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2025.여름호 - 86호
박광규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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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곳곳에 미스터리가 있다!

단순한 장르가 아닌, 삶을 사유하는 사고방식으로써의 미스터리를 즐기는 법!





“Life is full of mystery.”

‘2025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스라 하면 나비클럽을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작은 부스였음에도 불구하고 미스터리 장르 문학 전문 출판사로써 컨셉에 충실하되 ‘우리의 본질은 무엇인가’ 근원적인 질문으로 되돌아가 독자와 어떻게 소통하고 또 어떤 가치를 제시할 것인가 출판사의 비전을 제시하려는 흔적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홀린 듯이 《계간 미스터리》 여름호를 구매했고 1년 정기 구독도 신청한 상태다. 이번 호에서 한이 편집장은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미스터리로 가득하다”는 이 슬로건은 단순한 장르가 아닌, 삶을 사유하는 사고방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미스터리를 장르라는 특수성에 가두지 않으려는 나비클럽의 행보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응원을 보낸다.





모두 중요하거나 아무도 중요하지 않다




《계간 미스터리》를 읽는 즐거움 중에 하나는 여러 편의 단편 미스터리를 한번에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 단편이다 보니 작가 개인적으로는 한정된 분량 안에서 설득력 있는 전개와 범행 동기, 단서를 촘촘히 엮어야하는 고충이 있겠으나, 독자의 입장에서는 단숨에 몰입해 속도감과 긴장감을 그대로 쭉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읽는 즐거움이 크다. 먼저 신인상을 수상한 은혜성의 <아로니아 농장 살인>의 경우, 호우경보로 인해 고립된 주인공과 일행들, 그 안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형사인 주인공이 오히려 범인에 몰리는 흥미로운 전개, 설득력 있는 범행 동기로 미스터리의 주요 요건을 아주 잘 갖췄다는 인상을 주는 작품이다. 다만, 각각의 알리바이와 몇 개의 단서를 통해 용의자를 배제하고 나면 단 한 명의 범인이 남는 단순한 결과가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 범행을 실행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읽다보면 분명 재미있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채강은 그를 돌아보았다. 법으로도 풀리지 않는 원망, 세대를 이어 내려오는 오래된 연쇄의 고리를 끊을 방법을 그로서는 알지 못했다. / 은혜성, 신인상 수상작 <아로니아 농장 살인> 중에서 70p




미스터리 장르의 매력은 다음 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복잡한 수수께끼를 직면했을 때의 막막함, 그 밑에 숨겨진 진장을 알고자 하는 기대감은 결국 우리가 불확실하고 때로는 두렵기까지 한 내일을 꿈꾸는 것과 동일한 뿌리를 공유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스인들이 타인의 비극을 통해 영혼을 정화하는 수동적인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면, 반대로 미스터리는 독자가 타인의 문제와 비극에 합류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분투하는 능동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도 무척 매력적입니다. / <신인상 수상자 은혜성 인터뷰> 중에서 102p












  ‘맥주’를 소재로 연이어 세 편의 단편작을 수록한 점이 눈길을 끈다. 마당에서 키우던 풍산개가 느닷없이 주인을 물어 죽였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로 시작하는 류재이의 <나는 맥주를 좋아하지 않아>는 ‘살인 명령어’라는 범행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다. 한편, 박향래의 <서핑 더 비어>는 한 가족의 슬픈 비극을 담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서핑을 즐기고 난 뒤 시원하게 수제 맥주 한 잔을 들이키는 장면(정작 서핑은커녕 바다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나란 사람이지만)이 상상돼 읽는 내내 입맛을 달싹이게 되는 아이러니한 작품이다. 한이의 <시초에 맥주가 있었다>는 아파트 경비원과 주민과의 갈등으로 인해 일어나는 파국을 담은 작품으로, 일상 속에서 공공연하게 드러나는 적의가 얼마나 거대한 나비효과가 되어 돌아오는지 모골을 송연하게 만든다.




