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혐오 - 우리는 왜 검열이 아닌 표현의 자유로 맞서야 하는가? ㅣ Philos 시리즈 23
네이딘 스트로슨 지음, 홍성수.유민석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0월

뉴스를 보게 되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대하는 경우가 많다.

상식밖의 행동과 말들을 서슴없이 하는 이들의 돌발상황들은 생각보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경우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기에 이 책을 대하면서 이런 부분에 좀 더 생각이 많아짐을 느낀다.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이 책은  솔직히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미국을 배경으로 한 여러 사례들을 나열하고 들려주고 있지만 현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비슷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조금은 느리게 읽을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었다.

'혐오표현법'을 법으로 강제한다면 과연 그 효과는 볼 수 있을까? 에 대한 저자의 글은 다른 나라들의 사례들과 비교해 가면서 법으로 제제하기보다는 '대항표현'으로 맞설 것을 말한다.

- 혐오표현이라는 용어는 특정한 개념 정의를 가진 법률 용어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광범위하고 다양한 표현을 낙인찍고 금지하기 위해 사용된다. 가장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혐오표현의 의미는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 특히 역사적으로 차별에 직면했던 사람들에게 혐오적이거나 차별적인 의견을 전달하는 표현을 말한다. - p.27

강제적으로 이뤄진 법 제제는 오히려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극우 단체나 인종혐오에 대한 편견이 있는 일부 사람들의 입을 막는 행위가 반대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와 평등을 억압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4장의 내용 중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조차도 행하고 있는 '혐오금지법'이 일반 시민들에게도 자유를 위축시킬 수도 있음을 보인 부분으로 좋은 취지의 법으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그 법의 효용성이 보통의 일반인들에게도 좋지 않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표현의 자유를  통해 개인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시대가 더 효과적이란 저자의 주장에 공감이 가는 글들이 많아 천천히 일독을 권해보는 책이다.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동물을 위한 정의

동물을 위한 정의 - 번영하는 동물의 삶을 위한 우리 공동의 책임
마사 C. 누스바움 지음, 이영래 옮김, 최재천 감수 / 알레 / 2023년 12월

반려동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생활하는 분들을 많이 본다.

세상의 변화 흐름과 이에 걸맞은 동물들과의 교류는 인간대 인간들이 맺는 것과는 또 다른 애정과 감동을 선사하는데 방송에서 이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을 보면 이에 벗어난 경우를 볼 때가 있다.

모두가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동물이 갖는 감정이나 함께 살아간다는 의식조차 없는 이들의 행동들을 보면 눈살이 저절로 찌푸리게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함께 살아가는 의미에 대한 생각을 더욱 해보게 된다.

세계적인 석학으로 알려진 저자가 들려준 동물에 관한 이야기는 저자의 개인적인 딸과의 아픔과도 연관이 있지만 뭣보다도 기존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고 보고 만지고 정서를 나누고 있는 동물들에 대한 시선은 다른 각별함을 느껴보게 한다.

아마 이 책을 대하는 분들 중에서는 동물들보다는 인간의 삶에 대한 안위를 더욱 중시해야 하지 않는가에 대한 물음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인간의 빈곤과 질병으로 인한 위협은 거의 정부 제도의 부재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며 지구 자체의 역량과 자연적인 한계로 인한 것이 아님을 말한다.

종의 체계상 최상위의 존재로 군림하고 있는 인간들이 살아가는 지구에서 오직 인간들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자만은 이에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동물이란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함을 일깨운다.

동물들의 존엄성과 생존, 여기에 인간들의 삶에 도움을 주고 이런 일들이 인간들로 하여금 더 나은 삶의 자세로 나아갈 수 있는 데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은 그동안 동물에 대한 생존 기본권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말하지 못한다고, 인간만도 못하다는 인식하에 자행되는 동물학대나 방치, 비밀리에 행해지는 도살, 밀렵으로 인한 개체수 소멸과 여기에 인간들의 발전된 이기 문명으로 인해 남용되고 있는 플라스틱 사용, 수중에서 사용되고 있는 수중 음파 탐지기의 방해로 인한 동물들의 피해에 이르기까지 결국 인간들의 손에 의해 발생하는 이 모든 일들은 언젠가는 우리들에게 돌아올 피해란 점에 대해  다시 경각심을 일으킨다.

저자는 이 모든 행동들 모두가 우리들 자신 스스로 되새기며 해결할 수 있는 방안과 공동책임 의식을 가져야만 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들려준다.

