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리 - 2024 공쿠르상 수상작
카멜 다우드 지음, 류재화 옮김 / 민음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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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잊고 싶은역사가 되어버린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

지난한 폭력의 역사로부터 잃어버린 목소리를 회복하는 눈부신 역작!





  이거 보여? 난 멈추지 않는 커다란 미소를 짓고 있어. 난 벙어리, 아니 거의 벙어리야.

  얼핏 천진난만해 보이는 말투지만 누구라도 그녀의 미소를 보고 나면 이내 마음이 불편해지고 마는 그 이름, 오브. 새벽을 뜻하는 그 이름처럼 그녀의 시간은 이십 년 전, 다섯 살이었던 19991231일의 새벽녘에 멈춰버렸다. 그날 오브는 이슬람 무장단체의 습격을 받아 목이 그어지는 참극을 맞았지만 가족 중 유일하게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하지만 충격의 여파로 성대를 잃고, 목에 삽입한 튜브로 호흡하며 살아야 하는 운명만큼은 피할 수 없었다. 다행히 지금의 엄마인 독신 여성 변호사 하디자에게 입양되어 현재는 해안 도시 오랑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며 살고 있지만 그녀는 자신의 목에 남겨진 학살의 흔적을 단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그런 오브를 향해 하디자는 곧잘 이렇게 말하곤 했다. 넌 한 권의 책이라고. 전쟁과 학살의 흔적을 이야기하는 살아 있는 증거라고.




, 넌 한 권의 책이야.” 엄마는 내게 맹세하듯 말하곤 했어. “진짜 책.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 / 20p

 


유일무이한 책이며, 성급한 살해 속에, 성급한 밤 속에 쓰인 책이라 할 나를. 망각으로부터 보호되어 알제리의 진짜 전쟁의 진짜 이야기를 지켜 내는 책인 바로 나를 말이야. 물론 넌 모르겠지, 하나의 삶 속에 얼마나 많은 자갈이 들어 있는지. / 36p

 


오랑은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잊기 위해 만들어진 도시야. 몇 년 전 신의 도살자들이 일으킨 전쟁의 흔적은 여기에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나 말고는 말이야. 마치 탯줄처럼 감기고 풀리면서 널 감싸고 있는 나의 이 기나긴 이야기 말고는. 건물 아래서 행여 나와 마주차기라도 하면 나를 둘러싸고 사람들이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것도 아마 그래서일 거야. 내 목의 구멍을 통해 알제리 내전으로 죽은 수십만의 사람들이 자신들을 노려보는 것 같다고 느끼는 걸 눈치챘는지도 모르지. / 51p

 









  하지만 침묵을 강요하고 비극의 역사를 지우려는 국가의 시도 앞에서 오브는 거슬리는 존재일 뿐이다. 꾸밈을 금지하는 남성 중심의 알제리 사회에서 그녀의 미용실 또한 경계와 적대의 대상일 뿐이다. 마치 예견된 미래처럼, 처참하게 유린당한 미용실의 흔적을 바라보며 오브는 여성에게는 너무나 가혹하기만 한 이런 세상에서 과연 뱃속의 아이인 후리를 낳아도 되는지 깊은 의구심에 빠진다. 결국, 오브는 자신이 두 발을 딛고 사는 이 땅의 현실과 고통의 실체를 정면으로 마주하기 위해 학살의 현장이었던 고향으로 떠날 결심을 한다. 그렇게 상처의 근원 한가운데로 깊숙이 걸어들어감으로써 19991231일에 멈춰버린 오브의 시계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때 난 다들 더 이상 우릴 기억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걸 깨달았지. 숫제 우리에게 우리의 기억을 의심해 볼 것을 요구했어. 온 나라가 그 상처를 치유하는 대신, 오히려 지우고, 의심하게 했지. 그리고 그걸 당연한 흐름으로 만들어 버렸어. , 그래 맞아! 솔직히 말하면, 나도 의심하기 시작했어. 그러면서 점점 더, 아무 일도 일어난 적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어. 내 목에 난 구멍이, 내 안에서 제 꼬리를 무는 그 언어로 말하는 것만큼 그건 그리 끔찍한 일이 아니었다고 믿으려 애썼어. 보다시피 기억이란 항상 물 위에, 모래 위에, 그러니까 변하고 흩어지는 물질 위에 쓰이는 거니까. / 155p

