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 2 - 4차 산업혁명과 간헐적 팬데믹 시대 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 2
이도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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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현재와 미래,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의 대안을 모색하다!

 

 

  코로나19는 인간이 숲을 파괴하면서 숲의 박쥐나 원숭이에게만 기생하던 바이러스가 변이를 하여 인수 공통의 전염병으로 전환한 것이다. 학자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인간이 숲을 계속 파괴하는 한, 인류는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을 4~5년 주기로 겪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 숲을 비롯한 환경 파괴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생명과 기후위기, 불평등의 극대화와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들이 한 데 얽혀 인류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디지털 사회와 인공지능을 필두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인류와 지구 전체에 보다 급격한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이것이 야기할 문제를 분석하고 새로운 전망 속에서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은 여전히 모호한 듯하다. 때문에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의 미래는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위기와 기회, 그 사이에 선 4차 산업혁명의 미래

 

 

 

  『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는 4차 산업혁명과 간헐적 팬데믹 시대에 따른 구체적인 페러다임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인문학 책이다. 앞서 1권에서는 700만 년의 인류사에서 4차 산업혁명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자연과학과 인문학, 동양과 서양을 융합해 통찰했다면, 2권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분석하고 이에 따르는 각종 위기와 윤리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팬데믹과 함께 모색해본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사회에 일으킨 큰 변화 중에 하나는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과 빅데이터의 출현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SNS를 이용해서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지식과 정보의 양이 확대되었고, 여러 가지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네티즌들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빅데이터가 출현하면서 이를 활용한 국가와 기업은 많은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되었으며 보다 많은 시민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조절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렇듯 디지털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으로 곳곳에서 우리들의 삶을 윤택하게 한 반면, 그 이면에는 많은 문제점을 양산하기도 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감시와 통제가 이뤄지고, 부정확한 정보와 가짜뉴스의 보급으로 인한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스마트 사회에 편입된 집단과 배제된 집단 간의 격차, 불평등과 독점, 억압 구조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 또한 우려된다. 그 중에서도 ‘위험 사회’는 우리가 반드시 경계해야 할 일이다.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고도의 기술로 관리가 되는 완벽에 가까운 사회임에도, 매우 작은 실수나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돌발 사태로 인해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커다란 사고가 날 수 있는 사회를 뜻하는 말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알 수 있듯 과학기술에 대한 과도한 믿음보다는 늘 변수와 위험을 인식하고 보다 더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위험사회란 성찰적 근대성의 틀에서 과학기술이 야기할 위험을 인지하고 이에 대해 의심과 불확실성의 눈으로 보면서 이 위험을 줄이려는 여러 노력과 행위가 체계화한 사회를 뜻한다. 이 사회의 특성은 측정과 예측이 가능한 위험과 현대 과학기술로도 측정하거나 예측하지 못하는 위험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불안전과 불확실성, 이에 대한 불안이 늘 상존하는 것이다. / 50p

 

 

디지털 사회에는 부정확한 정보, 가짜뉴스의 보급과 소통이 발생하고, 반향실효과가 크게 작동한다. 반향실효과란 것은 폐쇄된 공간에서 비슷한 정보와 아이디어가 돌고 돌면서 강화되고 악순환을 일으키는 것을 뜻한다. 부정확한 정보가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사람들을 집단적으로 공포에 휘둘리게 하거나, 집단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낳게 할 수도 있다. 또 무한하고 자유롭게 어디든 방문하고 글을 올릴 수 있는 것 같지만, 모든 것은 알고리즘에 따라 작동하는데 개인들은 정보 알고리즘에 접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겉으로 보면 투명성이 증대한 것 같지만, 심층적 차원에서는 오히려 폐쇄성이 더 강화한다. / 53p

 

 

 



 

 

 

 

  1장에서 디지털 사회의 역기능과 순기능, 빅데이터 출현에 따른 사회문화의 변화 양상과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았다면, 2장에서는 이른바 ‘재현의 위기’로 표현되는 가상현실/증강현실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본다. 재현의 위기란, 허구인 텍스트, 환영, 미디어가 현실을 구성하는 것,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의 경계가 해체되거나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이 실제 현실을 전도하는 것, 기호가 지시대상을 상실하고 이미지로 대체되는 것, 가짜가 진짜를 대체하는 것, 원본은 사라지고 복사본이 원본을 대체하는 것을 통틀어서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권력이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동원하여 모든 장의 모든 세력을 포섭하고, 포섭되지 않는 개인과 집단은 철저히 배제하면서 체제의 유지를 도모하는 일은 폭력에 가깝다. 때문에 저자는 우리는 실상을 직시하고, 현실 너머에서 현실을 구성하는 요인과 원리를 파악하며 실제 현실로 다가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에 스민 권력과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근본적으로는 체제를 해체하는 운동을 끊임없이 전개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디지털 사회의 주역이자 미래인 디지털 원주민에게 종이책을 읽게 하고 이로부터 사색하고 상상하고 사고하는 것과 타인과 협력하는 것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꼰대처럼 강요할 것이 아니라 협력하는 것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꼰대처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읽기, 쓰기, 수학, 논리적 사고, 이해 등 아날로그 세대의 유산을 디지털 언어로 번역하여 디지털 원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양식에 담아 전해야 한다. 끊임없는 반복 속에서 알고리즘으로 분석하거나 파악할 수 없는 차이들을 찾고 그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책읽기와 토론, 교육을 통하여 비판적이며 성찰적이며 저항적인 동시에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주체를 길러내고 빅마더에 저항하는 연대를 구성해야 한다. / 78p

 

 

  이 외에도 사물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초연결사회의 문제점을 경계하기도 한다. 초연결사회란 인터넷을 매개로 지구상의 모든 사물, 모든 사람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산업혁명 시대를 지배했던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하여 다른 생물권을 포함하고 기계가 인격을 갖는 시대에 부합하는 트랜스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으로의 이행을 수행하고 있다. 문제는 초연결사회가 국경, 문화, 언어 따위를 뛰어넘어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지만, 사실은 현실 세계와 단절된 채 저마다의 가상 세계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초연결사회에서 인간은 얼마만큼 자율성과 주체성을 가질 것인가. 인간은 초연결사회에서 한 점 노드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 모두 고심해볼 문제다.