공 법무사는 손을 흔들어 보이고 다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파산신청란에 머물러 있는 커서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오래도록 묻어두었던 감정이 조금씩 되살아나는 걸 느꼈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것. 그건 일종의 직감이자, 무의식에 내재한 경험칙 같은 것이었다. 어딘가에 거짓이 도사리고 있다는 느낌. / 류재이 <나는 맥주를 좋아하지 않아> 중에서 112p




  『링컨 타는 변호사』와 ‘해리 보슈’ 시리즈로 유명한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 세계를 탐구한 특집도 흥미롭다. 마이클 코넬리는 현재 생존 여부 기준으로 영어권 추리작가 중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작품이 번역된 작가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순수 출간된 작품만 훑어본다고 해도 분량이 방대하다. 잘 설계된 매력 있는 캐릭터 하나가 이토록 거대한 세계관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부러운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이클 코넬리 같은 역량을 지닌 추리 소설 작가가 많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법의학자가 대부분 극의 중간이나 초반에 잠깐 등장하여 ‘사망 시각은 몇 시경입니다’, ‘외상 흔적은 없습니다’ 같은 간단한 정보만 전달하고 사라질 때가 많아 아쉽습니다. 법의학자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고인의 몸에서 진실을 읽어내고, 고인의 삶과 죽음을 깊이 이해함으로써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니까요. / <법의학자 이호 인터뷰> 중에서 207p



직접적인 사망 원인뿐 아니라 그 사람이 죽음에 이르게 된 과정과 개인적인 사정, 더 나아가 사회 구조적인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이 있어야 합니다. 그 후에야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 <법의학자 이호 인터뷰> 중에서 207p











  이 외에도 오이디푸스 마스터플롯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문학을 읽어보는 박인성 문학평론가의 연재글과, 『수상탑의 살인』으로 본격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분석한 무경 작가의 글도 기억에 남는다. 본격 추리소설이라는 말이 등장한 게 그리 오래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점점 세분화되는 장르 문학과 그 추이를 살펴보고 장르 문학을 읽는 눈을 키울 수 있어 좋았던 글이다. 앞으로도 《계간 미스터리》가 장르 문학에 더 큰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칼럼을 많이 개재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르 문학의 다양성을 사유할 수 있는 매력 있는 계간지로 더욱 거듭나길 바라며 다음호도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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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이야기
조예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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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하고 잔혹하며 씁쓸하고 아린, 조예은이라는 장르의 맛!

우리가 조예은 소설에서 기대하는 모든 것이 이번에도!





  한입. 그 한입이 잊히지가 않더군요.

  표제작 「치즈 이야기」를 떠올리면 꿈속에서 단 한 번 맛보았던, 다시 맛볼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다던 희지의 고백이 자꾸만 생각난다. 배고픈 마녀에 의해 치즈로 변한 부모님을 먹는 순간 그 허우적대는 모양새가 세상에서 가장 역겨운 노란 벌레 같았다던 께름칙한 부연까지. 고작 일곱 살짜리의 아이가 꾼, 잔혹 동화를 닮은 이 발칙한 꿈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에 먼저 입맛부터 달싹이게 되는 ‘조예은이라는 장르의 맛’을 나 역시 기다렸으니까.





어두운 기억을 먹고 피어난 푸른 꽃




  밀란 쿤데라는 모든 소설가들에게는 늘 따라다니는 마법의 오브제들이 있다고 했다. 아마도 조예은 작가에게는 ‘푸른곰팡이’가 아닐까 감히 짐작해본다. 전작인 『트로피컬 나이트』에 수록된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에서는 빵집 주인이 갓 태어난 아이에게 자신이 아는 모든 존재 중 가장 강하고 질긴 생명력을 가진 푸른곰팡이를 떠올려 ‘블루’라고 이름을 지어주는 장면이 있다. 마찬가지로 「치즈 이야기」에서도 푸른곰팡이가 등장하는데 일명 ‘블루 치즈(푸른곰팡이로 숙성한 치즈)’라 불리는 것으로, 주인공인 희지가 언젠가 꿈속에서 맛보았던 (부모님이 변신한) 치즈맛과 꼭 닮은 블루 치즈를 찾아 헤매는 모습이 그러하다.




