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으니까, 오늘도 야식 - 힘든 하루를 끝내고, 내가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영혼을 달래는 혼밥 야식 만화
이시야마 아즈사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워낙에 먹방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이제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초간단 레시피가 인기를 끌고 있는 시대다.

하물며 혼자 살면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혼족들의 생활에서는 이런 레시피가 당연히 필요한 요소에 속하고, 일반 가정에서도 여전히 아이들이나 간단한 대접을 위해서라면 좀 더 시간 절약과 함께 즐겨 먹을 수 있는 요리가 필요함을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개인적으론 야식을 즐겨하지 않는다.

식사가 끝나면 야식에 대한 유혹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는데, 아주 드물게 방송에서 나오는 맛난 음식을 대할 때면 군침이 돌면서 먹고 싶다는 생각, 특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면서 후후 불어가면서 먹는 면 종류의 유혹은 먹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끊여서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처럼 야식에 대한 생각은 먹는다는 행위의 근본적인 공복의 해결 외에도 세상에는 맛난 음식들이 정말 많기도 하지만 눈을 호강하게 만드는 유혹의 시각이 좀처럼 헤어 나오질 못하게 만드는 마력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낮에는  아르바이트, 야간에는 그림을 그리며  여동생과 동거를 하고 있는 일러스트다.

주인공의 유일한 낙이란 새벽까지 그림을 그리다 출출함을 느낄 때면 만들어 먹는 야식!

 

그렇기에 이 책은 야식 애호가는 물론이고, 일반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냉장고의 재료를 훑어보면서 알맞고 맛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요리를 통한 잔치와 만족감을 선사한다.

 

일본이 배경이다 보니 우리네와 정서에 맞지 않는 생소한 음식 종류도 있지만 대개는 익숙한 음식들을 통해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도전정신을 부추긴다.

특히 따끈한 밥에 팽이버섯 조림과 김을 얹고, 날계란을 톡 깨뜨린 다음 간장을 조금 넣는 것만으로도 한 끼 해결을 할 수 있다는 것, 사실 여기엔 팽이버섯 조림과 김만 제외하면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갓 지은 김이 무럭무럭 나는 흰 밥에 날계란을 깨뜨린 다음 참기름과 간장을 넣고 비벼서 먹던 집의 음식과 같음을 느끼게 한다.

 

 

 

인스턴트를 이용한 야식은 그야말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또 다른 음식의 일색이다.

슈퍼에서 산 평범한 고로케를  마요네즈와 우스터소스를 첨가해  크림 고로케 샌드위치로 먹을 수 있고,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매실장아찌를 이용한 초간단 요리는 즉석 밥 개념이란 생각을 저버리게 한다.

 

 

 

 

피자 하면 의례히 떠오르는 개념이 아닌 가지를 이용한 가지피자란 음식 소개는 인상적이었다.

가지와 피자 소스, 치즈를 가지고 얼마든지 피자의 맛을 느낄 수 있기에 굳이 배달을 통해 피자를 시켜 먹을 필요가 없음을 느끼게 해준다.

 

 

 

책은 한 끼 식사, 간단한 반찬, 달달한 음식, 여러 가지 야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 만큼 컬러의 화려한 음식의 색깔을 통해 맛을 상상하게 만들고 있으며 흑을 이용한 그림에선 어린 시절 즐겨먹던 음식의 세계로 안내하면서 나름대로 향수를 젖게 만든다.

 

아버지가 해주시던 음식, 차를 몰고 다니면서 팔던 라멘에 대한 향수, 그저 우리들이 눈만 돌리면 계절에 맞는 야식의 세계가 이렇게 풍부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놀라움과 귀찮다고 주문해서 먹을 것이 아닌 집에 있는 먹다 남은 음식을 이용해 얼마든지 야식이란 이름을 붙여서 만들어 먹을 수 있겠단 도전 정신을 가지게 만든다.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고 하루 중 거의 대부분을 사회에 있는 만큼 이  야식에 대한 시간은 오로지 오늘 무던히도 애를 쓰며 수고한 나 자신에게 내가 위로와 용기를 불어넣어줄 야식으로 상을 준다면 어떨까?

