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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중국 신화 - 천지개벽부터 하나라 건국까지, 오늘의 중국을 만든 최초의 이야기 ㅣ 드디어 시리즈 10
황더하이 외 지음, 이유진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3월
평점 :

가깝고도 낯선 중국 신화를 탐구하는 즐거움!
수많은 중국인들을 융합하고 그들의 정신적 뿌리가 되어준 중국 신화를 만나는 시간!
그리스·로마 신화와 북유럽 신화를 익숙하게 접한 이들조차도 중국 신화라 하면 다소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신화는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이야기의 조각을 그러모아 ‘역사’라는 작업에 의해 착실하게 정리된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중국 신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중국인들의 사고방식과 동양 사상을 이해하고, 동아시아 문명의 흐름과 질서가 어떻게 잡혀왔는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까닭이다. 대중의 눈높이로 중국 신화를 한 권으로 아우른 이 책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자 반고의 몸은 해체되기 시작했습니다. 온몸의 각 부분이 잇달아 분리되었고, 정기는 땅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왼쪽 눈은 태양이, 오른쪽 눈은 달이 되었습니다. 머리카락과 수염은 별이 되었지요. 팔다리와 몸통은 대지의 동서남북 사방 끝과 오방의 명산으로 변했습니다. 피는 강이, 힘줄은 길이, 근육은 논밭이 되었습니다. 피부의 털은 풀과 나무, 이와 뼈는 금속과 돌, 골수는 진주와 옥으로 변했습니다. / 25p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여와는 강가로 내려가 황토를 한 움큼 쥐었습니다. 그리고 그 진흙을 물에 개어 힘껏 반죽을 시작했지요. 황토는 차츰 형태를 갖추어 나갔습니다. 계속해서 반죽하자 황토에 오관과 칠규(사람 얼굴의 눈, 귀, 코, 입에 있는 일곱 구멍)가 생겨났는데, 그 모습이 여와와 비슷했습니다.
여와는 점점 형태를 갖춰가는 황토를 보며 가슴이 뛰었습니다. 그녀가 두 손을 더 빠르게 움직이자 황토에 상반식과 두 팔이 생겨났습니다. 하반신을 빚을 차례가 되자 자신의 뱀 꼬리를 유심히 보던 여와는 숲속에서 뛰어다니던 원숭이를 떠올리며 다리를 빚었는데, 다만 원숭이보다 조금 더 굵게 만들었습니다. / 31p


신화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이유는 가장 보편적인 인간의 본성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은 아닐까. 일례로 인간의 욕심을 경계하고 겸양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야기들이 그러하다. 그 중에서도 하늘사다리인 건목에 관한 이야기가 눈에 띄는데, 인간들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건목이라는 세계수를 찾아내기 전까지는 자신의 분수와 한계를 잘 알고 지켰다고 한다. 그러나 건목을 타고 하늘로 오르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자 스스로 신과 다를 바 없다고 여기며 인간들은 오만불손한 태도를 가지게 되었고 이런 마음은 결국 악신인 치우를 불러들였다고 한다.
황제를 대적할 만큼 강력해졌다는 생각이 들자 악신인 치우는 사람들을 이끌고 건목을 통해 하늘로 올라가 전쟁을 벌여 천상의 질서를 바꾸려 했다. 이에 황제가 악전고투 끝에 치우를 물리치고 마침내 건목을 찍어 쓰러뜨리게 한 뒤 하늘과 땅 사이의 통로를 모두 단절시켰다. 하늘을 더 높이고 땅을 더 낮추어 하늘로 향하는 길을 끊어버림으로써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분명히 알고 더 이상 분수에 넘치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사람들은 곤륜산에 들어가 양풍산에 오르기만 하면 영원히 살 수 있고, 현포에 도달하면 기이한 신통력을 지니게 되며, 더 올라가 곤륜산 꼭대기에 도달하면 신이 되어 여와와 함께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이는 사람들의 더 놓은 곳에 도달하고자 하는 향상심과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담긴 아름다운 기대이자 간절한 기원이었지요. 그러나 그 이면에 거대한 재앙이 움트고 있었습니다. / 61p
이때부터는 인간들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지식과 기술을 더 이상 얻지 못하게 되었고, 자신의 지력과 지혜에 의지해 그 지식과 기술을 다시 터득해 나가야 했다. 팔괘를 만들어 인류를 윤택하게 한 복희, 농사를 발명하고 약초를 연구해 ‘신농’이라 불렸던 염제, 부엉이처럼 생긴 새가 부리로 나무를 쪼아대자 불꽃이 환히 일어나는 것을 보고 불꽃이 튀는 원리를 깨달은 수인씨, 염제와 함께 중국에서 시조로 추앙받는 황제가 만든 수레, 누에를 치고 비단을 짜는 기술을 얻고 전수한 누조, 복희의 64괘에서 영감을 얻어 간단한 점과 선으로 복잡한 의미를 표현하는 방식의 문자를 발명한 창힐 등의 이야기 속에는 인간이 어떻게 그들의 문명을 일구어나가게 되었는지 그 과정들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치우와 황제가 벌인 전쟁을 통해 인류가 문명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갈등의 역사는 물론, 재앙에 맞서 삶의 터전을 수호했던 여러 영웅들의 이야기도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주역』이란 복희가 창안한 팔괘를 위아래로 겹쳐 만든 64괘를 바탕으로 우주 만물을 탐구하는 철학서이자 음양의 원리를 풀이하는 점술서로 볼 수 있습니다. 고대 중국인들은 『주역』으로 우주의 질서를 체계화하고 도식화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주역』은 변화 원리로 미래를 예측하고, 동시에 자연과 우주에 대한 이치를 살피는 경전입니다.
『주역』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원리는 ‘만물은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만물은 생성, 성장, 노쇠, 죽음을 반복합니다. 『주역』에 따르면 세계가 돌아가는 핵심 원리인 ‘변화’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으며, 이 법칙에 따라 대응이나 판단의 기준을 세울 수 있습니다. / 92p
수황릉_
중국 신화 속 불을 가져다준 영웅 수인씨를 기리는 유적지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프로메테우스가 신의 불을 인간 세상에 전파했다면, 중국 신화에서는 수인씨가 나뭇가지로 불을 피워 세상에 빛과 온기를 가져왔다. / 155p



태초의 천지였던 혼돈을 질서로 바꾸고 여와가 인간에게 생명을 불어넣은 뒤, 마침내 우가 흩어져 살던 부족을 이끌고 중국 최초의 국가인 하나라를 건국하기까지. 『드디어 만나는 중국 신화』는 단순히 기묘하고 신기한 이야기가 아니라, 수많은 중국인들을 융합하고 그들의 정신적 뿌리가 되어준 신화를 간결하면서도 완결성 있는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나간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책이다. 여기에 중국 신화의 다채로운 기풍을 담은 아름다운 표지와 여러 예술가들이 신화로부터 영감을 받고 완성한 작품들까지 하나하나 수록한 정성이 돋보인다. 수많은 중국인들을 융합하고 그들의 정신적 뿌리가 되어준 아주 친절한 중국 신화책을 만나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