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법칙 (리커버) - 권력, 유혹, 마스터리, 전쟁, 인간 본성에 대한 366가지 기술
로버트 그린 지음, 노승영 옮김 / 까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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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성장과 성공으로 나아가는 하루하루 설계법!






  지난해에 내가 목표로 삼은 것이 있다면 ‘뭐라도 하자!’였다. 이런저런 핑계로 생각에만 그치지 말고 일단 뭐든 해보자는 마음으로 조금 더 움직이고, 조금 더 도전해보자고 스스로를 독려했다. 덕분에 새로운 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경험하고 깨달은 바들이 있었으니 나는 여전히 성장하고 싶고 또 성장해야 부분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2025년, 올해에는 어떠한 마음가짐이 필요할까.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만한 목표와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그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선별하게 되었고, 『오늘의 법칙』을 선택한 건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




  로버트 그린, 이름이 꽤 낯익다 했더니 『권력의 기술』을 쓴 작가다. 왕정 시대에나 존재하는 줄로만 알았던 권력의 역학이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통용되고 있으며, 오히려 더 교묘한 방식으로 작동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또렷이 느낀 기억이 있다. 어렵고 복잡한 시대일수록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과 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는 로버트 그린은 책 『오늘의 법칙』을 통해서도 이를 통렬하게 강조한다. 인간의 본성과 세상의 법칙을 읽고, 권력과 유혹의 구조에 맞서기보다는 오히려 먼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전략가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이 책은 과감하면서도 무척 현실적이다. 하루 한 장,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위한 1일 1성공의 법칙을 얻고 싶다면 이 책에 주목해보자.











자신의 한계-당신의 길에 놓인 장애물-중 하나를 오늘 직시하라. 그 장애물을 부숴도 좋고 넘어가도 좋고 돌아갈 방법을 찾아도 좋다. 도망치지만 말라. 그 장애물은 당신을 위해서 세워진 것이니까. / 32p





  저항 연습을 하라. 이 책에서 내가 길어 올린 올해의 목표는 바로 이것이다. 고통스럽거나 너무 어려워 보이는 일 앞에서 움츠러드는 것은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우리는 비교적 더 쉽게 느껴지는 것에 이끌릴 뿐만 아니라 익숙함에 지배당하고 나면 계속 같은 것만 반복하게 된다. 나 역시 늘 하던 방식대로, 집요할 정도로 기존에 검증된 안전한 방향만을 고집하는 편이다. 비난을 덜 받고 실패의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곳에 안주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저자는 이렇게 안정성만을 지향하면 우리의 기술은 절름발이가 된다고 지적한다. 그는 자신에게 관대해지려는 유혹에 저항하고, 스스로에게 가장 혹독한 비판자가 되어야 하며, 타인의 눈으로 보듯이 자신의 결과물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약점, 즉 나의 가장 서툰 부분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그것을 공략하는 연습을 해야만 보다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항하자. 관성에 머무르지 말자. 하던 대로 하면 그냥 하는 사람이 될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단순한 것에 대한 본능적인 반응에서 실마리를 찾아보라. 이를테면 어떤 행동을 결코 지치지 않고 반복하려는 욕구, 이례적으로 호기심을 자극한 주제, 특정 행위를 할 때에 느꼈던 자신감 같은 것들 말이다. 이것은 이미 당신 안에 있다. 아무것도 만들어낼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내면에 묻혀 있던 것을 캐내어 정제하기만 하면 된다. 어느 때든 이런 힘과 재결합하면, 그 원초적 끌림의 어떤 요소가 다시 생명을 얻어 당신에게 인생의 과업으로 이어지는 길을 보여줄 것이다. / 24p



사람들은 창의성 하면 흔히 지적 능력이나 특별한 사고방식을 떠올린다. 사실 창의적인 활동은 자신의 전부-감정, 활력, 성격, 정신-가 결부되는 활동이다.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대중과의 접점을 만들고, 의미 있는 예술 작품을 창작하려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년간 시도하고 온갖 좌절과 실패를 겪고,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며 자신이 하는 일이 중요한 결실을 낳으리라고 확신을 가져야 한다. / 37p



사람들은 삶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는 가에 따라 그에 걸맞은 수준의 정신과 두뇌를 가지게 된다. / 40p



