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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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 상징되는 여성사의 계보,

어쩐지 우리의 미래는 썩 근사해질 것 같아 이미 행복해진다!

 

 

   모던 걸, 우리의 모던 걸…….

   한국전쟁이 끝나고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이 땅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었던 탓에 사진 신부가 되어 하와이로 이민을 간 여성, 심시선. 하지만 그녀가 도착하기도 전에 남편이 될 남자는 죽어버렸고, 사탕수수나 파인애플 농장에서 일하는 일꾼들 혹은 쇼필드 배럭스 군인들의 빨랫감을 세탁하며 낯선 땅에서 삶을 연명하던 그녀는 우연히 99번 국도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당시 미술계가 사랑하던 화가 마티아스 마우어로, 자신에게 도움을 베푸는 이 신비로운 동양 여성을, 게다가 그림까지 그릴 줄 아는 그녀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겠다는 빌미로 독일행을 제안했다. 20세기 여자들이 교육의 기회라는 말에 따라나섰던 수많은 길들은 정말 교육에 닿기도 했고, 위험한 나락에 닿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교육과 기회를 원했던 여성들은 벌어질 일들을 하나도 모른 채 자신을 내건 도박을 해야만 했다. 심시선 그녀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시선이 독일에서 지낸 기간은 칠 년 남짓이지만, 당시 유럽은 그녀를 재능 있는 화가를 파멸로 몰아넣은 아시아 마녀라 증오했다. 미디어는 지금보다 느렸지만 그때 사람들도 지금 사람들 못지않게 가십을 사랑했고, 조롱에서 폭력으로 넘어가는 시간은 훨씬 짧았다. 창문으로 날아드는 깨진 판석, 집 앞에 버려지는 오물, 길에서 마주치는 사소한 위협들이 도를 넘어설 지경이었다. 정작 소품 취급을 당하며 가학에 가까운 폭력에 시달려야 했던 그녀의 삶은 안중에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죽음으로 향하는 자신의 나선 경사로를, 구부러진 스프링을 어떻게든 펴고 스스로 비틀린 부분을 수정하는 것만이 살아 있는 예술가가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만 한다고 믿었다. 덕분에 그녀로부터 뻗어나온, 시선으로부터 뻗어나온 유산들은 지지 않고 꺾이지 않는 법을 배웠고 또 그렇게 살아갈 의지를 얻을 수 있었다. 모던 걸, 우리의 모던 걸……. 세상의 모던 걸들이 남긴 유산은 그렇게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

 

 

 

그러니 여러분, 앞으로의 이십 년을 버텨내세요.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모퉁이가 찾아오면 과감히 회전하세요. 매일 그리되 관절을 아끼세요. 아, 지금 그 말에 웃는 사람이 있고 심각해지는 사람이 있군요. 벌써 관절이 시큰거리는 사람도 많지요? 관절은 타고나는 부분이 커서 막 써도 평생 쓰는 경우가 있고 아껴 써도 남아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불공평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모든 면에서 닳아 없어지지 마십시오. / 229p

 

 

아무것도 당연히 솟아나진 않는구나 싶고 나는 나대로 젊은이들에게 할 몫을 한 것이면 좋겠다. 낙과 같은 나의 실패와 방황을 양분 삼아 다음 세대가 덜 헤맨다면 그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 299p

 

 

 

 

 

 

 

 

말해지지 않는 것들로 우린 연결되어 있지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는 격동의 세기를 살다 간 한 여성 예술가로부터 3대에 걸쳐 이어지는 여성 중심의 서사를 다룬 소설이다.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은 무엇보다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다”라고 밝힌 것처럼, 억압과 부조리 그리고 차별과 폭력의 시대를 견디고 극복해온 20세기 신여성의 삶이 이 땅에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또 어떻게 21세기 여성들에게 길을 열어주었는지 심시선이라는 한 여성의 목소리와 가정사를 통해 보여준다. 작가 정세랑은 명혜, 명은, 경아, 화수, 지수, 우윤, 해림으로 상징되는, 심시선으로부터 뻗어나온 ‘그녀들’을 통해 이 땅에서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으며 앞으로 살아갈 여성들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고 연대하며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이상적이나 과장되지 않게, 쿨한 듯 섬세하게 그려나간다.

 

 

 

“기일 저녁 여덟시에 제사를 지낼 겁니다. 십 주기니까 딱 한 번만 지낼 건데, 고리타분하게 제사상을 차리거나 하진 않을 거고요. 각자 그때까지 하와이를 여행하며 기뻤던 순간, 이걸 보기 위해 살아 있었구나 싶게 인상 깊었던 순간을 수집해 오기로 하는 거예요. 그 순간을 상징하는 물건도 좋고, 물건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를 공유해도 좋고.” / 83p

 

 

 

   이야기는 작고한 심시선 여사의 십 주기를 맞이하여 딱 한 번만 하와이에서 제사를 치르겠다는 첫째 딸 명혜의 공식 선언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살아생전에 제사는 사라져야 할 관습이라고 강경 발언을 했던 심시선의 뜻을 생각하면 참으로 의아한 일이지만, 한때 심시선 여사가 살았던 하와이를 여행하며 각자에게 기뻤던 순간이나 인상 깊었던 순간을 수집해 제사상에 올리는 것으로 십 주기를 기리겠다는 명혜의 뜻에 모두들 기꺼이 수긍한다. 그렇게 소설 속의 인물들은 누군가는 하와이를 상징하는 물건을 찾고, 누군가는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경험들을 공유하며 저마다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수집하는 미션에 몰두한다. 그러는 동안에 이들은 가깝지만 먼 듯했던 서로의 관계를 돌아보고, 존재 자체만으로도 서로가 얼마나 의지하고 있었는지를 깨달으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각자의 언어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이렇듯 복잡하고 허례허식에 가까운 제식이 아니라 우리가 당신을 어떻게 추억하고 나의 삶에 투영하고 있는지, 그 자체에 의미를 두려는 명혜의 참신한 발상은 그것이 ‘그녀들 혹은 그들이 시선으로부터 배운 삶의 방식’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이자 작가가 지향하는 여성사의 중요한 방향성을 상징한다.

