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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대루
천쉐 지음, 허유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월
평점 :
대만을 대표하는 작가 천쉐의 동명 드라마 원작으로 알려진 소설로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현대를 상징하는 것들 중 하나인 무한대로 뻗어가는 고층 건물들, 첨단 공법을 이용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다는 유명 건물들을 연신 생각하게 하는 작품 속 건물은 높이 150미터 지상 45층의 주상복합 마천대루다.
이곳에 A, B, C, D동으로 나뉘어 거주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은 흡사 현대인들의 각박한 삶의 모습으로 다양하게 비친다.
여기에 건물 카페에 아름다운 미모로 알려진 매니저 중메이바오란 여인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내용은 범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수사와 함께 그 건물 안에서 살아가고 직장인으로서 살아가는 이들의 각기 다른 환경과 참고 조사를 통해 보이지 않은 그들만의 세계를 드러낸다.
총 4장으로 이뤄진 흐름들은 건물과 연관된 직업을 갖고 있거나 관리를 하는 사람들, 길을 건너면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지만 편리한 주상복합으로 인한 밀폐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겪는 심리적인 불안과 모순된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점차 그녀의 죽음을 계기로 주요 용의자로 지목된 자들의 생각들을 엿보게 이어진다.
겉으로 보기엔 전혀 문제 될 것 없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라도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성장했는지, 진짜 사랑의 모습과 자신의 안위를 위한 결백을 주장하는 말들 속에 점차 더욱 범인의 정체에 대해 혼동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배치는 마천대루란 건물과 동질의 모습을 함께 한다.
오고 가며 그녀를 알고는 있지만 정확히 그녀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 관음적인 성향과 첫사랑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이, 정상적인 사랑이 아닌 사랑을 하는 사람, 성소수자들의 사랑의 모습들까지 세밀한 그들의 인생모습을 그려낸 이 작품은 한 사람의 죽음을 통해 그들이 그녀를 알고 있지만 모르고 있었다는 전개가 그들이 서서히 변해가는 삶의 모습을 그린 과정으로 그려져 조용하면서도 슬프게 다가왔다.
한 사람을 중심으로 그와 연결된 이들의 자조적인 삶에 대한 변화의식과 진행방식이 빼곡히 몰린 건물들 사이에서 누가 어느 동에 살고 있는지조차 관심 없으며 자신만의 삶에 대한 치친 피로감, 여기에 건물이 의미하는 상징적이고도 추상적인 모습 대비는 현대인들의 모습 그 자체로 보인다.
시간이 흐르고 점차 사건에 대한 기억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멀어지는 시간에 대한 공허함, 여기에 관련된 인물들이 자신들의 삶에 대한 변화를 하고 싶다는 의지는 대만인들의 평범한 삶의 모습을 투영하면서 대만의 현대의 흐름들을 함께 엿볼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마천대루를 통해 저자가 그리고자 한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소통의 부재와 사랑과 용서, 죄와 벌, 죽음들을 이끌어낸 이야기는 끝없는 희망이 보이지 않던 이들의 삶에 대한 연민을 불러일으킨 소설이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