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고객은 왜 야구장에 있을까? - 야구 천만관중시대를 이끈 20대 트렌드 분석서
정은우 지음 / 수오서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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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오늘도 야구장으로 향하는가?

야구를 통해 살펴본 20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마케팅 전략!

 


 


  티켓 오픈 시간을 5분여 앞둔 시각, 두근두근 마음이 요동친다.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아니 우리 가족 모두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기는 할까. 오늘도 야구 팬들은 마치 전쟁을 치르는 심정으로, 내 자리 하나 사수하기 위한 치열한 피켓팅에 뛰어든다. 아니나 다를까,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전광판에는 오늘도 매진 경기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울려퍼진다. 그야말로 천만관중의 시대를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이렇듯 몇 해 전부터 급격하게 성장한 야구 시장과 흥행 소식은 매번 나를 놀라게 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마흔이라는 나이가 되도록 쭉 야구를 봐왔지만 수십 년의 역사를 이어온 야구가 어째서 지금 이토록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당신의 고객은 왜 야구장에 있을까?는 바로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책으로, 야구의 인기 뒤에 숨겨진 야구팬들의 취향과 욕망을 분석해 산업 전반에 적용가능한 마케팅 전략의 핵심을 제시한다.

 



트렌드를 기획으로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무엇이 유행하느냐가 아니다. ‘이것은 왜 하필 지금 이곳에서 유행하느냐의 관점이다. 야구로 치자면 40여년 전부터 이 땅에 존재했던 프로야구가 왜 하필 지난해부터 천만관중의 마음을 움직였느냐를 궁금해야 한다. / 33p




같은 공간에서 같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감각을 중요시하는 20대 야구팬들

 



  마케팅 에이전시 대학내일 인사이트 전략본부장인 정은우 저자는 20대 야구팬의 증가야말로 야구 흥행의 주요 원인이라 분석한다. 그 중에서도 20대 여성팬의 증가가 두드러지는데, 2024년 기준 KBO 10개 구단 중 6개 구단이 50퍼센트가 넘는 비율을 차지한다고 한다. 저자는 야구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있어서도 이들 젊은 팬의 증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새로운 세대의 유입은 단순히 매출이나 영업 이익의 증가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한번 팬이 되면 충성도가 길게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산업의 지속가능성과도 연관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대들은 왜 야구에 열광하는 것일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 저자는 단순히 야구장 먹거리나 응원 문화, 스타 선수에 주목하기보다는 지금 이 세대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선택하는가의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그 중에서도 20대 야구팬들의 관계갈증을 향한 욕망이야말로 핵심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실제 야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야구장 주변 주차장 상황이나 날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승요가 되어달라고 피드에 응원 댓글을 다는가 하면, 서로가 가진 굿즈를 나눔하는 모습까지도 자주 볼 수 있다. ‘팬이란 뭔가를 좋아하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또 다른 팬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우치다 다쓰루의 말처럼, 팬이 팬을 모으는 선순환의 구조는 이같은 관계갈증을 향한 욕망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겠다.

 



비단 한국 20대 소비자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미국도 사정은 비슷해서 20대를 중심으로 일상의 소비는 줄이되 나의 경험과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경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경험 소비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현상을 두고 선물을 뜻하는 트리트(Treat)와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믹스(Economics)를 합쳐 트리토노믹스(Treatonomics)라 부른다. 즉 경험에 시간이라는 자원을 투여해 내가 회수할 수 있는 자원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브랜드가 살아남는다. / 98p

 


야구는 현시점 한국에서 오프라인 게더링 파워(하나의 콘텐츠가 모을 수 있는 인파)가 가장 높고 일정하게 보장된 콘텐츠 중 하나다. 그렇다면 그냥 단순히 시합만 콘텐츠화시키기보다 지자체와 경험 공조를 한다면 더더욱 높은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 / 163p

 


야구장에서 팬이 선수에게 실망할 때는 경기에서 지는 순간이 아니라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을 때다. 순간 팬들은 나만 간절한가하는 생각으로 실망한다. 기억하자. 연인은 서로의 취향이나 취미가 다르다는 이유로 실망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실망할 때는 각자 꿈꾸는 미래 즉, 기대하는 바가 다를 때다. 좁게는 부부 사이부터 넓게는 국가 공동체까지, 꿈꾸는 미래가 다를 때 우리는 실망하고 반목한다. 브랜드와 팬의 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 191p