 

 

 

“나 결심했어. 할머니 제사상에 완벽한 무지개 사진을 가져갈 거야.”

“뭐? 그렇게 단순하게 결정하는 거야?”

지수의 결정에 우윤은 깔깔 웃었지만, 속으로 자신도 결정했다. 완벽하게 파도를 탈 거야. 그 파도의 거품을 가져갈 거야. / 102p

 

 

경아는 오래전에 식어버린 커피와, 오래전에 끝난 대화를 하와이에서 곱씹었다. 만약에 경아가 완벽한 코나 원두를 사서 엄마가 좋아하던 묵직한 미국식 머그에 내려 제사상에 올리면 죽고 없는 사람이라도 웃을 것이다. 그것은 두 사람만의 유머였으니까. 엄마, 그때 말했던 그 코나 원두야, 하고 죽고 없는 사람을 웃게 하고 싶었다. / 123p

 

 

그렇게 계획적이고 주도면밀한 행동은 그 이후 지수의 삶에서 찾아보기 힘들었으니 예외적인 노력이었을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야 태연히 즐거워 보이던 지수가 사실은 공들여 본인의 성격답지 않은 일을 해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어린 우윤은 지수를 기다리며 고통을 잊었고, 둘이서 써나간 계획 노트는 지수가 없을 때도 우윤을 머물게 했다. 놓고 싶을 때도 놓지 않을 수 있게 해주었다. / 150p

 

 

 

 

 

 

 

   소설을 읽다보면 때로는 사람일 수도 있고, 때로는 작품이나 글일 수도 있고, 때로는 무심한 듯 강한 목소리일 수도 있는 심시선 여사의 유산들이 내내 가슴을 두드린다. 자신을 쓰고 써내느라 닳아 없어지게 하지 말라던 그녀의 메시지가, 눈치 보지 말고 배려해주지 말고 일을 키우라는 뻔뻔한 부추김이 마음을 울린다. 덕분에 소설 속의 ‘그녀들’처럼, 나 역시 시선으로 상징되는 수많은 여성들로부터 뻗어나온 존재들 중에 하나라는 사실에 안심이 되기도 하고, 내가 누군가의 시선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몽글몽글 설레기도 한다. 이게 바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좋다고 평하던, 정세랑의 언어가 지닌 힘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나도 정세랑 월드에 빠져들게 되는 것인가, 참 오랜만에 긴 여운을 주는 작가를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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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 리더의 질문 - 위기와 기회의 시대, 기업의 길을 묻다
권오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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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와 기회의 시대, 누가 도약할 것인가!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기업의 격은 무엇으로 완성되는가!

 

 

 

   소상공인의 창업 여건을 보여주는 ‘창업기상도’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조금 나쁨~나쁨’을 가리키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6개월 이후의 창업기상도는 더욱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미 체감수준은 최악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항공, 조선, 해운, 철강과 같은 기간산업의 경우는 심각한 경영위기로 악화일로에 처해 있다.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를 든든히 떠받쳐오던 주력산업들이 코로나19의 위기 앞에서 우후죽순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오늘의 위기를 단순히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이라고만은 볼 수 없지 않을까? 20여 년간 삼성전자를 이끌며 반도체 신화를 이룩한 권오현 전 회장은 자신의 저서 『초격차:리더의 질문』 을 통해 현재의 산업 위기에 대해 “쟁기질의 달인이 되었는데 계속해서 쟁기질을 더 잘하는 방법을 찾는 데에만 골몰해 있다”고 지적한다. 완벽한 관리 중심의 경영, 효율적인 시스템 운영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지만 그 단계를 뛰어넘을 아이디어도 없고, 뛰어넘을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도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 시스템으로는 지속 가능한 혁신과 진화라는 기업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초격차’로 이끄는 리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초격차:리더의 질문』은 위기와 기회의 시대를 맞아 초격차 기업을 향해 도전하는 기업 경영자와 조직의 리더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경영을 하는 데 있어 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에 대한 삼성전자 권오현 전 회장의 해법을 담아놓은 책이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과 중소·중견 기업, 그리고 그곳의 경영자와 후계자, 전문 경영인들과 만나면서 저자는 리더들의 생각과 태도, 그리고 ‘기업 문화’가 바뀌어야만 진정한 ‘초격차’에 도달할 수 있으며 좋은 리더는 도전, 창조, 협력의 정신이 기업 문화에 녹아들도록 조직과 구성원들을 이끌면서 지속 가능한 혁신에 이르는 길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속 가능한 혁신은 좋은 기업 문화에서 탄생하며, 리더는 이런 기업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은 어떤 것일까? 위기를 헤쳐 나가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좋은 인재를 알아보는 방법은 무엇일까? 최고 경영자들은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1장 ‘리더’ 편에서는 모든 조직의 리더들이 초격차로 향하는 길목에서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질문들에 대해 유용한 답을 들려준다. 특히 저자는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고의 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그것을 잘 운영하는 ‘전문 관리자’ 스타일의 인재를 최고라 여겼던 지난날과 달리,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는 오늘과 미래에는 “리더는 현재에 자기 시간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미래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간 관리 문제에 있어서도 각종 회의와 관리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조직을 어떤 방향으로 가게 해야 할지, 회사가 어떤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야 할지 등을 고민하면서 동시에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놓는 것이 리더가 진짜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이를 테면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가급적이면 자신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조직원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고, 원칙에 근거한 의사 결정 시스템을 구축해 시간을 절약하며, 결재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빠르게 처리하는 방법을 통해 신속하고 유연하게 시간을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저는 기업의 경영자에게 가장 중요한 책무를 생존과 성장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리더가 능력이 부족하면 생존에 문제가 있고, 그릇이 작으면 성장에 한계가 있으며 많은 병폐를 남기면서 미래를 망칩니다. 따라서 능력은 생존을 위해서, 그릇은 성장을 위해서 갖추어야 할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생존하기 위한 능력

