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교양 - 지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위한 생각의 기술
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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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과 서양의 대표 사상가들로부터 배우는 생각의 기술!

스스로 무엇인가를 생산해내는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한 질문 그리고 해답!

 

 

  검색어와 해시태크만 입력하면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는 디지털 시대. 발달된 미디어와 다양한 플랫폼의 성장은 원하는 정보를 누구나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알고리즘이 구현한 지식이나 문제 해결 전략을 유일한 정보로 받아들임으로써 발생되는 편협한 사고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윤리와 가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타인과 사회가 그렇다고 인정하는 일반적인 생각들이 곧 나의 생각이 되어버린 시대, 오랜 고민과 치열한 사고 끝에 내린 결과가 아닌 검색창의 입력값에 의지하고 답습하는 시대. 그런 시대 속에서 ‘진정한 나’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에 우리는 스스로를 제대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연습, 나만의 생각과 행위를 이끌어냄으로써 스스로 무엇인가를 생산해내는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예측할 수 없는 불완전한 미래 속에서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각종 갈등과 위기를 극복하며 타인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인지, 진정한 지적 독립과 자기 경영을 위한 생각의 기술은 필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른의 교양』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해답과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얻기 위한 지적 도구이자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영토를 만들기 위한 인문 교양서다. 소크라테스에서부터 공자, 사마천, 마키아벨리, 뒤플로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대표하는 사상가 혹은 거장들을 통해 우리 시대에 필요한 조언과 삶의 격을 높이는 데 필요한 생각의 기술을 얻고자 한다.

 

 

 

철학, 예술, 역사, 정치, 경제 5가지 개념으로 넓히는 생각의 기술

 

 

  생각하는 대로 사는 법이고 경험한 만큼 세상을 보는 법이라고들 하지만, 자신들이 보고 믿는 것이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새로운 가치를 받아들일 줄 모르는 사람들, 질문할 줄 아는 사람을 불온하다고 탄압하는 사람들이 있는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 경험 운운하며 나를 따르라고 떠드는 꼰대들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반드시 물어야한다. ‘너 자신을 알라’. 어쩌면 지긋지긋할 정도로 뻔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소크라테스의 이 말은, 내가 경험한 것이 지극히 편파적일 수 있다는 의심과 기존의 가치를 추종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물음을 가져야만 한다는 뜻으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또한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다 잘될 거라고 애써 희망을 갖거나 근거 없는 환상에 도취되기보다 건설적인 비관과 대비가 훨씬 더 건강하다고 말한 세네카의 ‘전략적 비관주의’도 때로는 용의하다. 이 외에도 남의 인정을 갈구하느라 비굴해진 ‘인싸’로 사느니 과감하게 ‘아싸’가 되기를 독려한 니체의 사상도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나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한 방법일 수 있다. 이렇듯 1부 ‘철학’ 편에서는 소크라테스, 헤겔, 세네카, 니체 등을 통해 같은 것을 보고도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르게 깨달을 수 있을지 본질을 꿰뚫는 판단의 기술을 살펴본다.

 

 

 

니체는 디오니소스의 자세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그는 엄청난 파괴와 몰락을 앞두고도 모든 과정을 삶의 한 과정을 삶의 한 장면들로 받아들인다. 쓰디쓴 잔을 계속해서 들이켜야만 하는 인생이지만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 자체를 감사하게 여긴다. 또 자기 삶의 주인은 오직 자신이기에 그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는다. 환경에 종속되지 않는 것이다. 사회의 통념, 계율, 제재로부터도 완전히 해방되어 있다. 비탄과 분노의 감정이 자아를 잠식하게 내버려 두지도 않는다. / 니체 편 중에서 35p

 

 

자신을 섬으로 삼고, 귀의처로 삼아 머물고 남에게 의존하지 말라.

우리의 삶이 고달픈 이유는 타자의 욕망을 모방하고 소비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진짜로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단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삶의 모습을 그럴 듯하게 실현하는 데에만 관심을 갖는다. 삶의 기준은 남에게 두고 그런대로 잘살고 있다고 자위하려니 인지 부조화가 생기고 마음이 괴롭다. 석가모니가 가장 안타깝게 여겼던 모습들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자신을 지배하는 생각들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진짜 내 것이 아닌 것들을 몰아낼 수 있어야 한다. 참된 행복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들을 조금이라도 실현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 석가모니 편 중에서 54p

 

 

 




 

 

 

 

  2부 ‘예술’ 편에서는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르게 바라볼 것인지 바흐, 클림트, 셰익스피어, 르코르뷔지에와 같은 거장들을 통해 알아본다. 그 중에서도 이미 존재하는 기술에 의존해 대상을 복제하지 않고 철저히 자기만의 기법으로 대상을 강하게 붙들어내는 호크니는 단연 인상적이다. 특히 80세가 되어서도 여전히 왕성히 활동하며 태블릿 PC를 활용해 그림을 그리는 새로운 도전에까지 나서고 있다. 이렇듯 나이를 초월하여 어떻게 하면 자신만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지 고민하는 그의 당당하고 거침없는 행보는 우리가 배워야 할 자세가 아닐까. 이어 3부 ‘역사’ 편에서는 나만의 흔적을 남길 것을 보여준 사마천, 갑질에 굴복하지 않기를 바랐던 루터, 믿음을 끝까지 밀고가기를 독려했던 마르크스, 미래를 염려하는 습관이 역사를 바꾼다는 것을 보여준 베버 등을 통해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르게 극복할 것인지 일상의 갈등을 해결하는 되새김의 기술을 살펴본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불확실 투성이다. 다양한 이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그들의 행동은 이성 못지않게 감정에 많은 지배를 받는다. 따라서 무슨 일을 추진하든지 평범한 사람들의 감정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절차를 고민해야만 한다. 미디어와 SNS를 통해 수많은의견이 금세 표출되고, ‘대세’가 쾌속으로 만들어지는 세상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사실’보다 ‘합의’다. / 로베스피에르 편 중에서 121p

 

 

오늘을 즐기는 데에 바쁜 권력자들이 조직과 공동체를 더 큰 실패로 몰고 가는 것을 막으려면 적절한 수준의 감시, 분권화와 견제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보다 능동적인 시민이 되어야 한다. 관료나 자본가와 같이 미래를 염려하며 발전을 추구했던 사람들에게 같은 논리로 쓴소리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건강한 수준의 합리적 의심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불가능한 사회라면 이미 희망이 사라진 곳이다. / 베버 편 중에서 137p

 

 

 

  다음 4부 ‘정치’ 편에서는 어떻게 하면 남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 적도 내편으로 만드는 관계의 기술을 알아본다. 이를 테면 공자는 자신이 제사 전문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옛 군주들의 사당에 가서 제례에 참석할 때 항상 물어보았다고 한다. 상대방의 생각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와 함께 합의를 얻어가는 절차였다. 또 매사에 물음을 통해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한다. 즉, 훌륭한 말과 물음은 자기 혁신을 위한 가장 본질적이면서도 강력한 수단이 된다. 질문에 인색하고, 상대방으로부터 물음을 당할 때는 그가 어떻게 내 주장에 동의하게 만들지를 염려하느라 점점 꼰대가 되어가는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이 꼭 염두해야 할 자세가 아닐까. 끝으로 5부 ‘경제’ 편에서는 자신의 부를 창출하기 위해 이용하고 도움을 받은 공동체의 자원을 생각해서라도 공정성에 더 많이 신경 쓸 것을 강조한 스미스, 경제학자에게 의존하지 말고 경제 이외의 것들을 더 많이 읽고 집중하기를 강조한 뒤플로 등을 통해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 되지 않는 경쟁의 기술에 대해 살펴본다.