 


한정판은 단순히 획득의 성취감만 제공하지 않는다. 미네소타대학교 프라빈 아가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한정판은 획득의 성취 외에 희소한 제품 구매에 성공한 사람들에게 묘한 소속감을 제공한다. 이런 제품은 SNS의 공유도 활발히 일어나는데, 야구로 치자면 내가 구단을 이만큼 사랑한다라는 자랑 심리와 나는 선택되었다라는 우월 심리가 포개져 더욱 활발한 전파가 이뤄진다. 이처럼 구단의 한정판 유니폼 전략에는 매출 외의 상당한 부가 가치가 따라온다. / 219p

 










  뿐만 아니라 단순한 소비보다 나에게 자산처럼 남는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고, 데뷔 첫 승이나 최다 홈런과 같은 서사를 내가 지켜봤고 나도 함께 존재했다는 감각, 이른바 팀아일체를 통해 의미와 가치를 찾는 20대 소비자들의 욕망을 살펴보다보면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어디에 마음이 움직이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당신의 고객은 왜 야구장에 있을까?는 야구의 시선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원리를 분석하고 이를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다. 야구와 스포츠산업 관계자를 비롯해 트렌드의 동향을 읽고 싶은 콘텐츠 담당자와 마케터라면 이 책에 관심을 가져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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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 J Mystery 1
쓰치야 우사기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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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갓 구운 빵 냄새가 코 끝을 맴도는 착각을 느꼈다!

이토록 따뜻하고 아름다운 미스터리라니!





  빵 굽는 냄새 만큼 후각을 자극하는 것이 또 있을까. 아직 열리지 않는 베이커리의 유리창 너머로, 갓 구운 빵을 오븐에서 꺼내 식힘 랙에 하나하나 채우기 시작하는 파티시에의 분주한 손놀림이 보인다. 지금 나오고 있는 건 소금빵이구나. , 어떤 빵을 고를까이미 머릿속은 오늘 구매할 빵을 고르는 재미로 한껏 신이 났는데 어떻게 이대로 지나칠 수 있단 말인가. 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는 이처럼 갓 구운 빵 내음과 따뜻한 온기로 가득한 빵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피 철철 넘치는 본격 미스터리나 스릴러처럼 땀내 나는 미스터리가 아닌, 따끈따끈하고 고소한 빵 냄새가 나는 세상 무해한 미스터리라고나 할까.

 



빵집의 가장 큰 매력은 

어떤 빵을 고를지 고민하는 시간이 아닐까. / 266p

 



  주인공은 오사카 대학을 다니는 만화가 지망생 이치쿠라 고하루다. 매번 신인상에 응모하고 있지만 번번이 떨어지는 바람에 다소 의기소침해 있는 상태다. 하지만 언젠가는 멋진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만큼은 잃지 않고서 오늘도 알바 중인 빵집 노스티모로 출근한다. 가난한 대학생에게는 역시 팔고 남은 빵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게 빵집 알바의 최고 매력이지만, 함께 일하는 다정한 사람들과 간혹 유쾌한 소동이 벌어지기도 하는 이곳에서의 일상이 즐거운 그녀다. 하지만 특유의 관찰력과 호기심, 공감 능력 때문에 고하루의 주변에는 항상 미스터리한 일이 일어나곤 하는데.

 



……그 순간, 다 구워진 빵처럼 머릿속에서 그렸던 생각이 단숨에 부풀었다.

나는 일어서서 유키코가 있는 부엌으로 갔다.

버터를 듬뿍 머금은 크루아상의 우아하고 달콤한 향기가 나와 유키코 사이를 떠다녔다.

유코.”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깊은 숨과 함께 의문을 토해냈다.

솔직히 말해. 어제 뭐 했어?” / 44p

 



다시 말해 미치나가 군은 처음으로 미오 양의 유도에 넘어가서 커피를 선택한 거예요.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상대가 의도한 대로 선택한 거죠. 마술사들 사이에서는 매지션스 셀렉트라고 불리는 기술이에요.” / 144p

 



그런 게 아니에요. 옛날에 먹었던 카레빵을 찾고 있거든요. 그런데 어느 빵집 건지 모르겠네요.”