○ 성장하기 위한 그릇 / 60p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즉 시시콜콜한 사안들에 일일이 관여하는 리더들은 대개 자신이 모든 사안을 통제하고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부서가 늘어나거나 지시하는 일이 많아지면 아무래도 잊어버리거나 번복하는 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직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처음과 나중의 지시가 다르고, 뭔가 일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하더라도 상사와 부딪히는 것이 싫어서 혹은 혼자 힘으로 해결해보려고 하다가 즉시 보고하지 않아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 88p

 

 

제가 리더의 생각과 행동을 설명할 때 드는 비유가 있습니다. 생각할 때는 가정의 미래를 위해서 자식에 투자하는 가장처럼, 행동할 때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처럼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정상적인 가장이라면 언제나 가족 구성원의 건강을, 자식의 미래를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업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그 기준이 항상 미래에 있어야 합니다. / 123p

 

 

 

 

 

 

   저자는 기업의 성장 단계를 ‘스타트업(창업)’, ‘스케일업(성장)’, ‘스코프업(확장)’, ‘스테이터스업(초격차)’로 분류하며, 우리나라 기업의 대부분이 오랫동안 ‘스케일업’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대부분이 더 성장하지 못하고 쇠퇴기로 접어든다고 지적한다. 이제 우리는 쉽게 말해서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 아마존의 이커머스, 페이스북과 같은 SNS, 애플의 앱스토어 등과 같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는 플랫폼을 갖춘 스테이터스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조’ 즉 ‘혁신’이 반드시 요구되며 이 모든 것을 실행하는 주체가 바로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거듭 말하지만 리더는 원가 절감이나 생산 관리 같은 ‘개선’보다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런 뜻에서 2장 ‘혁신’ 편에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한 개선과 지속 성장을 위한 혁신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본다. 이를 테면 규율과 자율이 조화로운 조직, 개개인의 능력과 경험을 살핀 추천서와 면접, 실무자 참여 중심의 인재 선발 시스템으로의 변화, 단순한 직위 선별과 필요에 맞는 직책 선정, 혁신을 시작할 때는 성공할 확률이 높고 혁신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빨리 나타나는 순서를 우선순위에 둘 것, 4차 산업혁명 이후를 미리 생각해보는 통찰력 등이 그것인데, 저자는 과감하면서도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통해 미래에는 혁신이야말로 기업의 사활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혁신 의지와 더불어 리더는 통찰력, 결단력, 실행력이 있는 인물이어야 합니다. 혁신은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기에 통찰력이, 사활이 걸린 결정을 해야 하기에 결단력이, 어려운 과정을 지속적으로 수행을 해야 하기에 실행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어느 것 하나라도 부족하면 제대로 혁신을 수행할 수가 없습니다. / 132p

 

 

앞서 말한 대로 안 된다고 반발하는 기존 임원들을 배제하고 새롭게 해보겠다는 임원으로 시작했습니다. 거의 모두 처음 해보는 임무였지만 목표를 공유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미래 성장이 없다는 사실을 공유했기 때문에 각자가 생각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두 쏟아 넣었습니다. 초기 몇 개월의 적응 기간을 거친 뒤 조금씩 눈에 보이는 성과를 계속 내면서 초격차의 발판을 마련했던 것입니다. 고통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 164p

 

 

저는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의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인간이 주연이 되어야 할 시대입니다. / 176p

 

 

 

 

  끝으로 3장 ‘문화’ 편에서는 초격차 달성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기업 문화의 중요성과 이를 이끌어갈 주체로서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들을 소개한다. 이때 초격차 조직 문화의 조건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의하는데 ‘도전’, ‘창조’, ‘협력’이 바로 그것이다.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자기의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또한 창조적 아이디어를 가진 호기심 있는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하여 다양한 의견들이 한데 모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직원들의 업무 고민에 대해 리더와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진정한 소통을 기반으로 한 협력의 문화를 이끌어야 한다. 바로 이 세 가지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졌을 때 마침내 기업은 초격차 달성의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리더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유능함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는 한 분야에서 탁원한 성과를 낸 사람을 유능하다고 평가했지만, 앞으로는 다른 의견을 잘 듣고 상호 피드백을 원활하게 하는 리더,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리더가 유능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 125p

 

 

기업 내에서 소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저는 “상대편이 나에게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해결해가는 과정”이라고 정의 내립니다.

“사장님, 우리 회사에는 이런저런 불합리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개선하시겠습니까?” 혹은 “사장님이 그렇게 행동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직원이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때 진짜 소통이 이루어집니다. (중략) 스스럼없이 질문하고 그에 따른 피드백이 뒤따라야 합니다. 즉 피드백 루프가 이루어져야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소통이 잘되는 것입니다. / 234p

 

 

 

 

 

  무엇보다 리더는 자신의 지혜, 즉 그릇을 키워야 한다는 말은 진정한 리더십이 결여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말인 것 같다. 내가 옳다, 내가 맞다, 나는 더 배울 것이 없다는 식으로 모든 것을 자기 위주로 판단하는 리더에게 미래는 없다. 혁신을 하겠다는 도전 정신, 어느 상황에서도 적응하는 유연성, 다른 생각도 포용하는 리더십을 갖춘 리더야말로 지금 우리가 맞이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존재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이 땅의 훌륭한 인재들이 성장하고 리더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좋은 견인책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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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깡이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3
한정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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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부산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힘들고 어려웠던 그 시절, 그 나날들을 추억하게 하는 소설!

