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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음은 늘 우리들 곁에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아마도 할머니 장례를 보고 난 후였던 것 같다.
성인이 되어 마주한 가장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마주했을 때 믿어지지 않았던 상실감, 이후 다른 가족과의 이별을 통해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겪었던 마음의 상처는 아직도 머물러 있지만 어쩔 수없이 받아들이는 것 또한 죽음이다.
죽은 이를 그리워한다는 것, 아마도 어떤 특정한 날을 떠올려보게도 하지만 문득 지나가던 길가에 핀 꽃이나 평소 좋아하던 과일들을 보게 되면 마음 깊은 속에 숨어있던 감정이 툭 하고 터져 나오면 눈물을 그칠 수가 없는 현실, 이 작품에서 보인 유족들의 마음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싶은 감정의 파고는 여전히 내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봄의 기운을 알리는 3월, 급행열차 한 대가 탈선한 사고는 이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 중 사망자와 중상자를 낸 사고로 이어지고 유가족들을 순식간에 이별의 인사도 할 시간도 없는 허망한 죽음과 마주한다.
이후 두 달이 흐른 후 역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니시유이가하마 역’에 가면 유령이 나타나 사고가 있던 그 열차에 오르도록 도와준다는 소문이 돌면서 유족들은 역으로 향한다.
단 열차 승차 조건인 네 가지만 지킨다면 가능하지만 위반 시 그 자신도 죽게 된다는 약속 하에 오른 사람들, 그들은 과연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시 만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을까?
판타지의 속성상 이룰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가능성을 느껴보게 한다는 의미에서 이 작품은 실제 이런 일들을 당한 독자들의 가슴을 마구마구 후벼 파는 안타까움과 아픔을 전해줄 것 같다.
가족은 물론 연인이었던 사람과 기장의 아내, 네 가지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처럼 구성된 이야기의 결은 아낌없는 사랑을 표현하고 오늘이 우리 생애 최고의 날이란 마음을 지니게 한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에 관한 사연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모와 자식 간의 서먹했던 감정들, 아버지의 직업에 대한 창피함에 대한 뉘우침, 아버지로서 자식을 위해 행한 행보들은 티슈가 연일 필요한 순간을 만들었다.
함께 하고 싶고, 용서를 빌고 싶고, 얼굴이라도 한번 더 보고 싶다는 마음들을 지닌 유족의 마음들 하나하나가 절실한 마음이 어떤 것인지, 작가가 그린 설정들 모두가 현실에서 부딪칠 수 있는 일들이라 너무도 실감 나게 다가왔다.
저마다 지닌 안타까운 사연들을 읽어내는 순간마다 힘들게 다가왔던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평소 좀 더 표현을 해보지 못한 아쉬움에 대한 후회와 지금 곁에 있는 그 누군가가 나 자신에겐 가장 소중한 사람임을 일깨워준 사실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곁에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모른 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일들을 겪게 된 뒤에 깨달아가는 아픔들, 작품 속 설정처럼 마지막으로 이런 일들이 이뤄진다면 그 누가 규칙을 위반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틱톡에 소개되어 일본 독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화제가 된 작품으로 판타지의 느낌을 잘 살리면서 소중한 이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한 내용들, 지금 그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아낌없는 사랑을 하세요.!라고 말하는 듯 울림을 준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