배움의 가치를 무엇보다 우위에 두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언제나 올바른 선택에 이를 수 있다. / 63p












  온갖 가짜 뉴스가 나돌고, 진위를 헤아리기 전에 또 다른 이야기가 등장해 본질을 가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요즘이다. 로버트 그린은 겉모습에, 사건에,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쉽게 속지 말고, 진짜 의도를 간파하고 싶다면 라틴어로 ‘퀴 보노(cui bono)?’라고 물어보라 조언한다. 직역하면 이는 ‘누구에게 유리한가?’라는 뜻이다. 모호한 행동의 이면 동기를 알아내려면 누구에게 유리한지를 파악하면 본질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우리의 눈과 귀를 가로막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막막할 때면 진짜 동기가 무엇인지, 그것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누구인지를 파악해봐야겠다.




17세기의 위대한 사상가이자 궁정 신하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이렇게 썼다. “많은 사람들이 동물이나 식물의 특징을 연구하느라 시간을 보내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일은 사람의 특징을 연구하는 것이다. 죽든 살든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력 게임의 대가가 되려면 심리학의 대가가 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둘러싸는 먼지 구름을 꿰뚫어 보고 그들의 동기를 간파해야 한다. / 172p



당신의 문제와 고충에 대해서 듣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상대의 불만에 귀를 기울이되, 더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여 그 문제를 잊도록 하는 것이다. 활기찬 존재감은 무기력보다 매력적이다. 무기력은 지독한 사회적 금기인 지루함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아함과 품위는 언제나 조속함을 이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고상하고 세련된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 279p



결코 서두르는 것처럼 보이지 말라. 서두르는 것은 스스로가 시간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셈이다. 마치 모든 것이 결국 이루어질 것임을 아는 것처럼 언제나 인내심을 발휘하라. 적절한 순간을 찾는 탐정이 되어라. 시대정신의 냄새를 맡고 당신을 권력으로 인도할 흐름을 포착하라. 때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을 때에 물러나는 법과 때가 무르익었을 때 힘차게 공격하는 법을 익혀라./ 432p




  로버트 그린은 “당신이 어느 분야에 있든 스스로를 실제 재료와 아이디어를 이용하는 건축가”라고 생각해야 한다 말한다. 자신이 사람들에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만들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인생은 내가 어떤 생각을 품고 행동하는 가에 달려 있다. 건축가의 마음으로 나의 기술과 전략을 설계하고 어제와는 다른 오늘로 한층 더 높은 성장을 꿈꾸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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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세계사 - 세계를 뒤흔든 결정적 365장면 속으로!
썬킴 지음 / 블랙피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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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이지 않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365일, 최고의 역사 스토리텔러 썬킴이 들려주는 세계사 이야기!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역사 강사인 썬킴의 신작이다. 전작인 『썬킴의 세계사 완전 정복』,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 에서 유쾌한 스토리텔링으로 세계사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했던 그가 이번에는 세계사의 결정적인 장면들을 365일로 즐길 수 있는 책을 선보인다. 1863년 1월 1일 링컨 대통령의 노예 해방 선언을 시작으로, 1650년인 12월 31일 청나라의 실권자인 도르곤(청나라의 실권자로 명나라를 무너뜨린 뒤 베이징으로 입성할 때 조선의 소현세자를 데리고 감)의 사망에 이르기까지 세계사의 주요 사건들을 하루 한 장으로 익힐 수 있어 흥미롭다.





세계사 속 운명의 그날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내가 태어난 5월 11일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1960년 5월 11일은 아르헨티나에서 도피 중이던 ‘유대인 도살자’ 아돌프 아이히만이 체포된 날이다. 나치 장교로 총 실무 책임자였던 아이히만은 무려 6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주범이다. 그는 독일이 패망한 후 미군 수용소에 잡혀 있다가 탈출에 성공해서 남미 아르헨티나에 몰래 숨어들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아들이 애인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유대인 학살의 책임자였다는 말을 자랑스럽게 떠든 것이 이스라엘 정보 당국에까지 알려졌고 결국 아이히만이 체포되었다고 한다. 체포되면서 그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난 공무원이었고 국가가 시키는 대로만 했다. 난 죄가 없다.”라고. 아이히만의 결말을 보며 지금,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봉사해야 할 공무원의 신분으로 자신의 안위만 챙기느라 양심을 저버린 분들은 뭔가 느끼는 바가 있지 않으신지 묻고 싶다.