 

 

 

로버트 페페렐은 포스트휴먼의 특징에 대해 “첫째, 포스트휴먼은 휴머니즘이라고 알려져 있는 사회발달 시대의 종식을 묘사하는 데 사용되며, ‘휴머니즘 이후’를 의미한다. 둘째, 포스트휴먼은 인간존재를 구성하는 것에 대한 전통적이니 생각들이 이제는 중대한 변환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인간이라는 것을 종래에 생각해 오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 포스트휴먼은 생물학과 기술과학의 전반적인 수렴이 일어나 그 둘을 구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수준까지 왔음을 나타낸다.” 라고 말한다. / 367p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우리보다 지능이 더 나은 기계를 만날 것이고, 인간은 점점 이 기계에 종속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생명을 조합하고 창조하면서 수많은 질병과 유전적 약점을 극복하겠지만 그 오만은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위기를 끊임없이 초래할 것이다. 이는 곧 과학기술결정주의나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초인류적인 생명성과 영성을 결합한 과학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인간이 중심에 서서 자연을 파괴하여 개발하던 데서 자연과 공존하고 순환이 가능한 불일불이의 생태론으로, 타자를 배제하고 폭력을 행하던 동일성에서 타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눈부처 차이로, 과학기술주의에서 일심의 체용론으로, 인간중심주의에서 다른 인간과 생명과 공존하는 생태적 포스트휴머니즘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럴 때만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내일이 있다는 그의 경고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실현해야 할 문제다.

 

 

 

화쟁의 의미는 무엇인가. “화쟁의 축자적 뜻은 모든 이론과 논리의 대립과 갈등을 하나로 아우른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여 화쟁의 가장 기본적인 뜻은 모든 대립과 갈등을 회통시킴을 의미한다. 회통이란, 글이 서로 다른 것을 통해서 뜻이 서로 같은 것에 맞추는 것이니, 화쟁은 여러 사상과 논쟁 가운데 그 핵심과 대요를 파악해 곡해와 대립을 낳고 있는 부분을 서로 통하게 하며, 일심으로 세계의 실체를 파악해 모든 시비와 망령됨을 끊고 원융을 이루는 사상체계이다.

필자는 대립과 갈등, 전쟁에 대한 대안 가운데 최고인 것이 화쟁이라 본다. / 407p

 

 

공감·협력 교육이란 ‘덜 인지하고 있는 자와 더 인지하고 있는 자 사이에서 부단한 상호작용, 수행, 체험, 소통, 타인의 삶, 의미의 창조와 실천 등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구성하고 이타성을 증대하면서 서로 발달을 촉진하고, 타자를 배려하고 소통하면서 타자의 희노애락을 함께 느끼며, 이를 바탕으로 한 개인이 타자와 경쟁하기보다 서로 도와 공동의 이익과 발전을 도모하도록 이끄는 것’을 뜻한다. / 462p

 

 

 



 

 

 

 

  『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는 인문학적인 시각에서 4차 산업혁명을 통찰하고 성찰한 다소 방대한 분량의 책이다. 인류사라는 거시적인 관점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의 의미를 짚어보는 것은 물론 종교,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미시적인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해박함에 감탄하게 된다. 다만, ‘구글과 그 일당은 세금만 최적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도 최적화한다’ ‘푸켓섬은 이국적 정서를 자극하는 휴양지이며, 그곳의 여성은 언제인가 탐닉해야 할 동양적 매력을 풍기는 색다른 성적 대상’이라는 표현 등에서 그 의미가 무엇이었든 객관성을 잃은 듯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낙관주의와 긍정만으로는 우리에게 더 이상 ‘미래’란 없다는 그의 경고는 반드시 모두가 인지하고 새겨두어야 할 메시지인 것은 분명하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이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는 지금 현재의 우리들에게 달렸다. 이 책이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경종을 울릴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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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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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고 충격적이지만 우리가 반드시 직시해야만 하는 이야기!

인간의 존엄성과 궁극의 선의를 믿는 한 흑인 소년의 위대한 용기를 담은 소설!

 

 

  경범죄, 구제 불능, 도망친 가출 소년들, 의지할 곳이 없는 아이들. 니클을 가리키는 단어는 이것으로 충분했다. 학교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 은밀하고 불길한 폭력을 간직한 곳이었다. 예전에도 많은 이 학교 출신들이 땅 속 저 깊숙한 곳에 숨겨진 비밀을 말하곤 했지만, 니클의 일은 언제나 그랬듯이 아무도 그들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 마침내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흙이 이상해 보였어요.” 사우스플로리다 대학의 고고학과에 다니는 학생들이 발견한 곳에서 마흔세 구의 시신이 드러난 것이다. 끝내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시신은 일곱 구나 되었다. 뿐만 아니라 금이 가거나 구멍이 뚫린 두개골, 대형 산탄이 잔뜩 박힌 갈비뼈들이 누군가에게 발견되기를 내내 기다리고 있었다. 어쩌면 진즉에 이런 조사가 이루어졌어야 했지만, 늘 그렇듯 가장 참혹한 진실은 보다 늦게 본성을 드러내는 법이다. 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너는 자신이 누구인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1960년대는 노예제도로 박해받고 인종분리정책으로 비천한 취급과 굴욕을 당하는 흑인들의 인권 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나던 시절이었다. 마침내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재판의 판결에서 학교에서는 인종분리를 중단해야 한다고 선언함으로써 인종차별정책에 진전이 보이는 듯했지만 그 누구도 단숨에 세상이 달라질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애틀랜타에서 남쪽으로 230마일 떨어진 탤러해시에 사는 엘우드는 꽤 영리한 아이였다. “반드시 우리의 영혼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는 중요한 사람입니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존재이므로, 매일 삶의 여로를 걸을 때 이런 품위와 자부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평소 마틴 루터 킹의 말을 새겨두고 있던 엘우드였다. 그는 자신과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청년들이 철봉이나 소방 호스에서 나오는 물줄기를 맞고, 성난 얼굴의 백인 가정주부들이 뱉은 침을 맞으면서도 인권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는 것을 보며, 자신도 그 속에 뛰어들고 싶은 열망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새 학년 새 학기 첫날, 링컨 고등학교 학생들은 길 건너편의 백인 고등학교에서 온 헌책 교과서를 받았다. 자신이 쓰던 교과서가 어디로 갈지 알고 있던 백인 학생들은 다음 주인을 위한 글귀를 책에 남겨두었다. ‘죽어라, 검둥이!’ ‘너 냄새나’ ‘똥이나 먹어라’. 9월은 탤러해시의 백인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장 최근에 유행하는 모욕적인 말들을 배우는 시기였다. / 41p

 

 

학기 마지막 날 힐 선생님에게서 제임스 볼드윈의 《토박이 아들의 수기》를 한 권 받았을 때는 마음이 요동쳤다. ‘흑인들은 미국인이고, 그들의 운명이 곧 이 나라의 운명이다.’ 그가 플로리다 극장까지 행진한 것은 자신이 포함된 흑인들의 권리나 자신의 권리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에게 고함을 지른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모든 사람의 권리를 위한 것이었다. 나의 투쟁은 너의 투쟁, 너의 짐은 나의 짐. / 51p

 

 

 



 

 

 

 

  그런 엘우드에게 어느 날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고등학생의 자격으로 탤러해시 남쪽의 멜빈 그리그스 기술대학의 수업을 무료로 청강할 수 있는 기회를 제안 받은 것이다. 하지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엘우드는 대학 캠퍼스로 가는 길에 불의의 사고에 휘말리게 되고, 니클 아카데미라 불리는 감화원으로 이송되고 말았다. 1899년에 주 정부에 의해 플로리다 소년 산업학교로 문을 연 니클은 “어린 범법자들이 못된 친구들과 분리되어 신체적, 지적, 도덕적 교육을 받고 새 사람이 되어 훌륭한 시민의 품성과 목적의식을 지니고 사회로 돌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어진 곳이었다. 이곳에서도 백인과 흑인을 구분 짓는 인종차별이 눈에 띄긴 했지만 엘우드는 자신이 상상했던 것만큼은 나쁘지 않은 곳이라 생각했다. 이곳 소년들을 수감자가 아니라 학생이라 부르는 것도 이유라면 이유였을 것이다. 비록 억울한 누명을 쓰고 이곳에 붙잡혀 있는 신세가 되었지만, 엘우드는 늘 그래왔듯 최선을 다한다면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짧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우연히 화장실에서 벌어진 싸움에 끼어들었던 날 밤, 일명 ‘아이스크림 공장’이라 불리는 화이트하우스로 끌려가기 전까지는.

