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지나가다 소설, 향
조해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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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향' 시리즈 8 번째 작품으로 만나보는 작품이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연세 드신 지인분이 계신 댁 전화를 받을 때면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을 때가 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익숙지 않게 다고 오는 손님, 저자의 이번 작품 내용을 통해 나의 주변을 살펴보게 되는 것은 이 책을 읽는 이들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엄마의 시한부 선고로 인한 죽음과 그 이후에 남은 자녀들의 이야기, 주인공의 가슴 깊이 다가오는 감정이 내내 마음에 와닿았다.



종교에서 말하는 존재를 인식하는 형태는 우리들 곁에 사라졌지만 정확히 사라진 것은 없다는 생각에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깝게 느껴진다.




동지와 대한, 이어서 우수로 이어지는 계절의 모퉁이에서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별 후에 스스로 적응하려는 모습이 시각적 계절의 변화와 함께 저자만의 글로 묻어 나와 독자들의 감성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 자리에 항상 계실 것 같은 모습의 회상, 잔상의 여운은 엄마의 흔적을 따라 눈길이 머물고 그 안에서 잠시 엄마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그려본다는 것, 내 눈엔 보이지 않지만 내 곁에 항상 계실 것이란 믿음의 마음을 갖고 싶은 것은 직접적인 신체 접촉을 할 수 없는 자들의 작은 소망이 아닐까?





 -  "한 사람의 부재로 쌓여가는 마음이 집이 된다면 그 집의 내부는 너무도 많은 밤과 복잡한 복도와 수많은 계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리라. 수납공간마다 물건들이 가득하고 물건들 사이 거울은 폐허의 땅을 형상화한 것 같은 먼지로 얼룩진 곳, 암담하도록 캄캄한 곳과 폭력적일 만큼 환한 곳이 섞여 있고 창밖의 풍경엔 낮과 밤, 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는 그런 집...." p19~20





긴장을 놓치며 살 수없었던 시간들이  지난 후에 몰려오는 허전함과  그 마음들을 작가는 요란스럽게 그리지 않았던 점이 좋았다.





수긍하면서도 그리움을 떠나보내지 않은 애도의 시간들, 주인공은 혼자가 아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어가면서 저자가 들려주는 겨울은 닥치지만 언젠가는 이 겨울 또한 지나가리란 위안의 말을 건네는 듯한  작품이라 여운이 남는다.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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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그림자 속에서
알비다스 슐레피카스 지음, 서진석 옮김 / 양철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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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전쟁이 끝났지만 살아가는 일상들의 삶은 불안과 공포, 초조의 연속이었다.



동프로이센의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승리한 러시아 군인들과 러시아 민간인들에 의해 한순간에 자신들이 살던 터전에서 쫓겨난 독일 사람들, 그 사람들 대부분은 전장에 차출된 남편을 둔 가정들이 대부분이다.



이 소설을 처음 시작부터 읽기 시작할 때부터 힘들었다.



전쟁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다큐, 이에 관한 많은 것들을 통해 우리들은 전쟁의 참상으로 인해 대부분 힘없고 나약한 민간인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참혹한 지를 알고는 있었지만 이 소설은 또 다른 감정을 마주하며 바라보게 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어린이들, 많게는 10대부터 아주 어린아이들이고 그들이 추위와 배고픔을 공기와 산소처럼 끼고 살던 그 시대의 막막함들이 연일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졸지에 들이닥친 러시아인들로 인해 창고에 살던 에바와 그녀의 자식들의 이야기는 그들과 연관된 많은 이웃들이 서로 위로와 위안을 받고 살지만 삶의 희망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 현실을 제대로 보인다.




먹을 것을 구하러  리투아니아로 가고 오는 과정에서 시련을 겪은 헤인츠, 굶주림은 이미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생존본능의 갈퀴를 부여잡고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먹을 것을 빼앗길까 봐 악으로 버티는 장면은 어찌해야 할지....




언니와 먹을 것을 구하러 기차를 탔던 레나테는 기차에서 언니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가족들의 흔적은 찾을 수없고 독일인이란 사실을 감추기 위해 마리톄란 이름으로 기억해야 하는 상황은 뿔뿔이 흩어진 형제들과의 기약 없는 만남을 뒤로한 채 오로지 자신의 목숨도 부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는 여정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없게 한다.





전쟁으로 인한 상흔의 상처가 어디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식들을 위해 한 명의 자식을 감자와 맞바꾸려는 엄마의 심정은 오죽할 것이며 10살도 안된 레나테가 비극적인 상황자체를 깨닫는 과정은 섬뜩함마저 느끼게 한다.




- "맞아, 우물 속에 들어가 기분이 바로 이런 것일 거야."