가난하고 힘들었지만 가족의 힘으로 성장했던 이 땅의 수많은 ‘딸’들을 위한 이야기! 

 

 

 

   “깡깡깡깡…….”

   깡깡이 아지매들의 망치 소리를 시작으로 하루가 시작되는 곳. 쇠와 쇠가 부딪치며 내는 깡마른 소리와 쇳가루 냄새, 생활 오수가 그대로 흘러들어오는 항구에서 나는 시척지근한 냄새와 폐선에서 흘러나온 기름 냄새가 파도처럼 밀려드는 곳.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1970년대, 부산의 봉래동과 대평동 해안가 일대에는 가난한 살림을 붙들고 사는 사람들의 고된 풍경이 비릿한 짠내와 함께 진득하게 늘러 붙어 있었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대평동의 작은 골목 안에는 주로 배에 들러붙은 따개비 따위나 녹을 깨끗하게 떨어내는, 소위 깡깡이 아지매라 불리는 이들이 생계를 책임지며 사는 집들이 더러 있었다. 정은의 집도 마찬가지였다. 커다란 빚만 남기고 집을 떠난 무능한 아버지를 대신해 엄마는 다섯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힘든 깡깡이 일을 해야만 했다. 정은으로서는 중학교로 진학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노릇이었다. 깡깡이 일을 하러 나선 엄마를 대신해 아래로 줄줄이 딸린 동생들을 거둬 살피고 챙기는 역할은 오롯이 맏딸인 자신의 몫이었다. 젖먹이 동생 동우가 엄마 젖을 먹어야 할 시간이면 엄마의 일터까지 매일 두 번씩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운 일에서부터 돈을 벌기 위해 신문 배달을 하는 일까지도 마다할 수 없었다. 하물며 바로 아랫동생인 동식이는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사고를 치러 다니기 일쑤였고, 여리고 어린 여동생들도 살뜰히 챙겨야 했으니 어려운 형편에 모두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정은은 투정 한번 부릴 수 없었다. 그건 순전히 다 아버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집 살림 밑천 기특한 맏딸!” 아버지의 그 말은 정은을 옥죄는 족쇄였다. 어디 정은뿐이었을까. 그 시절의 딸들은, 특히나 맏딸은 가족에게 있어 모두 그런 존재였다.

 

 

 

엄마의 그 말은 아버지의 ‘기특한 맏딸’처럼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늘 불러일으켰다. 돌에도 나무에도 기댈 곳 없는 부모님께 힘이 되어 드려야 한다는 생각, 스스로 짊어졌던 그 책임감은 나를 일찍 철들게 했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나를 옭아매기도 했다. 양면성은 어디에나 존재했다. / 16p

 

이해까지는 안 되더라도 나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아마 결혼을 포기하면서부터였지 싶다. 나는 세상의 모든 일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았다. 감정의 질척한 구덩이에 들어가 함께 엉켜 뒹구는 건 이제 사절이다. 가족이든 친구든 최대한 객관화시켜 바라보면 문제의 핵심이 놀랄 만큼 명료해졌다. 그걸 깨닫기까지 참 오랜 세월을 나는 맏딸이라는 책임감에 눌려 살아야 했다. / 27p

 

 

엄마는 딸이라서 부모한테 관심 받지 못한 걸 서운해하면서도 정작 자신도 딸한테 그런 관심을 기울일 줄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중학교 보낼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서도 동식이 육성회비는 밀리는 법 없이 꼬박꼬박 제 날짜에 쥐여 보냈고 공부하는 데 필요한 거라면 어떻게라도 갖춰줬다. / 150p  

 

 

 

 

 

 

   가난하고 고단한 삶은 쉬이 나아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딱 한 번 가족들을 잠깐 찾아왔다가 수출선을 타러 나가선 영영 돌아오지 않았고, 엄마는 깡깡이 일을 하다가 사고로 다쳐 팔을 다쳤다. 오빠를 따라 나섰다가 길을 잃은 정희는 겨우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막내 동우는 끝끝내 찾지 못했다. 그나마 하게 된 신문 배달도 악덕 사장을 만나 번 돈을 모두 떼일 뻔했다. 그렇게 가난은, 비루한 삶은 도무지 나아질 줄을 모르고 저마다에게 상처로 남았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자식들 굶기지 않고 공부까지 다 시키겠다는 엄마의 억척스러움이, 그 의지가 끝내 가족을 키워냈다. “니는 내처럼 맏딸이라는 말에 묶어 살지 마라. 사람은 배워야 제대로 대접받고 살 수 있는 기라.” 자신도 맏딸로 자라 희생하며 자랐던 엄마는 정은이만큼은 그렇게 살지 않기를 바랐다. 시간이 흘러 자신이 꿈꾸던 화가가 된 정은은 그제야 “내가 자유로우니 동생도 엄마도 자유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것은 엄마가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엄마와 함께 자식을 다섯이나 낳아놓고 다른 여자한테 가버린 아버지. 아버지는 한 번인가 잠깐 우리를 찾아왔다가 수출선을 타러 나가선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나에게 아버지란 말은 무책임이란 말과 동의어였지만 엄마는 치매에 걸리기 전까지도 젊은 시절의 아버지를 잊지 못했다.

