낌 강하다고 하여 편견이 생긴 것이었다.

  한국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꽤 혹은 매우 유명한 작가이고, 어떤 리서치 조사결과로는 대학생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작가라고도 들었다. 나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를 애정하는(그의 에세이가 난 진심 좋다) 사람으로서 동조하는 한편으로는 내가 정녕 그를 잘 알고 좋아하는 건가싶은 의혹을 품기도 한다. 특히나 그의 소설 속 이야기들 속에 자주 등장하는 중국, 양사나이, 고양이 등과 현실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혹은 미지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는 듯한 스토리 전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라 두 눈만 꿈뻑이게 된다. 작품 수도 방대하여 도대체 얼만큼을 읽어야 그를 이해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던 차에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오후>를 발견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오후>를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첫 책이 출간된 시점부터 최근에 출간된 책까지 쭉 훑어준다는 것이었다. 하루키의 소설세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일본의 평론가와 저널리스트가 각각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대화체로 서술된다. 그래서 술술 읽히는 장점이 있다. 혹여나 안 본 책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는데, 그럴 염려도 없었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만약 읽기도 전에 줄거리를 아는 것이 싫은 사람이라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먼저 읽고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오후>를 읽는 것을 추천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매우 애정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에 대한 애정이 느껴짐과 동시에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내 생각의 지평을 더욱 넓혀주는데 큰 공헌을 한 것 같다.

반디소설, 고발 - 북한사회를 들여다보다.

고발 (일반판)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2월

간혹 표지의 이미지와 제목으로 인해 책을 펴보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다. <고발>또한 마찬가지였다. 사회 부조리를 얘기하는 책이나 영화를 보면 마음이 동해져서 우울해지는 내 자신이 힘들어 어느 순간부터는 접촉을 피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나흰의 첫 도서가 <고발>이라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래도 서평단의 시작이니만큼 제대로 읽고 싶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작가들이 사회적 의식을 담은 책을 개인적으로 좋아해왔다. 책의 여러가지 매력 중 하나가 '고발'에 근거한다고 생각해왔다. 시대적 억압과 탄압을 견디고 솟구쳐 등장하는 책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반면, 정치사회적인 측면에서 육체와 정신적으로 끊임없이 억압받고 있는 북한의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기 때문에 글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없다. 이런 글의 매력은 다른 사람들에게 현실을 알리는데도 용이하게 작용하기에 더욱이 필요하지만 북한은 정말 목숨을 걸지 않고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여전히 북한에 살고 있는 작가는 <고발>을 반출시켰으며, 20개국에 출간되어 북한의 실상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목숨을 건 작가에게 답할 수 있는 것은 고작 <고발>을 읽는 것이겠지만,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일 것이다. 총 7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으며, 각 소설의 등장인물들에 감정을 이입해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소름이 끼친다. 대략적인 느낌으로 북한의 체제를 어렴풋이 생각하지만, 이 소설을 읽다보면 곧 구체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물론 소설이지만 현 시대를 반영하여 써내려간 글이기 때문에 쉬이 읽히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글 하나하나가 북한에 살고있는 작가의 피눈물에 뼈로 써내려갔다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재능이 아니라 의분으로, 잉크에 펜으로가 아니라 피눈물에 뼈로 적은 나의 이글
사막처럼 메마르고 초원처럼 거칠어도, 병인처럼 초라하고 석기처럼 미숙해도 독자여! 삼가 읽어다오. 

  독재정치, 누군가에게는 역사책으로만 보고 들었을 것이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일상이다. 아주 오랜 시간 생각이 금지된 그 곳에는 여전히 폭력이 도사리고 있다. 일상에서의 폭력은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 시도때도 없이 가해지는 폭력에 아파하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는 것, 지금의 내가 할 수 있었던 행동은 고작 <고발>을 읽는 것이었다. 모두가 고작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고작이기에 모두가 할 수 있다. <고발>을 읽고 북한사회를 외면하지 않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