1962년 1월 28일, 《훈민정음 해례본》을 발견한 전형필 선생이 사망한 날이다_

전형필 선생은 ‘왜놈들이 우리 문화재를 일본으로 가지고 나가는 걸 볼 수 없다’란 신념하에 개인 돈을 털어 우리 문화재를 싹 다 사들인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박물관까지 연다.

전형필 선생 최고의 업적은 사라진 《훈민정음 해례본》을 발견한 것. 한글의 창제 원리, 과학적 근거 등을 설명한 책이다. 이전에는 한글이 있기는 한데…… 세종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었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일제와 ‘누가 먼저 해례본을 찾나’ 경쟁에 들어간 전형필 선생! 결국 일제보다 먼저 해례본을 손에 넣게 된다! / 37p




1943년 2월 22일, 독일에서 반나치 단체인 백장미단의 단원들이 처형당했다_

모든 독일 국민들이 다 나치를 지지한 건 아니다. 양심적인 독일인들도 분명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뮌헨대학교 학생들과 교수로 구성된 백장미단이었다. 폭력적으로 저항하지도 않았다. 나치의 만행을 적은 전단지를 돌린 것이 다였던 철저한 비폭력 단체였다.

뮌헨대 학생이었던 한스 숄 그리고 그의 여동생 소피 숄이 주도를 했는데, 한스가 당시 읽고 있었던 스페인 소설 《백장미》에서 이름을 따왔다. 나치는 이들 대학생들을 검거한 후 바로 사형을 집행했다. 처형당한 소피 숄은 겨우 22살이었다.

지금도 독일 뮌헨대학교에 가면 캠퍼스에 이들의 비폭력 저항 정신을 기리는 조형물이 있다. / 67p










  뜻밖에 가장 눈길을 끈 것은 ‘1847년 4월 10일, 황색 언론 혹은 찌라시라고 불리는 저질 언론을 탄생시킨 조셉 퓰리처가 태어났다’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우리가 아는 그 퓰리처? 진짜? 헝가리 출신의 퓰리처는 미국에서 우연히 한 신문사에 취직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기자로 명성을 날리다 사업 수완이 좋아 차츰 경쟁 신문사까지 하나둘 인수했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뉴욕 월드>였다. 그런데 마침 윌리엄 허스트라는 경쟁자가 <뉴욕 월드>에서 연재 중이던 ‘황색 아이’란 만화의 만화가를 거액을 주고 스카우트 해 <모닝 저널>에서 연재하는 일이 벌어졌고, 화가 난 퓰리처는 다른 만화가를 고용해 계속해서 ‘황색 아이’를 연재하면서 본격적으로 두 신문사가 대립하게 되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두 신문사는 연일 자극적인 저질 기사들을 경쟁적으로 마구 쏟아내었다. 저질 언론, 즉 황색 언론을 탄생시킨 계기가 된 것이다. 다행히 말년에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퓰리처는 자기가 번 돈을 ‘참 언론인’을 위해 써달라고 했다 한다. 이때 만든 것이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퓰리처 상’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역사란 자기반성을 통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 아닐까. 끊임없는 자기반성… 지금의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세일지도 모르겠다.





1492년 10월 12일,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대서양에서 헤매다가 지금의 서인도제도에 상륙했다_

(콜럼버스는) 스페인의 지원을 받아 1492년 ‘인도 찾아 삼만 리’ 여정에 들어간다. 문제는 인도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는 몰랐던 것. 가도 가도 안 나오니 서누언들이 반란까지 시도했다. 하지만 콜러버스는 조금만 더 가 보자며 설득했다. 왜? 인도에 도착해서 엄청난 향신료를 싣고 다시 유럽으로 돌아와 떼부자가 될 생각을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지.

그렇게 겨우겨우 지금의 서인도제도에 도착했다. 그곳을 인도로 착각하고 선주민들을 ‘인디오(영어로는 인디언)’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콜럼버스는 죽을 때까지 자기가 표류한 그곳을 인도라고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지금의 미 대륙의 선주민을 인디언이라고 부르는 건 옳지 않다. / 324p










  한강 작가가 말하지 않았던가.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이후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실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다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고. 따로 떼어놓고 보면 다른 이야기 같지만 역사는 모든 게 연속이며 그 때문에 과거는 현재를 구할 수 있다. 어느 하루도 가볍지 않은 날이 없으며, 그 하루하루의 엄중함에 우리는 모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생각했다. 지금 우리는 어떤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가. 이 시간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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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페어링 슬기로운 방구석 와인 생활 2
임승수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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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초심가와 애호가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을 와인 에세이!
지금 당장 와인을 사러가고 싶게 만드는 책!







