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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크셔 시골에서 보낸 한 달
J. L. 카 지음, 이경아 옮김 / 뮤진트리 / 2022년 11월
평점 :
영국의 요크셔란 지명에서 여행 에세이처럼 다가온 작품인 소설이다.
1920년대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중 부상으로 인해 안면 경련증을 갖고 있는 톰 버킨은 자신이 대학에서 전공했던 벽화 복원 전문가로 영국 북부 요크셔의 작은 지방인 옥스갓비에 온다.
교회에서 오랜 세월 동안 방치됐던 14세기 벽화를 복원하려는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불편함으로 가득하다.
우선 목사부터 그렇고 마을 사람들이 이방인을 바라보는 것도 그렇고, 아내마저 자신을 두고 떠나버린 그의 마음 또한 그렇게 평화롭지 않다는 것들이 합쳐져 이들의 첫 대면들은 냉담으로 시작된다.
가진 것도 없었던 버킨이 교회 종루에서 기거하길 원하자 탐탐지 않게 여기는 목사의 행동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 그에겐 주변에 자신에 대해 신경을 꺼주는 것 자체가 어쩌면 다행이라고 느낄 수도 있었을 듯한 이어짐이 계속된다.
하지만 계절의 변화와 함께 벽화 복원을 하는 사이에 마을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의 모습들과 그의 주변에 서서히 스며드는 여운들이 순박함을 그대로 느껴볼 수 있게 그린 진행이 그의 마음을 서서히 녹여낸다.
영국의 한적한 목가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배경과 인구수가 많지 않은 작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이 깃든 초대와 이방인을 자신들의 삶 속으로 들어오게 하는 순수함이 따뜻함으로 이어진다.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버킨에게 진실로 다가가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는 사람들, 목사와는 다르게 목사 부인이 지닌 예술에 대한 열정과 남편을 품어 안는 사랑, 여기에 버킨과는 또 다른 사연을 지닌 이방인 고고학자 찰스 문의 만남은 옥스갓비에서의 생활을 통해 저마다 지닌 생각들에 유연함을 불어넣는 과정이 훈훈함으로 다가오게 한다.
읽는 동안 요크셔 옥스갓비란 곳이 실제 있는 듯한 생각들을 가질 만큼 햇살 아래 마을 사람들의 푸근한 마음과 이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며 자신의 불행을 바라보는 버킨이 그려졌다.
인생의 아름다움과 행복, 비극이 닥쳐오는 것 또한 살아가는 과정의 일부분이지만 버킨이 옥스갓비에 오지 않았다면 회복의 시간도 더 걸릴 수도 있었겠단 생각과 함께 그가 보낸 여름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와 함께 정화했음을 지켜보는 과정이 즐겁게 다가온 소설이다.
영국을 배경으로 다룬 책 속의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시대적 배경도 비슷한 '건지감자껍질파이 클럽'이 많이 겹쳐 보였다.
문장마다 마음에 와닿는 부분들이 많았던 작품, 요크셔에서 한 달을 지내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