 

구색 맞춰  와인을 곁들이고 온갖 맛난  음식을  곁들여 먹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오로지 나만을 위한 나 자신이 주는 음식이라면 그 어떤 허술한 음식일지라도 정성이 깃들인 야식만큼은 따라오지 못할 것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아직도 살과의 전쟁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유혹을 뿌리치기에는 맛난 음식들이 들어있는 책이라 멀리해야 할 경각심(?^^)을 느끼게 할 책이요, 정말 배고픔에  대한 해결을 위해서 간단하게 먹을 것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아주 재밌으면서도 유용하게 응용해 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함께 있을 수 있다면 - 전2권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남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1.2권을 합해서 이뤄지는 두 남녀의 그림들, 특히 안나 가발다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색채를 느끼게 되는 부분이 표지서부터 장식한다.

 

새롭게 다시 만나는 이 책은 2009년도에 읽은 적이 있던 터라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첫 글을 읽었을 때의 감흥이 되살아난다.

 

소설에는 크게 4명이 등장한다.

초반에 등장인물들이 한 명씩 등장하고 그 인물들이 만날 수밖에 없는 공간을 제시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이 소설은 요리사와 청소부,  집에서 놀고 있는 세 명의 젊은이와 할머니가 등장한다.

 

가족의 구성원들의 따뜻함을 모르고 살아가던 사람들의 서서히 피어오르는 사랑의 감정과 이웃이지만 진정 가족 이상의 정을 느끼고 살아가게 되는 과정이 저자만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가 있다.

 

 

배경이 프랑스라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현실에서 서로 외로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작가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이 아닌가 한다.

 

다른 소설과는 다른 주로 대화체로서 이야기를 끌고 가기 때문에 결코 세세한 묘사를 하지 않더라도 기욤 뮈소처럼 쉽게, 아주 쉽게 책을 넘기게 만들고 주인공들의 심리를 간단한 대사체 하나 만으로도 상황을 이끌고 가는 점이 눈길을 끈다.

 

어떻게 이렇게도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사람들의 세세한 행동을 글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독자들의 마음을 이끄는지 참으로 부럽기 그지없다.

인간은 누구나 서로가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밷음으로써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고 하고 그것이 어긋나면서 오해와 불신이 쌓이게 된다.

 

이런 점에서 주인공들이 살아온 인생역정이 결코 순탄할 수만은 없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두 사람, 화가인 카미유와 요리사 프랑크 간의 인간의 대한 관심을 넘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사람으로 인식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다.

 

대화가 필요했던 사람들인 만큼 서로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몰랐던, 소외계층이라고 생각되던 사람들이 따뜻한 음식과 자연의 움직임인 사람의 움직임을 포착해서 그림을 그려내던 카미유의 솜씨가 어우러져 서로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걸 알게 해 준다.

 

프랑크의 고백이 영화에서처럼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진 않지만 세상 그 무엇보다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감정을 카미유에게 알려준 대목은 연인이 아니더라도 인간사의 관계에서 진심이 배어 있는 말 한마디는 그 어떤 말보다도 상대에게 가까이 다가옴을 일깨워준다.

 

책을 고를 땐 우선 책 내용도 중요하고 작가도 중요하지만, 내 경우엔 번역자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독서의 결정권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번역작가로 알고 있었던 "이 세욱" 번역가에 대해선 신뢰가 가고 있던 터에  이번에 다시 개정판을 통해 접해 본 역자의 이 책을 보게 됨으로써 하나하나 글 문장이나 번역가로서 충실하고자 한 점이 더욱 맘에 든다.

 

책 만으로도 번역할 수 있는 것을 현지 프랑스에 가서 책 속에 나온 장소를 찾아가서 보고 왔다면 그 책 내용은 안 봐도 알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강희진 옮김 / 제3의공간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하루의 시작은 아마도 시계도 있겠지만 날씨도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뉴스를 통해서 내일의 날씨는 어떻게 변할지에 따라서 옷은 어떻게 입고 출근할 것이며, 나들이에 좋은 날씨가 되길, 특히 어릴 적 소풍 가기 전날이면 기도를 하고 잠들었던 기억이 있는 만큼 날씨는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에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존재임은 틀림이 없다.