 

 

 

그는 니클 안에서 몇 번을 옮겨 다녔다. 어머니가 멕시코인이라 이 아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학교 측이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 그가 여기 왔을 때에는 백인 아이들과 함께 두었지만, 라임밭에서 하루 동안 일하고 난 뒤 피부가 까맣게 변해서 스펜서는 그를 유색인종 반으로 다시 배치시켰다. 그런데 제이미가 클리블랜드에서 한 달을 보낸 뒤, 하디 교장이 시찰을 나왔다가 까만 얼굴들 속의 하얀 얼굴을 보고는 그를 다시 백인 진영으로 돌려보냈다. 스펜서는 때를 기다리며 참다가 몇 주 뒤 그를 다시 흑인 쪽으로 보냈다. “나는 오락가락하고 있어.” 제이미가 솔잎을 긁어 한곳에 쌓으면서 말했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다 망가진 이가 드러났다. “저 사람들도 언젠가는 결정을 내리겠지.” / 81p

 

 

 



 

 

 

 

  니클에 있어서 정의란 무의미한 것이었다. 누구의 잘못인지, 누가 무슨 이유로 일을 벌였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곳은 움직이게 하는 것은 오로지 폭력이었고,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자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이곳에 온 흑인 소년들을 얌전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엘우드는 화이트화우스에서 자신이 몇 번 맞았는지도 알 수 없을 만큼 무자비한 폭력을 당한 뒤 쓰러졌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 터너는 살아서 나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했다. 운이 나빴다면 화이트하우스에 들어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과 같은 운명이 되어 저 땅 속 어딘가에 묻혀버렸을 것이다. 그 날 이후, 엘우드는 처음의 의지와 달리 소등 시간까지 무사히 하루를 보내기를 바라며 ‘오랫동안 억압당한 끝에 그냥 현실에 안주하며 멍해져서 그 현실을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침대로 여기고 잠드는 법을 터득한 검둥이’가 된 자신을 비웃지 않을 수 없었다.

 

 

 

코리는 70대쯤 맞았다. 엘우드는 중간에 몇 번 어디까지 헤아렸는지 잊어버렸다. 어쨌든 말이 되지 않았다. 괴롭힌 녀석들보다 괴롭힘을 당한 사람이 왜 더 맞아야 하는가? 이제는 자신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혹시 저 사람들도 숫자를 헤아리다 중간에 잊어버린 걸까. 아니면 이런 폭력을 휘두르는 데 정해진 규칙 같은 것이 아예 없을 수도 있었다. 여길 지키는 사람도 여기에 갇힌 사람도 모두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를 수도 있었다. / 91p

 

 

“그놈이 어디에서 맛이 가는지 넌 모르잖아. 다른 놈들이 어디에서 맛이 가는지도 모르고. 밖은 밖이고, 여기는 여기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어. 니클 사람들은 전부 다르다고 말이야. 여기 있다 보면 사람이 달라지니까. 스펜서랑 그 패거리도 마찬가지야. 어쩌면 바깥의 자유로운 세상에서는 그놈들도 착한 사람일지 모르지. 잘 웃고, 자식들한테 잘 하는 사람인지도.” 그가 썩은 이를 입술로 빨 때처럼 입술에 힘을 주었다. “그랬는데 내가 한 번 나갔다가 돌아와 보니, 여기에서 특별히 사람들이 변하는 게 아니야. 여기든 바깥이든 다 똑같아. 다만 여기서는 아무도 가식을 떨지 않을 뿐이지.” / 107p

 

 

치키는 지난 세월 동안 마주친 니클 아이들의 이름을 언급했다. 새미, 넬슨, 로니. 이놈은 사기꾼이고, 저놈은 베트남에서 팔 하나를 잃었고, 또 한 놈은 약쟁이가 됐다고 했다. 치미는 아주 오랫동안 생각한 적이 없던 이름들을 입에 담았다. 마치 치키 자신을 중심으로 낙오자 열두 명을 모아 놓은 최후의 만찬 그림 같았다. 그 학교가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어놓았다. 학교를 나와도 벗어날 수 없었다. 거기서 사람을 온갖 방법으로 구부려놓기 때문에 똑바로 인생을 살아갈 수 없게 돼. 거길 나올 때쯤에는 사람이 아주 뒤틀려버린다고. / 207p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우드는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세상에 전했던 메시지를 결코 잊지 않았다. ‘짐 크로처럼 검둥이들을 계속 누르려고 하는 거대한 힘이 있고, 엘우드 너를 계속 누르려고 하는 작은 힘이 있다. 이를테면 주위의 다른 사람들. 이런 크고 작은 힘 앞에서 너는 꼿꼿이 일어서 너 자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 미소를 지으며 너를 속여 텅 빈 것을 넘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네게서 너의 자존감을 빼앗아가는 사람도 있다. 너는 자신이 누구인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우리 모두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뜻이었다.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는 궁극의 선의를 믿을 것, 엘우드는 아무리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라도 끝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독려했다. 마침내 엘우드는 이제껏 이곳에서 경험하고 눈으로 보았던 부정과 폭력들을 기록한 편지들을 세상 밖에 드러내기로 마음먹는다. 그 끝에 어떤 결말이 있을지 예측할 수 없지만 그는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굳게 믿는다.

 

 

 

‘우리는 반드시 우리의 영혼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는 중요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의미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매일 삶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그에게 이런 긍지가 없다면 있는 것이 무엇인가?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 226p

 

 

 



 

 

 

 

  이처럼 소설 『니클의 소년들』은 인종 차별과 폭력이 난무한 시대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궁극의 선의를 믿는 한 흑인 소년의 위대한 용기를 담은 이야기다. 2017년 수상작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 이어 퓰리처상 100년 역사상 이례적인 두 번째 수상자인 작품인 만큼 강렬한 리얼리즘과 묵직한 필치로 독자들을 전율케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인간의 가치를 위협하는 세상 속에서 끝끝내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깊이 숙고하게 된다. 어쩌면 역사는 끔찍하고 추악한 것들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극복되었고, 또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인종차별문제는 사라지지 않았고, 정인이 사건과 같은 학대 역시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우리는 믿어야만 한다. 엘우드가 믿었던 우리의 가치를, 우리라는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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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 그들은 왜 칼 대신 책을 들었나 서가명강 시리즈 14
박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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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유신을 통해 들여다본 일본인들의 역사의식!