  일 년에 겨우 한두 번 정도지만, 우리 부부가 즐기는 와인이 있다면 산도가 낮고 당도가 높은 편인 모스카토 품종의 화이트 와인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아스티 지역에서 생산되는 모스카토 다스티는 가성비도 좋고 실패 없이 즐길 수 있는 와인이라 늘 만족하며 찾는 와인이다. 반면 레드 와인을 비롯해 다른 와인들은 호불호가 심해서 새로운 도전보다는 항상 검증된 맛만 찾게 된다. 다만, 관심은 또 다른 이야기라서 ‘와인서쳐’ 앱이나 ‘와쌉’ 네이버 카페를 종종 찾곤 하는데 아무래도 이건 임승수 작가의 책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을 읽고 난 뒤부터였던 것 같다.
 



지속가능한 와인 라이프를 위한 와인 입문서
 


  『와인과 페어링』은 임승수 작가의 두 번째 와인 에세이다. 전작이 와인 정가에 속지 않는 법부터 가성비 와인 리스트, 와인에 맞는 안주 고르는 법과 와인 잔 선택하는 법, 라벨 읽는 법 등 와인을 마시는 데 필요한 기본 정보들을 주로 다루었다면, 두 번째 책에서는 지속가능한 와인 라이프를 즐길 수 있도록 ‘가성비 와인과 어울리는 K-푸드의 조합’에 주목한다. 누구나 쉽게, 선뜻 마트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와인을 주로 소개할 뿐만 아니라, 음식은 스테이크나 파스타 혹은 치즈를 조합하는 정도에만 머물러있는 초심자를 위해 반가운 정보들을 제공한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은 대체로 산도가 쨍하고 향이 강렬한 데 반해, 프랑스산은 상대적으로 점잖고 절제된 느낌이다. 이러한 캐릭터의 차이가 음식과 어울림에 있어서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했다. 두 와인 모두 가성비가 뛰어나기로 유명한데다가 가격도 2만 원 언저리로 비슷해서 기량을 견주기에 적절했다. / 20p
 

시원하게 준비해놓은 영혼의 동반자는 코노 수르 비씨클레타 언오크트 샤르도네 2020이다. 집 근처 홈플러스에서 약 1만 5,000원에 구매했다. 할인하면 9,000원대에 판매하기도 하는 저렴한 와인이다. 코노 수르는 칠레의 와인 회사명, 비씨클레타는 스페인어로 자전거, 언오크트는 숙성할 때 오크통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유리병과 라벨에 새겨진 자전거가 눈에 들어오는데, 포도를 보호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포도밭을 누비는 코노 수르 직원들을 상징한다고 한다. / 28p

 








  흔히 화이트 와인하면 해산물이라는 공식이 있지만, 이 책에서는 의외로 샤르도네와 돼지고기의 조합을 추천한다. 키안티 와인쯤은 가뿐하게 제압하는 시너지를 발휘한다고 하니 도전해봐야겠다. 모둠전에는 레드 와인을, 곱창과 막창에는 샴페인을, 회에는 가벼운 바디감에 상큼한 신맛의 드라이 화이트 와인(이탈리아산, 피에로판 소아베 클라시코)을 추천하기도 한다. 날씨와 그날의 기분에 따라 음용하기 좋은 와인도 추천해주는데, 개인적으로는 무덥고 습해서 짜증날 때 마시기 좋은 와인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은 저장해뒀다가 꼭꼭 마셔볼 생각이다.
 


