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신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1~2 세트 - 전2권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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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지만 영리하고, 가볍지만 치밀하다!

슈퍼 집사 가게야마와 재벌가 영애 형사 레이코 조합의 좌충우돌 미스터리 수사극!





  오늘도 어김없이 구니타치 경찰서 관내에는 교묘한 트릭으로 위장한 강력 사건들이 펼쳐진다. 중견기업 창업가 장남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 골동품 마니아의 창고에서 발견된 시신과 다잉 메시지를 둘러싼 미스터리, 세 건물과 의문의 추락사를 둘러싼 미스터리, 살해된 간호사의 방에 놓여 있던 다섯 개의 자명종을 둘러싼 미스터리, 평소 호통과 하대가 습관이던 연예기획사 대표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까지. 히가시가와 도쿠야가 무려 9년 만에 선보이는 『신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는 살인 사건으로 하루도 잠잠할 일이 없는 구니타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유머 미스터리극으로, 재미와 추리의 쾌감을 모두 사로잡은 매력적인 추리소설이다.

 



  우리의 주인공 호쇼 레이코는 은행, 전기, 철강, 의류 계열부터 인쇄, 출판업까지 주름잡는 그 유명한 ‘호쇼 그룹’ 총수의 외동딸이지만 구니타치 경찰서의 현직 형사로 활약 중인 두 얼굴의 아가씨다. 한편, 호쇼가를 모시는 집사 가게야마는 촌철살인 같은 독설로 번번이 레이코의 속을 긁기 일쑤지만, 구니타치 경찰서 관내에서 까다로운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프로 형사를 능가하는 추리력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여기에 레이코의 상사이자, 늘 순백의 슈트 차림으로 굉음의 스포츠카를 타고 사건 현장에 나타나는 자아도취 캐릭터 가자마쓰리 경부와 눈치 없는 어리버리 신참 형사 와카미야 아이리까지. 4인 4색의 주인공들이 펼쳐보이는 좌충우돌 미스터리 추리극은 엉뚱하지만 영리하고, 가볍지만 치밀하다.

 



하지만 솔직히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애초에 이번 사건의 포인트는 무엇일까. 역시 밀실인가? 하지만 그 수수께끼는 이미 풀렸다. 그러면 다잉 메시지? 그것은 명백히 나카다 유이치로를 가리키고 있다. 그 밖에 다른 생각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지만 어째서인지 레이코는 좀처럼 납득할 수가 없었다. / 121p




과연, 확실히 새로운 발견이 있을지도 모른다. 가게야마는 호쇼가의 고용인이지만, 범죄 수사 방면으로는 프로 형사를 능가하는 추리력을 지닌 남자다. 다만 그 추리와 맞바꾸어 지금까지 레이코가 몇 번이나 불합리한 굴욕을 맛봤던 것도 사실이다. 가능하면 이 남자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사건을 해결하고 싶다는 것이 그녀의 거짓 없는 본심이었다. / 122p




“아뇨, 너무 깊게 생각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아가씨 쪽이 너무 생각이 없으십니다. 실례입니다만, 아가씨!”

그렇게 말하며 가게야마는 소파에 앉은 레이코의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더니 명석한 어조로 말했다.

“머리는 모자를 쓰기 위해 있는 게 아닙니다.” / 269p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한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도 트릭, 밀실 살인, 다잉 메시지, 클로즈드 서클과 같이 미스터리 장르의 클리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까지 놓치지 않는 작품이다. 어쩌면 평소 미스터리를 즐기지 않는 독자들마저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큰 장점이 아닐까. 일단, 그냥, 무조건, 재미있다.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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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과잉 시대, 당신의 뇌가 무너진다 - 디지털 기기의 유혹과 과잉 자극은 어떻게 뇌를 오작동시키는가
리처드 사이토윅 지음, 김광국 옮김 / 알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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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자극이 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신경학적인 문제들!

