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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석산의 서양 철학사 - 더 크고 온전한 지혜를 향한 철학의 모든 길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7월
평점 :

2500년 서양 지성사의 거대한 흐름을 담은 아주 특별한 철학 교양서!
철학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것에 의문을 품고 그 근본원리를 탐구함으로써 발전되어온 학문이다. 만물의 근원은 무엇인가. 지식은 어디에서 나오고 우리에게 이성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선과 악은 어디에서 비롯되고 신의 존재는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 것인가. 또 우리는 어떠한 가치를 중심으로 살아야 하는가. 이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해답을 구하기 위한 아주 오래된 고뇌의 역사인 것이다.
철학은 세상의 이치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탐구다
『탁석산의 서양 철학사』는 최초의 철학자로 알려진 탈레스부터 근현대 철학의 중심인물인 칸트 그리고 페미니즘에 이르기까지, 2500년이라는 방대한 서양 철학사의 흐름과 주요 맥락을 담은 철학 교양서다. 이 책 한 권으로 고대 철학에서부터 현대 철학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와 그들의 사상을 따라가다 보면 당대인들의 품은 문제의식은 무엇이고, 어떤 가치를 지향했는지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평소 서양철학에 관심이 있거나 서양철학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서적을 찾고 싶었던 분들에게는 반가운 책이 될 것이다.
철학사 없이, 철학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철학에서 옛날은 없기 때문입니다. 과학 기술은 최신이 최고이고 가장 새롭지만, 철학은 다릅니다. 서양 고대 철학이 현대 철학보다 많이 낡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세부적인 개념 분류라든지 지식의 차이로, 덜 발전한 모습일 수는 있으나, 아이디어 자체는 절대 낡지 않았기에, 지금도 여전히 철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고대 철학을 보게 됩니다. / 8p
철학의 특징을 간추리자면, 이성과 논증으로 세상의 지혜를 탐구하는 작업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즉 이성으로 세계를 해석하고 세상과 맞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철학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유일한 무기는 바로 이성입니다. 그런데 역사에서 이성이 항상 주도적 지위에 있지는 않았습니다. 이성이 지배적 위치에 오른 시기는 18세기 계몽주의라고 합니다. / 18p



기존의 철학서와 달리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철학을 비롯해 또 하나의 핵심축인 신비주의 즉, 오컬트까지 두루 아우른다는 점이다. 철학은 신학과 과학 사이에 있다고 말한 러셀의 말처럼, 철학이 이성과 논증으로 세상의 지혜를 탐구하는 학문이지만 이성만으로는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에 있어서는 신비주의, 신학·종교를 보조로 삼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대 철학에서는 이성과 신비가 접점을 이루었다가 18세기 계몽주의에 이르러서는 이를 배격하려 하고, 다시 현대에 들어서는 공존을 이루는 서양철학의 독특한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서양철학이 신비주의와 종교, 과학으로부터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재구성되고, 그 안에서 인간의 본성과 행위, 존재에 대한 인식과 언어, 윤리와 역사 등을 폭넓게 사유할 수 있는 다양한 근거를 마련해왔음을 알게 된다.
이 세계와는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믿음이 기원후 1세기에, 본격 등장했습니다. 피타고라스학파가 다시 등장하였고, 악마학, 마법, 점, 점성술 등이 널리 퍼졌습니다.
이런 시대는 플라톤에게 유리했습니다. 플라톤은 이 세상은 가짜이고 그림자에게 지나지 않으며, 진짜 세계는 다른 세계에 있으며, 사후 세계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나 에피쿠로스에게는 이런 세계는 없습니다. 자연히 그들은 자리를 잃게 됩니다. 스토아학파는 마법이나 점성술, 악마, 신의 섭리를 용인함으로써 살아남습니다. 이제 중심은 플라톤으로 이동했으며, 심지어 플라톤은 권위자 자리에 오릅니다. / 110p
여기서 이스라엘은 단순한 이름이 아닙니다. 살아 있는 토라 사회입니다. 즉 신의 뜻이 드러나는 사회로, 손에 잡히지 않는 접신론 개념의 표현입니다. 즉 문자로 쓰인 토라로는 부족하고, 신의 뜻이 드러나는 사회 공동체인 이스라엘 즉 구술 토라가 있어야마나, 신의 여성 짝으로서 이스라엘의 진정한 의미가 구현됩니다. 이스라엘은 해석 공동체입니다. 그리고 그 공동체가 살아 있는 공동체가 아니라면, 신의 뜻을 드러내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즉 이스라엘은 구술 토라입니다. 그 이유는, 이스라엘에 내재한 유일한 특성 때문인데, 그것은 바로 세계는 오직 이스라엘을 위해서 창조되었다는 믿음입니다. / <카발라> 중에서 234p
데카르트는 타고나는 지식을 성향으로 봅니다. 특정한 지식을 갖고 태어나는 게 아니라, 조건과 상황이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로크는 이런 지식은 없다고 하면서, 경험을 두 가지로 나눕니다. 감각과 반성입니다. 경험하면, 감각 경험만 떠올릴 수 있으나, 그는 감각 경험과 함께,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반성이나 성찰을 경험에 포함합니다. 성찰은 자신 마음의 작동에 대한 관념을 제공합니다. 지각, 생각, 의심 등입니다. 즉, 지각이라는 관념, 의심이라는 관념 등을 제공합니다. 여기에서, 경험이 지각을 제공한다는 점이 로크에게 중요합니다. / <로크> 중에서 340p
알튀세르가 미친 영향 가운데 하나는, 역사 변증법을, 주체나 목적 없이 정의하는 겁니다. 즉, 인간을 역사의 주체로 보지도, 역사를 최종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것으로 보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그는 모든 근대 국가의 주요 무기는, 억압이 아니라 이데올로기라고 합니다. 즉, 국민의 동의를 끌어내는 바가, 바로 주요 무기의 기능인데, 이를 이데올로기가 담당한다는 거죠. 이때, 개인은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의식과 함께, 권위에 복종한다는 의미로, 자신을 주체로 여깁니다. 이데올로기 이론은 비평과 정치 철학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 <마르크스주의자: 루카치, 그람시, 알튀세르> 중에서 526p


또 이 책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루소와 헤겔과 같은 대표 철학자들뿐만 아니라 여느 철학서에서는 접해본 적이 없는 다양한 철학가들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이는 사상이나 개념의 핵심을 요약·설명하여 철학을 이론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아니라, 2500년이라는 서양철학사의 방대한 흐름을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야기하듯 들려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이유로 교과서처럼 철학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으나, 한 인간의 내면에서부터 거대한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그것을 사유해왔는지 철학을 생물처럼 감각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큰 의미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