  유년시절, 희지는 마치 숙성되길 기다리는 치즈처럼 그 방안에 머물러 있었다. 엄마는 희지를 방에 가둔 채 할머니가 쓰던 요강과 텔레비전만을 남겨두고 자주 외출하곤 했다. 그 방에서 희지는 꽤 자주, 오랫동안 방치되고 유기되어 몇 번이고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어쩌면 희지가 꾸었던 꿈속의 치즈 맛은, 먹어보기 전에는 모두가 코를 싸쥐지만 입안에 넣는 순간 황홀경을 느낀다던 잘 숙성된 블루 치즈와 꼭 닮은 그 맛은, 희지의 가장 어둡고 음습한 기억을 먹고 피어난 푸른 꽃의 맛은 아니었을까. 때문에 십오 년 만에 마주한 엄마가 전신마비로 악취를 풍기며 누워있는 방에 들어선 순간 오랜 복수심과 증오로 성숙해진 그 맛이 ‘떠오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쯤에서 ‘바로 꿈속의 그 맛입니다. 제가 어떻게 이 맛을 찾아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하고 독자에게 천연덕스럽게 물었던 희지의 그 대사가 아찔하게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아, 이런…….




성아는 오후 두시지만 새벽 두시나 다름없는 방안에 누워 굳게 닫힌 암막 커튼을 노려보았다. 저 커튼 너머에 있는 것은 살풍경하고 지저분한 골목과 담장처럼 앞을 막아선 맞은편 빌라 벽뿐이었다. 그리고 피곤에 찌든 채 오가는 취객들. 취객과 취객과 취객들. 그런 취객의 머리통을 노리는 무리들. 어쩌면 도시 괴물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보증금을 돌려받고, 무사히 이사를 마칠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터였다. / 「보증금 돌려받기」 중에서 65p



엄마의 ‘공평함’이란 물질적 축하와 정신적 축하를 완전히 구별해 중복되지 않게 부여하는 걸 뜻했다. 둘 모두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포기해야 했다. 그날의 경험으로 나는 깨달았다. 누군가 선점한 것을 다른 한 명은 영영 가질 수 없다는 걸. / 「수선화에 스치는 바람」 중에서 91p



이유? 그런 게 있을까? 나도 한때는 세상 모든 일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 이름이 우승하인 것도, 이름처럼 전국의 각종 육상 대회에서 상을 휩쓴 것도, 하다못해 출전을 앞두고 발목을 접질렀을 때도 전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건 주인공의 극적인 성공을 위한 일시적인 시련에 불과해, 다 이유가 있을 거야,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건 없다는 걸 안다. 있다고 하더라도, 꼭 모든 사건에 대단한 의미가 있지는 않다는 걸 안다. / 「반쪽 머리의 천사」 중에서 143p











  도시가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존재할 현실 밀착 도시 괴담 「보증금 돌려받기」 도 흥미롭다. 집이 나갈 때까지 보증금을 주지 않겠다는 집주인, 유독 여성에게 가혹하고 안전하지 않은 도시의 일상이 가하는 압박은 지독히도 공포스럽다.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내 돈 떼어먹겠다는 놈들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되는 작품이다. 한편, 모두가 주연이 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비록 주연은 아니지만 모든 삶이 아름답길 희망해보는 「반쪽머리의 천사」는 짜고, 달고, 역하지만 사랑스러운 조예은 식 장르의 맛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외에도 기억하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전하는 「소라는 영원히」, 「두 번째 해연」, 「안락의 섬」도 인상적이다. 괴랄한 듯하지만, 끝끝내 지키고 싶은 것과 그것을 감당해내려는 조용한 결의들을 따듯하게 그려내, 마지막까지 잘 읽었다는 감상을 남기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작품들이다.