일본 역사를 바로 아는 것은 곧 우리 역사를 바로 이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에게는 과거 일본의 식민지였던 뼈아픈 경험이 있다. 그로 인해 발생한 뿌리 깊은 반일감정과 경쟁의식은, 때로는 우리를 분발하게 했지만 때로는 눈을 가리기도 했다. 일본이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는 근거와 이유는 무엇인지, 왜 독도를 끊임없이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 것인지. 우리가 그저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하는 사이, 그들은 교과서를 비롯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증거들을 제시하면서 압박해오고 있다. 『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의 저자 박훈 교수는 일본인들의 역사관과 의식에 이 같은 주장이 뿌리를 내리게 된 배경은 무엇이고, 이에 맞서 우리가 일본을 상대하고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를 철저하게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에게는 보다 전략적이고도 냉철한 감각이 필요하다. 우리가 일본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근대 일본을 아는 첫걸음, 메이지유신

 

 

  프랑스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프랑스대혁명에서 찾고, 미국인들은 국가의 나아갈 방향을 물을 때 독립혁명의 아버지들을 소환한다고 한다. 같은 의미에서 일본은 근현대 일본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생각할 때 메이지유신을 불러낸다. 때문에 우리가 현대 일본의 유래와 현재 일본인들의 사고방식을 깊게 이해하려면 메이지유신에 대한 식견이 필요하다. 이에 『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에서는 메이지유신이 일어나기 전의 시대적 상황과 메이지유신을 이끌었던 주역들의 삶을 통해 그 속에서 근대 일본이 탄생할 수 있었던 비결과 전략을 분석하고자 한다.

 

 

 

  18세기 전반, 조선은 대략 10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었던 반면 일본은 3000만 명이 넘었으며 특히 수도인 에도는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였다. 도쿠가와 막부 치하에서 급속도록 발전한 일본은 상업과 화폐경제가 놀랄 정도로 발달했으며 문화적으로도 세련된 수준에 이르러 다도, 가부키, 기모노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의 전통문화가 대개 이때 형성되었다. 하지만 높은 생산력과 상업 발달은 빈부격차를 낳았고 경제성장의 혜택을 입지 못한 계층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봉록 수준이 낮은 하급 사무라이들은 물가가 상승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경제적 곤궁에 빠지게 되었다. 더군다나 도쿠가와 시대는 사무라이 국가이면서도 1615년 오사카 전투 이후 250년간 이렇다 할 전쟁이 없었기에 이들은 출세할 일도 없고 주군이 맡긴 자잘한 사무나 보며 빈곤한 녹봉으로 근근이 생활해나가는 것이 전부였다. 때문에 사무라이들은 유학, 그중에서도 주자학을 익히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전투 대신 천하대사의 정치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1853년 미국 동인도함대 사령관 페리가 증기선을 이끌고 에도만에 나타났다. 아울러 청나라에서 발생한 아편전쟁은 당시 쇄국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일본에 대외 위기의식과 대내 위기의식을 크게 고조시켰다.

 

 

 

신식화기로 중무장한 영국의 증기선 앞에 대청제국은 맥을 못 추었다. 하지만 일본은 신속하게 반응했다. 청과 남경조약을 맺은 영국이 뱃머리를 일본으로 돌릴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쇄국이 국시인데 청나라처럼 개항을 할 수는 없었다. 개항을 거부하면 전쟁은 당연했고 전쟁을 하면 필패였다. 사무라이 정권인 막부는 청 조정처럼 서양 오랑캐 따위는 이길 수 있다는 환상을 갖고 있지 않았다. 오직 무력으로 권력을 유지해온 막부이기에 전쟁에서 지면 끝장이었다. / 36p

 

 

해리스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막부는 1858년 무역을 허용하는 조약을 체결했다(미일통상조약). 이어 영국, 러시아, 프랑스, 네덜란드와도 통상조약을 체결했다. 이제 일본은 본격적으로 서양과의 무역에 뛰어든 것이다. 조선이 일본과 강화도 조약을 맺은 것이 1876년이었으니 그보다 20년 가까이 빠른 것이었고, 서양 열강과 조약을 맺기 시작한 것이 1880년대 초였으니 약 25년 정도 전의 일이었다. / 38p

 

 

 

  이렇게 서양 열강의 침략 움직임과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눈을 뜨기 시작한 사무라이들이 있었으니, 대표적인 인물이 요시다 쇼인이다. 당시 일본은 해군이 전무한 상태였는데, 페리가 일본 앞바다를 제 집처럼 휘젓고 다니고 에도만에 깊숙이 진입하며 위협을 가해도 해상에서는 속수무책이라는 것을 깨달은 쇼인은 해군 육성을 재촉했다. 뿐만 아니라 쇼인의 해외팽창론과 체제 혁신은 당시 그가 이끌던 송하촌숙의 젊은 사무라이들의 리더와 인재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우리에게는 애석한 일이지만 “조선을 옛날과 마찬가지로 공납하도록 촉구”하고 해외팽창의 발판으로 울릉도를(당시에는 울릉도를 다케시마라 불렀다) 주목한 것은 ‘임나일본부설’을 비롯해 오랫동안 일본인의 조선의식에 큰 영향을 주었다.

 

 

 

쇼인의 양이론은 맹목적인 통상 반대는 아니었다. 그는 서양에 맞서려면 그만한 경제력이 필요하고 그것은 무역에서밖에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부국강병론과 가까운 것이었다. 아울러 서양과 싸우려면 강력한 국내 개혁을 통해 임전태세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일본의 양이론은 대외강경론인 동시에 체제개혁론이었으며, 수구적인 입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점에서 나는 양이론이라기보다는 ‘양이개혁론’이 더 적절한 명칭이라고 생각한다. / 85p

 

도쿠가와 시대 사람들에게 ‘국가’는 일본 전체가 아니라 자기 번을 가리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국가의 틀을 넘어, 천하로 인식되던 일본을 ‘새로운, 유일한 국가’로 창출해가는 것, 그리고 번주에 대한 충성을 천황에 대한 충성(존왕주의)으로 전환해가는 것, 이것이 메이지유신의 과정이었다. / 111p

 

 



 

 

 

  요시다 쇼인이 해외팽창론을 제기하고 강렬한 일본정신을 강조했다면 사카모토 료마는 개국론의 선봉에 선 인물이다. 일본의 국민작가라 불리는 시바 료타로의 『료마가 간다』 외 각종 대하드라마를 통해 잘 알려진 그 사카모토 료마다. 현재 일본 사회가 국제적인 마인드를 중시하고 아시아와의 협력을 중시할 때는 료마가 곧잘 소환된다. 반대로 일본의 민족주의를 강조하고 아시아에 대해 날선 자세를 보이는 정치세력은 요시다 쇼인을 즐겨 소환한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대표적이다. 저자인 박훈 교수가 ‘쇼인은 강렬하고 어둡지만 료마는 명랑하고 밝다. 나는 일본 시민들이 쇼인보다는 료마를 더 주목해주길 희망’한다고 밝히는 데서 우리는 강렬할 일본우월주의를 낳은 메이지유신의 한계와 약점을 엿볼 수 있다.