 

 

 

제대로 된 정치는 정치인들에게 맡겨놓는 방식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정치적 관계에 끊임없이 직면한다. ‘블레어의 실용주의’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사람들의 뇌리에 박힌 고정관념에 복무하기보다는 계속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사회 문제를 정의하는 것, 그리고 이념을 막론하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관심을 모으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 블레어 편 중에서 188p

 

 

만일 인간이 매우 합리적이고, 순간순간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서도 완벽히 효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존재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은 매우 감정적이고, 미래에 대해 걱정이 많고, 실제 손해를 보는 것 이상으로 손해를 본다는 느낌을 회피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실러는 경제 당국이 전통적인 자료의 총합에 기반한 수치를 생산하는 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SNS나 각종 온라인 포털과 같은 공간에서 널리 퍼지고 있는 스토리텔링의 영향력을 복합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잣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실러 편 중에서 202p

 

 

이제 경제학에서도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전통 경제학자들은 가볍게 취급하던 인간의 심리는 이제 경제활동 분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 되었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학 연구들은 고전경제 이론이 깊게 다루지 않았던 심리적 요소들이 다른 경제적 변수보다 시장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경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발생하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 카너먼 편 중에서 210p

 

 

 




 

 

 

 

  이렇듯 『어른의 교양』은 30인의 사상가 혹은 거장들을 통해 개인의 삶은 물론 우리 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생각의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유용한 교양서다. 저자는 갑작스런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들이 멈추고 억제되는 경험을 한 현재의 인류에게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영토’를 만드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만의 영토는 세계를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을 키우고 내면의 힘을 채워나가는 과정을 통해 더 단단해지고 넓어지리라 믿는다. 이 책으로 그간 나의 영토는 얼마만큼의 크기였는지, 무엇으로 나의 영토를 키워나갈 것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작지만 알찬 교양서를 찾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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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 신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3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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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에 관한 기나긴 사유, 그것이 전하는 삶의 다양한 질문들!

읽기가 쉽지 않지만, 거듭 읽는다면 반드시 진가가 드러나는 작품!

 

 

  소설가 최수철은 카뮈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행간의 숨은 의미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카뮈의 작품은, 특히 『시지프 신화』는 문장의 흐름대로 의식이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기존의 독서법으로는 쉬이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어가면서도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가는 수고로움을 번번이 겪어야 했던 참 까다로운 독서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삶의 부조리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명철한 의식과 반항에의 열정을 집요하게 추구했던 예술가이자 한 인간의 고뇌가 묵직한 밀도로 다가오는 까닭이었다. 신의 형벌로 인해 영원히 산 밑에서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삶을 살아야 했던 시지프에게서 ‘비록 삶은 비극적일 수는 있어도 절망적이지는 않으리’라고 믿었던 카뮈의 신념이 이토록 절실하게 다가오는 때가 또 있을까 해서 말이다.

 

 

 

부조리에 대한 반항 그리고 열정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부조리란, ‘이치에 맞지 아니하거나 도리에 어긋남 또는 그런 일’을 뜻한다. 인간과 세계, 인생의 의의와 현대 생활과의 불합리한 관계를 나타내는 실존주의 철학의 주요 용어로, 실존주의의 대표 작가로 잘 알려진 카뮈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 역시 부조리다. 합리성을 추구하는 인간과 비합리성의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대립을 다룬 『이방인』, 『페스트』에서는 특히 부조리에 대한 그의 저항 의식이 잘 드러난다. 『이방인』과 같은 해에 발표된 『시지프 신화』 또한 마찬가지다.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로 시작하는 이 책은 삶이란 의미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으로부터 출발하는 부조리에 관한 철학적 고찰이다. <부조리의 추론>, <부조리의 인간>, <부조리의 창조>에 이르기까지, 10장 분량도 채 되지 않는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 이야기에 다다르기 위해서 우리는 부조리에 관한 이 기나긴 사유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부조리는 자신의 한계를 확인하는 명철한 이성이다 / 76p

 

 

 

  카뮈의 부조리 철학을 위해서는 우선 그의 생애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1913년 11월 7일, 카뮈가 태어난 해의 알제리는 프랑스의 식민지 상태였다. 그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아버지가 전투에서 전사함으로써 문맹인 어머니는 빈약한 종신 연금을 받으며 가정부로 일했다. 이에 카뮈는 “나는 마르크스를 통해 자유를 배운 것이 아니다. 가난을 겪으면서 자유를 배웠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한 바가 있을 만큼 지독한 가난과 질병을 뚜렷하게 의식했다. 훗날 아내 시몬에게 마약을 공급해 주는 의사가 그녀의 정부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폐결핵이 재발하여 이에 대한 후유증으로 철학 교수 자격시험에 응시하려던 계획이 좌절되는 등 그의 삶에 있어서 ‘부조리’는 내내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았다.

 

 

 

설사 시원찮은 이유를 대고서라도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세계는 낯익은 세계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돌연 환상과 빛을 박탈당한 세계에서 인간은 자신을 이방인으로 느낀다. 이 낯선 세계로의 유배에는 구원이 없다. 그에게는 잃어버린 고향의 추억도 약속된 땅의 희망도 다 빼앗기고 없기 때문이다. 인간과 그의 삶, 배우와 무대 장치의 절연, 이것이 다름 아닌 부조리의 감정이다. / 19p

 

 

인간 자신의 비인간성 앞에서 느끼는 이 불안, 우리의 됨됨이가 보여주는 이미지 앞에서 경험하는 측량할 길 없는 이 추락, 우리 시대의 어느 작가가 말한 바 있는 ‘구토’, 이것 또한 부조리다. 마찬가지로 어떤 순간 거울 속에서 우리와 마주치는 그 이방인, 우리 자신의 사진들 속에서 다시 만나는 친근하면서도 음산한 형제, 이것 또한 부조리다. / 32p

 

 

 



 

 

 

 