진실은 씁쓰름하고 비릿하면서 동시에 중독적인 맛입니다. / 「소라는 영원히」 중에서 182p



남은 시간 동안, 눈을 감고 꿈속 플루와 라미를 생각했다. 안락의 섬과 무의미한 바깥을 생각했다. 삶과 죽음을, 시작과 끝을, 종말과 재건을, 망각과 사랑을 생각했다.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건 사랑의 기억들. 이 섬에서도 그런 기억은 계속 쌓였으니 나는 아마 그만큼 더 슬퍼질 것이다. 어디선가 하피가, 라미가, 플루가 이렇게 묻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모든 걸 없는 셈 치고 무로 돌아가는 건 너무 슬프지 않아? 기억이란 쇠퇴하지. 그리고 소중한 것은 다시 생겨나.

수수, 우리는 어디에나 있어.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있어. / 「안락의 섬」 중에서 324p




  대체 이 이야기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 종종 숨을 참고 읽느라 힘겨운 반면, 유머러스하고 때로는 가슴이 저릿해지는 말랑말랑한 이야기까지도 만나볼 수 있는 소설집이다. 이제는 조예은이라는 장르가 되어버린 독특하고 색다른 컬러의 소설을 다양하게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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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개의 말·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
밀란 쿤데라 지음, 김병욱 옮김 / 민음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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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문장은 하나하나 무게감이 남다르다!

밀란 쿤데라, 그 이름만으로도 이미 증명되었을 테지만 그의 존재감을 더 가까이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픈 책!






  소련의 침공으로 자유를 상실한 체코의 시대 상황과 그로부터 폭발한 문학적 감수성으로 미루어볼 때, 밀란 쿤데라는 그 누구보다 체코의 실상을 예민하게 감지한 것이 틀림없다. 격동의 역사에 휘말린 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웃음과 망각의 책』이, 역사의 상처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네 남녀의 사랑을 그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그러했듯이. 『89개의 말 · 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의 서두에서 자신이 번역에 그토록 민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물리적·언어적 망명 상태에 놓인 현실에서 찾았다. 체코어로 쓴 작품들이 조국에서 판매 금지되자 프랑스로 건너갔지만, 체코어가 가진 어감을 프랑스어 번역으로는 오롯이 전달할 수 없어 괴로웠던 순간들이 그를 더 큰 상실감에 빠지게 하지 않았을까.





어느 날, 피에르 노라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 모든 번역본을 검토할 때, 단어 하나하나에 대해 깊이 숙고할 수밖에 없었을 거야. 그렇다면 자네의 개인 사전을 써보면 어떻겠나? 자네가 중요시하는 말들, 자네를 골치 아프게 하는 말들, 자네가 애착하는 말들을 모은……?” 나는 그의 이 생각에 매료되었다. 그렇게 해서 이 사전이 만들어졌다. / 18p




  이제 모국어가 아닌 프랑스어를 써야만 했던 밀란 쿤데라는 프랑스 역사학자인 피에르 노라의 제안에 따라,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한 단어들을 엮어 작은 사전을 만들기로 한다. 「89개의 말」은 그가 평소 매력적으로 느끼고 애착하는 말들, 쓰기 꺼려하는 말들, 표현의 맛을 살리는 말들 등을 수록하고 있는데, 이러한 단어들이 현실과 작품 세계를 어떻게 투영하고 배격하고 성찰할 수 있게 하는지를 고찰한다.












  그 중 유독 ‘미경험’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처음 제목이 실은 ‘미경험의 행성’이었다고 고백한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단 한 번만 태어나며, 결코 이전 삶의 경험을 갖고 다른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없는 미경험자들이다. 젊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결혼하며, 노년에 접어들어서도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 또한 노인들은 자신의 노년을 모르는 천진한 아이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지구는 미경험의 행성이란 말이 어쩜 훅, 와 닿는다. 물론 제목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하길 잘한 것 같지만….