 

역사는 '만약'이란 것이 없이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인류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대 사건에 날씨가 영향을 끼쳤다면? 이란 주제로 이 책은 역사 들여다보기에 대한 새로운 근접 방법을 제시한다.

 

 

어릴 적 기억으로 동화의 한 장면 중에 인디언 족을 속이기 위해 날씨의 영향을 이용한 일식 날을 잡아 크게 신처럼 모셔진 주인공의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이처럼 날씨는 은연중 우리 인간들, 특히 지금의 유럽 대륙과 미주, 그리고 세계대전 사에서 굵직한 전쟁들 뒤엔 항상 이러한 날씨의 중요성이 대두가 되었다는 저자의 글에서는 '아마도'의 허상을 넘어선 긍정의 생각을 유도한다.

 

일례로 로마의 번영과 쇠퇴기에 얽힌 날씨의 영향, 유럽의 암흑기와 중세 온난 기를 거쳐 다시 페스트와 기근의 영향을 미친 소빙하기, 그리고 몽골의 일본 침략을 저지한 카미카제의 역할은 다시 뒤의 역사에서는 역전의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 마야 문명의 몰락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날씨와 벌목의 폐해 현상, 나폴레옹과 히틀러, 미국의 태동,,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우리가 이미 알고 배운 역사 속에서는 날씨가 커다란 영향을 미쳤음을 알게 해 준다.

 

여기에 더 나아가 저자는 역사에서 날씨의 영향을 다루는 한편 지금의 지구 온난화로 인한 걱정을 쏟아낸다.

우리나라의 경우 봄과 가을의 주기가 짧아지고 있고 계절에 따라 잡히는 물고기의 종류도 서서히 수량이 줄어든 반면, 아열대 작물의 수확이 가능해지는 지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우리가 체감은 하고 있으면서도 설마 하니~ 하는 안일한 범주에 머물러 자연의 소중함을 깨우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인 인간의 생활에 미묘한 차이로 영향을 끼치는 날씨, 더군다나 하나의 커다란 획을 그었던 사건들을 읽고 나니, 지금의 지구 상태로는 얼마 못가 공룡의 멸종처럼 주위의 모든 것들이 소멸해가는 것은 아닌지, 적어도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방법 또한 모색하는 방안을 해야 하지 않을까를 생각해보게 한 책이다.

 

날씨가 온화하고 모든 자연의 조건이 최적기였을 때의 공통점이란 문명이 발달하고 문화와 건축, 신앙.... 전반적인 거의 모든 것이 최대의 행복함과 인구증가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볼 때 우리들이 실천해 옮겨야 할 정책이나 행동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자자의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쓴 글이기에 쉽게 접근할 수가 있으며, 처음부터 읽어도 좋고 관심 있는 역사 분야부터 읽어도 무방한 책이라 한 번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발 (일반판)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케이블에서 '모란봉 클럽'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북한을 탈출해 정착해 살고 있는 여러 직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의 실감 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저 이야기가 정말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인가? 에 대한 놀라움마저 전해주는 이야기들을 접할 때면 지구 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들의 아픈 역사를 보는 것이 내내 가슴이 아프게 다가오게 만든다.

 

처음 이 책을 들었을 때는 제목에서부터, 더군다나 북한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다는 반체제 작가란 것에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어떻게 북한을 넘어 이 글이 세상에, 남한에까지 출판이 될 수 있었을까에 대한 호기심 반, 그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무척 컸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내내 가슴이 답답한, 교과서와 학교, 방송에서 다루던 그 내용보다도 더 실감 있게 다가오게 만든 책이다.

 

저자의 필명은 반디다.

'반딧불이'를 뜻하는 필명으로 북한에서의 삶에 관한 소설을 써왔다는데, 이 책에 대한 세상의 관심은 우리들보다 먼저 그 폭이 큼을 느낄 수가 있게 한다.