기술 문명과 도파민 홍수 속에서 병들고 중독되어 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아주 강력한 경고!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도 모르게 흠칫 놀라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을 던지듯 내려놓고 말았다. 한쪽 모니터에는 과제 작성 프로그램을 띄워 놓고, 다른 한쪽 모니터로는 내내 기다리고 있었던 라이브 영상을 막 틀어놓은 참이었다. 이미 아이패드에서는 몇 시간 전부터 ‘잔잔한 카페 음악’이 무한 재생되고 있었던 가운데, 손에 들린 스마트폰에서는 새벽에 도착해야만 하는 음식 재료가 장바구니에 하나둘씩 담기고 있었다. 대체 언제부터 나는 이 디지털 기기의 과부하에 당연한 듯 길들여지고 있었던 것일까. 어쩌면 나는 이 모든 것들을 동시에 다 해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누가 공부하면서 스마트폰을 해?!” 하고 아이에게 다그치던 내 모습이 무척 한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디지털 스크린 미디어는 인간의 석기 시대 뇌를 20만 년 동안 지속되어 온 자연스러운 발달 경로로부터 얼마나 멀어지게 만드는가?” / 302p

 


  계속되는 푸시 알림과 SNS 알림에 저항없이 스마트폰으로 손이 향하고, 재미있는 드라마를 몰아보느라 밤을 지새우거나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디지털 기기에 몰두하는 일쯤은 대수롭지 않아진 이들이 어디 나뿐일까. 이처럼 알고리즘의 노예이자 폼비(폰과 좀비의 합성어)가 되어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과감히 경고한다. “첨단 기술의 정교한 공세에 우리의 뇌가 무력하게 병들어가고 있다”고.

 









  신경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저자 리처드 사이토윅은 우리가 스마트폰 푸시 알림을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에서부터 집중력 상실, 무해해 보이는 스와이프 행위의 중독성, 멀티태스킹이 효율적일 것이라는 환상, 과도한 디지털 스크린 노출로 인한 유사 자폐증 증상, 포모(FOMO) 증후군으로 인한 극심한 불안감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자극이 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신경학적인 문제들을 뇌과학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이를 통해 첨단 기기의 정교한 메커니즘이 어떻게 뇌의 에너지를 빠르게 소모시키고, 뇌의 보상 체계와 감정 조절 및 충동 조절 회로를 마비시키는지 알고 나면, 디지털 스크린 중독은 단순히 스마트폰을 좋아하는 나쁜 습관이나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질환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장시간 디지털 스크린을 시청하는 행위는 중독의 핵심 측면이기도 한 충동 조절을 관정하는 전두엽 같은 뇌 영역의 미세 해부학적 조직의 부피 감소와 발달 지연으로 이어진다. 모든 사람이 디지털 스크린 의존증과 같은 행동 중독이나 물질 중독에 취약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중독은 유전될 가능성이 약 50퍼센트나 될 만큼 강력하다. 따라서 부모가 자발적으로 디지털 스크린에 오래 빠져 있으면 아이들도 디지털 스크린 의존증에 굴복할 확률이 더 높다. / 44p

 


우리가 스트레스를 그럭저럭 잘 처리할 수 있는 것은 회복 탄력성이라는 특질 덕분인데, 항상성(안정적인 내적 환경을 유지하려는 모든 유기체의 생물학적 성향)을 벗어나게 하는 요구는 모두 스트레스를 일으키기 때문에 이 회복 탄력성에 감사해야 한다. 그런데 항상성의 평형을 무너뜨려 산만하게 하는 강력한 후보가 바로 디지털 스크린이다. / 69p

 


그의 연구팀은 스마트폰의 화면을 스와이프하기만 해도 뇌의 감각 피질 중에서 손 영역에 해당하는 표상이 재배선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효과는 투입된 운동량에 비례하기 때문에 스와이프는 단순히 상관관계가 아니라 인과 관계로서 신뢰할 만한 지표가 된다. 다시 말해, 스와이프를 많이 할수록 뇌 회로, 특히 동기와 보상의 기반이 되는 회로가 더 많이 재편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어떤 동작이 습관화될수록 이를 표상하는 데 필요한 운동 피질의 영역이 줄어들게 된다. 즉,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감각 과부하에 스스로를 길들인다는 뜻이다. / 75p

 