  그가 마법의 오브제로 사용했다던 단어, ‘옷걸이’. 겨우 옷걸이라는 단어에 이토록 의미를 두다니, 처음엔 의아하다가도 몇 줄의 묘사에 이내 마음이 덜컥 낚이고야 만다. “이 옷걸이에는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어딘가 사람 비슷한 모양을 한 그 옷걸이는 꼭 고아 같았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철제 몸통에 우스꽝스럽게 팔을 위로 치켜들고 있는 그 모습은 어쩐지 내 마음에 짙은 불안을 몰고 왔다.” 그리고 좀 더 뒤에 가서는, “……투항하는 병사처럼 두 팔을 높이 쳐들고 있는 그 앙상한 철제 옷걸이.” 그는 『농담』의 표지에, 이 소설의 전체 분위기를 구현하는 것만 같은 이 오브제의 이미지를 몹시도 넣고 싶었다고 전한다. 아, 탁월하다는 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지.





예술에서의 아름다움이란,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것이 발하는 돌연한 빛이다. 위대한 소설들이 발하는 그 빛은 세월이 흘러도 어두워지지 않는다. 인간은 늘 인간의 실존을 망각하기에, 소설가들이 이룬 그 발견들은 아무리 오래되어도 부단히 우리에게 놀라움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 22p



모든 소설가에게는 늘 따라다니는 ‘마법의 오브제들’이 있다. 『웃음과 망각의 책』에서는 모자 하나가 무덤구덩이 속으로 떨어져 관 위에 놓인다. “마치 죽은 사람이, 존엄에 대한 부질없는 욕망으로, 엄숙한 순간에 맨머리로 있고 싶지 않았던 듯이” 말이다. / 25p



유럽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이미지는 자꾸만 과거 속으로 멀어져 간다. 유럽인이란 곧 유럽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이다. / 35p



내 책’, 그것은 자기 희열의 음성적 승강기다. / 54p











  다음에 수록된 「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는 르네상스 말기, 유럽의 미학과 환상 예술의 중심지였던 프라하가 전체주의의 안개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과 고국을 향한 향수를 담은 산문이다. 밀란 쿤데라는 소련 문명이 ‘카프카가 말한 소송들, 하셰크가 말한 어리석음, 야나체크가 말한 감옥들’을 가져오기만 한 게 아니라, 그것들을 예견했던 문화 전체를 소멸시켰음을 애통해한다. 이 나라의 시가, 하나의 위대한 문화 전체가 불타고 있는 전체주의의 광풍 속에서 어떻게 하면 그것에 저항할 수 있을 것인지, 어떻게 하면 끈질기게 다시 시를 복원할 수 있을 것인지 고뇌했을 그의 외로운 투쟁이 날카로운 언어 너머로 절절하게 다가온다.




시가 사라져 가는,

불길에 휩싸인 종잇장처럼……

베티즈슬라프 네즈발, 「복수형 여인」 / 128p




  밀란 쿤데라의 유고작이자 세월이 흘러서도 사라지지 않는 거장의 광휘가 느껴지는 책이다. 두께가 얇지만 실감하기 어려울 만큼 문장 하나하나의 무게감이 남다르다. 밀란 쿤데라, 그 이름만으로도 이미 증명되었을 테지만 그의 존재감을 더 가까이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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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석산의 서양 철학사 - 더 크고 온전한 지혜를 향한 철학의 모든 길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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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 서양 지성사의 거대한 흐름을 담은 아주 특별한 철학 교양서!





  철학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것에 의문을 품고 그 근본원리를 탐구함으로써 발전되어온 학문이다. 만물의 근원은 무엇인가. 지식은 어디에서 나오고 우리에게 이성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선과 악은 어디에서 비롯되고 신의 존재는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 것인가. 또 우리는 어떠한 가치를 중심으로 살아야 하는가. 이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해답을 구하기 위한 아주 오래된 고뇌의 역사인 것이다.