화려한 이중주 감상 후 몰려드는 피로감을 시원하게 달래주려 피노 그리지오가 등장한다. 특유의 은은한 복숭아 향은 소싯적 즐겨 마시던 추억의 음료수 ‘이프로’를 떠올리게 만든다. 알코올 도수가 12.5%인데도 이렇게나 목 넘김이 부드럽다니. 상큼·청량·깔끔하면서 쓴맛이 없고 기분 좋은 과실 향이 감도는 데다가,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아 앞선 음식의 풍미를 요만큼도 거스르지 않는다. 소주에 물린 사람이라면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상위호환 주종인 피노 그리지오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 114p
 

라벨에서 ‘리슬링’이라는 명칭만 확인하고선 무턱대고 구매하면, 간혹 은은한 잔당감이 아닌 과한 단맛에 당황하게 된다. 리슬링마다 당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당도가 높은 리슬링은 일반적인 음식보다는 달달한 과일이나 디저트에 곁들여야 궁합이 맞다. 그렇다며 낙지볶음 같은 음식에 어울릴 드라이 리슬링을 골라낼 방법이 있을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라벨에서 ‘trocken’이라는 독일어를 찾는 것이다. 이 단어는 영어로 치면 ‘dry’에 해당하며 달지 않은 와인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 122p

 

울프 블라스 이글호크 퀴베 브뤼_
대단한 풍미를 지닌 건 아니지만 1만 원대 와인에게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놀라운 밸런스가 인상적이다. 감귤, 복숭아, 배 등이 연상되는 은은한 과실 향에, 쓰지 않고 신맛도 튀지 않고 모든 요소가 야구공처럼 둥근 형상을 이룬다. 눈을 감고 야구 경기가 벌어진다고 상상하니, 날카로운 제구력으로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삼십 대 초반의 털털하고 경험 많은 투수가 떠오른다. 오늘은 9이닝 1실점 완투승이구나! / 169p

 











  타닌이 강한 레드 와인(특히 어린 레드 와인)을 싫어해서 늘 제대로 마셔보기도 전에 잔을 밀치곤 했는데, 이제는 마개를 열고 잔에 따라낸 후 30분 혹은 한두 시간 기다렸다가 다시 맛을 보는 인내심을 발휘해봐야겠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독일 와인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독일 와인 열심히 찾아보리라). 향과 맛이 강한 한국 음식과 와인은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역시 편견이었음을 느꼈다. 가만 보면 와인만큼 편견이 많은 주종도 없는 것 같다. 소주나 맥주처럼 가볍게 일상으로 즐기는 주종이 아닌 데다, 같은 와인이라 하더라도 무엇과 언제 먹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선뜻 공유하기도, 선택하기도 어렵기 때문은 아닐까. 하지만 그래서 더 호기심이 가고 설렘을 느끼게 하는 주종인 것 같다.
 


  지금 당장 와인을 사러 나가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와인 초심가와 애호가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을 와인 에세이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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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 욕망이 소비주의를 만날 때
케이티 켈러허 지음, 이채현 옮김 / 청미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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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을 소유하고 싶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대하여!
아름다움의 두 얼굴을 마주하고,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집착과 욕망에 경종을 울리는 책!





  “혹시 에드윈 리스트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어요? 아마 그가 플라이 타이어들 중에 최고일 겁니다. 플라이에 붙일 깃털을 구하기 위해 영국 자연사박물관에서 새들을 훔쳤을 정도니까요.” 커크 월리스 존슨의 『깃털 도둑』에는 플라이 타잉(낚시)에 쓸 깃털을 구하기 위해 국립 박물관에서 조류 표본 수백 점을 훔친 한 남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낚시꾼들과 플라이 타이어들 사이에서 플라이는 이른바 ‘낚시의 예술’로 통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깃털로 만든 아름다운 빅토리아식 연어 플라이를 향한 욕심이 에드윈 리스트를 범죄의 세계로 이끌었다.
 


  비슷한 제목의 수전 올리언의 『난초 도둑』에서도 무려 4만 7,000개의 난초를 가지고 정글에서 빠져 나온 난초 사냥꾼의 이야기가 나온다. 한때 유럽 중상류층 남성들 사이에서는 뒷마당 온실에서 열대 난초를 키우는 것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직접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은 식물 밀렵꾼들의 전설적인 기행담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꼈을 정도로 열대 난초와 그 난초를 채집하는 이야기에 열광했다고 한다. 그 사이 수많은 난초 사냥꾼들은 해외에서 질병, 사고 또는 범죄로 목숨을 잃어야 했다.
 