  자녀의 디지털 스크린 중독은 부모들에게 있어 최근 몇 년간 가장 뜨거운 화두 중에 하나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디지털 기기는 학습과 소통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과도한 노출은 아이들의 뇌 발달, 시력, 수면, 그리고 정서 조절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이를 매우 우려하는데, 청소년들의 경우 해가 진 후에 노트북이나 다른 디지털 기기 스크린 앞에서 단 한 시간만 보내도 멜라토닌 생성이 23퍼센트나 억제된다고 한다. 빛에 대한 선천적인 과민성이 수면 시작을 새벽녘까지 지연시키고 이것이 반복되면 늘 잠이 부족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수면 부족은 세포 노화에도 매우 치명적이다. 수면 시간이 짧아지면 염색체 말단에 위치한 말단소립인 텔로미어라는 세포의 노화 속도가 빨라져 노인성 질환의 발병과 수명 단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홉 살 짜리 아이들의 텔로미어는 수면 시간이 한 시간씩 줄어들 때마다 비슷한 또래 아이들에 비해 1.5퍼센트씩 짧아지더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생의 출발선에서부터 텔로미어가 짧아진 상태로 삶을 시작하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일 리가 없다’는 이 책의 경고를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스크린 앞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그 행동은 더 강화된다. / 258p

 



  이 책은 과학적인 관점에서 디지털 스크린 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집중력을 되찾고, 능동적인 사용자가 되기 위한 실천적인 방안들까지 함께 고민한다. 그 중에서도 타이핑 대신 손으로 글쓰기를 강조하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에 손을 뻗는 대신 꿈 일기 쓰기를 제안하는 방법이 인상적인데, 이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스스로를 통찰할 수 있는 시간의 중요성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자극보다는 침묵과 고요함을, 스크린보다는 자연을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시간과 문화를 만들어봐야겠다. 무엇보다 디지털 자극이 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신경학적인 문제들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중독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일 것이다. 디지털 스크린으로부터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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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은 흐른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0
이미륵 지음, 안삼환 옮김 / 민음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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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근대사의 격변과 조국의 정서를 담담하고 우아한 문체로 완성해낸 기념비적인 작품!





  망국의 현실을 섬세하고 절제된 언어로 써내려가는 어느 조선인의 뒷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른다. 그의 이름은 이의경. 독일식 이름은 Mirok Li. 부처님의 제자인 미륵불에게 49일간 불공을 들인 뒤에 가진 아이라 하여 어릴적부터 미륵으로 불리게 되었다던 그는 3·1운동에 가담한 뒤 일제의 수배를 피해 독일로 망명해야 했다. 하지만 그 먼 이국의 땅에서도 이미륵은 한국을 배경으로 한 단편과 산문을 꾸준히 독일어로 써왔고, 『압록강은 흐른다』는 놀랍게도 1946년 독일 문단이 그해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살아 생전에는 끝내 한국 땅을 밟지 못했으나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마침내 우리에게 당도한 이 문학적 귀환은, 28년의 역사를 지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0권 출간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할 만하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지금은 나쁜 시대가 왔다고 한다. 그럴 때 넌 말해라, 나쁜 시대가 아니라, 그것은 지금 막 시작한 새 시대일 뿐이라고. 눈이 많이 내린 긴 겨울 뒤에 찾아오는 봄과 비슷하다고. 진달래가 피고 뻐꾹새가 울지. 그렇게 나는 우리의 시대를 느끼는 거야.” / 87p

 









  『압록강이 흐른다』는 독립운동가이자 망명자였던 작가 이미륵의 자전적 소설이다. 서당에 다니며 한학을 익히던 유년시절에서부터 신식 학문에 눈을 뜬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독일로 망명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근대사 속에서 고뇌하는 한 자아의 성장기가 오롯이 담겨 있다. 작가 이미륵은 전통과 근대가 끊임없이 충돌하는 순간들을 증언하는 가운데 한 인간이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 안에서 어떻게 변화해가는지를, 또 어떻게 삶과 운명을 이끌어가는지를 담담하게 기록해나간다. 망국의 현실과 비운을 섬세하되 매우 절제된 언어로 써내려간 그의 문체는 역설적이게도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오늘 저는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라고 내가 말했다. “학교 공부가 전부 제게는 낯설었습니다. 오랜 시간 저는 제가 거기서 결코 배겨 낼 수 없을 것처럼 불안했어요. 모든 것이 제가 평소 공부해 오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거든요.”