네에…….”

어떻게 된 걸까? 나는 마음에 걸려서 물어보았다.

어떤 카레빵인데요?”

그게 말이죠. 30년 전에 남편이 항상 사다 주었는데…….” / 205p

 









  왜 유독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뭔가 위화감을 느끼게 하는 작은 낌새들 그리고 미묘한 변화들, 뭔가를 숨기는 게 분명한 듯한 말투와 표정, 어제와는 분명 다른 분위기까지. 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는 이런 일상의 작은 차이를 발견하는 재주가 특별한 고하루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미스터리를 해결해가는 모습이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음식에는 공복을 채울 뿐만 아니라 마음도 채우고 현실을 지탱하게 하는 힘이 담겨 있다던 책 속 글귀처럼, 우정과 사랑, 꿈과 추억에 얽힌 여러 사연들을 크루아상, 바게트, 시나몬롤, 초코소라빵, 카레빵과 연결시켜 풀어낸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카레빵의 기원은 쇼와 시대 초기에 일본의 빵 장인이 만들었다고 한다. 다이쇼 시대에서 쇼와 시대에 걸쳐 일본에서는 양식 붐이 일어났다. 하지만 일반 서민들은 고급 음식인 양식을 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빵 장인은 저렴한 빵을 기름에 튀겨서 커틀릿 같은 식감을 내면 어떨까 하는 발상에 이르렀다.

() 어느 시대에도 히트 상품 탄생의 이면에는 만든 사람의 열정과 배려가 담겨 있는 법이다.

카레빵 개발의 가장 밑바닥에 있었던 건 가까운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하고 싶다는 사랑이 아니었을까. 언뜻 보기에 투박한 옷의 안쪽에는 루만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는 것이다. / 248p

 



  읽는 내내 갓 구운 빵 냄새가 코끝을 맴도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만큼 따뜻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참고로 이 책을 펼치시기 전에 오늘 가장 맛있어 보이는 빵 하나를 사와서, 꼭 먹으면서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 빵집으로 달려가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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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날의 기술 - 고전 표지 속 미술가의 생각법
최혜진 지음 / 민음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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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이렇게 읽을 수 있다니, 나도 모르게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고전 문학과 표지 명화 읽기를 통해 삶의 방향을 찾고 내면의 힘을 길어올리게 하는 책!





  이따금 작품 못지않게 표지에 유독 압도되는 경우가 있는데,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민음사)이 딱 그러하다. 시선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여러 개의 눈, 상대를 금방이라도 베어버릴 것 같은 날카로운 코, 하나의 입으로 여러 말을 하고 있을 것 같은 두 개의 입술을 가진 기형적인 얼굴의 남녀. 마치 서로를 떼어낼 수 없어 오히려 강하게 끌어안고 있는 듯한 이들의 모습은 에로틱하다기엔 뭔가 복잡하고 불안한 관계에 가까워 보일 정도다. 끊임없이 방황하는 존재의 심연과 모순을 다룬 밀란 쿤데라의 소설과 이토록 잘 어울리는 그림이라니. 책 한 권의 이미지를 담는 데 표지가 이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일상에 새로운 영감을 더해줄 고전 읽기

 



  고전을 이렇게도 읽을 수 있다니! 이 책을 읽자마자 나도 모르게 행복한 비명을 지른 것도 그 때문이다.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에서와 앙리 마티스의 , 너새니얼 호손의 너새니얼 호손 단편선과 윈즐로 호머의 여름 밤,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마르크 샤갈의 생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열두 권과 표지 속 열두 그림과의 연결점을 통해 삶에 새로운 영감을 더하는 이 특별한 에세이는 전에 없던 고전 읽기의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작가 최혜진은 특유의 웅숭깊은 시선으로 문학과 그림을 함께 사유하다 보면 삶을 읽어내는 감각 또한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 과정 속에서 독자들은 녹록치 않은 현실과 불안, 권태, 모순에 대한 감정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나를 보듬고 균형을 찾을 수 있을지를 깨닫게 된다.