 

 

 

  사카모토 료마 못지않게 일본 역사인물 중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사이고 다카모리 역시 이 무렵에 등장한다. 톰 크루즈가 주연한 <라스트 사무라이>의 주인공이 바로 그다. 사이고는 ‘최후의 사무라이’이자 ‘근대 일본의 로망’으로 국가의 생존을 위해 급격한 서구화 변혁을 수행했지만, 그 과정에서 피치 못하게 발생하는 사무라이들의 상실감을 그는 이해한 인물이었다. 사이고는 서양과 근대를 배척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일본과 전통을 함께 껴안고 그 사이에 끼어 죽었다. 때문에 메이지 정부에 반란을 일으켰지만 아무도 그를 반란의 수괴로 여기지 않았다. 나라의 생존을 위해서 열심히 서구화를 추구했지만 그 과정에서 피치 못하게 발생하는 민족적 상실감을 사이고를 통해서 만회하려고 했던 일본인들의 아이덴티티가 여기에서 드러난다. 반면 유신삼걸 중에 한 명인 오쿠보 도시미치는 살아생전에는 사무라이의 배신자이자 냉혈한 독재자로 비난을 받았지만 ‘서양을 배워 그보다 강한 일본’을 구축하고자 하는 메이지유신의 개혁과제를 수행하고 근대 일본 초석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하였기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메이지유신은 존왕양이를 부르짖던 사무라이들이 주도했다. 천황을 숭상하고 서양 오랑캐를쫓아내자는 것이다. 그러나 메이지 정부는 집권 이후 곧바로 서구 열강과의 화친을 선언했다. 막부가 맺은 조약도 그대로 계승했다. 존왕은 실천했으나 양이의 약속은 배신한 것이다. 이에 대해 사무라이들의 분노는 들끓었다. 사무라이들은 서양과 전쟁을 하기는커녕 날로 서양화되어가는 일본의 현실에 반란을 일으킬 조짐마저 보였다. 그들이 숭배하는 사람은 사이고 다카모리였다. 서양과 결탁한 정부 지도자들과 달리 사이고는 일본 혼을 실현해줄 인물로 여겨졌다. / 226p

 

 

오쿠보 도시미치의 리더십은 무엇보다 현실주의적이었다. 무모한 양이운동에 동조하지 않아 대중에게는 인기가 없었다. 자신이 속한 사쓰마번의 권력을 이용해 막부타도 운동을 벌이고, 정한론을 시기상조라고 반대했으며, 독일을 모델로 한 행정부 중심의 국가 운영과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 정책을 시행했다. / 281p

 

 

 

  정리하자면 메이지유신은 지배층인 사무라이층 내부의 다툼과 그 파장으로 일어난 것이고, 그 속에서 급진개혁파가 주도권을 잡아 이뤄낸 변혁이었다. 저자는 이런 메이지유신의 성격은 일본 사회에 보수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가져다주었다고 평가한다. 보수성이라고 해서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변혁을 보수세력이 점진적인 방법을 통해 수행했다. 그러니 변혁이 진행되어도 사회질서가 총체적으로 붕괴되는 일 없이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특성 때문에 일본 대중은 정치참여에 관심이 덜한 듯하다. 정치란 어차피 특정 사람들이 사는 것이란 생각이 자연스레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또 그만큼 가만히 있어도 지배층이 점진적 개혁을 진행해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쩌면 지금 일본의 위기는 이 패턴이 작동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큰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다.

 

 

 

일본의 신분은 법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이미 정해져 있었다. 신분에 따라 거주지역도 구분되었다. 그러니 사무라이는 사무라이대로, 상인은 상인대로, 농민은 농민대로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신분은 대대로 물려주는 것이다. 농민이 굳이 사무라이가 되려 하거나 상인이 애써 농민이 되려 하는 일은 잘 없었다. 각자가 자기 신분에서 자기 집안에 주어진 일(가업)에만 충실하면 되었다. 우리가 일본에 가서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몇 대째 가업을 잇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는 것이다. 100년 된 스시집, 5대째 이어오는 포목상 등 그 연원은 이처럼 깊다. 도쿠가와 일본 사회는 가업이 기초가 되는 사회였다. / 139p

 

 

 





 

 

 

 

  서가명강 시리즈답게 『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은 일본의 근현대사와 그 속에 얽힌 일본인들의 의식을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쉽고 명쾌한 강의다. 여러 매체를 통해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사카모토 료마, 사이고 다카모리를 비롯해 이토 히로부미가 일본 정치의 핵심인물로 자리 잡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이 책은 무조건적인 배척과 경쟁의식이 아니라 좀 더 유연한 사고와 통찰력을 통해 일본 역사를 바로 들여다보기를 독려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우리 역사 바로 알기의 중요성만큼 일본이나 중국과 같이 우리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변국들의 역사까지 바로 아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다. 그런 의식을 가지는 데 이 책이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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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의 힘 - 살면서 마주하는 모든 면역의 과학
제나 마치오키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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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면역의 힘이 필요한 시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면역에 관한 모든 것!

불필요하고 과장된 정보에 흔들리지 않고 면역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

 

 

 

   면역은 이제 그 누구도 빗겨갈 수 있는 우리 시대의 핵심 화두다. 기껏해야 겨울철 감기로 극심한 고열이나 몸살에 시달린 후에야 부랴부랴 면역에 좋다는 영양제와 음식을 챙겨먹곤 했던 우리들에게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은 면역, 즉 미생물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일깨워주는 대척도가 되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생활 방식과 사회라는 생태계가 그동안 얼마나 면역에 취약해졌는지를 깨달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개개인은 물론 공동체 구성원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인식해야만 하는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신종플루, 지카바이러스, 에볼라바이러스, 코로나19 등 지난 수십 년간 발생한 각종 질병과 감염병의 유행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우리가 아무리 완벽하게 대응한다 해도 팬데믹은 계속될 것이다. 이는 곧, 우리가 면역력을 기르고 유지하는 데 있어 단기적인 계획이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년간 면역을 연구해온 면역학자 제나 마치오키 박사는 말한다. 팬데믹이 강타할 때 벌어지는 일 가운데 많은 것은 너무도 압도적이라 우리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것 같지만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있다고. 정상 상태에 대한 감각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매일과 매주 각자의 리듬과 일상을 창조하는 일은 어느 날 떨어지는 갑작스러운 행운보다 더 강하게 자신을 보호해주는 힘이 될 거라고 말이다. 우리가 면역을 바로 알고 그것을 일상에서 꾸준히 지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팬데믹이라는 위기 앞에서 나 자신과 공동체 전체를 지키는 일이라는 그녀의 메시지는 지금의 우리에게 무척이나 중요하다.