아버지는 오랜 시간 잠자코 계셨다. “실망했던 것이냐?”라고 아버지가 나중에 물으셨다.

“그 비슷한 감정이었어요. 저는 자꾸만 옛 서당과 우리 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82p


 

“새로운 학문들이란 그야말로 다른 것이야.”라고 나는 결국 대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서 배우는 것을 예로 들자면, 매일 수천 리를 달릴 수 있는 기차를 만드는 방법이야. 사람들은 달까지의 거리를 추정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하고, 조명을 위해 전력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거야.”

“그 때문에 넌 정말이지 군자는 못 되는 거야.”라고 그녀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다른 시대가 도래한 거야.” / 92p

 


우리 집 행랑채에도 불안이 찾아왔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오고 또 갔다. 행상들과 거지들이 늘어났다. 쫓겨난 농부들, 파직된 관리들, 이곳저곳 전전하는 피난민들과 유랑민들이 숙식을 요청했다. (…) 추운 겨울이 다 가도록 이런 사정이 지속되었다. 점점 더 많은 거지들과 유랑민들이 왔고 그들로 모든 손님방들이 꽉 찼다. 순옥은 집 앞에 앉아 욕설과 저주를 뇌까렸다. “아, 처참한 시절, 더러운 세상이로다!” / 111p










  낯선 타국에서 이방인으로서, 기억을 언어로 삼고 향수를 문학으로 삼으며 살아갔을 이미륵. 시대의 상처와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 아름다운 작품을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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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고객은 왜 야구장에 있을까? - 야구 천만관중시대를 이끈 20대 트렌드 분석서
정은우 지음 / 수오서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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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오늘도 야구장으로 향하는가?

야구를 통해 살펴본 20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마케팅 전략!

 


 


  티켓 오픈 시간을 5분여 앞둔 시각, 두근두근 마음이 요동친다.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아니 우리 가족 모두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기는 할까. 오늘도 야구 팬들은 마치 전쟁을 치르는 심정으로, 내 자리 하나 사수하기 위한 치열한 피켓팅에 뛰어든다. 아니나 다를까,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전광판에는 오늘도 매진 경기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울려퍼진다. 그야말로 천만관중의 시대를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이렇듯 몇 해 전부터 급격하게 성장한 야구 시장과 흥행 소식은 매번 나를 놀라게 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마흔이라는 나이가 되도록 쭉 야구를 봐왔지만 수십 년의 역사를 이어온 야구가 어째서 지금 이토록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당신의 고객은 왜 야구장에 있을까?』는 바로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책으로, 야구의 인기 뒤에 숨겨진 야구팬들의 취향과 욕망을 분석해 산업 전반에 적용가능한 마케팅 전략의 핵심을 제시한다.

 



트렌드를 기획으로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무엇이 유행하느냐’가 아니다. ‘이것은 왜 하필 지금 이곳에서 유행하느냐’의 관점이다. 야구로 치자면 40여년 전부터 이 땅에 존재했던 프로야구가 왜 하필 지난해부터 천만관중의 마음을 움직였느냐를 궁금해야 한다. / 33p




같은 공간에서 같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감각을 중요시하는 20대 야구팬들

 



  마케팅 에이전시 대학내일 인사이트 전략본부장인 정은우 저자는 20대 야구팬의 증가야말로 야구 흥행의 주요 원인이라 분석한다. 그 중에서도 20대 여성팬의 증가가 두드러지는데, 2024년 기준 KBO 10개 구단 중 6개 구단이 50퍼센트가 넘는 비율을 차지한다고 한다. 저자는 야구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있어서도 이들 젊은 팬의 증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새로운 세대의 유입은 단순히 매출이나 영업 이익의 증가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한번 팬이 되면 충성도가 길게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산업의 지속가능성과도 연관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대들은 왜 야구에 열광하는 것일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 저자는 단순히 야구장 먹거리나 응원 문화, 스타 선수에 주목하기보다는 ‘지금 이 세대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선택하는가’의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그 중에서도 20대 야구팬들의 ‘관계갈증’을 향한 욕망이야말로 핵심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실제 야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야구장 주변 주차장 상황이나 날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승요가 되어달라”고 피드에 응원 댓글을 다는가 하면, 서로가 가진 굿즈를 나눔하는 모습까지도 자주 볼 수 있다. ‘팬이란 뭔가를 좋아하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또 다른 팬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우치다 다쓰루의 말처럼, 팬이 팬을 모으는 선순환의 구조는 이같은 관계갈증을 향한 욕망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겠다.