 

***** 2017년 가장 기대되는 작품(문학전문지 <더밀리언즈> 선정)
***** 20개국 18개 언어권에 판권이 팔린 세계적인 화제작
***** 영국, 미국, 캐나다, 독일, 스웨덴 등 주요 국가 동시 출간
***** 영국 펜(PEN) 번역상 수상(『채식주의자』의 데버러 스미스 번역)
***** 2017년 3월 말 『고발』 출간 기념 국제 콘퍼런스 개최

 

이렇듯 글은 무력보다 더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저자의 글에 녹여낸 총 7편의 단편은 어떤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북한의 부류들이 아닌 실제 우리들의 보통 평범한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초들과 울분, 그리고 북한의 권력체제의 그릇된 행위를 폭로하는 글이다.

 

까마귀와 백로로 별명 지어지는 성분 차이에서 오는 결혼의 세태로 인해 아내가 피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한 부부의 이야기는 지금도 여전히 북한의 성분 계급에 따른 불이익과 그에 따른 차후 자신의 자식들까지 그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여기에 더해 '지척 만 리' 란 제목의 내용은 더욱 아프다.

여행 통행증이 발급이 되지 않는 한 아무리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는 부모라도, 더군다나 병세의 악화로 시각을 다투는 입장에 놓인 노모를 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기차에 오르는 아들의 기막힌 사연, 아이의 마르크스와 김일성 초상에 대한 겁먹음이 오히려 자식을 제대로 강하게 키우지 못했다는 지적에 좌천당하고야 마는 한 가정의 몰락, 여기에 나머지 이야기들 모두는 현실에 기반을 둔 전체주의의 어둡고 침침하며, 숨 막히며 살아가는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그려낸 작품이 아닌가 싶다.

 

가끔 방송에서 믿거나 말거나 하는 식의 유행어가 있었고, 그런 부류의 세상의 요지경 같은 내용들을 볼 때면 웃어넘기자니 그렇고, 정말 믿을 수가 없다란 말 밖에 할 수가 없는 상황들을 보게 되지만 이 책은 그런 범주와는 확연히 다른 철저히 삶의 하루하루를 숨 가쁘게 달려오지 않으면 자신의 의지조차도 어쩌지 못하고 당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북한이라는 공간이 주는 암울함을 고발하고 있다.

 

"믿으려야 믿을 수 없고 안 믿으려야 안 믿을 수도 없는 현실 앞에서 울었네"-p 46

 

위의 문구가 그야말로 딱 들어맞는, 구 소련 체제의 솔제니친과 비교하는 반디의 이 작품은 저자 자신이 스스로 겪고 있고 살아가고 있는 북한이란 전체주의의 체제 안에서 자신의 미약하나마 필력이란 것을 통해 세상에 외치고 싶었던 울분과 고통을 내포한 글이 아닌가 싶다.

 

책에 들어가기 전에 작가의 말이 아직도 잊지지 않는 책, 

 

북녘당 50년을

말하는 기계로,

멍에 쓴 인간으로 살며

 


재능이 아니라

의분으로,

잉크에 펜으로 가 아니라

피눈물에 뼈로 적은

나의 이 글

 


사막처럼 메마르고

초원처럼 거칠어도,

병인처럼 초라하고

석기처럼 미숙해도

독자여!

삼가 읽어다오

 

- 반디 -

'작가의 말'

 

우리말의 생소한 단어가 새삼 분단이 가져온 느낌을 여실히 느낄 수가 있는 책, 다시 한번 천천히 일독을 해볼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는 한때 천사였다
카린 지에벨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저자의 국내 출간작을 모두 읽은 나로서는 이 책에 나오는 소재의 범위가 생소하게 다가온다.