  그러나 카뮈는 ‘이 세계는 합리적이지 않다. 이것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전부다. 그러나 부조리한 것은 바로 이 비합리와, 명확함에 대한 미칠 것 같은 열망의 맞대면이다’고 말한다. 또한 ‘산다는 것은 곧 부조리를 살려 놓는 것이다. 부조리를 살린다는 것은 무엇보다 부조리를 주시하는 것이다. 에우리디케의 경우와는 반대로, 부조리는 오직 우리가 그것을 주시하던 눈길을 딴 데로 돌릴 때 죽어 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유일하게 일관성 있는 철학적 태도는 곧 반항이다’라고 생각한다. 즉, 카뮈는 부조리 앞에서 우리 모두는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반항하는 열정을 가져야만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현실을 벗어나 종교적, 형이상학적으로 시선을 돌릴 것이 아니라, 삶의 다른 가능성을 모두 살고자 하는 열정으로 나아가 죽음을 내 방식대로 재창조하겠다는 생각으로 글쓰기에 몰두한 것이다. 그렇게 ‘정복 혹은 연기, 무수한 사랑, 부조리한 반항 같은 것들은 인간이 미리부터 패배한 전장에서 자신의 존엄성에 바치는 경의’라고 표현한 그는 자신의 문학적 성취를 통해 이를 증명해낸 셈이다.

 

 

 

자명한 것은 은폐한다거나 방정식의 한쪽 항을 부인함으로써 부조리 자체를 제거해 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부조리로 살아갈 수 있는가, 아니면 논리가 부조리로 말미암아 죽을 수밖에 없다고 명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철학적 자살이 아니라 그냥 자살 그 자체다. 나는 다만 자살에서 감정적인 내용을 걸러 내고 그것의 논리와 정직함을 알고 싶을 따름이다. 그 외의 모든 태도는 부조리의 정신에는 속임수요, 정신이 명백히 드러내 보여 주는 것 앞에서 뒷걸음질하는 것에 불과하다. / 77p

 

 

인간 조건 속에는 근원적인 부조리성과 동시에 움직일 수 없는 위대함이 깃들어 있다. 이는 모든 문학에 빈번히 등장하는 주제다. 부조리와 위대함 이 두 가지는 마치 당연한 일이기라도 하듯 서로 일치한다. 다시 한 번 되풀이하거니와 이 두 가지는 우리 영혼의 과도한 야망과 소멸하고 말 육체의 기쁨을 서로 갈라놓는 어처구니없는 절연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처럼 측량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육체를 추월하는 것이 바로 그 육체의 영혼이라는 사실, 바로 이것이 부조리다. / 193p

 

 

중요한 것은 부조리와 더불어 살아 숨 쉬는 것, 그것이 주는 교훈을 인정하고 그것의 살을 되찾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부조리한 즐거움의 전형은 바로 창조다. “예술, 오로지 예술. 우리는 예술을 가지고 있기에 진리로 인하여 죽지 않을 수 있다.”라고 니체는 말했다. / 144p

 

 

 

  때문에 카뮈는 그리스 신화 속의 시지프를 의식의 차원으로 끌어온다. 그는 ‘시지프가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저 산꼭대기에서 되돌아 내려올 때, 그 잠시의 휴지의 순간’이라고 설명한다. 신의 저주에 의해 영원히 산 밑에서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삶을 살아야 하는 시지프. 카뮈는 시지프에게서 ‘무겁지만 한결같은 걸음걸이로, 아무리 해도 끝장을 볼 수 없을 고뇌를 향해 다시 걸어 내려오는 것’을 본다. ‘마치 호흡과도 같은 이 시간, 또한 불행처럼 어김없이 되찾아오는 이 시간은 바로 의식의 시간이다. 그가 산꼭대기를 떠나 제신의 소굴을 향해 조금씩 더 깊숙이 내려가는 그 순간순간 시지프는 자신의 운명보다 우월하다. 그는 그의 바위보다 강하다.’고 표현하며 이 부조리한 영웅의 끊임없는 투쟁에서 우리의 삶을 투영한다.

 

 

 

  작가 사르트르가 발표한 소설 『구토』의 서평을 쓴 카뮈는 그 속에서 “삶의 부조리를 확인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고 오직 시작일 뿐이다. 그것은 거의 모든 위대한 정신이 출발점으로 삼은 진실이다. 관심거리는 부조리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서 이끌어 내는 귀결들과 행동 규율”이라 한 바가 있다.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향해 돌아가는 시지프의 저 투쟁처럼 부조리는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서 이끌어내는 삶의 귀결과 행동 규율이라는 카뮈의 말은, 오늘날 우리가 순간순간 마주하게 되는 삶의 부조리 앞에서 어떠한 정신과 행동으로 나아가야하는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이미 시지프가 부조리한 영웅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그의 열정뿐 아니라 그의 고뇌로 인해 부조리한 영웅인 것이다. 신들에 대한 멸시, 죽음에 대한 증오 그리고 삶에 대한 열정은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는 일에 전 존재를 바쳐야 하는 형용할 수 없는 형벌을 그에게 안겨 주었다. 이것에 이 땅에 대한 정열을 위채 지불해야 할 대가다. (…) 경련하는 얼굴, 바위에 밀착한 뺨, 진흙에 덮인 돌덩이를 떠받치는 어깨와 그것을 고여 버티는 한쪽 다리, 돌을 되받아 안은 팔 끝, 흙투성이가 된 두 손의 온통 인간적인 확실성이 보인다. / 182p

 

 

“이 세계 자체는 합리적이지 않다. 이것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전부다. 그러나 부조리한 것은 바로 이 비합리와, 명확함에 대한 미칠 것 같은 열망의 맞대면이다. 그 명확함에 대한 호소가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서 메아리친다. 부조리는 인간과 세계에 똑같이 관련된다. 지금으로서는 부조리만이 그들과 세계를 똑같이 관련된다. 지금으로서는 부조리만이 그들을 이어 주는 유일한 매듭이다. / 253p

 

 

 




 

 

 

 

  개인적으로 『시지프 신화』는 반드시 재독이 필요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부조리한 인간> 편에서 부조리에 대응하는 인간으로 제시된 ‘돈 후안주의’는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을 비롯해서 행간에 숨은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에 여전히 나는 미숙한 까닭이다. 그럼에도 삶의 부조리를 인정하되 그것을 끊임없이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치열하게 고민한 이 작가의 정신만큼은 오롯이 전달된다. 이제껏 카뮈 하면 『이방인』과 『페스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그의 사상적 단초가 되는 『시지프 신화』를 읽어보시라 추천 드린다. 마침 JTBC에서 방영될 드라마 <시지프스>가 시지프를 모티브로 시작된 이야기라고 하니 이 책도 참고해보시면 좋을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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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 - 정신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트라우마의 모든 것
김준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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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 부모들 그리고 예비 부모들이 한 번쯤은 꼭 읽어보았으면 책!