법과 철학, 정치에 이르는 분야로 넘어가면서 들려주는 동물의 정의와 권리에 대한 내용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서 더욱 많은 이들의 인식 변화로 이끄는 글로 접해볼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신을 죽인 여자들

신을 죽인 여자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단란했던 한 가정에서 발생한 무참한 고통의 흔적들을 되짚어가는 소설이다.

충실한 가톨릭을 믿는 집안의 막내딸인 아나가 불에 탄 시체로 발견된 사건은  어느덧 30년 전의 일이지만 그 사건으로  둘째 딸 리아는 동생의 죽음 이후 사건 해결이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자 배교한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던 그 행동들이 신은 어찌하여 이토록 극에 달한 아픔을 주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 결국 고국인 아르헨티나를 떠나 스페인에 정착한다.

그런 리아 앞에 30년 만에 나타난 첫째 언니 카르멘과 남편 훌리안은 아들 마테오의 행방을 찾기 위해 그녀와의 만남을 가지게 되고 그들에겐 여전한 서먹함과 어색함, 다른 감정들을 지니고 있다. 

다층적인 관점의 여러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주는 아나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풀어내는 이야기는 정말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들게 했다.

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 전통적인 종교의 세속 된 교리와 가르침을 어린 시절부터 받고 자란 이들에겐 어떤 시련이나 고난들이 닥쳤을 때 이 모든 것들은 신의 뜻이란 말로 받아들이며 이겨나갈 힘을 얻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도를 함으로써 자신이 갖게 된 유혹과 상황에 따라 행동했던 것들을 고해성사를 통해 스스로 신에게  용서를 구하고  의지하게 되지만 아나의 죽음을 둘러싼 그들의 가족들 내지는 친구의 입장에서 바라본 진실은 종교에 대한 믿음과 이를 둘러싼 많은 고민들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종교에 세속 된 가르침의 방향이 빚어낸 개인 한 사람의 인생의 결정에 있어 내린 그 일들이 이렇게 큰 일로 번질 줄은  몰랐고  아무도 살해를 하지 않았지만 결국 그들이 겪은 고통은  모두 아난의 죽음에 영향을 끼쳤단 점에서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특히 저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해결할 수 있는 책임감과 고통에 대한 처벌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방식들은 카르멘의 입장이나 훌리안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는 부분과 그 당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어린 이들의 심정으로 발생한 일들이란 두 가지 생각들을 견주어 보면 카르멘의 말처럼 안나에게 필히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을까를 연신 생각하게 된다.

전작인 '엘레나는 알고 있다'에서도 보인 종교의 틀에 갇힌 사회제도적인 제약으로 인해 여성 자신이 스스로  주체적인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에 대한 사회적인 제약과 불평등한 사회적 시선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시스템에 대한 고발은 물론 종교를 믿는다는 실체에 대한 서약이나 그 행간에 쌓인 방황들이 솔직하게 담아낸 부분들이 인상 깊었다.

아나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진 이후 진실을 알기 전까지 괴로웠던 사람들은 다시 그 진실 때문에 여전히 고통을 받는다는 점에서 사실 이 작품이 추리를 표방하고 있지만 저자가 그려낸 전체적인 이야기는 그렇게 호락호락 오락성 있는 작품으로 여겨질 수 없는 딜레마를 드러낸 점이 탁월한 문장의 호흡으로 시선을 이끌어 낸 작품이다.

이 순간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저마다 종교의 교리와 힘에 덧대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는 이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 이마저도 결국은 신을 믿는 자들에겐 또 하나의 역경으로 다가온다는 점이 신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무너뜨린 정신의학사의 위대한 진실
수재나 캐헐런 지음, 장호연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11월

오늘날 의료계의 발전은 우리들에게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병명이나 정확한 치료법에 대한 희망들을 갖게 한다.

몰라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시대를 지나 웬만한 병이라면 로봇까지 이용하는 발전의 단계까지 이르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들 마음속에 마음의 병은 더욱 세심한 진단을 필요로 한다.

저자 수재나 캐헐런은 24살에 자신의 정확한 병명을 제대로 알지 못할 뻔한 경험을 한다.

정확한 병명은 '자가면역 뇌염'이었지만 의사는 '조현병'이란 진단을 내렸고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기 전에  다행히도 한 의사 덕분에 오진을 피할 수 있었던 경우에 해당된다.

그 후 그녀는 자신의 경험처럼 다른 사람들의 경우도 오진을 받은 환자가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갖던 중 스탠퍼드 대학 교수였던 데이비드 로젠한이 실험하고 발표했던 것에 주목하면서 이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로젠한은 자신을  비롯해 총 8명의 다양한 분야에 있는 사람들을 뽑아 각 지역에 있는 12곳의 시설에 정체를 숨기고 들어간다.