 



비단 한국 20대 소비자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미국도 사정은 비슷해서 20대를 중심으로 일상의 소비는 줄이되 나의 경험과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경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경험 소비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현상을 두고 선물을 뜻하는 트리트(Treat)와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믹스(Economics)를 합쳐 트리토노믹스(Treatonomics)라 부른다. 즉 경험에 시간이라는 자원을 투여해 내가 회수할 수 있는 자원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브랜드가 살아남는다. / 98p

 


야구는 현시점 한국에서 오프라인 게더링 파워(하나의 콘텐츠가 모을 수 있는 인파)가 가장 높고 일정하게 보장된 콘텐츠 중 하나다. 그렇다면 그냥 단순히 시합만 콘텐츠화시키기보다 지자체와 경험 공조를 한다면 더더욱 높은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 / 163p

 


야구장에서 팬이 선수에게 실망할 때는 경기에서 지는 순간이 아니라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을 때다. 순간 팬들은 ‘나만 간절한가’ 하는 생각으로 실망한다. 기억하자. 연인은 서로의 취향이나 취미가 다르다는 이유로 실망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실망할 때는 각자 꿈꾸는 미래 즉, 기대하는 바가 다를 때다. 좁게는 부부 사이부터 넓게는 국가 공동체까지, 꿈꾸는 미래가 다를 때 우리는 실망하고 반목한다. 브랜드와 팬의 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 191p

 


한정판은 단순히 획득의 성취감만 제공하지 않는다. 미네소타대학교 프라빈 아가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한정판은 획득의 성취 외에 희소한 제품 구매에 성공한 사람들에게 묘한 소속감을 제공한다. 이런 제품은 SNS의 공유도 활발히 일어나는데, 야구로 치자면 ‘내가 구단을 이만큼 사랑한다’라는 자랑 심리와 ‘나는 선택되었다’라는 우월 심리가 포개져 더욱 활발한 전파가 이뤄진다. 이처럼 구단의 한정판 유니폼 전략에는 매출 외의 상당한 부가 가치가 따라온다. / 219p

 










  뿐만 아니라 단순한 소비보다 나에게 자산처럼 남는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고, 데뷔 첫 승이나 최다 홈런과 같은 서사를 내가 지켜봤고 나도 함께 존재했다는 감각, 이른바 ‘팀아일체’를 통해 의미와 가치를 찾는 20대 소비자들의 욕망을 살펴보다보면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어디에 마음이 움직이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당신의 고객은 왜 야구장에 있을까?』는 야구의 시선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원리를 분석하고 이를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다. 야구와 스포츠산업 관계자를 비롯해 트렌드의 동향을 읽고 싶은 콘텐츠 담당자와 마케터라면 이 책에 관심을 가져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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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 ㅣ J Mystery 1
쓰치야 우사기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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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갓 구운 빵 냄새가 코 끝을 맴도는 착각을 느꼈다!

이토록 따뜻하고 아름다운 미스터리라니!





  빵 굽는 냄새 만큼 후각을 자극하는 것이 또 있을까. 아직 열리지 않는 베이커리의 유리창 너머로, 갓 구운 빵을 오븐에서 꺼내 식힘 랙에 하나하나 채우기 시작하는 파티시에의 분주한 손놀림이 보인다. 지금 나오고 있는 건 소금빵이구나. 아, 어떤 빵을 고를까… 이미 머릿속은 오늘 구매할 빵을 고르는 재미로 한껏 신이 났는데 어떻게 이대로 지나칠 수 있단 말인가. 『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는 이처럼 갓 구운 빵 내음과 따뜻한 온기로 가득한 빵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피 철철 넘치는 본격 미스터리나 스릴러처럼 땀내 나는 미스터리가 아닌, 따끈따끈하고 고소한 빵 냄새가 나는 세상 무해한 미스터리라고나 할까.