 

 

  “엄마, 나 속상해.”

  아이가 울먹이는 얼굴로 다가오더니 품에 안기며 울음을 터뜨린다. 아차, 사실 십 분 전쯤부터 아이의 표정을 보며 눈치를 살피고 있었는데 이렇다 할 변화가 없기에 괜찮은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나보다. 진즉에 아이의 마음을 살펴봐줄 수 있었는데 괜찮아 보이면 된 거라고 제대로 살펴봐주지 않았으니 잘못이라면 내게도 있다. 아이가 아빠의 휴대폰을 만지느라 알람을 꺼버렸고 이 때문에 늦어버린 아빠가 핀잔을 준 게 원인이었다. “많이 속상했지?” 나는 일단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달래준 다음, 아빠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아이는 이내 울음을 그치고 고개를 끄덕인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유독 눈물이 많은 아이에게 “울지 마. 울 일 아니야.”라는 말을 곧잘 하곤 했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울기 보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게 어느 새 훈육조의 말투로 으르게 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육아서가 아이의 감정을 먼저 살펴봐주는 게 먼저라고 조언하지만 일단 아이가 눈물을 터뜨리면 ‘이게 뭐라고 울어’, ‘또 울어? 에휴’ 같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그러다 문득, 유년시절에 나는 부모님에게 단 한 번이라도 속상하다는 말을 해본 적이 있던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어른들이 보기에는 ‘착하고 말을 잘 듣는 어른스러운 아이’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정작 ‘진짜 내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본 적이 없는 아이’에 가까웠다.

 

 

 

  그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저 어딘가에 ‘울면 안 된다.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 혹은 트라우마가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그리고 그걸 꾸준하게 내 아이에게도 심어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나는 예민하고 타인의 감정에도 민감한 아이가 좀 더 대범하게 자라났으면 하는 나만의 욕심 때문에 아이에게 ‘힘들어하면 안 된다!’라는 메시지를 강요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다. 이 아이는 적어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상태이니까. 솔직해도 괜찮다고, 내 감정을 외면당하지 않을 거라고, 늘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줄 대상이 바로 곁에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게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나는 그 어느 육아서보다도 절실하게 이 책으로 하여금 깨닫게 되었다.

 

 

 

정신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트라우마의 모든 것

 

 

“우리 삶에서 트라우마란 어찌할 수 없는 필수불가분의 것이다.”

- 《트라우마 상담 및 심리치료의 원칙》 존 브리에르, 캐서린 스콧

 

 

 

  끔찍한 사고나 전쟁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 특히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와 장애인, 성소수자, 빈곤층에 필요한 관심과 배려의 결핍 또한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유독 트라우마에 취약한 이들도 있고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며 또한 비밀스러운 경험이기에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다. 비교적 최근에 이르러서야 새로운 치료기법들도 소개되고 심리 상담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지만, 트라우마란 곧 ‘문제 있는 사람’라는 편견이 지배적이어서 이에 대한 심리적 장벽은 아직 높아 보인다. 이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트라우마 연구자로 현재 서울 EMDR트라우마센터의 센터장을 역임 중인 김준기 전문의는 어떻게하면 일반 독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트라우마를 이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왔다고 한다. 그에 『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가족 간의 연결을 보여주는 영화, 전쟁의 후유증을 보여주는 영화, 외상 후 성장을 보여주는 영화 등 25편에 이르는 영화를 통해 그 속에서 드러나는 트라우마에 관한 다양한 사례와 증상, 치유의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 <스포트 라이트>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보스턴 지역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폭행 사건을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 취재팀 기자들이 폭로하는 과정을 담은 실화다. 가톨릭 신도들의 반발과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의 끈질긴 취재 끝에 보스턴 지역에서만 약 90명의 가톨릭 사제들이 아동 성추행을 해왔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최대 30년이나 된 오래된 기억이, 트라우마가 어떻게 피해자에게 그토록 생생하게 각인될 수 있는지를 목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일반적인 기억은 특별한 노력 없이도 저절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변형되어 가거나, 반복해서 떠올려 이야기하다 보면 더 유연하게 변화하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사건 기억은 이상하게도 쉽게 변하지 않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또렷해지기도 한다. 이는 뇌의 정보처리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압도적인 트라우마의 기억을 전혀 가공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혹은 처리되지 않은 채 억압된 트라우마의 기억이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트라우마 당시의 정보와 에너지를 그대로 담은 상태로 뇌의 신경회로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가, 뭔가에 자극을 받으면 당시의 기억 정보를 그대로 생생하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해리시켜 덮어둘수록 트라우마 기억은 무의식의 장막 아래에서 더 은밀하고 집요하게 우리의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우리에게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트라우마의 기억을 자꾸 덮어두려 하는 습성이 있다. 이를 해리라고 하는데 사실 이는 어쩔 수 없는 우리의 본능적인 방어기전이다. 문제는 아무리 해리시켜도 트라우마 기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해리시켜 덮어둘수록 트라우마 기억은 무의식의 장막 아래에서 더 은밀하고 집요하게 우리의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때때로 우리가 자신의 지성과 의지라고 믿으면서 하는 결정이 사실은 처리되지 않고 덮어둔 트라우마 기억의 영향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방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트라우마 기억을 통합하는 것은 ‘나’라는 인간의 주체성을 완성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33p

 

 

사건 자체의 요인, 개인적 요인, 사회적 요인, 이 세 가지 요인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트라우마 후유증의 양상을 결정하게 된다. 비슷한 사건을 경험해도 사람마다 고통받는 증상의 양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주의사항이 있다. ‘다른 사람은 극복했는데 넌 왜 극복하지 못하느냐?’는 말은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또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도 스스로에게 ‘다른 사람은 다 극복했는데, 왜 나만 한심하게도 이겨내지 못하지’하며 자책할 필요가 하나도 없다. / 50p

 

 

 



 

 

 

 