 

 

 

면역력을 높이는 우리 시대의 건강법

 

 

 

   『면역의 힘』에 따르면 감염원으로 가득 찬 세계에서 면역계만큼 우리를 보호해줄 수 있는 약은 없다고 한다. 병에 걸리는 문제는 면역계가 온전한지 아닌지에 따라 결정될 만큼 건강 유지에 있어서 면역은 우리의 가장 귀중한 자산이다. 뿐만 아니라 면역은 제2의 두뇌라고 불리기도 한다. 신체 내부와 주변에서 정보를 건져 뇌로 보내는 특화된 생체감지기 네트워크로, 이는 우리 몸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조종할 수 있다. 몸을 웅크리거나 떨거나 잠이 드는 것-대개 질병이나 쇠약의 증상-처럼 간단한 행동도 사실은 감염에 대응하는 아주 구체적이고 이로운 반응일 수 있다. 또한 면역계는 수동성이나 공격성, 혹은 성적 매력처럼 질병과 전혀 관련 없는 행동에 영감을 주고, 우리의 행동 방식뿐 아니라 감정 방식, 심지어 내가 누구인가에 관해서도 꽤 깊이 관여할 정도로 우리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시시각각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잠재적 감염 위협으로부터 조용히 공격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 몸의 면역이 대부분 이러한 위협에 잘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면역계는 무력을 휘두르는 무자비한 방어 부대가 아니라 정교하고 섬세한 방어 부대에 가깝다. 이를 테면 끊임없이 유혈 낭자한 전투를 일으키기보다 안정되고 조화로운 상태를 지키려 애쓰는 평화유지군에 비유할 수 있다. 사악한 적을 물리치는 데 집중하면서 아군이 입는 피해, 즉 조직 손상을 최대한 피하면서 우리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기억을 담당하는 후천면역세포는 발생한 감염원에 즉시 덤벼들어 싸우지 않는다. 대신 동일한 세균이 다시 나타날 미래를 대비하여 몸속을 순찰한다. 따라서 후천면역세포가 기억한다는 것은 몸속에서 똑같은 병원균을 만나면 증상을 겪기 전에 세균을 쳐부술 방법을 면역계가 미리 안다는 뜻이다. 천연두 같은 특정 질환에 여러 번 노출되어도 병을 한 번만 앓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인플루엔자바이러스와 감기 바이러스(리노바이러스) 같은 더 교활한 바이러스는 면역 기억을 피할 수 있도록 분자 정보를 계속 바꾸는 엉큼한 방법을 진화시켰다. / 33p

 

 

심장병, 제2형 당뇨병, 자기면역질환, 알레르기, 일부 암, 심지어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까지 겉으로 보기에는 만성염증과 무관한 질환들이 사실은 면역과 근원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은 ‘구조 작업’을 지속하게 되면 결국 해결하지 못한 채 몸 곳곳의 건강한 세포와 조직과 장기를 손상시키게 된다. 이는 결국 DNA 손상과 조직괴사, 내부 유착을 일으킨다. 만성염증은 최근에 부상한 현상이지만 관련된 질환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 질환들은 노화로 인한 마모성 질환과 동일하지만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게다가 오늘날 만성염증은 더 공격적인 양상을 띠고 있으며, 산업화된 선진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일찍부터 나타나고 있다. / 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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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역의 힘』은 이처럼 미세하고 정교한 면역계의 메커니즘이 우리 몸 안에서 작동하는 방법을 비롯하여 면역을 교란시키는 여러 요인과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의 입장이다 보니 생후 첫 5년이 남은 생애 면역의 상태를 결정할 만큼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건강의 뿌리이자 섬세하고 연약한 면역 균형은 태어날 때의 상황과 태어난 후 첫 5년 동안 영양분을 공급받은 방식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특히 유아기의 잦은 항생제 치료가 감기 및 다른 상기도감염 확률을 두 배 이상을 만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염증성 장질환, 비만, 당뇨 천식, 알레르기 같은 면역계 질환의 위험이 증대될 수 있다는 말은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 한 번의 항생제 치료만으로도 장내세균의 구성과 다양성에 해로운 영향을 초래할 수 있고, 생체 기능에 중요한 많은 종을 쓸어버리며 우리 몸을 둘러싼 생태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구강에 해로운 미생물이 과다하게 서식할 경우 류머니즘성 관절염, 염증성 장질환, 심지어 심혈관질환 같은 염증성질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도 인상적이다. 이는 구강 건강을 먼저 살필 경우 말 그대로 질병의 진행이 멈춘다는 뜻으로, 저자는 어떤 식사를 하느냐는 구강건강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충치를 초래하는 단 음료는 구강미생물총의 다양성을 감소시켜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며, 클로르헥시딘을 함유한 구강청결제도 입안의 미생물 다양성을 줄일 뿐 아니라 현대 건강의 많은 우려 요인을 촉진시킨다고 한다. 그러니 구강건강에 도움이 되려면 은나노 입자로 된 것, 혹은 약한 과산화수소를 함유한 구강청결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하니 참고해보자. 이 외에도 현대인의 대표적인 문제인 수면 부족은 심각한 만성질환과 싸워 이를 퇴치할 때 악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 염증 촉진 신호가 상승하면 알레르기와 자가면역질환 같은 기저질환이 악화될 뿐 아니라 그로 인한 위험이 증가하는 것이다. 깊은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할 경우에도 통증에 대처하는 능력이 저하되어 갖가지 통증, 두통 혹은 기저질환 통증이 악화될 확률이 있다고 한다. 평소 수면 부족으로 인한 두통을 달고 사는 나로서는 반드시 주의가 필요할 듯하다.

 

 

 

모체의 면역계는 자궁에 있는 태아, 절반은 자신이 아닌 이질적인 아기를 면역계가 거부하지 못하도록 임신 기간 내내 면역반응을 억제해야 한다. 애초에 여성의 임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진화는 성적으로 왕성한 여성의 면역을 항상 어느 정도 억제하는 방식을 발전시켰다. 놀랍게도 이 면역역제 작용은 흥분과 성적 쾌락으로 유발되며, 여성의 성관계 빈도와 관련이 있다. 반면 남성은 성관계 횟수가 많을수록 면역 방어를 더욱 강화시킨다. / 89p

 

 