그런 가운데 자신들의 정체성을 잊지 않기 위해 암기하듯 외우는 대목은 잊을 수가 없는 장면이다.




- “제 이름은 헬무트 슈카트, 1940년 10월 13일 굼비넨에서 태어났고 부모님 이름은 루돌파스와 에바예요. 형 이름은 헤인츠고 누나들 이름은 브리기테, 레나테 그리고 모니카예요. 전 독일 사람이에요.”

헬무트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엄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엄마, 왜 울어요?”

“너희들 독일 사람이라고 어디 가서 자랑하면 안 돼. 하지만 기억하고 있어야 돼.” -p 101





자신을 거두어 주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런 이유로 발각돼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 사람들이나 어떤 일이 있어도 가족들에게 돌아가 먹을 것을 줘야 한다는 헤인츠의 마음들은 그 나이 대에 보고 느끼고 자랄 시기를 전쟁이 모두 앗아가 버린 현장의 참모습 들이다.




늑대가 시체의 맛을 알아버린 후 공포에 떠는 사람들, 시체를 보고도 그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없는 무감감과  무기력, 전쟁터에서 버려진 차와 총을 가지고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현재 지구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한 장면을 연일 떠오르게 만든다.









누구나 자신이 가진 기억 속에 드러내보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



굶주림과 핍박, 불안, 특히 공허감으로 가득 찬 아이들이 숲 속을 거닐며 탈출과 먹을 것을 찾아 국경을 넘는 그 현장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목소리(늑대의 아이들)를  통해 소설로써 탄생한 이 작품은 단조로운 문장으로 연일 시선을 이끌었다.



책 뒤편에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 늑대 소녀였던 당사자들의 사연을 통해 재구성한 이 작품은 시인이자 소설가인 저자의 글의 힘으로 더욱 묵직함을 전한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사실 읽는 내내 신에 대한 존재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그 비극의 현장들이 연일 따나지 않았다.




만일 영상이었다면 보는 도중 중단했을 것인데 글로 읽으니 더 생생한 날 것의 표현들이 더욱 긴장감을 조성하고 분노가 일었으며 눈물이 앞을 가렸다.




다시는 꺼내고 싶지 않다던 생존자의 말을 생각하니 그 마음이 어떠할지 더욱 와닿았던 작품, 하마터면 역사 속에서 내내 묻혀 존재조차 몰랐을 이야기가  저자의 글로 만나볼 수 있음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가 아닌 누군가의 인생에서 아픈 기억을 되새기는 기억 소설이자 역사 소설이며 우리들 모두의 이야기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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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이르는 병
샤센도 유키 지음, 부윤아 옮김 / 시옷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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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을 읽고 처음에는 청소년 로맨스 작품인 줄 알았다.




일부는 맞긴 하는데  전체적인 내용들을 읽고 난 후에 느낌은 뭐랄까, 정말 이런 일들을 한 소녀가 가능하게 했다고?라는 생각이 일차적으로 들었고 그다음엔 잘못된 일을 바로 잡고자 한 소년의 사랑이 참 안쓰럽기도 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의 관계가 남 주인공인 마야미네가 당하고 있던 학교 폭력, 여기에 가스라이팅, 폭력에 맞서는 방법으로 가해자를 교묘하게 자살로 몰아가는 여주인공 케이의 집요함과 그 저의에 대한 의문을 끝까지 접을 수 없는 내용이 시종 스릴러의 느낌과 로맨스라는 분위기, 여기에 반전의 맛과 뒤 여운을 남기는 결과를 그리고 있다.




케이는 진짜 마야미네를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일들을 저지른 것일까?



자칭 150여 명이 넘는 그 많은 사람들을 자살을 하게 함으로써 '블루모르포'라는 자살게임 마스터가 된 이유는 무엇을, 누구를 위함인가? 에 대한 물음이 절로 들었다.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정말 희대의 악녀라고 할 수 있는 케이란 인물에 대한 묘사와 그런 그녀를 향한 마야네미네의 일그러진 사랑을 압도적인 몰입을 선사하며 진행하는 작품, 실제 러시아에서 있었던 집단 자살 게임 ‘Blue Whale Challenge'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라고 한다. 




"어떤 순간에도, 어떤 모습의 나라도, 미야미네가 날 지켜줄래? 내 편이 되어줄 수 있어?" _36p.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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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픽션 : 도쿄 시티 픽션
다자이 오사무 지음, 신현선 옮김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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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유명 도시를 배경으로 그 나라 작가들의 단편 문학을 통해 다른 느낌을 접할 수 있는 시티 픽션 시리즈다.