 


내 딸아, 설령 네가 우리처럼 대화할 수 없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중요한 걸 말하기 위해서야. 이 나라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껄이고, 수다와 목소리로 넘쳐나지만, 중요한 건 너의 목소리야, 네가 속삭일 때조차. 하느님께서 너를 속삭임으로 만드신 건, 네가 말할 때 우리 모두를 침묵시키기 위해서야. / 260p

 


아무 손도 대지 않은 진실의 가장자리에서, 나는 마침내 몸을 던질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이번에는 내 속으로 잠수하듯 뛰어들어, 내 상처를 다시 열고, 꿰맨 자국을 뜯어야 했다. 그리고 내 미소속으로 뛰어들어, 그것이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알아내야 했다. 그래, 네가 내게 목소리를 되돌려줄 거야, 난 속으로 속삭였다. 나는 한 권의 책이야, 행복한 결말을, 아니 적어도 진실한 결말을 찾고 있는. / 502p

 










  소설 후리는 이른바 검은 10이라 불리는 알제리 내전의 희생자와 생존자들의 말할 수 없는 고통과 기록되지 못한 기억들을 문학이라는 언어로 회복한 눈부신 역작이다. 폭력과 권력은 얼마나 쉽게 개인의 아픔을 묵과하는가. 신앙이 정치와 결탁하면 얼마나 포악무도해질 수 있는가.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사는 것이 수치가 되어버린 생존자들의 고투와 상흔을 유려하고 시적인 문장으로 보듬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작품이다. 이 책을 적극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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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톡스 - 도파민 중독에서 주의력 저하, 불안까지 디지털 과부하로부터의 해방
폴 레오나르디 지음, 신솔잎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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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중독과 불안을 끌어안고 사는 당신에게 꼭 필요한 책!

더 나은 디지털 라이프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지침서!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스레드, 유튜브, 은행 앱삭제해야 하는 앱들이 한가득 산적해있는 걸 보며 머리가 뜨거워진다. 무심코 켜고 닫는 사이에 흘려보낸 시간들이 오늘은 또 얼마나 될까, 하고. 하지만 경각심을 느끼고 스마트폰을 잠시 멀리하려고 마음먹기가 무섭게 스마트워치에서 푸시 알람이 울린다. 당장 메시지를 확인하라고. 이쯤 되니 책머리에서 정재승 교수가 한 질문이 뇌리에 콱 박힌다. “당신이 기술을 사용하는가, 아니면 기술에 의해 사용되는가?”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각종 디지털 도구로부터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깊은 피로감을 얻고,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느끼지만 현실적으로 디지털 도구를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고 느낀다. 이 책의 저자이자 생산성 향상 전문가인 폴 레오나르디 역시 문제는 디지털 도구와 기기 자체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기술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통제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고 기기들에서 에너지를 얻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법을 배워야한다고 강조한다. 과도한 연결로 소진된 뇌를 구하고, 기술과 더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해법을 얻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에 도움을 얻어 보시길 바란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디지털 도구 일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술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다시 생각하는 것이다. 정보의 수동적 수신자나 혁신의 맹목적인 추종자가 아니라 자신의 디지털 경험을 이끄는 능동적인 큐레이터가 되어야 한다. / 351p

 











  2020년대에 들어 1인당 사용하는 디지털 도구가 일평균 34개로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저자는 우리가 디지털 회복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단 사용 중인 도구를 절반으로 줄이고, 정보에 걸맞은 디지털 도구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떤 디지털 도구를 사용할지 선택하는 과정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와 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유사한 기술을 요구하는 일들 또는 하나의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활동들을 묶어서 함께 처리할 것을 제안한다. 마찬가지로 AI가 할 수 없거나 해서는 안 되는 업무, AI가 보강할 수 있는 업무, AI가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들을 분리하여 내가 왜 이것을 사용하는지, 얼마나 쓸 것인지, AI를 조직의 워크플로에 통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고민하여 스스로 디지털 주도권을 갖는 것을 목표로 삼을 것을 추천한다.