내장지방조직에 살고 있는 대식세포는 특정 상황에서 만성적으로 활성되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생성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는 면역세포의 적응 반응으로서, 지방세포에 스트레스를 주는 과식에 대응하여 남는 에너지를 저장하려 애쓰는 중에 이루어진다. 과식이라는 ‘위험’은 염증 유발 면역세포를 더 많이 끌어모아 염증을 악화시킨다. 이 위험은 또한 지방세포 자체의 기능부전을 일으키도록 작용한다. 그렇게 지방세포들은 지방으로 가득 차 크기가 커지고 숫자도 늘어나며, 이는 그 자체로 스트레스 신호를 유발하여 염증 상태를 지속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꾸준히 지방세포가 커지는 상태는 몸이 늘 염증 상태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1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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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과장 광고와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에 현혹되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그 중에서도 면역계는 결코 켜고 끄는 스위치 같은 것이 아니기에 면역을 ‘증강’시킨다는 각종 보조제의 광고를 믿지 말라는 충고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면역계는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 부단히 조절해야 하는 조절 스위치와 같아서, 너무도 상이한 미생물에 너무도 많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면역세포의 어떤 것을, 그것도 얼마나 증강시켜야 할지에 대한 단일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식물성 영양소를 강조한 보충제 광고들이 다수 보이는데, 저자는 규제도 없고 식사에서 섭취하는 식물성 영양소와 동일한 이점을 줄 확률도 없으며 오히려 정체형 보충제가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식물성 영양소 보충제는 대개 항산화제로 광고되는데 식사를 통해 자연스레 섭취하는 것보다 지나치게 많은 용량을 함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가령 당근에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이 암 위험을 낮추는 것과 정반대로 베타카로틴 알약은 암 위험을 높인다고 하니 주의해서 사용해보자. 참고로 모든 보충제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50세가 넘은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음식에서 흡수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비타민B12와 같은 미량영양소는 보충제를 통해 더 건강한 면역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우리 집에 있는 영양제나 보충제가 내 몸의 어떠한 기능을 하고 있고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꼭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몸을 움직여라. 운동은 근육 손실과 면역력 약화, 이 둘과 한꺼번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면역이 근육 강화를 도울 때 근육을 움직이면 면역 또한 활성화된다. 최근의 한 프로젝트는 55세에서 79세까지의 자전거 타는 남녀 125명을 조사했다. 성인기 대부분의 시간 동안 높은 강도로 자전거를 타온 사람들이었다. 운동하지 않은 노인들과 주로 앉아서 지내는 20대 젊은이들의 면역계를 활동적으로 자전거를 탄 노인들의 면역계와 비교해보았더니 운동을 했던 노인들의 면역력이 나머지를 멀찌감치 밀어냈다. / 276p

 

 

비타민C는 물론 면역에 중요하지만 비타민A와 D야말로 면역에 큰 역할을 한다. 비타민A는 시력을 유지하고 성장과 발달을 촉진시키는 데 중요한 미량영양소다. 비타민A는 면역계 조절을 돕고 피부와 구강 조직, 위, 장, 그리고 호흡기를 건강하게 유지해 감염으로부터 보호한다. / 324p

 

 

아연은 체내에 축적되지 않으므로 면역계의 온전함을 유지하려면 매일 규칙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아연을 흡수하는 능력은 나이가 들면서 감소하는 듯하다. 따라서 노인들이 특히 위험하며, 아연 결핍은 감염에 대한 방어력을 손상시킨다고 알려졌다. 아연은 감기 바이러스가 자라거나 코의 점막에 붙는 능력을 감소시키고, 특수 면역세포가 감염과 싸우도록 힘을 강화한다. 감염예방을 위해 겨울철 몇 달 동안 아연을 보충하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증상이 시작되자마자 아연을 보충하기 시작하면 감염의 심각성과 지속 기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증거도 있다. / 325p

 

 

 

   서양의학의 창시자인 히포크라테스는 ‘병에 걸린 사람을 파악하는 것이 병을 파악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했다. 윌리엄 오슬로 역시 ‘결핵 치료의 관건은 환자 몸에 있는 병보다 머릿속에 있는 것’이라 하여 감정 상태가 질병의 발발과 진행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것은 곧, 코로나19가 유발한 팬데믹이라는 위기 앞에서 우리가 어떠한 자세와 마음가짐을 지녀야 할지를 생각하게 한다. 코로나19는 분명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될 것이다. 그간 현대인은 대부분 면역계가 원하는 것을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를 무시하고 살아왔다. 이제는 면역계가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이에 따른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면역의 힘』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면역을 이해하고 건강한 삶을 이끌어가는 데 꼭 필요한 정보들을 알려주는 탁월한 책이다. 이 책으로 하여금 나와 가족, 사회 구성원 전체의 안녕과 건강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얻어 보시기를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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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나로 살 뿐 2 - 원제 스님의 정면승부 세계 일주 다만 나로 살 뿐 2
원제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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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나’를 찾아가는 근원의 여정!

길이 나에게 물어오는 것들, 그 속에서 깨닫게 되는 삶의 진정한 의미들!

 

 

 

  묵은 경전 글귀가 아닌, 고요한 선원 좌복 위에서만이 아닌, 삶이라는 생생한 터전에서 수행하기 위해 나선 원제 스님의 세계 일주 기록은 2권에서도 계속된다. 일본의 지브리 뮤지엄을 시작으로 이스탄불, 탄자니아, 남미의 최남단 파타고니아,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 브라질, 콜롬비아, 워싱턴 D.C 등 5대륙 45개국의 일주를 이어나간다. 앞서 1권에서는 스님이 길 위에서 만난 인연과 소통하고 공유하면서 깨달은 것들에 보다 마음이 기울었다면, 2권에서는 경이로운 역사의 무대이자 삶의 생생한 터전이며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영감이자 깨달음이 되기도 하는 여행지 그 자체에 대한 기록들이 유독 인상적이다.

 

 

 

   그 중에서도 일본 간사이 지방 제일 서편에 자리한 도시 히메지에서의 일화는 여행자라면 한 번쯤은 겪어봤거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 아닐까 싶다. 스님은 한 마리의 백로를 연상시키며 우아하고 고결한 자태를 보여주는 히메지성에 대한 부푼 기대를 가지고 여행지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대했던 히메지성은 보이지 않고 웬 직육면체의 도시형 건물만이 그를 반길 뿐이었다. 알고 보니 당시 히메지성은 지붕 기와를 보수 중이었던 것이다. 히메지성을 보겠다는 단 하나의 일념으로 먼 거리까지 왔는데, 실망도 이런 실망이 또 없다. 이런 일이 허다한 나로서도 스님이 느꼈을 허탈함이 충분히 이해되고 남을 정도니까.

 

 

 

   그래도 추가 요금을 내면 보수 현장을 둘러볼 수 있다고 하니, 스님은 이렇게 발길을 돌리기에는 아쉬워서 가건물 안에 들어서 천천히 현장을 살펴보았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에 쌓여 있던 불만과 실망감은 점차 사그라졌다. 보수 과정에 있던 천수각 지붕은 아주 말끔하고 흐트러짐 없이 정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히메지성이 어떤 과정을 통해 건축되었고 증축되었으며 보수되었는지를 설명해주는 안내도 충실히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5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하면서도 결코 서두르지 않는 인내와 완벽에 가까운 보수를 해낼 수 있다는 그들만의 자신감을 느껴서일까. 스님은 결과를 중요시하고 또 결과만을 생각해왔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긴 보수 공사를 거쳐 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삶이라는 여정 속에서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그 과정을 잘 인내하고 있는지, 또 그것을 거리낌 없이 남에게 드러낼 수 있을 만큼 자신을 믿고 있는지 돌이켜보게 된다.