총 5개국인 런던, 도쿄, 파리, 더블린, 뉴욕을 대표하는 버지니아 울프, 캐서린 맨스필드, 헨리 제임스, 허먼 멜빌, 스콧 피츠제럴드, 다자이 오사무, 기 드 모파상, 드니 디드로,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들을 담은 책은 우선 작은 사이즈 판형으로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 좋다.




이번 도쿄를 대표하는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 4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붉은 표지의 느낌부터 강하게 다가오는데 인간 실격을 읽은 그 느낌과는 다른 같은 작가가 쓴 글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긴다.




특히 '여학생'이란 작품을 가장 인상적으로 읽었는데 문체면이나 분위기가 전 작품들과는 달라 새로운 풍의 작가 작품을 대하고 싶은 독자들에겐 다르게 받아들여질 것 같다.



2023년 서울 국제 도서전에서 한정판으로 출간된 아쉬움과 출간을 기대하던 독자들의 성원에 이렇게 출간된 시리즈인 만큼 고전문학의 단편을 찾고 있던 분들에겐 희소식이란 생각이 든다.




컬러별로 작고 아담한 사이즈로 소장해 두고두고 읽어도 좋은 작품집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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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덱스 - 지성사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색인의 역사 Philos 시리즈 24
데니스 덩컨 지음, 배동근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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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생활전반에 걸쳐 사용하는 인덱스-



사실 알게 모르게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인덱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의외로 크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입장에서 각종 독서기구가 필요하지만 그 가운데 제일 사용빈도가 높은 것이 인텍스, 바로 색인인데 나의 경우엔 절대적이다.(^^)



책을 접하게 되면 우선 목차부터 살펴보고 뒤 편의 색인을 보고 난 후 읽기 시작하는 편인데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만난 인덱스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특히 뒤 편 번역가의 글은 꼭 읽어보세요.)



이 책은 13세기 유럽 수도원과 대학, 21세기 실리콘밸리 기업에 이르기까지 색인의 역사를 들려주고 색인의 발전, 그리고 그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책을 통해 독자와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색인의 종류가 세분화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랍게 다가왔다.



주제 색인을 비롯해 보편 색인, 풍자적 색인이라는 분류를 통해 각기 분담하고 있는 기능의 내용들을 읽다 보면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색인의 종류가 이것이구나란 것을 알게 되고 특히 용어 색인의 경우는  19세기가 끝나갈 무렵에도 이용되었단 사실과 컴퓨터 출현과 발전으로 인해 그 존재감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것을 알려준다.




특히 이 책의 가장 좋았던 점은 단순히 색인에만 머문 것이 아닌 색인 역사를 통해 이에 연관된 역사를 포함한 내용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3세기 무렵 지금은 사라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알파베 24개 자모를 이용해 배열한 것이나 이후 발견된 점토판을 통해서, 이어  로마인들이 사용하기에 이르는 과정은 색인의 추적 과정처럼 읽는 재미를 준다.




색인이 도구로 사용된 것은 13세기로 당시 글을 읽고 쓸 줄 알았던 수도사들이 자신들의 수행 과정 중에서 탁발 수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대중들에게 좀 더 다가가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하기 시작되었다.







그런 가운데 다른 편에서는 색인의 기능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어 버린 경우를 다루고 있는바, 이는 오늘날 우리들이 검색 엔진, 동영상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한다.



이렇듯 색인은 오늘도 여전히 그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부분에서 이를 활용하고 고 21세기에 들어서 소설이나 희곡에 색인이 없다는 것은 의외 아닌 당연하게 보는 편이 맞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읽으면서 현시대에 다양한 소통매체를 통해 색인이 지닌  효용성에 대한 생각들을 해보게 되고  예전방식의 색인 활용법부터 해시태그에 이르기까지 좀 더 쉽고 빠르게 전달하고 찾을 수 있는 방법으로 그 존재의 가치는 오래도록 사용될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책에 필요한 인덱스를 붙이고 찾고 계시는 분들에겐 정말 유용하고 재미와 흥미를 모두 갖춘 책이라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만의 정보 분류법이라면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메모해 두고 싶다면 인덱스를 이용해 저장해 두고 필사를 해놓거나 주기로 계획할 서류 부분 작성과 보고 작성 분야를 따로 날짜별로 분류할 필요가 있을 때 나만의 표시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구분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 또한 어떤 부분에서는 컴퓨터 이용이 필요할 때가 더러 있어서...





*재밌는 색인 작성자의 흔적들



 -시간 낭비 [수고하셨습니다-색인 작성자]

-유머 ['재치 있는 색인'참고;거의 다 왔어요-색인 작성자]

-실패 ['쓸데없는 일' '웃긴 색인' '울기'참고]230~235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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