기존에 다루었던 개인적인 원한이나 그것을 넘어선 억울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정황들이 워낙 글로써 대할 때마다 자세한 묘사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여류작가가 이렇게 섬뜩하게 글을 지어낼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면서 읽은 기억이 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을 접하며 읽었을 때는 다분히 영화적인 스토리처럼 다가왔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책에서 다뤘던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들의 등장은 나오지 않는다는 점, 폭넓게 거시적인 면으로 볼 때 인류가 직면한 지구의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지적은 사회적인 문제점으로 다루면서 보다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리게 한 점이 눈에 띈다.

 

누구나 죽음이란 것을 생각하지만 실제 항상 죽음이 내 옆에 동거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의식은 그다지 느끼지 못하고 산다.

그런데 만일 프랑수아처럼 어느 날, 날벼락처럼 떨어진 선고를 받게 된다면, 그 이후의 나머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후회 없는 삶을 살다 갔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를 이 책은 처음 출발부터 다룬다.

 

촉망받고 자수성가로 오늘날의 위치에 오른 비즈니스 전문 변호사인 프랑수아는 뇌종양이란 진단을 받게 되고 항암 치료를 해봤자 길어야 1~2년밖에 살 수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모든 것을 버린 채로 홀로 자동차에 오르면서 집과 직장, 동료,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에게마저 연락을 남기지 않고 길을 떠나게 되는데, 우연히 '폴'이란 청년의 히치하이킹을 보면서 그를 태우게 된다.

 

흡사 아버지와 아들처럼 보이는 연령의 차이를 보이는 두 사람-

한쪽은 뇌종양으로 인한 시한부 삶에서 죽음이란 곳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하루하루 조여 오는 고통과 구토를 지니고 사는 남자, 한쪽은 자신의 정확한 신분을 속이고 무언가에 쫓기듯 죽음이란 것으로부터 빠져나오려는 남자의 조합은 흡사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어느 사이에 둘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을 주고받는다.

 

루마니아 태생의 폴, 마약밀매 조직에 몸담고 살인 병기로서 살아가던 그는 이제는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려고 하는 과정에 코카인을 훔쳐 달아나게 되고 이는 곧 자신의 목숨을 쫓는 조직단에 의해 시시각각 프랑수아를 본의 아니게 사건에 참여하게 만든다.

 

살고 싶지만 이미 모든 것이 늦어버린 남자와 한창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망자의 신세로 전락한 젊은 남자의 로드무비 형식을 취하는 이 소설은 범죄를 저지른 양상에 의도한 대로 하는 범법자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치는 상황의 묘사가 독자들로 하여금 과연 '폴'의 죄를 단칼에 결정지을 수가 있을까를 물어보게 된다.

 

책에는 성경에 나오는 타락한 천사 사탄에 대한 이야기가 같이 나온다.

신뢰를 받은 천사였지만 끝내는 타락의 길로 들어선 사탄은 나중에 다시 제대로 자신의 길을 들어서게 된다는 이야기는 이 두 남자의 인생을 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같이 녹여내면서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국제적인 폐기물 문제에 대한 거론을 한다.

 

실제 아프리카 모가디슈에서 국제적인 폐기물을 아프리카에 버리고 그 폐기물로 인해 아프리카 어린이들은 물론 아프리카 전체에 어두운 병폐의 현상을 고발하려 한 이탈리아 여기자와 카메라 맨의 의문의 죽음 사건을 이 책에서는 폴과 그 마약 밀매단의 행동으로 보임으로써 저자는 두 남자의 인생 안에 죽음과 함께 또 다른 이런 문제를 책 후반부에 드러내면서 기존에 그녀가 다루었던 인간의 정신적인 피폐를 통해 고통을 다룬 글들과는 차별성을 보인다.

 

전 작에 비해 글에서 오는 강도는 훨씬 부드러워졌으나 여전히 사회 주제 의식을 내포한 글을 내놓는 그녀의 작품들은 읽고 나서도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전혀 남남처럼 보이던 두 남자의 판이하게 다른 인생의 삶을 통해 인간이 만든 법과 이기적인 행태 속에 또 다른 사람들이 고통받고 살아간다는 의식을 다시 한번 주지 시켜준 책, 자자의 색다른 내용을 접하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서 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