아버지를 대신한 엄마의 노동을 지켜보며 아이답게 자라지 못한 나의 어린 시절은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응어리졌고 나는 남자라는 인간 전체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기억으로부터 벗어난 지금 엄마는 아버지한테서 자유로워졌을까? / 64p

 

 

벼랑 끝에 내몰린 것처럼 절박한 환경은 엄마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주저거리던 눈빛에는 어떻게라도 살아야 한다는 결기가 더해졌고 자주 한숨을 내쉬던 입매는 앙다물어졌다. 깡깡이 일을 하는 조선소는 엄마에겐 더는 피할 수 없는 막장과 같은 곳이었다. 광부가 굴 속에 들어가 석탄을 캐내듯 엄마는 높다란 배에 매달려 깡깡이 망치로 쇠를 떨어냈다. / 79p

 

 

 

 

 

 

   이처럼 『깡깡이』는 1970년대 부산의 한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가난하고 힘들었지만 가족이라는 품이 있어서 마음만은 따뜻했던 그 시절, 그 날의 향수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한편으로는 시간이 흘러 화가가 된 정은이 치매에 걸린 엄마를 만나러가는 장면에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가족에게 희생한 엄마의 고단했던 삶을, 그 시절의 딸들이 겪어야 했던 애환을 담담하게 풀어냄으로써 묵직한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덕분에 우리는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 세대가 겪었을 시절의 모습들을 먹먹한 마음으로 그려본다. 방앗간 운영을 하느라 바빴던 외할머니를 대신해 위의 두 오빠와 아래 두 동생들을 위해 살림을 도맡았던 엄마, 그 버릇이 아직도 남아서 친척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날이면 더더욱 부엌에서 떠나질 않던 나의 엄마. “엄마는 언제부터 요리를 잘했어?” 하고 묻는 어린 나에게 “엄마는 너만 할 때부터 부엌에서 밥을 지었거든.” 했던 그때 엄마의 목소리와 낯빛은 어떠했던가. 이렇게 자라서도 나는 한 번도 그것을 제대로 어루만져주지 못한 것 같아 새삼 미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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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셜리 클럽 오늘의 젊은 작가 29
박서련 지음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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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의 땅에서 만난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 그리고 끝끝내 발견하게 되는 ‘우리’

셜리라는 이름의 사랑스러운 그녀들에게서 ‘우리’라는 연대의 힘을 마주하는 시간!

 

 

 

   “엇, 저는 이름만 듣고 남자인 줄 알았어요.”

   내 이름 석 자만 알고 온 이들은 깜짝 놀라곤 한다. 완벽히 남성적이라 생각하기에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여성적인 이름이라고 하기에도 그저 그런 ‘지헌’이라는 이름은 종종 이와 같은 오해를 사곤 한다. 그럴 때면 너스레를 떨며 말한다. 괜찮아요, 딱히 여성스럽지도 않아서요. 나는 이름이 그 사람의 정체성과 의식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름대로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흔하지 않아, 중성적인 느낌이지, 가볍다거나 발랄한 느낌은 아니고 적잖이 무게감이 느껴지지. 딱 이름이 주는 그 느낌대로 살아온 게 나라는 사람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문득 나와 같은 성과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녹색창에 검색해봤더니 대체로 저술가 혹은 예술가로 분류되는 정말 몇 안 되는 이들만 간략하게 나온다. 그들은 이름대로 살고 있을까? 혹은 이름값을 하며 살기에 녹녹하지 않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더 셜리 클럽』을 읽고 난 후, 이 땅에서 지헌이라는 이름의 당신들이 어떻게 살고 있을지 문득 안부가 궁금해진다.

 

 

 

 

 

 

나와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한 수많은 인생을 만난다는 것

 

 

 

   한국 이름 ‘설희’, 영어식 이름으로는 ‘셜리’. 스무 살의 한국인 셜리는 한인 워킹홀리데이 정보 사이트를 통해 치즈 공장 일자리를 구하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살기 좋은 도시라 불리는 호주 멜버른으로 향한다. 마침 그녀가 도착했을 때는 오세아니아 대륙 전역을 통틀어 손꼽히게 큰 축제인 멜버른컵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다. 무심코 사람들 틈에서 멜버른 커뮤니티 페스티벌 퍼레이드를 구경하고 있던 셜리는 ‘더 셜리 클럽’이라는 이색적인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독특하게도 클럽에 소속된 이들은 모두 할머니들이다. 전통 의상을 입은 것도 아니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닌, 그냥 사람 좋아 보이는 평범한 할머니들이다. 너무 평범해서 눈길이 가는 이 할머니들의 가슴에는 저마다의 이름이 적힌 명찰이 달려 있다. 셜리 J, 셜리 M, 셜리 O……. 그러니까 이 할머니들은 모두 셜리고, 셜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만이 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내 이름도 셜리예요! 문득, 셜리는 할머니들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어져서 손을 흔든다. 처음 호주에 발을 디딘 날이 어떤 세계의 새해 첫날이고 그 도시에서 가장 큰 축제가 열리는 날이라는 건,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이 세계가 나를 환영한다는 의미기도 하겠지만 도착한 이래 그런 해석을 유지할 만한 장치가 마땅히 없었던 그녀로선 ‘더 셜리 클럽’은 설명하기 힘든 기쁨으로 마음을 출렁이게 한다. 어쩌면 그것은 셜리라는 이름이 주는 특이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국 이름으로 치면 ‘자’나 ‘숙’으로 끝나는 이름과도 같은, 그래서 1970년대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잘 붙이지 않는 데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조차 유색인 인구가 늘어나기 한참 전에나 유행했던 올드한 느낌의 이름을, 그것도 한꺼번에 여러 명을 만나게 되다니. 그건 한국에서 온 이방인으로서, 이곳도 저곳도 아닌 제3자의 시선에서 겨우 마주한 동질감 같은 게 아니었을까. 그렇게 셜리는 퍼레이드를 마치고 일종의 뒤풀이를 하고 있던 셜리 할머니들을 뒤따라갔다가 우연히 S를 만나게 되고, 덕분에 임시명예회원으로 클럽 가입에 성공한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예요. 첫째, 제 한국 이름과 발음이 굉장히 비슷하다는 것. 둘째, 셜리라는 이름은 사랑스럽다는 것.” / 38p

 

“누굴 찾고 있어요?”