  거울, 꽃, 보석, 향수, 실크, 유리, 도자기, 대리석….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근현대 소비주의 사회를 움직여온 이 아름다운 물건들 속에서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아름다운 것을 소유하고 싶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낳은 잔혹의 역사다. 케이티 켈러허는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를 통해 인류 전체와 우리 자신을 매혹시켰던 이 화려한 물건들의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역사를 추적한다. 외모에 대한 문화적 집착, 스토리텔링의 힘과 매력적인 광고가 광물의 물리적 특성과 결합하여 ‘보석’이라는 자본주의적 용어가 탄생하게 된 배경, 고된 노동 환경과 생태계 파괴를 유발하는 화훼 시장의 역설 외에도 파시즘과 백인우월주의가 추구한 “표백된 이미지=순수함”이 낳은 수많은 자본주의 상징들을 소개한다.
 


나는 의심보다는 호기심과 열린 마음으로 위대한 진실을 찾기보다는, 얼굴의 특징, 표정의 변화, 온전하고 생동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거울, 심지어 전신 거울도 이야기의 일부를 보여줄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보이는 것이 전부”라는 잘못된 현대 사회의 신화에 휩쓸려서 우리는 너무나 쉽게 진실을 잊고 만다. 보이는 것은 제한적이며, 눈에 보이는 것이 곧바로 지식이 될 수는 없다. / 42p
 

“모든 라틴아메리카나 아프리카의 장미 뒤에는 착취당하는 노동자와 독극물로 오염된 강이 있다”라고 독자들에게 경고한다. 물론 그들이 전 세계를 취재한 결과, 일부 꽃은 인도적인 환경에서 재배되지만 대부분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노동자들은 살충제와 살균제에 노출되어 있으며, 고된 노동에 대한 대가를 거의 받지 못한다. 농업 유출수는 야생동물을 죽이고 생태계를 파괴한다. / 72p

 
너드슨은 “모든 것은 자신이 처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1700년대 여성은 화장을 하지 않으면 궁정에서 호감을 얻지 못할 수도 있었고, 그러다가는 남편감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따라서 화장을 하는 데에 따르는 신체적 상해의 위험을 포함한 모든 위험들을 “충분히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라고 느꼈던 것이다. / 161p

 









  책을 읽다보면 보다 더 많고, 더 아름다운 물건을 가지도록 부추기는 소비주의의 선전에 얼마나 철저하게 세뇌 당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허울뿐인 아름다움 뒤에 얼마나 많은 희생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고통에 쉽게 무감해진다는 것도. 저자는 말한다.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고통스럽고 단순한 진실은, 그것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그 아름다움은 결국 사라진다’고. 아름다움을 소유하고 싶은 나의 욕망에 대한 이해만큼이나 욕망의 허상을 끊임없이 경계하는 태도가 더더욱 중요한 이유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는 시점이라 보다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책이다.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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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 텍스트T 12
이희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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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하고 아름다운 표지에 먼저 반하고, 독특한 세계관과 상상력에 푹 빠져 읽게 되는 소설!






  푸른 숲과 맑은 강이 흐르고, 그 속에서 크고 작은 동물들이 어우러지고 풍성한 열매가 열려 생명의 힘이 넘쳐흐르는 실바. 이곳에 터전을 둔 비스족은 이 땅을 돌봐주는 사계의 여신들을 숭배하며 그들이 내려 준 풍요를 감사히 여기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사계의 여신은 절대 한자리에 오래 머무르는 법이 없어서, 아름다움과 풍요를 선사하면서 때때로 고통도 함께 주었다. 가뭄과 홍수로 심술을 부리고 번개를 내리쳐 산과 들을 태웠으며 질병을 퍼트려 죽음의 칼날을 휘둘렀다. 가장 아름답고 기름진 땅 실바의 주인이 된 대신 이따금 타 부족과 크고 작은 전쟁까지 치러야했다.




  비스족을 다스리는 왕인 쿤은 어느 날, 피프족이 하늘에서 내려온 지도자 탄과 함께 죽음의 숲 케이브를 넘어 전설의 땅 사라아를 찾았다는 소문을 듣는다. 그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었던 죽음의 숲 케이브를 가장 약하다고 평가받던 피프족이 어떻게 건너갈 수 있었는지, 아니 케이브가 진짜 죽음의 숲인지, 풍요의 땅이자 전설의 땅이라 불리는 사라아는 정말 존재하는지, 어지럽게 휘도는 소문과 전설의 실체를 확인하고 싶어진다. 이러한 쿤의 뜻에 따라 후계자, 베아는 스스로를 증명하고 비스족의 번영을 위해 케이브로 갈 것을 자처한다. 그렇게 오랜 지기인 타이와 함께 베아는 어둠과 죽음의 숲, 케이브로 향한다. 과연, 베아는 자신을 증명하고 비스족의 미래를 구할 수 있을까?
 