  트라우마에 얽힌 기억은 일반 기억과 무엇이 다르며 트라우마를 결정하는 삶의 요인은 무엇인지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다크 나이트>, <굿 윌 헌팅> 등을 통해 1장에서 살펴본다면, 2장에서는 전쟁 트라우마, 감정 인지불능증, 아동기 트라우마 등 트라우마의 대표 증상들을 알아본다. 그 중에서도 <아무도 모른다>, <케빈에 대하여>, <똥파리> 등은 어린 시절 안정적인 애착을 경험했느냐 경험하지 못했느냐가 개인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어린 시절 받은 심한 정서적 학대나 신체적 학대도 분명 커다란 상처이지만, 반드시 있어야 할 부모의 애정과 관심이 없는 것도 어린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인 마음의 상처가 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실제 비난과 잔소리를 들으며 자란 아이들보다 방임을 겪은 아이들이 더 해리장애를 겪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덧붙여보자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방공호에 격리되어 부모와 떨어져 지내며 비교적 안전하게 지낸 아이들이 나중에 성인이 된 뒤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오랜 기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파괴된 건물과 고막을 찢는 포탄소리 그리고 처참하게 죽은 시체를 목격하게 되더라도, “괜찮아, 엄마가 같이 있잖아”하고 안아줄 수 있는 양육자의 존재가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더 강력하게 보호해준 것이다. 이는 아이들에게 외부 세상의 객관적인 현실보다 바로 옆에 있는 부모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처럼 어린 시절에 안정적인 애착을 경험했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감정과 신체를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 자신을 스스로 돌보고 사랑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타인을 신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애착이론의 창시자인 존 볼비 역시 “엄마와 소통할 수 없다면, 우리는 자기 자신과도 소통할 수 없다”고 했다. 주 양육자인 엄마와의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며 스스로를 돌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곧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데 있어서도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반드시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서로 의지하고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 즉 관계가 주는 긍정적인 자원이 트라우마 치유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영화 <쓰리 빌보드>와 <룸>, <원더>를 통해 우리는 깨달을 수 있다. “과거에 무시당하고 상처받은 내면의 아이가 사람들이 겪는 모든 불행의 가장 큰 원인이다. 그래서 아이였을 때 제대로 채워지지 못한 욕구들의 상실을 슬퍼하는 것이야말로 치유의 시작이다.”라던 미국의 심리학자 존 브래드쇼의 말을 새겨둘 일이다.

 

 

 

독성이 강한 수치심은 항상 비난, 폭언, 폭력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아이의 어떤 행동이나 감정을 주된 양육자가 못 알아채거나, 알아봐주지 않거나, 인정해주지 않을 때에도 수치심은 강렬하게 생겨난다. ‘아빠가 바빠서, 혹은 엄마가 우울해서 내 존재를 못 알아채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부족하고 한심하고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누구도 내게 반응하지 않는 거구나’라고 어린아이는 상황 해석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명백하게 보이는 학대보다 은근하게 일어나는 무관심이 독성이 강한 수치심을 더 자주 일으킨다. / 86p

 

 

사이코패스의 특징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의 결핍, 감정조절의 어려움, 인간과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해당 기능을 조절하는 뇌 부위 중 하나인 전전두엽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 하필 그 부위가 성장하지 못했을까? 우리의 팔과 다리 근육은 단백질, 필수 아미노산, 지방질, 무기질 같은 영양분으로 성장하는 반면, 공감 능력이나 감정조절 능력과 관련 있는 전전두엽의 발달은 놀랍게도 주된 양육자와의 안정적인 관계 속에서 전달되는 사랑과 애정을 먹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 176p

 

 

‘아이가 처음에는 힘들어할 수도 있어. 그건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고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해. 그래도 아이를 믿고 보내야지. 아이가 힘들어하면 내가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잖아?’

이런 식으로 부모가 먼저 마음을 정리하고 침착한 반응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아이를 안심시켜주는 공감과 연결의 표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아이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부모가 먼저 소화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결국은 부모의 불안과 걱정이 전달되기 때문에 아이를 안심시키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다. / 235p

 

 

 

  책을 읽으면서 영화 <굿 윌 헌팅>의 명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어린 시절 양부모에게 저항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당한 것 그리고 엄마 혹은 동생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수치심을 오랜 시간 가슴에 품고 살아왔던 윌에게 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는 윌에게 무려 열 번이나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반복해서 말한다. 윌은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안다고 대답하지만 이내 괴로워하면서 제발 그만하라고 손 교수를 밀쳐내기까지 한다. 사실 그는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는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숀 교수의 따뜻한 위로에 윌의 방어벽이 무너져 내리고 영화는 진정한 치유란 관계의 연결감 속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외상 후 성장은 그리 특별하거나 거창한 개념이 아니라고 말한다. 맹목적으로 성취와 성공을 추구하는 생활 태도를 내려놓고, 그 대신 감사한 마음을 자주 갖고, 작은 가능성에 즐거워하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친근한 정을 나눌 줄 알게 되는 것이 바로 외상 후 성장이라고 한다. 개인에 따라 외상 후 성장이 일어나는 기간이 수개월이 되기도 하고 수년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우리는 트라우마를 통해 오히려 이전보다 심리적으로 더 긍정적이고 성숙해질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트라우마를 제대로 직면하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면 트라우마는 삶에서 그리 중요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일이 되리라 믿는다던 그의 말이 트라우마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조금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렇듯 『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은 독자들이 영화를 보듯이 일상의 곳곳에 자리 잡은 트라우마를 바라보고 지나간 상처를 이해하며 한층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그간 수많은 육아서를 읽었지만 이 책만큼 부모로서 나의 아이들에게 진짜로 주어야 할 것이 무언인지 깊이 고민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때문에 나는 이 책을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비롯해서 많은 부모들이, 예비 부모들이 한 번쯤은 꼭 읽어보았으면 한다. 내가 지금 아이에게 보내는 눈길이, 사소한 말이, 쓰다듬어주고 보듬어주는 손길이 아이가 힘들 때마다 평생 꺼내 써먹을 수 있는 자원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비극은 제법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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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변하지 않으니 퇴사하겠습니다 - 업무 대화가 힘든 당신에게
유경철 지음 / 마음의숲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소통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책!

원활한 업무 진행과 관계 앞에서 당당해지는 대화법!

 

 

  첫 직장에 입사했던 날, 나는 퇴근 시간까지 내내 침묵이 감도는 회사 분위기에 많이 당황스러웠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어쩐 일인지 직원들은 함께 식사를 하는 시간에도 이렇다 할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회사란 게 원래 이런 건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기대했던 첫 직장에 대한 로망은 그렇게 무너졌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들로부터 소통을 앗아간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문제는 팀장이었다. 대표님과 실장님을 제외하고 회사를 이끌어가는 실무 팀장인 그녀는 흔한 잡담은커녕 그 누구와도 좀처럼 말을 섞지 않았다. 회의 시간에나 보고를 주고받는 사람과 간간이 업무 이야기만 하는 정도였다. 마치 사직서를 써놓고 언제든지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의욕이라고는 도무지 찾아 볼 수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고나 할까. 때문에 직원들은 그녀의 눈치를 보느라 점점 더 말수가 줄어들었고, 대표님이 내린 지시를 제대로 공유하지 못해서 생기는 불상사로 인해 분위기가 자주 험악해지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 능력이 없는 팀장의 능력을 치켜세우는 대표님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무기력한 태도를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전염시키면서도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 팀장도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직장을 다니다보면 이런저런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친근하다는 이유로 아랫사람에게 직함이나 이름이 아닌 “야!”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고, 회의만 두 세 시간 넘게 진행하다가 결국엔 자기가 하고 싶은 생각대로 밀고 나가는 상사도 있는가 하면, 사사건건 자신이 업무를 더 오래했고 잘 안다는 이유로 다른 직원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가르치듯이 대화를 하는 사람도 있다. 돌이켜보면 과중된 업무 스트레스보다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건 조직원들 사이에서 발생되는 관계적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다음 직장에서는 괜찮겠지, 이제는 좀 더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겠지 싶지만 신념, 가치관, 성격기질, 감정, 욕구 모두 제각각인 사람들이 만나 협업을 하고 성과를 내야 하는 회사라는 구조 속에서 갈등은 피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좀 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를 덜 받고 갈등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오늘도 업무 대화가 힘든 당신을 위한 슬기로운 사내 대화법