거의 완벽한 보라색 목소리였다.

어떤 소리는 색깔로 들린다. 특히 사람의 목소리에는 거의 항상 색깔이 있다. / 28p

 

 

 

 

  평소 사람이 지닌 목소리에서 색깔을 느끼곤 하는 셜리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보라색 목소리를 가진 S에게 본능적으로 이끌린다. 때문에 S와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주말이 되면 S의 친구들을 함께 만나고 도시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차츰 즐거워진다. 그렇게 셜리는 S를 만나거나 ‘더 셜리 클럽’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해 셜리 할머니들과 소소한 우정을 나누면서 점차 이 도시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그녀가 S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좋아한다, 이 사람이 좋다. 이 단순한 사실에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 순간, S가 느닷없이 사라지고 만다. 아무런 연락이 없고, 답장도 없다. 이때부터 그녀는 S를 다시 만나야 한다는 믿음으로 치즈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그만두고 에어즈록에서 울루루로 그리고 퍼스로, 로트네스트섬으로 이어지는 여정을 떠난다. 그리고 이 낯설고도 무모한 여행길에 놀랍고도 위대한 ‘더 셜리 클럽’이 함께 한다.

 

 

 

그 순간,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깨달음이 피할 길 없는 파도처럼 나를 뒤덮었다.

이 사실에 순응해야 했다. 내게 이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토록 큰 위안과 감사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에. 이 사람을 알게 된 이후 나는 내내 이 사람을 필요로 해 왔는데, 그 사실을 애써 모른 척해 온 것 같았다. 그걸 인정하는 일에는 기묘한,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종류의 감동이 있었다. 나는, 좋아한다, 이 사람을. 이 사람이 좋다. 이 사람을 좋아한다. 나에게 그건 아주 단순하고도 파괴적인 사실이었다. / 123p

 

 

“우리 클럽의 모토가 뭐였지요?”

“재미, 먹거리, 친구!”

할머니들이 입을 모아 Fun, Food, Friend라고 외쳤다.

“그중에 제일 중요한 것?”

“친구!”

할머니들이 다시 제창했다. 해먼드 할머니는 미소를 지었다.

“들었죠? 더 셜리 클럽에 셜리보다 중요한 건 없어요. 우리는 모두 셜리고, 우리는 모두 셜리를 아끼죠. 부담 느끼지 말아요. 우리가 도울게요. 셜리를 돕는 게 우리를 돕는 거니까.” / 141p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셜리를 받아들여준 할머니들은 이제 S에게 전하지 못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하는 셜리의 진심에 함께 돕겠다고 나선다. 빅토리아 지부에서 제일 컴퓨터를 잘한다는 셜리 아케인 할머니가 S의 페이스북 계정을 찾아 주고, 셜리 벨머린 아주머니는 치즈공장의 셰어 하우스에서 그녀가 겪은 부당한 대우를 바로잡아주며, 셜리 해먼드 할머니는 다른 지역의 클럽 회원들에게 연락해 곳곳에서 셜리를 도울 수 있도록 한다. 피부색이 다르고 나이도 다르지만 셜리를 따뜻하게 품어주고, 감싸주고, 사랑을 찾으려는 용기를 마음껏 응원해준다.

 

 

 

   이렇게 소설 『더 셜리 클럽』은 셜리라는 이름의 사랑스러운 그녀들에게서 모든 것을 초월한 ‘우리’라는 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비록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서로 다른 시간에 다른 역사를 살아온 이들이 연대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모든 힘을 품을 수 있는 ‘사랑’이 있어 가능한 게 된다. ‘여러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은 그 문화적 배경에서보다 그들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 안에서 정체성을 찾게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 안에서 우리가 된다. 네가 찾고 있는 사람에게 네가 주는 사랑이 그 사람을 완성해 줄 거다.’ 셜리에게 전하는 넬슨 할머니의 메시지가 유독 마음을 울리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저 이름이 같은, 딱히 이유랄 것이 없는 이 연대에 우리가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 또한 여전히 우리 안에 살아있는 선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어서가 아닐까.

 

 

 

“리틀 셜리를 가르치려거나 교훈을 주려고 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셜리도 잘 알겠지만, 어머니와 딸 사이에는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판단하거나 끼어들 수 없는 마음의 매듭이 있게 마련이잖아요?” / 185p 

 

 

 

 

  『더 셜리 클럽』은 핑크빛 사랑이 흘러넘치는 표지의 그것처럼 참 달콤한 소설이다. 그러면서도 ‘한국인으로도 독일인으로도 영국인으로도 내가 충분하지 않은 느낌’이 든다던 S의 고백처럼, 어느 나라의 국민, 시민이라는 감각 대신 ‘이민자’라는 제3, 제4의 정체성 속에서 떠도는 이민자 가정의 내밀한 상처에 시선을 둔 작가의 섬세함도 돋보인다. 워킹홀리데이라는 그럴 듯한 이미지 속에 청년들이 겪는 각종 부당함과 인종차별 문제까지 사실적으로 그려낸 점 또한 인상적이다. ‘오늘의 젊은 작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오늘의 시대를 공유하는 박서련 작가만의 ‘감각’을 잘 보여준 듯하다. 덕분에 이미 좋은 평을 받고 있는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사뭇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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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너희를 갈라놓을 때까지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9
김희선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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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 다잉 시대, 노인 혐오와 배제라는 사회적 문제를 날카롭게 포착한 소설!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교묘히 파고들어 발칙한 상상력과 신선한 감각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작품!