 



우리의 주의력은 여기저기 분산돼 있다. 우리는 집중력을 잃고 쉽게 산만해진다. 더 빨리 또는 더 쉽게 해내야 하는 일들을 그렇게 처리하지 못할뿐더러 일을 완수한 후에도 질적으로 문제가 생길 때가 많다. 더 교묘한 점은 주의력을 요하는 수많은 일이 우리가 무언가에 집중하는 능력만이 아니라 집중하는 방식 또한 결정한다는 것이다. / 38p

 



비센티가 경험하는 문제는 주의 잔류물현상으로, 현재의 작업에 완전히 몰입하지 못하고 주의력 일부가 다른 영역의 작업에 매몰될 때 발생한다. 워싱턴대학교의 경영학 교수인 소피 리로이는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작업을 완성하지 못했거나 방해를 받았는데 그 업무를 얼른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할 때 주의 잔류물이 생깁니다. 우리의 두뇌는 완료하지 못한 일들을 잘 잊지 못하고 마음 한구석에 내내 담아둬요. 다른 작업에 집중하려 할 때조차요.” / 49p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음 이론이 필요하다. 타인이 상황을 나와 다르게 보고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때 상대의 반응을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고, 공감과 이해로 상대에게 호응할 수 있다.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다. 잠시라도 내 안의 추측을 내려놓아야 상대의 경험과 동기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 196p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다 보니 부모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보며 아이들은 부모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메시지를 받는다는 책 속의 글귀가 내내 마음에 남는다. 이는 부모가 아이들 앞에서 휴대전화를 얼마나 자주 들여다보는지 스스로 의식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를 위한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정보를 검색하고 일정을 관리하고 빠른 주문에 집중하는 사이, 정작 아이들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를 놓치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그간 디지털 중독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실천보다는 불안만 끌어안고 있던 내게 디지털 주도권을 획득하고, 다양하고 실천 가능한 혜안을 제시해준 책이다. 결국 목표는 디지털 세계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헤쳐 나가며 그 세계 안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것이기에, 디지털 도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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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먹는 존재들 - 온몸으로 경험하고 세상에 파고드는 식물지능의 경이로운 세계
조이 슐랭거 지음, 정지인 옮김 / 생각의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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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를 넘기는 순간마다 놀라움으로 가득한 책!

식물, 그 신비를 밝히는 아름답고 진중한 탐구 여정!






  한때 호밀은 밀 농사를 짓던 농부들에게는 잡초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래서 밀이 건강하게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잡초인 호밀을 뽑아야 했다. 이로 인해 살아남아야 했던 몇몇 호밀들은 엄청난 모방의 묘기를 부리기 시작했다. 농부의 매서운 눈을 속이기 위해 밀과 매우 비슷한 형태로 진화한 것이었다. 그렇게 생존을 위해 선택한 모방 능력 덕분에 호밀은 마침내 작물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고, 우리의 훌륭한 먹거리가 되어주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해변달맞이꽃은 꿀벌이 윙윙 날아다니는 소리에 맞춰 꽃꿀의 당도를 스스로 높일 수 있고, 나사 포이소니아나는 수분 매개자가 나타나리라 예상한 때에 맞춰 꽃가루를 내놓을 줄 안다. 심지어 한 번에 조금씩만 꽃가루를 내놓아 나방이나 벌 한 마리가 너무 많이 가져가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할당하는 능력까지 지니고 있다. 갯냉이는 남남 사이인 식물들 사이에서는 공격적으로 뿌리를 내려 근처의 영양분을 독점하지만, 가족 옆에서 자랄 때는 예의 바르게 뿌리 성장을 제한하여 형제자매가 살아갈 공간을 남겨두는 이타적인 모습까지 보이기도 한다.

 










그 나무가 무엇을 한 건지,

언어를 써서 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네.