“삶에서 가장 강력하고 무서운 힘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긴 손가락이 가볍게 톡톡 베아의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신중하고 깊은 생각 말이다. 그 힘을 가진 자만이 진정한 쿤이 되고 전사들을 통솔하는 솔이 될 수 있다.” / 34p
 

“전사들만의 힘으로 부족을 지키는 시대는 끝났어. 우리도 다른 힘이 필요해.” / 57p

 








  『베아』는 『페인트』, 『챌린지 블루』,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로 잘 알려진 이희영 작가의 신작이다. 비스족 왕인 쿤의 후계자로 지목된 베아가 죽음의 숲을 지나 전설의 땅 사라아를 찾아 떠나는 모험과 성장을 담은 청소년 판타지 소설이다. 베아는 타이와 함께 이제껏 가본 적이 없는 새로운 땅, 죽음의 숲 케이브 속에서 마늘꽃, 움직이는 나무, 토끼 인간, 인어 님파, 말하는 흰 부리새 등 신비로우면서 무척 기묘한 생명체들을 만난다. 때로는 목숨에 위협을 느낄 만큼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이기도 하지만 위기를 헤쳐 나가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중요한 목적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외부의 적보다 무서운 것이 마음의 적이죠. 두려움은 막아 내는 게 아니라 이겨 내는 겁니다. 그것이 전사의 정신 아닙니까?” / 126p
 

“미안하지만 틀렸어. 나는 절대 모든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아. 그저 눈앞에 놓인 문제를, 최선을 다해 처리할 뿐이야. 알아 들어?”
불 속에 나뭇가지를 던져 넣으며 베아가 말을 이었다.
“그렇게 하나둘 해결하다 보면 아무리 엉망인 상황도 조금씩 낙관적으로 변해.” / 145p
 

“나는 결코 미리 걱정하지 않을 거야. 아무 의미 없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토끼 인간에게 죽을 뻔하고 나무 괴수를 만났어. 그리고 인어에게 홀려 물속으로 끌려갔어. 그때마다 힘들었지만 나름 현명하게 잘 극복했잖아. 피프족을 만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겠지. 하지만 분명 길이 있을 거야. 나는 그걸 배웠어. 설령 내가 쿤이 된다 해도 문제는 곳곳에서 발생하겠지. 그럼 그때 해결하고 헤쳐 나가면 돼.” / 180p

 









  신비로운 존재의 등장과 단군 신화를 모티브로 한 세계관, 그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위기와 갈등, 모험을 능수능란하게 엮어나가는 이희영 작가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중 소설의 주요 갈등 국면인 가치관의 충돌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개혁과 번영을 희망하는 쿤과 베아, 안정을 중시하는 쿤과 타이의 대립은 마치 극과 극으로 분열된 오늘의 우리 사회를 조명한다. 부족의 안녕을 위해서는 분명 두 가치관 모두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 소설은 두렵고 불안하지만 그 두려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은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 ‘낯선 곳의 문을 여는’ 것이라고 우리에게 말한다. 멈추지 않고 더 강하고 맹렬하게 내 앞을 가로막는 벽에 온몸을 던져보는 사람에게만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것을 베아의 모험을 통해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다.
 


왜 새로운 길은 위험하다고만 할까. 아직 가 보지 않은 길이고, 아무도 만나지 못한 세상이었다. 그 미지의 문 앞에서 두렵고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테지. 하지만 그 두려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은 바로 낯선 곳의 문을 여는 것뿐이었다. 베아를 이곳까지 오게 한 진짜 힘은 쿤의 후계자로 증명하고 싶은 욕망이 아니었다. 실바를 떠나 더 넓고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 218p




  기묘하고 아름다운 표지에 먼저 반하고, 독특한 세계관과 상상력에 푹 빠져 읽게 되는 소설이다. 방학을 맞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판타지 소설을 찾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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