철학은 세상의 이치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탐구다



『탁석산의 서양 철학사』는 최초의 철학자로 알려진 탈레스부터 근현대 철학의 중심인물인 칸트 그리고 페미니즘에 이르기까지, 2500년이라는 방대한 서양 철학사의 흐름과 주요 맥락을 담은 철학 교양서다. 이 책 한 권으로 고대 철학에서부터 현대 철학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와 그들의 사상을 따라가다 보면 당대인들의 품은 문제의식은 무엇이고, 어떤 가치를 지향했는지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평소 서양철학에 관심이 있거나 서양철학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서적을 찾고 싶었던 분들에게는 반가운 책이 될 것이다.




철학사 없이, 철학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철학에서 옛날은 없기 때문입니다. 과학 기술은 최신이 최고이고 가장 새롭지만, 철학은 다릅니다. 서양 고대 철학이 현대 철학보다 많이 낡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세부적인 개념 분류라든지 지식의 차이로, 덜 발전한 모습일 수는 있으나, 아이디어 자체는 절대 낡지 않았기에, 지금도 여전히 철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고대 철학을 보게 됩니다. / 8p



철학의 특징을 간추리자면, 이성과 논증으로 세상의 지혜를 탐구하는 작업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즉 이성으로 세계를 해석하고 세상과 맞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철학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유일한 무기는 바로 이성입니다. 그런데 역사에서 이성이 항상 주도적 지위에 있지는 않았습니다. 이성이 지배적 위치에 오른 시기는 18세기 계몽주의라고 합니다. / 18p











  기존의 철학서와 달리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철학을 비롯해 또 하나의 핵심축인 신비주의 즉, 오컬트까지 두루 아우른다는 점이다. 철학은 신학과 과학 사이에 있다고 말한 러셀의 말처럼, 철학이 이성과 논증으로 세상의 지혜를 탐구하는 학문이지만 이성만으로는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에 있어서는 신비주의, 신학·종교를 보조로 삼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대 철학에서는 이성과 신비가 접점을 이루었다가 18세기 계몽주의에 이르러서는 이를 배격하려 하고, 다시 현대에 들어서는 공존을 이루는 서양철학의 독특한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서양철학이 신비주의와 종교, 과학으로부터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재구성되고, 그 안에서 인간의 본성과 행위, 존재에 대한 인식과 언어, 윤리와 역사 등을 폭넓게 사유할 수 있는 다양한 근거를 마련해왔음을 알게 된다.




이 세계와는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믿음이 기원후 1세기에, 본격 등장했습니다. 피타고라스학파가 다시 등장하였고, 악마학, 마법, 점, 점성술 등이 널리 퍼졌습니다.

이런 시대는 플라톤에게 유리했습니다. 플라톤은 이 세상은 가짜이고 그림자에게 지나지 않으며, 진짜 세계는 다른 세계에 있으며, 사후 세계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나 에피쿠로스에게는 이런 세계는 없습니다. 자연히 그들은 자리를 잃게 됩니다. 스토아학파는 마법이나 점성술, 악마, 신의 섭리를 용인함으로써 살아남습니다. 이제 중심은 플라톤으로 이동했으며, 심지어 플라톤은 권위자 자리에 오릅니다. / 110p



여기서 이스라엘은 단순한 이름이 아닙니다. 살아 있는 토라 사회입니다. 즉 신의 뜻이 드러나는 사회로, 손에 잡히지 않는 접신론 개념의 표현입니다. 즉 문자로 쓰인 토라로는 부족하고, 신의 뜻이 드러나는 사회 공동체인 이스라엘 즉 구술 토라가 있어야마나, 신의 여성 짝으로서 이스라엘의 진정한 의미가 구현됩니다. 이스라엘은 해석 공동체입니다. 그리고 그 공동체가 살아 있는 공동체가 아니라면, 신의 뜻을 드러내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즉 이스라엘은 구술 토라입니다. 그 이유는, 이스라엘에 내재한 유일한 특성 때문인데, 그것은 바로 세계는 오직 이스라엘을 위해서 창조되었다는 믿음입니다. / <카발라> 중에서 234p