 

 

 

  당신이 변하지 않으니 퇴사하겠다니.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 옛날,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했던 직장 상사에게 탁 내뱉어주고 싶은 적절한 말이다. 『당신이 변하지 않으니 퇴사하겠습니다』는 제목만 보면 자칫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에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도 업무 대화가 힘든 사람들을 위한 슬기로운 사내 대화법을 소개하는 솔루션 책이다. 누구나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잘하고 싶고 이를 통해 원하는 것을 얻고 싶어 하듯 조직의 동료들과 대화를 잘 하는 법, 상대방에게 상처주지 않고 설득하는 법, 세대별 차이와 이에 따른 현명한 대화법 등 회사 내에서 필요한 소통의 기술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 장 ‘상사에게 직원이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에서는 부하 직원으로서 상사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에 각종 사례와 적절한 해결법을 담고 있다. 직원들과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상사, 부정적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사, 일에 대해 생각하는 방향이 너무 다른 상사, 인지 편향을 가진 상사, 답정너 상사 등 우리가 흔히 자주 만나고 겪게 되는 상사의 유형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고 부하 직원의 말을 자세히 듣지 않고 말을 끊는 상사의 유형은 어디를 가나 꼭 있기 마련인 듯하다.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의 위계 문제도 있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경청과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그 이유다. 저자는 상사의 경청 능력은 상사 스스로 깨닫고, 바뀌려 노력할 때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리더십 진단이나 조직 진단과 같은 설문을 통해 자신에 대한 평가를 확인할 수도 있고, 리더십 교육이나 코칭과 같은 활동을 통해 ‘자기 인식’의 과정이 반드시 요구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 경청을 할 수 있을까? 책에 따르면 모든 감각 기관을 총 동원해 온몸으로 듣는 일부터 시작하면 좋다고 말한다. 상대방의 말을 도중에 차단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대화의 방향이 심각하게 잘못되었거나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먼저 “내가 꼭 해야 할 말이 있는데 해도 될까?” “듣다 보니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관련해서 내가 설명해줘도 될까?” 같은 말로 양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상대를 미리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평소 해당 직원의 특징을 잘 알고 있는 경우 그 프레임에 갇혀 어떤 주제로 이야기하든 부정적인 판단을 깔고 대화를 할 수 있는데, 대화를 할 때는 개인적인 감정은 잠시 내려놓고 이야기의 주제에만 집중해야 한다. 이 외에도 ‘라포 형성하기(반응 보이면서 듣기)’를 통해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눈을 똑바로 보면서 열심히 듣고 있다는 무언의 신호를 주거나 상대방의 표정, 목소리, 몸짓 등을 오감으로 확인하면서 상대방이 어떤 감정 상태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페이싱, 미러링, 백트래킹과 같은 스킬을 활용해 상대방의 무의식을 열어주는 대화를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으면 타인이 내 생각을 오해하거나 왜곡할 수 있기 때문에 일할 때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눈치형은 타인에게 무언가를 말할 때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같은 고민을 내려놓고 솔직하게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내가 사투리를 많이 써서 사람들이 싫어하겠지”와 같은 제한된 신념을 갖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습니다. 또한 의견을 말할 때는 논리적으로 말하되, 감정과 기대를 적절하게 함께 표현해야 합니다. “제가 이런 제안을 하면 무모하다고 생각하실까 봐 걱정했습니다.”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 41p

 

 

갈등 상황에서의 건설적 대립은 ADOPT 프로세스를 따라 해결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먼저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파악하고(Addressing)’, 문제 상황을 구체적으로 정리합니다. 그 후 문제를 ‘직접적으로(Direct)’ 해결할 수 있는 사람과 의견을 공유합니다. 해결책을 찾을 때는 ‘객관적 데이터와 사실(Objective)’을 기반으로 조직을 위한 최적의 해결책을 알아낸 후 데이터를 문서화하고, 확실한 해결을 위한 다음 미팅 날짜를 정합니다. 또 문제에 대해 ‘긍정적이고 직접적인 감정(Positive)’으로 접근하며, ‘즉시(Timely)’ 대처해야 합니다. 보지 못하고 지나치기 전에, 혹은 업무에 크게 방해가 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 49p

 

 

회의 전후로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 회의 전 회의 안건, 목표 및 참석자에 대해 명확하게 정하고 미리 알립니다.

· 회의 장소와 환경을 쾌적하게 조성합니다.

· 회의 주제에 적합한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시킵니다.

· 회의 종료 시간을 미리 정하고 회의를 시작합니다.

· 높은 직급의 사람이 아닌 실무 리더를 선정해 회의를 진행하도록 합니다.

· 회의 중 참석자들이 90퍼센트 이상이 발언하도록 독려합니다.

· 회의 후 논의 내용 및 결과물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공유합니다. / 76p

 

 

 




 

 

 

 

  두 번째 장 ‘직원에게 상사가 한마디만 하겠습니다’에서는 직장 내에서 업무적으로 얽히며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사례와 솔루션을 담고 있다. 상사인 입장에서 공감 능력을 키우는 법, 피드백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점, 직원들의 고민을 끄집어내는 법, 사기가 떨어진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팁 등을 소개한다. 그 중에서도 공감하는 법은 회사 내에서 뿐만 아니라 평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도 꼭 필요한 기술인 듯하다. 책에서는 공감을 할 때 6가지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 즉 현재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관심의 초점을 상대방이 하는 말 속에 숨어 있는 욕구와 느낌에 맞추는 것이다. 속마음을 파악해야 상대방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상대방이 공감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상사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대부분 짧은 시간 안에 대화를 끝내려고 하는데, 제대로 공감하고 싶다면 온전히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시간을 충분히 할애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신체적으로 힘들거나 피곤하면 타인의 생각에 공감하기 어렵기 때문에 만약 자신이 힘든 상태라면 대화를 중단하고, 컨디션과 에너지를 끌어올려 상대방에게 공감할 수 있을 때 다시 대화를 시도하기를 추천한다. 간혹 부하 직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적절한 피드백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거나, 심지어 상대방에게 반드시 피드백을 해줘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상사들도 있다. 이에 저자는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을 동원해 조언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을 때도 있기 때문에 그냥 들어주기만 해도 된다고 한다. 그저 내가 공감하고 있음을 상대방이 느낄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공감은 상대방의 말, 행동, 생각에 무조건적으로 동조하거나 수용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과 나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상대방의 생각 자체를 지지해주는 마음을 가질 때 비로소 진정한 공감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열린 질문, 긍정적인 질문, 미래 지향적인 질문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김 매니저는 어떤 식으로 변화하고 싶나요?”