여기서 그들은 환청이 들린다고 말하고 의사들은 그들의 증상에 따라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로 판단한다.

이후 그들은 최대 20일 정도를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약 처방을 받게 되는데 이는 건강한 사람들에게 항정신제 약을 투약함으로써 오진이란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을 로젠한은 발표한다.

이 여파는 이후 많은 정신병원이 문을 닫는 결과를 낳았고 이후 정신질환에 대한 진단에 대한 오류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 계기가 된다.

정신질환이란 오늘날 우리들이 알고 있는 범주에는 여러 병들이 존재한다.

환자를 대하고 그 환자의 상태에 따른 병명 진단이 과연 올바르게 내린 진단일까에 대한 의문들은 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비정상적인 정신질환자로 판단하는 순간 환자로 내몰리는 상황들이 많다는 사실을 느낄 수가 있다.

저자는 이렇게 겉으로 드러난 표면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왜 이런 오진이 일어나게 됐으며 그 실험 이후 가짜 환자들의 행방과 로젠한이 남긴 유품을 조사하는 과정들이 하나의 추리 미스터리처럼 풀어가는 여정을 펼쳐 보인다. 

책은 현대인들이 겪는 공황장애, 우울증에 이어 성인 ADHD, 조현병에 이르기까지 소위 말하는 정신질환에 대한 판단의 근거와 우리들이 갖고 있는 정상인과 비 정상인에 대한 기준은 무엇인지, 그 경계에 대해 더욱 세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과거에는 정신(마음의 병)을 치료받는다는  자체에 좋지 않은 시선을 받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마음의 병을 가질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많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저자는 정신의학의 한계를 인정하고 보다 나은 방향의 돌봄이란 것을 생각해야 함을 말하는, 지금의 정신의학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할 부분들을 던진 책이다.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TAKEOUT 유럽역사문명

TAKEOUT 유럽역사문명 - 지식 바리스타 하광용의 인문학 에스프레소 ㅣ TAKEOUT 시리즈
하광용 지음 / 파람북 / 2023년 11월

전작 <TAKEOUT 유럽예술문화>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

유럽 문명을 대표로 하는 종교와 신화부터 근 유럽사에 이르기까지 고른 분포를 담아낸 책이다.

서양 문명의 근간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 신화와 기독교란 종교를 빼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양대축을 중심으로 첫발을 내딛는 이야기의 장은 다신에 대한 믿음이 유일신으로 가는 과정에서 이를 통일한 내용부터 오늘날 기독교가 유럽의 최종적인 종교로 자리 잡은 이유에 대해 풀어낸 설명이 재밌다.

동. 서로마로 갈리게 된 역사로 시작된 부분을 다루는 장을 다루는 장에서는    어떻게 동로마가 더 긴 세월을 유지할 수 있었는가에 관한,  당시 종교로 인한 분열로 오늘날 동방정교회와 가톨릭으로 나뉘게 된 저간의 사정들을 통해  인간이 믿는 종교의 교리 해석과 역사에 따라 오늘날 기독교(개신교)까지 분열되어 온 내력들이 세계사란 큰 틀에서 지금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저자의 주된 일에서 연관된 듯한 마케팅 불변의 법칙을 이용해 설명한 부분인데 읽다 보면 수긍되는 부분이 있고 이런 내용을 접목해 들려준 내용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런가 하면 성서에 등장하는 사과에 대한 이야기는 트로이 전쟁으로 이어지고 철학분야로 넘어가면 스피노자가 말한 대목이, 이어서 사과 로고를 연상할 수 있는 컴퓨터 이름에 이르기까지 한 가지 소재에 얽힌 꼬리에 꼬리물기식 이야기는 돌고 도는 역사의 판도를 생각하게 된다.

또한 발칸반도에 얽힌 전쟁에 관한 부분이나 동유럽 각 지역의 유명한 장소 방문,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메디치 가문의 몰락에 대한 비밀, 루벤스 화가가 그린 [한복을 입은 남자]에 얽힌 서글픈 역사는 소설로도 만날 수 있었지만 실제 이탈리아에 코리아란 성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방송을 본 기억이 이 내용을 접하면서 다시 떠올랐다.

이처럼 책 속에 담긴 내용은 다양한 주제와 그에 연관된 내용들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이점과 함께 유럽사에 관한 간략한 통사를 알고 싶은 독자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국제적으로도 큰 이슈가 되었던 발칸반도의 역사 또한 깔끔하고도 쉽게 정리한 내용도 좋았고 방문지를 통해 느꼈던 감상들도 들어 있어 말 그대로 차 한잔 곁에 두고 느긋하게 읽어보면 더욱 좋을 책이다.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