데카르트는 타고나는 지식을 성향으로 봅니다. 특정한 지식을 갖고 태어나는 게 아니라, 조건과 상황이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로크는 이런 지식은 없다고 하면서, 경험을 두 가지로 나눕니다. 감각과 반성입니다. 경험하면, 감각 경험만 떠올릴 수 있으나, 그는 감각 경험과 함께,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반성이나 성찰을 경험에 포함합니다. 성찰은 자신 마음의 작동에 대한 관념을 제공합니다. 지각, 생각, 의심 등입니다. 즉, 지각이라는 관념, 의심이라는 관념 등을 제공합니다. 여기에서, 경험이 지각을 제공한다는 점이 로크에게 중요합니다. / <로크> 중에서 340p



알튀세르가 미친 영향 가운데 하나는, 역사 변증법을, 주체나 목적 없이 정의하는 겁니다. 즉, 인간을 역사의 주체로 보지도, 역사를 최종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것으로 보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그는 모든 근대 국가의 주요 무기는, 억압이 아니라 이데올로기라고 합니다. 즉, 국민의 동의를 끌어내는 바가, 바로 주요 무기의 기능인데, 이를 이데올로기가 담당한다는 거죠. 이때, 개인은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의식과 함께, 권위에 복종한다는 의미로, 자신을 주체로 여깁니다. 이데올로기 이론은 비평과 정치 철학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 <마르크스주의자: 루카치, 그람시, 알튀세르> 중에서 526p











  또 이 책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루소와 헤겔과 같은 대표 철학자들뿐만 아니라 여느 철학서에서는 접해본 적이 없는 다양한 철학가들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이는 사상이나 개념의 핵심을 요약·설명하여 철학을 이론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아니라, 2500년이라는 서양철학사의 방대한 흐름을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야기하듯 들려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이유로 교과서처럼 철학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으나, 한 인간의 내면에서부터 거대한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그것을 사유해왔는지 철학을 생물처럼 감각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큰 의미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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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손님들 마티니클럽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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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스파이들이 이렇게나 섹시하다니!

테스 게리첸의 소설은 독자를 이토록 즐겁게 한다!




  여름 손님들이 돌아왔다.

  캐나다 메인 주에 위치한 퓨리티 마을의 메이든 호숫가. 65년이라는 세월동안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해마다 들어오고 나가는 손님들을 쭉 지켜봐왔던 루벤 타킨은 올해도 어김없이 호숫가 별장에 하나둘씩 불이 밝혀지는 광경을 숨죽여 응시했다. 문뷰는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별장 중에 하나였다. 그곳의 소유자인 조지 코노버가 몇 달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의 미망인인 엘리자베스가 큰아들 콜린, 그리고 얼마 전에 결혼한 작은아들 에단과 함께 이곳에서 조지의 추모식을 열기 위해 다시 돌아온 듯했다. 루벤은 하늘을 할퀴고 있는 발톱처럼 생긴 문뷰의 굴뚝을 불길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몸서리쳤다.




‘여기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독이 서려 있는 메이든 호숫가의 

이 집은 피비린내 나는 피할 수 없는 최후를 맞이하게 될 곳이다.’ 