- 로버트 해스, <나무를 묘사하는 일의 문제> / 405p

 




   『빛을 먹는 존재들보고, 듣고, 감지하고, 적응하고, 더 나은 것을 선택하고, 계략을 꾸미고, 경험을 공유하며, 대지의 기억을 대물림하는 식물들의 세계를 탐구한 놀라운 책이다. 식물은 어떻게 주변에 관한 정보를 얻고, 통합하며, 자신에게 유익한 행동으로 번역하는가. 그 모든 정보를 해석할 중추적인 장소도 없는데 대체 어떻게 세계를 감각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그간 알고 있었던 식물의 능력과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특히, 대부분 식물은 우리가 밟거나 꽃을 꺾어도 그리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자기들과 접촉하는 것을 온전히 알아차리며 그에 반응해 자신의 삶을 재조정하기까지 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이 세계에 얼마나 무지했던가를 반성하게 한다. 나아가 우리가 이 특별한 존재들과 지구를 함께 쓰고 있을 뿐 아니라, 그들에게 우리의 생명을 빚지고 있다는 사실까지 일깨워준다.

 



한 자리에 붙박여 있으니 식물이 수동적일 거라는 생각은 화학 무기를 만들어내는 식물들의 엄청난 능력을 살펴보면 순식간에 사라진다. 식물은 합성해 낼 수 있는 화학물질의 미묘함과 복잡성 측면에서 인간의 가장 뛰어난 기술마저 능가하는, 그야말로 합성 화학자들이다. 잎은 누군가 자기를 갉아먹고 있음을 감지하면 공기로 운반되는 화학물질을 만들고 뿜어내 가장 멀리 있는 가지들까지 면역계를 가동하라고 알린다. 이어서 모든 가지들은 자기에게 접근하는 진딧물 및 식물을 먹는 각종 벌레들을 단념시킬 더욱 고약한 화학물질들을 만들어낸다. / 68p

 



어쩌면 그저 우리 눈에 그 구조물이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어요. 혹은 식물의 몸 전체에 속속들이 퍼져 있고, 개별적인 하나의 구조물 같은 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고요. 어쩌면 그게 식물의 속임수일지도 모르죠. 유기체 전체가 뇌일 수도 있다는 것요.” / 218p

 



식물의 주의와 의식은 각 부분에 국소화되어 있지만 그 각각의 부분들이 서로 의사소통하며 하나의 전체로서 전략적으로 행동함으로써 우리 못지않게 의식을 만들어낸다. 그는 이렇게 썼다. “수백만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개별 식물은 자기조직화하는 복잡계로서, 분산 제어를 통핸 국소적으로 환경을 활용할 수 있지만 이런 활용은 전체 식물 시스템의 맥락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이들의 의식은 국소화된 것이 아니라 식물 전체에서 공유되는 것인데, 이는 동물의 의식이 뇌에 중앙집중화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 230p

 











  느리고 수동적이라 여겨왔던 식물들이 이토록 신비롭고, 우아하다 못해 창의적이기까지 하다니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마다 놀라움으로 가득한 책이다. 여기에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경고까지. ‘모든 식물은 상상도 못 할 정도의 행운과 창의력이 이뤄낸 위업이다. 일단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다시는 그 앎을 지울 수 없다. 당신의 마음속에 새로운 도덕의 주머니가 생긴다.’ 이 글귀에 마음을 기울 수 있는 이들이 더 많은 세상이 되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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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비즈니스 바이블
권병민 지음 / 이은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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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지속 가능한 콘텐츠 제작을 위한 크리에이터 비즈니스 전략 실무서






  그야말로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다. 스마트폰 하나면 누구나 영상을 제작할 수 있고, 팔로워를 얻으며, 브랜드 협찬이나 협업을 통해 수익까지 올릴 수 있다. 어느 새 미디어는 유튜버, 틱톡커, 인플루언서 등 사회적 영향력과 다양한 팬덤까지 구축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에게로 집중되고 있다. 기업들 역시 기존의 스타중심 마케팅이 아닌, 생활밀착형 크리에이터들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을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크리에이터 경제 시장의 규모 역시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시작했다고 해서 모두가 살아남을 수는 없는 법. 크리에이터 비즈니스 바이블‘1인 창작자에서 ‘1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전략을 담은 크리에이터 비즈니스 가이드다.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 운영 전략, 수익이 만들어지는 구조, 플랫폼과 브랜드 그리고 MCN(크리에이터를 지원하고 광고주·플랫폼과의 연결을 돕는 매개체)과 협업이 이루어지는 방식, 크리에이터 마인드셋 등 크리에이터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필요한 전략을 정리한 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전파진흥협회가 발표한 ‘2024 디지털 크리에이터 미디어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국내 크리에이터 산업의 총매출액은 약 53,15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9% 성장했다. 국내 크리에이터 산업의 사업체 수는 13,514개로 21.5%로 증가했으며, 종사자 수도 42,378명으로 19.8% 증가했다. 이는 크리에이터 산업이 국내 미디어 산업의 주요한 축으로 정착하고 있으며, 전문적이고 조직화된 직업군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 26p