 



권태를 만드는 것은 지루함 그 자체가 아니라 이 시간의 의미는 뭘까. 내가 지루하게 살고 있구나.’라는 반성적 자의식이다. 지루함이 지시하는 이유/대상은 외부에 있지만, 권태가 지시하는 이유/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권태는 지루해하는 스스로를 지루하게 바라보는 반성적 감정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모든 경험을 곧바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려는 반성적 태도가 오히려 권태를 불러오고 감각을 빈곤하게 만든다고. / 31p

 



권태도 격정도 쾌락도 고통도 다만 즐거워하라. 필립의 당부를 마음에 품고 책장을 덮으니 표지에 실린 앙리 마티스의 1909년 작 이 눈에 들어온다. 땅에 닿을 새 없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맨발, 간신히 뻗은 손과 한껏 기울인 상체, 둥글게 둥글게 얽히고 휘감기는 몸짓은 살아 있음그 자체다. 이 춤사위는 완벽하지 않다. 어딘가 기우뚱하고, 왜곡되어 있고, 이상하고, 우습다. 그래서 아름답다. 의미를 따지느라 머뭇거리지 않고, 어떻게 보일지 걱정하지 않으며, 거리를 두지 않고 온전히 연루되어 있다. 자의식의 감옥에 갇히지 않은 영혼들. / 38p

 



앞서 질문했다. 무리에서 벗어나 홀로 있음에도 불안이나 조바심을 느끼지 않고 고고하고 묵묵하게 자기 길을 가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지. 죄르지와 빌헬름 함메르쇠이는 나에게 함부로 요약하거나 요약당하지 않는 힘을 가르쳐 주었다. 자신이 경험한 시··초와 디테일을 존중하고 방어하는 힘, 비록 누군가의 눈에는 단조로운 지옥처럼 보일지라도 그 디테일을 이야기하기로 결단하는 자세, 삶의 복잡성을 감당하려는 태도, 그렇다고 사소하고 구체적인 순간들을 지켜 내면서 스스로에게 돌아올 수 있는 능력. / 83p

 









  평생 죽음의 공포와 질병에 시달리던 니체는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인간은 자신 속에 혼돈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자꾸만 삐걱거리고, 때로는 과잉과 결핍에 제멋대로 지배당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것을 오롯이 바라보고 끌어안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나은 로 성장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러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속 네 남녀처럼, 어떠한 고정값을 매기기보다는 혼란하고 울퉁불퉁하기도 한 라는 존재의 모순까지도 기꺼이 끌어안기를. 선형적으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 유독 마모되어가는 듯할 때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과 표지작 생일의 화가 마르크 샤갈의 대비되는 삶의 태도를 통해 나이 듦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정립해보기를. 그물을 헤치고의 제이크처럼 자기만의 인과관계 틀을 가지고 함부로 재단하는 버릇이 있다면 이제는 고정된 자아의 그물을 찢고 나올 용기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그물이 무언가를 건져 올릴 수 있는 건 역설적이게도 그물코 사이의 텅 빈 공간 때문이다. 제이크가 촘촘한 언어의 그물을 찢고 나와서야 비로소 타인을 마주할 수 있었듯, 나 역시 안다는 착각을 내려놓을 때 다채롭고 생생한 세계 본연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앎의 도움을 받아 더 깊은 모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 215p

 



세계는, 한 명의 인간은, 책 한 권의 생애는 나의 작은 머리로 재단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복잡하고 신비롭다. 그러니 넘겨짚지 말 것. 모름을 수집할 것. 차이를 궁금해할 것. 같은 자리에서 새롭게 살아낼 것. 누구 아닌 바로 내가 기억해야 할 다짐이다. / 111p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며 나를 늙어 가게 만드는 중이지만, 예술은 그 시간 위에 징검다리를 놓아 언제든 우주적 놀이터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던 글귀가 계속해서 맴돈다. 내가 모르는, 경험해보지 못한 숱한 세계가 책 속에 있다고 생각하니 한동안 바삐 사느라 잊고 지냈던 읽는 즐거움이 다시 깨어나는 기분이다. 고전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꼭꼭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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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몬티셀로
조슬린 니콜 존슨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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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한 차별과 편견 속에서도 여전히 싸울 가치가 있는 세상임을 증명해내는 아름다운 작품!