 

 

 

내가 나를 속이는 것은 그 어떤 다른 사람이나 세상도 밝혀줄 수 없는 거대한 속임입니다. 오직 나만이 나 스스로의 속임을 밝혀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속임을 밝혀내는 여러 과정을 우리는 보통 수행이라고 부릅니다. 이 수행을 통해서 그간 내가 나에게 해왔던 속임수가 한 꺼풀씩 벗겨지게 됩니다. 그렇기에 이 수행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스스로 인정하고 벗겨지는 데에 필요한 용기입니다. / 34p

 

 

견고하지 못해서 자주 흔들리고, 남들에게 곧잘 상처도 받는 연약한 마음을 가졌음을 저는 처음부터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연약한 마음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다른 이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기로 결정한 사람이었습니다. 이 결정에는 그의 종교적 믿음이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비록 저와는 다른 종교인일지언정 저는 리처드의 삶에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그는 믿음의 힘으로 그 모든 난관을 이겨내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믿음의 힘이란 이토록 위대한 곳이었습니다. / 88p

 

 

사실상 고정된 문제란 없습니다. 문제란 문제시할 때에만 문제가 되는 법입니다. 잘못된 것으로 보이는 그 어떤 문제도 문제시하지 않는다면 단지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상황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것입니다. 문제로 고착되지 않고 상황으로 흘러갈 수만 있다면, 여유는 자연스럽게 스며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여유가 사람들의 성정을 만듭니다. / 1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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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하다보면 간혹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여행지의 분위기에 당혹스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 스님이 탄자니아 잔지바르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여행자 역시 그랬나보다. 그는 광활한 아프리카 초원에서 사자를 창으로 잡는 용맹한 전사 부족을 상상하며 마사이족을 만나러 온 듯했다. 그런데 실제로 만난 마사이족은 관광객들에게 기념품이나 파는 장사꾼에, 신형 아이폰까지 대수롭지 않게 쓰고 있는 게 아닌가. 그는 적잖게 실망한 눈치였다. 하지만 스님은 책이나 다큐멘터리에서 보아왔던 대로, 그 사람들이 시대에 무관하게 그렇게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주기를 바라는 건 우리의 욕망일 뿐이라며 이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기록이 사실이라 믿고 그것을 완전한 진실로 고착시키려 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욕심이자, 여행자의 오만이라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내가 가진 앎의 ‘재확인’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삶의 방식을 경험하고 ‘변화’ 속에서 ‘성찰’을 얻는 것이 아닐까 하는 스님의 말씀은 여행의 참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것은 마치 내 앞의 돌과도 같습니다. 처음부터 의미가 정해진 돌은 없습니다. 내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내 앞의 돌이 걸리면 걸림돌이 되고, 디디면 디딤돌이 됩니다. 일견 실패처럼 보이는 경험도 그 실패라는 의미에만 걸리지 않는다면, 오히려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로 삼을 수 있습니다. 실패처럼 보이는 그 경험도 받아들이는 사람이나 관점에 따라 기회도 되고, 자양분도 되며, 선물도 되는 것입니다. / 145p

 

 

수행에 편견을 가진 사람들은 수행이 ‘무거운 고통과 인내의 과정’이며, 그러한 모습과 삶만이 수행자의 삶이라고 믿는 경향이 강합니다. 물론 수행의 과정은 무거움이지만, 그 결과는 가벼움입니다. 무거운 번뇌를 줄여가면서 점차 지혜가 가볍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삶의 무게감이나 실체감이 줄어들면서 가벼워진 마음으로 고정된 관념에서 벗어나 매사의 인연에 순조롭게 응하는 삶이 저는 진정한 수행이라 여기는 것입니다. / 227p

 

 

사실과 거짓이라는 분별 때문에 스스로의 삶을 무미건조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차라리 조금 더 나은 의미 부여를 해서라도 그 휘청거림과 환호 속으로 들어가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훨씬 낫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사실과 거짓, 옳음과 그름으로 단순하게 갈라내기에 우리들의 삶은 너무 다채롭게 살아 있습니다. 이 살아 있음을 최대한 보듬으며 수용하는 것이 우리가 삶을 대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 266p

 

 

 

   스님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한 행자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고 한다. “불교를 수십 년간 공부하고, 경전들의 가르침을 낱낱이 안다고 해도, 그 가르침이 하나로 회통되어 있지 않으면 그것들은 단지 흩어진 구슬들에 불과합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고 꿰어야 보배란 말입니다.” 경전마다 주제와 내용이 따로따로이고, 수행과 일상의 삶이 별개로 분리되어서 나타난다면 그러한 수행의 삶과 경험은 마치 흩어진 구슬처럼 가치가 없다는 뜻이었다. 즉, 수행의 삶이 무엇으로든 일목요연하게 귀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원제 스님은 오랫동안 수많은 경험을 치르며 삶을 치열하게 살아왔으되, 그 삶을 일관되게 통찰할 수 있는 뚜렷한 안목이나 관점이 없다면 어찌 보면 그러한 삶은 파편화된 경험과 분리된 기억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리에게 말한다.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선 자기 삶의 뚜렷한 중심이나 안목을 마련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이다.

 

 

 

   스님의 말씀에 비추어보면, 내가 책을 읽고 그 안에서 깨달음을 얻으며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이 과정 역시 내 삶의 뚜렷한 중심과 안목을 기르기 위한 하나의 수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알고 있고 눈으로 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세상과 사람을 새롭게 보는 안목을 길러가고 있는 중이라고, 그 안에서 내 삶의 중심과 온전한 나로 사는 법을 찾아나가기 위해 책이라는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언젠가부터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에 대해 의미를 잃어가고 있었던 나에게 스님의 말씀은 귀한 가르침이 되어주었다.

 

 

 

사람의 인연 따라 종국에 유익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무익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특권 중 하나입니다. 아무런 이득이 없는 도전이고 경쟁이어도 됩니다. 반드시 이득과 실효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득이나 실효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시간이 흐르며 차츰차츰 익혀갈 기준이며 삶의 방향성이 될 것입니다. 사람에게는 무익의 즐거움을 누릴 자유가 있고, 또 그러한 자유가 보장되는 때가 바로 젊은 시절 아니던가요. / 2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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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설렘과 인연의 정다움에 마음이 따뜻해졌던 1권과 달리, 2권에서는 길이 나에게 물어오는 것들과 그 속에서 깨닫게 되는 삶의 진정한 의미들에 대해 생각해볼 부분이 많았다. 새해가 다가온 시점에서 예전만큼 기대감으로 벅차지도 않고, 불안한 마음은 점점 깊어가지만 그럴수록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법의 소중함을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2021년의 첫 책으로 읽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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