“원하는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중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 2가지만 먼저 이야기해 볼까요?”

“변화하게 되면 무엇이 좋아질 것 같습니까?”

“그럼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지속적으로 좋은 질문을 통해 직원들의 깊은 생각을 이끌어내고,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면 좋습니다. 자신이 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 내도록 이끄는 것이 곧 동기를 부여하는 가장 빠른 길이니까요. / 111p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4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 만들기

· 주위 사람들과 좋은 관계 맺기

· 가장 잘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셀프 리더십 발휘하기

· 자신의 생각에 믿음을 갖고 확실하게 의사 결정하기

 

 

 



 

 

 

 

  이어 세 번째 장에서는 ‘90학번과 09학번이 잘 지내는 방법’을 소개한다. X세대, 밀레니얼 세대, 90년대생, Z세대 등 여러 세대가 함께 일하고 있는 직장 내에서 각세대별로 그들이 다른 이유와 다르지만 함께 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모든 세대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마지막 장 ‘슬기로운 사내 대화법’에서는 대화를 시작하는 법, 상대방의 말투 때문에 화가 날 때 대처하는 법, 다른 팀과 협업하거나 협상을 할 때 필요한 대화법, 상대방에게 상처주지 않는 비폭력 대화법과 같이 일상에서도 꼭 유용한 대화 기술을 알려준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자신이 성장하지 않으면 일에 보람을 느끼지 못합니다. 일을 단순히 생계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일에 대한 가치와 생각이 기성세대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 156p

 

 

상대방과 처음 대화할 때는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며 캘리브레이션을 통해 상대방이 어떤 상태인지 파악합니다. 그 후 그 상태에 나를 맞추는 페이싱과 미러링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의 무의식을 열기 위해 상대방 말의 어미나 키워드를 되풀이하니 백트래킹 기법을 사용합니다. / 193p

 

 

비폭력 대화는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관찰하고 그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여 나와 상대방의 욕구, 가치관, 원하는 것을 찾아낸 뒤 구체적인 행동을 부탁하는 공감 말하기입니다. / 231p

 

 

 



 

 

 

 

  마셜 로젠버그는 좋은 말하기를 ‘기린의 대화’라고 표현한다. 기린은 육지에 사는 동물 중 가장 큰 심장과 긴 목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큰 심장으로 상대를 품고, 긴 목으로 주변을 살피며 공감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품고 있어야 할 기린의 대화법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기린의 태도를 취하면 상대방에게 듣기 힘든 말을 들었을 때 자신의 느낌과 욕구에 초점을 맞춰 내면의 평안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인다. 말을 할 때 상대방의 느낌과 욕구를 쉽게 인식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나쁜 말하기는 ‘자칼의 대화’라 한다. 자칼처럼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를 공격하고 비난한다는 뜻이다. 상대의 말을 모두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상황의 모든 책임을 상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는 기린의 대화법을 쓰고 있을까, 혹시 자칼의 대화법으로 하여금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을까. 이 책으로 하여금 자신의 대화법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는 것은 어떨까. 업무나 직장 내에서의 관계뿐만 아니라 일상의 관계 속에서도 좋은 말하기의 기술을 익혀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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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 2 - 4차 산업혁명과 간헐적 팬데믹 시대 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 2
이도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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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현재와 미래,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의 대안을 모색하다!

 

 

  코로나19는 인간이 숲을 파괴하면서 숲의 박쥐나 원숭이에게만 기생하던 바이러스가 변이를 하여 인수 공통의 전염병으로 전환한 것이다. 학자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인간이 숲을 계속 파괴하는 한, 인류는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을 4~5년 주기로 겪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 숲을 비롯한 환경 파괴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생명과 기후위기, 불평등의 극대화와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들이 한 데 얽혀 인류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디지털 사회와 인공지능을 필두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인류와 지구 전체에 보다 급격한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이것이 야기할 문제를 분석하고 새로운 전망 속에서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은 여전히 모호한 듯하다. 때문에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의 미래는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위기와 기회, 그 사이에 선 4차 산업혁명의 미래

 

 

 

  『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는 4차 산업혁명과 간헐적 팬데믹 시대에 따른 구체적인 페러다임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인문학 책이다. 앞서 1권에서는 700만 년의 인류사에서 4차 산업혁명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자연과학과 인문학, 동양과 서양을 융합해 통찰했다면, 2권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분석하고 이에 따르는 각종 위기와 윤리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팬데믹과 함께 모색해본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사회에 일으킨 큰 변화 중에 하나는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과 빅데이터의 출현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SNS를 이용해서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지식과 정보의 양이 확대되었고, 여러 가지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네티즌들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빅데이터가 출현하면서 이를 활용한 국가와 기업은 많은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되었으며 보다 많은 시민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조절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렇듯 디지털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으로 곳곳에서 우리들의 삶을 윤택하게 한 반면, 그 이면에는 많은 문제점을 양산하기도 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감시와 통제가 이뤄지고, 부정확한 정보와 가짜뉴스의 보급으로 인한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스마트 사회에 편입된 집단과 배제된 집단 간의 격차, 불평등과 독점, 억압 구조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 또한 우려된다. 그 중에서도 ‘위험 사회’는 우리가 반드시 경계해야 할 일이다.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고도의 기술로 관리가 되는 완벽에 가까운 사회임에도, 매우 작은 실수나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돌발 사태로 인해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커다란 사고가 날 수 있는 사회를 뜻하는 말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알 수 있듯 과학기술에 대한 과도한 믿음보다는 늘 변수와 위험을 인식하고 보다 더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위험사회란 성찰적 근대성의 틀에서 과학기술이 야기할 위험을 인지하고 이에 대해 의심과 불확실성의 눈으로 보면서 이 위험을 줄이려는 여러 노력과 행위가 체계화한 사회를 뜻한다. 이 사회의 특성은 측정과 예측이 가능한 위험과 현대 과학기술로도 측정하거나 예측하지 못하는 위험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불안전과 불확실성, 이에 대한 불안이 늘 상존하는 것이다. / 50p

 

 