 

 

 

   여덟 개의 계곡 사이에 푹 파묻혀 있다고 해서 사람들은 이곳을 팔곡마을이라 부른다. 지도나 내비게이션 없이 그쪽을 지난다면 거기 마을이 있는 줄도 모른 채 지나칠 만한 그런 곳, 마을이 있다는 걸 안다 해도 막상 배에서 내리면 잘못 온 게 아닌가 하는 불안을 느낄 만큼 어둡고 축축한, 바로 그런 곳이다. 누군가는 팔곡마을 하면 우울한 풍광을 떠올리며 소위 시체 같은 느낌을 떠올리기도 한다. 거기선 만약 길을 걷다가 유령을 마주쳐도 그게 유령인 줄 모를 것이다. 왜냐하면 마을 노인들이 이미 유령과 별로 다를 바 없는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유령처럼 회색지대를 떠도는 노인들

 

 

 

   월상파출소의 소장 박 경위는 우체부가 하도 팔곡마을의 노인들이 사라졌다고 호들갑을 떠는 바람에 하는 수없이 선착장으로 향한다. 해질녘이 다 되어가는 데다 몸은 피곤했지만 우체부의 확신에 찬 말을 듣고 있으려니 차마 떨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우체부는 여느 때처럼 팔곡마을에 우편물을 배달하러 갔다고 한다. 그런데 자신이 손수 페인트를 칠해서 나사못으로 바닥에 고정해둔 우편함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비워지지 않은 적이 없던 그 우편함이 지난번에 넣어둔 우편물과 함께 그대로 남아 있더라는 것이다. 우체부는 뭔가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을 것 같은 이상한 징조를 느꼈다고 한다. 마을에 살고 있는 여덟 집 앞으로 동시에 배달된 웰다잉협회라는 이름의 우편물 역시 어쩐지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쓱 훑어보니 연명치료 거부에 대한 사전의향서 작성을 안내하는 건조한 내용의 우편물에 불과했지만, 다 늙어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노인네들이 서류에 사인하는 광경을 떠올리려니 어딘지 꺼림칙했을 것이다. 그때부터 우체부는 약간 두려워진 마음을 안고서 마을 이장인 피 노인의 집과 마을회관을 차례로 둘러본다. 하지만 거기엔 피 노인의 흔적은커녕 마을의 노인들이 한꺼번에 사라진 게 분명하다는 선뜩한 예감만이 감돌뿐이다.

 

 

 

“물론이죠. 있어요. 내가 알아요. 그 노인네들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마을을 비운 적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왜 갑자기 다들 사라져버렸겠어요? 무슨 사달이 나지 않고서야 그럴 일이 없지 않겠느냐고요.” / 49p  

 

 

 

 

  보나마나 팔곡마을 노인 전원이 조그만 봉고차를 대절해서 어디 관광이라도 갔으려니 하면서도 박 경위는 팔곡마을로 향하는 배에 우체부와 함께 올라탄다. 이미 사위는 컴컴해지고, 하늘이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는 걸 보니 곧 폭풍우라도 몰아칠 듯한 분위기다. 살집이 있고 퉁퉁한 선장은 가는 길에 심심하니 홍보 영상용 비디오나 보라고 틀어주는데, 그 영상의 내용이 어쩐지 기묘하다. ‘웰다잉-죽음을 이기는 법’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죽음을 능동적으로 맞이하라는 심오한 메시지와 함께 영상을 보는 이로 하여금 기이한 최면에 빠져들게 하는 데가 있다. 잿빛 거리, 죽음을 이긴다는 사람들, 박 경위는 자신도 모르게 커다란 호수에 뛰어들어 그것과 하나가 되어 완전히 사라지는 환영에 사로잡힌다. 다행히 우체부가 자신을 깨우는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갑자기 호수에 들어가겠다며 영원히 쉬고 싶다는 둥 이상한 소리를 해댔다는 우체부의 말이 찝찝할 따름이다.

 

 

 

제길. 대체 노인들은 왜 한곳에 가만히 있지 않는 걸까. 힘도 없고 관절도 안좋다면서 툭하면 그들은 여기저길 돌아다녔고 길을 잃거나 버스에서 굴러떨어지고 계단에서 다쳤다. 다친 노인네들이야 병원에 들어가 누우면 그만이다. 그러나 남은 가족들은? 그들은 도대체 무슨 죄가 있어서 그런 존재들, 살아 있되 살아 있다고 하기도 애매한, 삶과 죽음의 중간인 회색지대를 맴도는 이들에게 발목을 잡혀야 하는가 말이다. / 53p

 

 

죽음이 다가왔을 때 굴복한다면 그건 죽음에 압도당하는 겁니다. 그러나 먼저 죽음을 택한다면 그거야말로 죽음에 대한 승리가 되는 거니까요- 곁에서 지켜봐주는 겁니다. 놀라운 건, 이 나라에선 늙거나 병든 사람만이 이런 죽음을 택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젊고 건강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어도 그저 삶을 지속하기 싫어지면, 의사를 불러서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겁니다. / 58p

 

 

 

 

 

 

   그러고 보니, 그 많던 노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이곳 팔곡마을에는 이제 열 명의 노인만이 살고 있을 뿐이고, 월상댐까지 들어가는 뱃길에 있던 다섯 개의 마을 중 벌써 세 개는 완전히 사라졌다. 박 경위는 우체부의 말대로 노인들이 사라진, 텅 비어있는 스산한 풍경의 팔곡마을을 둘러보며 알 수 없는 기시감과 실체를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이상한 의문에 사로잡힌다. 설마, 이건 정말로 희대의 노인 단체 실종극일지도 몰라. 노인들은 대체로 한 명씩 사라졌고 한 명씩 죽어갔다. 그래선지 그들의 죽음은 별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고 아무도 그 행방을 궁금히 여기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노인이 한꺼번에 사라진 적이 없었다는 사실은 박 경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바로 그때, 내내 보이지 않았던 우체부가 누군가에 의해 사로잡혔다는 것을 알게 되고, 선장 역시 뜻밖의 습격을 받고 쓰러진다.