 



브랜드 협업을 위한 사전 준비 체크리스트

브랜드 협업 제안을 위한 크리에이터 소개서를 체계적으로 구성했는지 점검할 것

정량적 데이터(구독자 수, 조회수, 댓글 수 등)와 정성적 특징(콘텐츠 성격, 팬 소통 모두 포함할 것

협업 사례와 성과를 수치 중심으로 정리해 설득력을 높일 것

협업 콘텐츠의 제작 방식과 일정에 대한 안내 항목을 포함할 것

구독자 분석 자료를 기반으로 타깃 소비자 정보 전달이 가능한지 확인할 것 / 136p

 




숫자 중심에서 이야기 중심으로의 관점 전환이다. 콘텐츠를 조회수, 노출 수, 전환율 등으로만 평가하는 순간, 크리에이터는 잘 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반응이 있는 콘텐츠를 반복하게 되고, 그 결과 자신만의 세계관이나 메시지는 점점 희미해진다. 저성장 구간일수록 콘텐츠의 이야기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회수는 떨어져도 기억에 남는 콘텐츠가 있고, 단기 성과는 낮지만 팬의 신뢰를 높이는 콘텐츠가 있다. 숫자는 측정 가능한 가치지만, 창작 동기의 본질을 측정 불가능한 영역에 존재한다. / 238p

 











  도서 및 일부 콘텐츠·상품 이용 광고 협찬이 들어오기는 하지만 평범한 리뷰어에 보다 가까운 편이라, 크리에이터들은 어떻게 크리에이터에서 비즈니스 오너로 커리어를 전환하고 브랜드와 협업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는지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조언은 영상 하나하나를 단편 콘텐츠로 소비되게 두지 않고 채널 전체를 하나의 서사 구조로 엮어내라는 점이었다. 그 안에는 말투, 자막, 조명, 속도, 편집 스타일까지 모두 포함되는데, 팔로워들은 단지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그 채널 속 세계관에 머무른다는 점을 유념해야겠다.

 




  또, 조회수는 떨어져도 기억에 남는 콘텐츠가 있고, 단기 성과는 낮지만 팔로워의 신뢰를 높이는 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숫자에 매몰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 알고리즘을 탓하거나 콘텐츠의 포맷을 무리하게 바꾸려고 시도하기보다는 제작 주기, 콘텐츠 분량, 포맷 구성 등을 잘 설계해 장기 생존의 가능성으로 연결하는 법 등 크리에이터로서의 마인드셋을 익힐 수 있어 유익했다. 평소 크리에이터를 꿈꾸거나 크리에이터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이 책에 도움을 받아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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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5.가을호 - 87호
서미애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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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의 즐거움은 이토록 다양하다!

드넓은 미스터리의 지대를 사유하는 시간!

 





  정기 구독 신청 후에 받은 첫 책이라 더 큰 애정을 갖고 읽었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이번 호는 장르라는 특정 형식에 한계를 두지 않을 때 미스터리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게 한 호라 특별했다. 전우성 브랜딩 디렉터가 인터뷰에서 말했듯, 미스터리가 세상에 던지는 질문이자, 정해진 틀과 규칙 없이 기존의 편견을 깨고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며 세상을 탐구하는 사고방식일 수 있다면,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미스터리에 진심일 때 과연 무엇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인가, 상상만 해도 설레지 아니한가.