디지털 사회에는 부정확한 정보, 가짜뉴스의 보급과 소통이 발생하고, 반향실효과가 크게 작동한다. 반향실효과란 것은 폐쇄된 공간에서 비슷한 정보와 아이디어가 돌고 돌면서 강화되고 악순환을 일으키는 것을 뜻한다. 부정확한 정보가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사람들을 집단적으로 공포에 휘둘리게 하거나, 집단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낳게 할 수도 있다. 또 무한하고 자유롭게 어디든 방문하고 글을 올릴 수 있는 것 같지만, 모든 것은 알고리즘에 따라 작동하는데 개인들은 정보 알고리즘에 접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겉으로 보면 투명성이 증대한 것 같지만, 심층적 차원에서는 오히려 폐쇄성이 더 강화한다. / 53p

 

 

 



 

 

 

 

  1장에서 디지털 사회의 역기능과 순기능, 빅데이터 출현에 따른 사회문화의 변화 양상과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았다면, 2장에서는 이른바 ‘재현의 위기’로 표현되는 가상현실/증강현실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본다. 재현의 위기란, 허구인 텍스트, 환영, 미디어가 현실을 구성하는 것,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의 경계가 해체되거나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이 실제 현실을 전도하는 것, 기호가 지시대상을 상실하고 이미지로 대체되는 것, 가짜가 진짜를 대체하는 것, 원본은 사라지고 복사본이 원본을 대체하는 것을 통틀어서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권력이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동원하여 모든 장의 모든 세력을 포섭하고, 포섭되지 않는 개인과 집단은 철저히 배제하면서 체제의 유지를 도모하는 일은 폭력에 가깝다. 때문에 저자는 우리는 실상을 직시하고, 현실 너머에서 현실을 구성하는 요인과 원리를 파악하며 실제 현실로 다가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에 스민 권력과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근본적으로는 체제를 해체하는 운동을 끊임없이 전개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디지털 사회의 주역이자 미래인 디지털 원주민에게 종이책을 읽게 하고 이로부터 사색하고 상상하고 사고하는 것과 타인과 협력하는 것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꼰대처럼 강요할 것이 아니라 협력하는 것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꼰대처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읽기, 쓰기, 수학, 논리적 사고, 이해 등 아날로그 세대의 유산을 디지털 언어로 번역하여 디지털 원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양식에 담아 전해야 한다. 끊임없는 반복 속에서 알고리즘으로 분석하거나 파악할 수 없는 차이들을 찾고 그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책읽기와 토론, 교육을 통하여 비판적이며 성찰적이며 저항적인 동시에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주체를 길러내고 빅마더에 저항하는 연대를 구성해야 한다. / 78p

 

 

  이 외에도 사물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초연결사회의 문제점을 경계하기도 한다. 초연결사회란 인터넷을 매개로 지구상의 모든 사물, 모든 사람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산업혁명 시대를 지배했던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하여 다른 생물권을 포함하고 기계가 인격을 갖는 시대에 부합하는 트랜스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으로의 이행을 수행하고 있다. 문제는 초연결사회가 국경, 문화, 언어 따위를 뛰어넘어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지만, 사실은 현실 세계와 단절된 채 저마다의 가상 세계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초연결사회에서 인간은 얼마만큼 자율성과 주체성을 가질 것인가. 인간은 초연결사회에서 한 점 노드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 모두 고심해볼 문제다.

 

 

 

로버트 페페렐은 포스트휴먼의 특징에 대해 “첫째, 포스트휴먼은 휴머니즘이라고 알려져 있는 사회발달 시대의 종식을 묘사하는 데 사용되며, ‘휴머니즘 이후’를 의미한다. 둘째, 포스트휴먼은 인간존재를 구성하는 것에 대한 전통적이니 생각들이 이제는 중대한 변환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인간이라는 것을 종래에 생각해 오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 포스트휴먼은 생물학과 기술과학의 전반적인 수렴이 일어나 그 둘을 구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수준까지 왔음을 나타낸다.” 라고 말한다. / 367p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우리보다 지능이 더 나은 기계를 만날 것이고, 인간은 점점 이 기계에 종속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생명을 조합하고 창조하면서 수많은 질병과 유전적 약점을 극복하겠지만 그 오만은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위기를 끊임없이 초래할 것이다. 이는 곧 과학기술결정주의나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초인류적인 생명성과 영성을 결합한 과학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인간이 중심에 서서 자연을 파괴하여 개발하던 데서 자연과 공존하고 순환이 가능한 불일불이의 생태론으로, 타자를 배제하고 폭력을 행하던 동일성에서 타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눈부처 차이로, 과학기술주의에서 일심의 체용론으로, 인간중심주의에서 다른 인간과 생명과 공존하는 생태적 포스트휴머니즘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럴 때만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내일이 있다는 그의 경고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실현해야 할 문제다.

 

 

 

화쟁의 의미는 무엇인가. “화쟁의 축자적 뜻은 모든 이론과 논리의 대립과 갈등을 하나로 아우른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여 화쟁의 가장 기본적인 뜻은 모든 대립과 갈등을 회통시킴을 의미한다. 회통이란, 글이 서로 다른 것을 통해서 뜻이 서로 같은 것에 맞추는 것이니, 화쟁은 여러 사상과 논쟁 가운데 그 핵심과 대요를 파악해 곡해와 대립을 낳고 있는 부분을 서로 통하게 하며, 일심으로 세계의 실체를 파악해 모든 시비와 망령됨을 끊고 원융을 이루는 사상체계이다.

필자는 대립과 갈등, 전쟁에 대한 대안 가운데 최고인 것이 화쟁이라 본다. / 407p

 

 

공감·협력 교육이란 ‘덜 인지하고 있는 자와 더 인지하고 있는 자 사이에서 부단한 상호작용, 수행, 체험, 소통, 타인의 삶, 의미의 창조와 실천 등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구성하고 이타성을 증대하면서 서로 발달을 촉진하고, 타자를 배려하고 소통하면서 타자의 희노애락을 함께 느끼며, 이를 바탕으로 한 개인이 타자와 경쟁하기보다 서로 도와 공동의 이익과 발전을 도모하도록 이끄는 것’을 뜻한다. / 462p

 

 

 



 

 

 

 

  『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는 인문학적인 시각에서 4차 산업혁명을 통찰하고 성찰한 다소 방대한 분량의 책이다. 인류사라는 거시적인 관점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의 의미를 짚어보는 것은 물론 종교,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미시적인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해박함에 감탄하게 된다. 다만, ‘구글과 그 일당은 세금만 최적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도 최적화한다’ ‘푸켓섬은 이국적 정서를 자극하는 휴양지이며, 그곳의 여성은 언제인가 탐닉해야 할 동양적 매력을 풍기는 색다른 성적 대상’이라는 표현 등에서 그 의미가 무엇이었든 객관성을 잃은 듯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낙관주의와 긍정만으로는 우리에게 더 이상 ‘미래’란 없다는 그의 경고는 반드시 모두가 인지하고 새겨두어야 할 메시지인 것은 분명하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이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는 지금 현재의 우리들에게 달렸다. 이 책이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경종을 울릴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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