 

 

 

“내 말은, 이 세계가 공정하고 온전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같이 보이느냐, 이거야. 하긴, 지금 이런 얘길 한들 누가 이해하기나 할까. 여하간 아까 내 손목을 보고 당신이 우리 조직의 정체를 어느 정도 눈치챘다는 건 알았어. 그래 맞아. 우린 ‘뉴 제너레이션’의 일원이야. 뉴 제너레이션. 세계를 구할 사람들. 새로운 세대, 미래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우린 세상 곳곳에 숨어 그림자처럼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 나가고 있다고.” / 107p

 

 

“세계 각지에서 그건 이미 골칫거리였지. 그래, 세상이 점점 늙어가고 있다는 것. 노인들의 지구 전체를 뒤덮어서 결국은 모두를 쇠락과 소멸로 내몰고 말 거라는 것. 늙은 자들은 탐욕스럽고 오만하고 꼰대에다 자기들만 옳다고 믿지. 그것만으로도 심판받아 마땅한데, 거기에 더해서 늙어 죽어가면서까지 오직 살겠다는 욕망으로 발버둥 치며 국가 의료 재정에 구멍을 내고, 그렇게 연명한 목숨 덕분에 연금 시스템까지 갉아먹어. 돈이 있는 노인이라고 더 나은 것도 아니야. 그것들은 끝가지 재산을 틀어쥐고 새로운 세대에겐 한 푼도 내놓지 않아. 살날도 얼마 안 남은 주제에 악착같이 다 늙은 몸을 이끌고 투표장에 가서는, 앞날이 새파란 젊은이들을 골로 보낼 궁리나 하면서 말이야.” / 107p

 

 

 

 

 

 

   처음 보았을 때부터 뭔가 이상한 느낌을 주었던 남자, 우체부와 박 경위를 습격한 건 선장이었다. 선장은 두 사람을 포박한 뒤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기 시작한다. 바로 웰다잉협회 즉, ‘뉴 제너레이션’이라는 이름의 비밀 조직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자신이 이 비밀 조직의 요원으로 인류, 나아가 지구 전체에 있어서 쓸모없는 노인들을 제거하기 위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다시 말해 노인들이 스스로를 혐오하게 만들고 마침내 삶을 비관하여 자신의 비루한 생을 마감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조직의 목표라는 것이다. 그리고 조직의 배후에는 가장 거대한 조직인 국가가 있다며 차마 믿기 힘든 말을 거침없이 떠벌린다. 아무래도 선장의 말은 미치광이의 헛소리에 불과해보이지만, 독자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끔찍하고도 불편한, 섬뜩하지만 굉장히 낯선 하나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늙음이 혐오가 되고, 부양이 자식의 짐이 되어버린 현실, 스스로를 실버타운과 요양원에 내맡겨야 하는 노인의 미래. 어쩌면 뉴 제너레이션의 음모론은 한 정신병자의 망상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간과할 수 없는 진실의 당연한 결과물일지도 모르겠다.

 

 

 

“최종 목표는 다른 데 있지. 그건 바로…… 노인들 스스로가 자신을 혐오하게 만드는 것. 스스로를 무용지물로 여기게끔 몰아가는 것. 그리고 잘 알겠지만, 자기에 대한 혐오의 귀결은…….”

“……설마, 자살?”

선장이 담배꽁초를 폐가 바닥에 던지더니 발로 비벼 껐다.

“역시 소장님은 영리하다니까. 그래, 우린 노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비루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야. 그게 다라고. 그러니 마을 노인들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는 내 알 바가 아니야. 다만 그들이 차차 한 명씩 세상을 등지도록 도와주는 게, 내 임무인 거지. 어때, 놀랍지 않아? 엄청난 아이디어 아니냐고.” / 116p

 

 

  명절 날, 시어머니는 나에게 연명치료를 거부하겠다는 내용의 신청서를 작성하고 왔다고 말씀하셨다. 노년의 삶이 짐이 되지 않기 위한 결심들을 나는 종종 부모님 세대로부터 자주 듣곤 한다. 그것은 머지않아 나에게도 찾아올 숙명이기에 뼈아프다. 늙음이, 죽음이, 세대와 세대를 갈라놓는 주요한 기준이 되어버린다면 그건 곧 그 자체로 죽음이며 두려움이 된다. 아침부터 바지런히 나와 지하철 상가에서 공허하게 떠도는 저 수많은 어르신들, 오육남이라는 이름의 꼰대들, 정말이지 웰빙이 아닌 웰다잉이 더욱 중요해진 이 시대에 우리가 깊이 숙고해볼 문제다.

 

 

 

“한 사람을 죽이면 살인이지만 백만 명을 죽이면 혁명이 된다.” / 10p

 

 

 

   이렇듯 『죽음이 너희를 갈라놓을 때까지』는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교묘히 파고들어 웰 다잉 시대, 노인 혐오와 배제라는 사회적 문제를 의미심장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심플한 스토리라인과 극적 긴장감, 간결한 필치만으로도 극의 마지막까지 거침없이 내달릴 수 있는 작가의 신박함이 돋보인다. 정말 오랜만에 앞선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작가라 참 반갑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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