  이상 기후가 닥친 미국을 배경으로 한 표제작 나의 몬티셀로는 백인우월주의 무장단체로부터 한 마을의 이웃들이 목숨을 건 탈주를 시도하는 데서 시작한다. 유색인종인 주인공 다 네이샤와 일부 백인들을 포함한 열여섯 명의 마을 사람들은 버려져 있던 관광버스를 타고 몬티셀로로 도망친다. 생후 3개월인 어린 아기부터 일흔여덟 살의 마 바이올렛에 이르기까지, 이들 마을 사람들은 몬티셀로를 피난처로 삼아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누고 돌보며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하지만 턱 밑까지 쫓아온 무도한 폭력의 그림자가 몬티셀로를 에워싸기 시작하고, 결국 이들은 서로를 지키기 위해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맞서 싸우려든다. 과연 이들은 무너지고 있는 세상으로부터 서로를 구할 수 있을까?

 



우리는 서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

 



  『나의 몬티셀로는 총 6편의 소설이 담긴 조슬린 니콜 존슨의 데뷔작으로, 인종 차별과 이들의 정체성을 둘러싼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정교한 문학적 언어로 완성해낸 수작이다. 그 중에서도 표제작인 나의 몬티셀로는 물려받은 과거 그리고 편견과 폭력으로 점철된 현재, 종말에 다다른 불완전한 미래를 몬티셀로라는 하나의 장소를 통해 상징적으로 구현해낸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백인들의 공격을 피해 도망쳐온 유색인 공동체가 몸을 피한 곳이 공교롭게도 노예제의 역사를 상징하는 몬티셀로였으나, 결국 자신들의 정체성과 역사를 위협하는 폭력으로부터 몬티셀로를 수호하기 위해 다시 결연을 다지는 이 주인공들에게서, 우리는 그 오랜 편견과 억압의 시간에 맞서 싸워온 처절한 영혼들을 향한 위로와 극복의 서사를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우리는 한발 물러서서, 이 모든 일이 더 큰 무언가에 도움이 되기 위한 것이었음을 떠올려야 한다. 언젠가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은 더 이상 이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되겠지. 예전에 네 어머니는 내가 뭐라고 생각하든 해수면은 높아지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머잖아 우리는 모두 젖을 것이고, 공기를 마시려고 다 같이 헐떡이게 될 거라고……. / 통제군 검둥이중에서 31p



 

나는 그 모든 사람을 내다보았던 일을 기억한다. 그중 대부분은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이었다. 몇 명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모두가 소리를 지르거나 움츠리거나 비웃고 있었고, 화를 내거나 두려워하고 있었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그들의 익숙한 얼굴이 흐릿해지며 불을 가져온 남자들의 얼굴로 변했다. 분노로 일그러진 그 다른 얼굴들로. / 나의 몬티셀로중에서 157p

 



우리가 물려받은 과거, 이제는 미래처럼 느껴지는 그 과거를 심지어 사랑할 수가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있을까? / 나의 몬티셀로중에서 249p

 



그들의 주장과 그들이 쓴 잔인한 수단은 우리 가족이라는 단순한 진실을, 마 바이올렛과 엄마와 나를 짓밟았다. 그때 나는 뱃속 깊은 곳에서, 아마 처음으로 몬티셀로와 얽힌 매듭을 밧줄이나 교량처럼 느꼈다. 피 그리고 물로 이루어진 나의 연결. 주인이자 노예로서의 연결. 내 조상들은 이 저택을 잉태했고, 이 저택을 짓고 유지하느라 손에 피를 흘렸다. / 나의 몬티셀로중에서 287p

 










  과거로부터, 제도로부터, 우리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혹은 비슷한 이유로 각자의 위치에서 차별과 억압의 역사와 맞서 싸우고 있다. 이 소설이 그런 우리의 영혼에 위로와 울림이 되어주리라 생각하며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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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엘런 싱어 지음, 이민희 옮김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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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재능이 아니라 태도의 총합이다!