/ 152p




  한편, 은퇴한 다섯 명의 전직 CIA 요원 출신의 모임인 ‘마티니 클럽’은 독서 모임이라는 명목으로 오늘도 유쾌한 대화를 즐기고 있었다. 과거에 참여했던 작전으로 인해 전적들에게 위치와 신분이 노출된 매기가 위험해 처하자 마티니 클럽 멤버들이 합심해 이를 해결한 게 불과 얼마 전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 평화도 잠시 뿐, 이웃에 사는 루터 윤트가 다급히 찾아와 매기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열다섯 살, 조이 코노버. 문뷰의 여름 손님 중 한 명인 소녀가 실종되었다. 하필이면 루터의 손녀인 캘리가 소녀를 농장으로 초대해 함께 놀다 루터가 소녀를 집 앞에 데려다준 이후에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 설상가상으로 소녀의 혈흔이 트럭에서 발견되면서 루터가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그 사이 소녀의 행방은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데…. 친절한 이웃인 루터의 혐의를 벗기고 사라진 소녀를 찾기 위해 나서는 우리의 마티니 클럽. 과연 이들은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언제 모든 것이 무너질지 모르는 위기의 끝자락에서 경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하며 눈앞의 재난이 보이지 않는 지금의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고 있으며, 한편으론 순간의 덧없음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재난은 언제든, 누구에게든 닥칠 수 있다. / 19p










  스릴러의 여왕 테스 게리첸이 ‘마티니 클럽’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여름 손님들』은 평화로워 보이는 작은 마을 퓨리티의 메이든 호수를 배경으로, 실종된 소녀의 행방을 쫓는 ‘은퇴한 CIA 요원 출신의 마티니 클럽 멤버들’의 활약상을 담은 미스터리 소설이다. 전작인 『스파이 코스트』가 위험천만한 전적들의 위협과 공격으로부터 일상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마티니 클럽의 분투를 담아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호숫가에서 사라진 소녀와 수면 아래에 오랫동안 잠겨 있던 미스터리의 진실을 추적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여러 인물의 시선과 목소리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다각도로 제공하는 테스 게리첸의 서술 방식은 마지막까지 긴박감을 선사한다. 마을 사람들이 경계하는 수상쩍은 이웃 루벤, 의붓딸이 실종된 것을 소재로 삼아 소설을 쓰고 있는 에,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코노버 가족과 이웃들, 루터의 차에서 발견된 실종된 소녀의 혈흔, 1972년에 메이든 호수에서 사라졌다던 여성의 정체 등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거듭된 반전으로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이런 짓을 할만한 누군가를 짐작하십니까?” 조가 물었다.

“음, 누가 그랬는지 정확히 알겠어요.” 조지는 호수 건너편에 있는 오두막집을 바라보았다. “항상 그였어요. 루벤 타킨. 그는 몇 년 동안 이런 짓을 해왔어요. 우리 집 데크에 썩은 생선을 가져다 놓거나, 손자의 유모를 괴롭히기도 했죠. 돌을 던져 창문을 깨버리기도 했는데, 아주 비싼 유리창이었어요. 그때도 경찰에 신고했었죠.” / 64p



참 슬픈 모습을 한 가정이었다. 장애를 가진 누나와 어두운 구석의 분노에 찬 남동생. 둘은 모두 은둔형 외톨이였다. 반세기 전 아버지가 저지른 잔혹한 행위로 인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평생을 유배지에서 살아야 했다.

조는 메인스트리트 학살로 사망한 네 명만이 샘 타킨의 희생자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바로 이 집에 두 명이 더 있었다. / 231p



“사람들은 거의 모든 것을 정당화할 수 있어요, 매기. 그래서 역사는 꾸준히 반복되는 것이죠.” / 333p












  뭐니 뭐니 해도 마티니 클럽 시리즈의 매력은 은퇴한 스파이들이 각자의 장점을 발휘해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비록 과거의 영광과도 같은 기민함이나 예리함은 무뎌졌을지 몰라도, 이들이 연륜과 경험의 힘으로 사건의 핵심을 꿰뚫고 그들만의 끈끈함으로 위기를 극복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작이 그러했듯 테스 게리첸은 이번 작품에서도 잘 만든 캐릭터가 보여주는 이야기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비밀, 반전, 꽉 찬 결말까지, 올 여름 재미있는 미스터리 한 권을 즐겨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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