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직업은 청소년기 학생들을 만나는 일이다. 자기소개를 할 때면 아이들은 함께 짠 듯이 가장 싫어하는 것에 '공부'를 꼽고는 한다. 여러 명이 '공부'가 싫다고 말하니 이것은 선언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럴때면 나의 유년기를 떠올리며 공부를 좋아한 친구들을 세어보지만 몇 없다는 사실에 직면한다. 맞다. 학창시절의 공부는 주입식이었고 대체로 암기가 중요했기 때문에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입시는 먼 일처럼 보였다.) 나로서는 지루하고 어려운 것이었다. <공부의 위로>의 곽아람 저자는 대학교 교양수업을 통해 공부를 통해 느낀 여러 감정들을 공유한다. 사실 나는 대학생 때도 공부와는 담을 쌓은 편이었다. 이 책에 공감을 하며 읽은 이유는 30대에 이르러 공부의 필요성과 재미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공부는 입시에 유리한 순으로 중요도가 점해졌다. 국영수는 필수였고 미술, 체육관련 입시 준비생이 아니라면 예체능 과목은 상대적으로 터부시되었다. 그래서 관련 과목 선생님들의 지위도 그에 따라 달랐음을 어렴풋이 기억한다. 입시에 필요한 공부만 주구장창 강제로 공부하다 대학에 들어가면 상대적으로 얼마나 자유로운지! 전공과목을 선택했던 기억이 나 역시 또렷이 기억난다. 교양수업은 내게 고등학생 때의 예체능 과목처럼 느껴졌는데 쓸모를 떠나서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정신의학에 관련된 것이었다. 그 수업은 늘 인기가 많아서 전공과목보다 더 빨리 클릭했던 기억이 있다. 덕분에 한 학기 수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여전히 주요 내용들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공부의 희열을 느끼는 건 지금이 더 가깝다.
저자는 그 동안 우리가 터부시했던 공부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할 수 있었던 <공부의 위로>를 통해 지금 현재의 내 자신을 떠올리며 행복함이 퍼져갔다. 수많은 시간 공부를 해왔던 학창시절과 대학시절을 지나서야 평생 공부를 하는 자신이 되기를 소망하는 지금이 조금은 웃기지만 진심으로 평생 공부의 즐거움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알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앎에 낯설음과 설렘을 동시에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