 



빵집의 가장 큰 매력은 

어떤 빵을 고를지 고민하는 시간이 아닐까. / 266p

 



  주인공은 오사카 대학을 다니는 만화가 지망생 이치쿠라 고하루다. 매번 신인상에 응모하고 있지만 번번이 떨어지는 바람에 다소 의기소침해 있는 상태다. 하지만 언젠가는 멋진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만큼은 잃지 않고서 오늘도 알바 중인 빵집 ‘노스티모’로 출근한다. 가난한 대학생에게는 역시 팔고 남은 빵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게 빵집 알바의 최고 매력이지만, 함께 일하는 다정한 사람들과 간혹 유쾌한 소동이 벌어지기도 하는 이곳에서의 일상이 즐거운 그녀다. 하지만 특유의 관찰력과 호기심, 공감 능력 때문에 고하루의 주변에는 항상 미스터리한 일이 일어나곤 하는데….

 



……그 순간, 다 구워진 빵처럼 머릿속에서 그렸던 생각이 단숨에 부풀었다.

나는 일어서서 유키코가 있는 부엌으로 갔다.

버터를 듬뿍 머금은 크루아상의 우아하고 달콤한 향기가 나와 유키코 사이를 떠다녔다.

“유코.”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깊은 숨과 함께 의문을 토해냈다.

“솔직히 말해. 어제 뭐 했어?” / 44p

 



“다시 말해 미치나가 군은 처음으로 미오 양의 유도에 넘어가서 커피를 선택한 거예요.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상대가 의도한 대로 선택한 거죠. 마술사들 사이에서는 ‘매지션스 셀렉트’라고 불리는 기술이에요.” / 144p

 



“그런 게 아니에요. 옛날에 먹었던 카레빵을 찾고 있거든요. 그런데 어느 빵집 건지 모르겠네요.”

“네에…….”

어떻게 된 걸까? 나는 마음에 걸려서 물어보았다.

“어떤 카레빵인데요?”

“그게 말이죠. 30년 전에 남편이 항상 사다 주었는데…….” / 205p

 









  왜 유독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뭔가 위화감을 느끼게 하는 작은 낌새들 그리고 미묘한 변화들, 뭔가를 숨기는 게 분명한 듯한 말투와 표정, 어제와는 분명 다른 분위기까지. 『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는 이런 일상의 작은 차이를 발견하는 재주가 특별한 고하루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미스터리를 해결해가는 모습이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음식에는 공복을 채울 뿐만 아니라 마음도 채우고 현실을 지탱하게 하는 힘이 담겨 있다’던 책 속 글귀처럼, 우정과 사랑, 꿈과 추억에 얽힌 여러 사연들을 크루아상, 바게트, 시나몬롤, 초코소라빵, 카레빵과 연결시켜 풀어낸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카레빵의 기원은 쇼와 시대 초기에 일본의 빵 장인이 만들었다고 한다. 다이쇼 시대에서 쇼와 시대에 걸쳐 일본에서는 양식 붐이 일어났다. 하지만 일반 서민들은 고급 음식인 양식을 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빵 장인은 저렴한 빵을 기름에 튀겨서 커틀릿 같은 식감을 내면 어떨까 하는 발상에 이르렀다.

(…) 어느 시대에도 히트 상품 탄생의 이면에는 만든 사람의 열정과 배려가 담겨 있는 법이다.

카레빵 개발의 가장 밑바닥에 있었던 건 가까운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하고 싶다는 사랑이 아니었을까. 언뜻 보기에 투박한 옷의 안쪽에는 루만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는 것이다. / 248p

 



  읽는 내내 갓 구운 빵 냄새가 코끝을 맴도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만큼 따뜻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참고로 이 책을 펼치시기 전에 오늘 가장 맛있어 보이는 빵 하나를 사와서, 꼭 먹으면서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 빵집으로 달려가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테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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