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인 여자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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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란했던 한 가정에서 발생한 무참한 고통의 흔적들을 되짚어가는 소설이다.



충실한 가톨릭을 믿는 집안의 막내딸인 아나가 불에 탄 시체로 발견된 사건은  어느덧 30년 전의 일이지만 그 사건으로  둘째 딸 리아는 동생의 죽음 이후 사건 해결이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자 배교한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던 그 행동들이 신은 어찌하여 이토록 극에 달한 아픔을 주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 결국 고국인 아르헨티나를 떠나 스페인에 정착한다.



그런 리아 앞에 30년 만에 나타난 첫째 언니 카르멘과 남편 훌리안은 아들 마테오의 행방을 찾기 위해 그녀와의 만남을 가지게 되고 그들에겐 여전한 서먹함과 어색함, 다른 감정들을 지니고 있다. 



다층적인 관점의 여러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주는 아나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풀어내는 이야기는 정말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들게 했다.



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 전통적인 종교의 세속 된 교리와 가르침을 어린 시절부터 받고 자란 이들에겐 어떤 시련이나 고난들이 닥쳤을 때 이 모든 것들은 신의 뜻이란 말로 받아들이며 이겨나갈 힘을 얻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도를 함으로써 자신이 갖게 된 유혹과 상황에 따라 행동했던 것들을 고해성사를 통해 스스로 신에게  용서를 구하고  의지하게 되지만 아나의 죽음을 둘러싼 그들의 가족들 내지는 친구의 입장에서 바라본 진실은 종교에 대한 믿음과 이를 둘러싼 많은 고민들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종교에 세속 된 가르침의 방향이 빚어낸 개인 한 사람의 인생의 결정에 있어 내린 그 일들이 이렇게 큰 일로 번질 줄은  몰랐고  아무도 살해를 하지 않았지만 결국 그들이 겪은 고통은  모두 아난의 죽음에 영향을 끼쳤단 점에서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특히 저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해결할 수 있는 책임감과 고통에 대한 처벌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방식들은 카르멘의 입장이나 훌리안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는 부분과 그 당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어린 이들의 심정으로 발생한 일들이란 두 가지 생각들을 견주어 보면 카르멘의 말처럼 안나에게 필히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을까를 연신 생각하게 된다.




전작인 '엘레나는 알고 있다'에서도 보인 종교의 틀에 갇힌 사회제도적인 제약으로 인해 여성 자신이 스스로  주체적인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에 대한 사회적인 제약과 불평등한 사회적 시선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시스템에 대한 고발은 물론 종교를 믿는다는 실체에 대한 서약이나 그 행간에 쌓인 방황들이 솔직하게 담아낸 부분들이 인상 깊었다.




아나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진 이후 진실을 알기 전까지 괴로웠던 사람들은 다시 그 진실 때문에 여전히 고통을 받는다는 점에서 사실 이 작품이 추리를 표방하고 있지만 저자가 그려낸 전체적인 이야기는 그렇게 호락호락 오락성 있는 작품으로 여겨질 수 없는 딜레마를 드러낸 점이 탁월한 문장의 호흡으로 시선을 이끌어 낸 작품이다.





이 순간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저마다 종교의 교리와 힘에 덧대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는 이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 이마저도 결국은 신을 믿는 자들에겐 또 하나의 역경으로 다가온다는 점이 신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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