 

미스터리를 단지 장르적 접근이 아닌 세상이 던지는 질문과 연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미스터리란 추리의 과정만이 아닌, 상황과 서사를 중심으로 구축되며, 긴장과 불안, 몰입을 유도하는 가장 진화한 이야기이자 인간과 세상의 불확실성을 탐구하는 이야기라고 재정의했습니다. 즉 미스터리란 단순한 장르가 아니라 세상을 탐구하는 방식이죠. / 전우성 브랜딩 디렉터 인터뷰 중에서 32p

 











  그래서인지 이번 호에 수록된 단편들이 모두 예사롭지 않다. SF와 미스터리를 결합한 홍정기의 <인공지능의 살의>와 서동훈의 <포 라이더스>는 텔레포트 기술과 신체 재생 기술이 상용화되는 시대의 맹점을 파고드는 미스터리로 신선한 충격을 준다. 순례길을 기약 없이 떠도는 어느 중년 남자의 이야기 <고스트 하이커: 북극성>은 불안과 우울을 견디고 살아가는 인간의 서글픈 자화상을 담은 기묘한 미스터리다. 민비시해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무경 작가의 역사 미스터리 <생문과 사문>도 흥미롭다. 예전에 <치지미포, 꿩을 잡지 못하고>를 읽었을 때도 느꼈지만, 역사와 픽션을 유려하게 넘나드는 필력이 돋보인다.

 




역사 미스터리의 시선은 과거를 향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를 바라보며 쓴 이야기는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과거의 누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심지어 아직도 과거에서 청산되거나 종결되지 않은 것이 남아 있다. 어쩌면 역사 미스터리는 현재 우리 주변을 둘러싼 수많은 의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시도의 다른 방향일지도 모른다. 탐정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 본질을 찾아내듯, 역사 미스터리야말로 현재가 아닌 곳을 살펴 더욱 명확히 현재를 판단하려는 가장 현재적인 서술이다. / 무경, <진짜와 가짜 사이의 투쟁> 중에서 226p

 




  개인적으로는 박인성 문학평론가의 <마스터플롯으로 읽는 장르문학: 호러 장르와 공포의 사회학>을 인상 깊게 읽었다. 공포가 어떻게 집단으로 공유되거나 전염되는지, 공포라는 감정의 속성이 어떻게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지, 호러 장르 속 사회·문화적 의미를 톺아보는 특별 기획이다. 저자는 위험한 대상에게서 느껴지는 위기감이나 생존의 위기에서 느끼는 공포보다는, 사회적인 주체로서 느끼는 사회적 죽음에 대한 위기감이야말로 오늘날 공포의 주된 원인을 형성한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한국, 일본, 미국이 어떠한 방식으로 당대의 사회적 분위기와 공동체의 위기감을 호러 장르에 반영하는지 비교 분석한다. 단순히 읽고 즐기는 것을 넘어서, 우리 시대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필수적인 문화적 매개체로 성장한 장르 문학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곡성>은 이러한 파편적이고 초개인화된 믿음의 시대, 서로를 악마라고 생각하는 시대에 포괄적인 공포란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결국 외지인은 악마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거울이다. 그에게서 발견한 공포는 곧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공포이기 때문이다.

<곡성> 이후에 한국 호러 장르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 것은 역설적으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일상의 공포가 기존의 호러 장르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호러가 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 박인성, <마스터플롯으로 읽는 장르문학: 호러 장르와 공포의 사회학> 중에서 199p

 


일본의 호러 마스터플롯은 포기할 수 없는 대상으로서의 공동체와 그 내부에서 오롯이 개인주의자이기를 바라는 사람들 사이의 이중구속을 그려내는 장르다. 공동체는 필연적이고 가치를 유지해야 하지만 동시에 위험하고 억압적이다. 개인주의자는 매혹적이지만 취약하고 공포스럽다. 이러한 복합적인 이미지가 일본 호러의 가장 모순적이고 양면적인 욕망을 상연한다. / 박인성, <마스터플롯으로 읽는 장르문학: 호러 장르와 공포의 사회학> 중에서 206p

 











  말미에는 독자가 직접 추리해볼 수 있는 단편 소설이 꼭 하나씩 수록되어 있는데, 이번 <한 방의 총소리>는 도전 이래 처음으로 사건 추리에 성공한 작품이다. 추리 능력이 성장한 듯해서 뿌듯한 마음이다. 이제 다음 겨울호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겠다. 나도 미스터리에 한 진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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