우리 삶에 있어 마시멜로 이야기가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





  한 번도 읽어본 적은 없으나 나의 오래된 책꽂이에서(내가 이걸 언제 샀지?), 혹은 지인의 책장 어딘가에서(너희 집에도 이 책이 있구나?) 꼭 발견되곤 하는 책들이 있다. 아마도 마시멜로 이야기가 그 중에 대표적인 책이 아닐까. 혹여 이 책을 미처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마시멜로와 관련된 만족 지연 능력(미래의 보상을 위해 당장의 작은 유혹이나 욕구를 참고 기다리는 능력)’에 관한 유아 대상 실험을 한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또래의 아이들을 각각 다른 방에 혼자 들여보낸다. 상냥한 미소를 지은 한 여자가 들어와 접시 위에 마시멜로 하나를 놓으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밖으로 나갔다가 15분 위에 다시 돌아올 거란다. 그때까지 마시멜로를 먹지 않으면 상으로 마시멜로를 하나 더 주도록 할게.” 해당 실험은 훗날 마시멜로를 먹지 않은 아이들, 또는 더 오래 유혹을 참은 아이들이 마시멜로를 곧장 먹어 치운 아이들보다 학업 성적이 좋고, 대인 관계도 원만하고, 스트레스 관리도 잘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개인의 성취 수준이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있어 자발적으로 만족을 지연시키는 능력은 매우 강력한 지표가 되었다.

 



지금 당장의 만족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미래의 더 큰 보상을 위해 기다릴 것인가

 



  『마시멜로 이야기는 바로 이 마시멜로 실험을 바탕으로, 성공한 기업가 조너선 페이션트와 그의 운전기사 아서의 일화를 통해 능동적인 삶을 이끄는 자기조절의 힘과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기계발서다. 지금 당장의 만족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미래의 더 큰 보상을 위해 기다릴 것인가. 성공은 대단한 재능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사소한 선택들 속에서 조용히 쌓여가는 것이며 의지를 행동으로 옮기는 자의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는 타인을 통제할 수 없고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 역시 통제할 수 없지만, 자기 행동만큼은 통제할 수 있다는 걸 배웠지. 그리고 자신의 행동은 타인의 행동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어. 스스로 모범을 보이면 엄청난 영향력과 설득력을 얻지. 그것이 성공으로 가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네.” / 66p

 



성공하기 위해 남들이 하지 않는 선택과 희생을 꿋꿋이 감수한 거야. 무엇보다 래리 버드와 호르헤 포사다, 이 두 선수가 성공한 이유는 단지 다른 사람들이 안 하는 일을 했기 때문만은 아니야. 그들은 늘 이미 잘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준비를 멈추지 않았고, 지금의 위치에 안주할 수 있는 순간에도 굳이 더 불편한 선택을 했지. 눈에 띄는 결과가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준비의 시간에서 이미 승부가 갈렸던 셈이네. 성공이라는 건 원래 매일 반복되는 사소한 선택들 속에서 조용히 쌓여가는 거니까.” / 79p

 









  하지만 반드시 참고 견디는 것만이 능사라는 뜻은 아니다. 이 책은 언제 먹을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기 설계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마시멜로를 참기 위해 내가 바꿔야 할 행동이나 습관은 무엇인지, 나의 강점과 약점은 또 무엇인지 점검하며 목표 달성을 위해 오늘과 내일, 그리고 다음 주, 내년에는 또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꿋꿋이 해나갈 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꿈꾸는 궁극의 마시멜로는 무엇인가. 즉시 보상에 만족하지 않고 장기적인 행복 사이에서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책의 메시지야말로, 무엇이든 빠르게 소비되고 즉각 만족을 추구하는 지금의 우리에게 더더욱 필요한 이유다.

 



성공은 과거에 마시멜로를 먹었는지, 참았는지에 달려 있지 않다. 나아가려면 내일을 위해 오늘 무엇을 할지에 달려 있다. / 83p

 



지금은 목표도 있고, 그걸 위한 행동에 몰입하다 보니 오히려 걱정이나 의심이 줄었어요. 이제는 어떻게그리고 언제이룰 것이냐에 집중하고 있죠.”

정말 좋은 변화야, 아서. 그럼 공식에 하나 더 추가하는 게 낫겠어. 목표+열정+행동=마음의 평화.” / 133p

 









  놀라운 통찰과 삶의 큰 영감이 되어줄 메시지로 가득한 책이다. 20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오랫동안 사랑받고, 또 청소년들에게까지 이 책을 적극 권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번 독서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 아이에게 다른 책은 제쳐두고 일단 이 책을 꼭 읽어보라 추천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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