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혼후 - 지워진 황제의 부활
리롱우 지음, 진화 옮김 / 나무발전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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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나왔을 때 도서관에 신청했는데 계속 미뤄두다가 드디어 읽게 됐다.

막연하게 마왕퇴 같은 황제릉 발굴기인가 했는데 그 부분은 오히려 소략하고 황제에 등극했다가 27일 만에 폐위된 창읍왕 유하의 일대기를 소설식으로 재구성한 책이다.

그래서 더 흥미로웠다.

저자의 상상력이 좀 가미되긴 했으나 무리하지 않은 전개 덕분에 편하게 전한 시대를 둘러 볼 수 있었다.

보통 한나라 역사라고 하면 유방의 건국 당시나 여태후의 집권, 한 무제의 서역 원정, 왕망으로 인한 망국 정도 얘기하는데 이 책은 가장 조명받지 못하는 해혼후 유하 시대에 대한 이야기라 흥미로웠다.

안 그래도 중국 황제의 계보를 볼 때마다 창읍왕이 도대체 누구인가, 왜 며칠 만에 폐위가 됐을까 궁금했던 차다.

한 무제가 위황후의 적장자인 여태자 유거를 무고의 변으로 죽인 후 겨우 8세인 유불릉 소제가 황위에 오르게 된다.

이 무제도 정말 끔찍한 사람인 것이, 어린 아들이 황제가 되면 어머니가 정권을 농단한다고 생전에 아름다운 구익부인을 죽여 버린다.

다음 대통을 이어줄 아들을 낳은 총희들인데도 별 시덥지 않은 이유로 죽여 버리는 걸 보면 전제 군주의 권력은 21세기 후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정도 같다.

성종도 연산군을 낳은 폐비 윤씨를 죽였고, 숙종도 경종을 낳은 장희빈을 저주했다는 확실치도 않은 고변으로 아들이 세자로 있는데도 죽이지 않았던가.

어린 소제가 즉위할 때 아버지 무제는 곽광에게 아들을 부탁한다.

곽광은 어린 황제를 끼고 정권을 휘두르다 사후 가문이 몰락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한나라를 이끌어 가는 충신으로 묘사된다.

중국에서는 이런 평가를 받는 모양이다.

곽광은 자신의 외손녀 상관씨를 겨우 6세의 어린 나이에 12세 소제의 황후로 밀어 올린다.

다른 여자와 동침도 못하게 막아 21세에 소제가 사망하자 후사가 없었고 그래서 선택된 이가 바로 무제의 손자인 창읍왕 유하이다.

황제 사망 당시 황후는 겨우 15세였으니 자식을 낳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왜 그렇게 젊은 나이에 느닷없이 죽어 버렸을까?

그러니 독살됐다는 음모론이 횡행했던 모양이다.

이언년의 누이인 이부인의 아들 창읍애왕이 사망하자 5세 때 그 자리를 물려받은 유하는 19세의 나이에 황제로 뽑혀 장안에 들어온다.

그러나 창읍왕부에서 어려서부터 제멋대로 왕권을 휘두르며 살다가 느닷없이 천하를 손에 쥐니 실세였던 곽광을 무시하고 자기 사람을 등용하려다 결국 곽광의 외손녀인 상관황태후의 명으로 27일만에 폐위되어 다시 고향으로 쫓겨간다.

황제에 오른 이가 이렇게 짧은 시기에 폐위된 경우가 또 있나 싶다.

곽광의 위세가 과연 한 나라의 황제를 세우고 폐할 수 있을 만큼 대단했던 모양이다.

그는 다시 무고로 죽은 여태자의 손자인 18세의 선제를 황제로 세우고 조강지처를 독살시킨 후 자기 딸을 황후로 세운다.

그러나 몇년 후 그가 죽자 선제는 전처의 복수를 하면서 곽씨 일가를 몰살시키고 아내도 쫓아내 버린다.

결국 황제가 승리한 셈이다.


쫓겨난 창읍왕 유하는 죽은 듯이 자기 땅에서 살고 있었으나 재위에 오른 선제는 혹시라도 반역의 마음을 품을까 불안해 그를 다시 해혼후로 강등시켜 궁벽한 강서성 남창으로 이주시켰다.

이 불쌍한 젊은이는 한이 맺혀 오래 못 살았는지 34세의 나이로 사망하고, 그 아들들에게 해혼후 자리를 물려 주려 했으나 연이어 아들 둘도 급서해 그 후손들은 서민으로 강등된다.

그래도 해혼후의 재정이 튼튼해 유하는 자신의 지하 궁전을 훌륭하게 꾸몄는데, 4세기 무렵 지진이 일어나 파양호가 넘쳐 그 땅이 물에 잠기는 과정에서 무덤이 유실되고 만다.

그 무덤이 2015년에 발굴된 것이다.

후손 입장에서는 해혼후 작위가 사라지고 무덤마저 유실되어 불행했을테지만, 역사적으로 봤을 때는 이렇게 널리 이름을 남기게 됐으니 불행 중 다행이다.

황제에서 쫓겨나 일개 제후에 불과했는데도 이렇게 어마어마한 양의 부장품이 발견된 걸 보면 과연 당시 절대 권력자들의 부유함이 대단했었고, 또 한나라의 경제력도 엄청났던 것 같다.

동전이 무려 200만 개나 묻혀 있었다고 한다.

연호가 새겨져 있지 않은 걸로 보아 망자가 저승가서 쓰라는 의미로 본다.

당시 유통된 동전의 1%에 해당되는 수치라고 하니 이것을 무덤에 부장시킬 수 있는 경제력이 대단하다.

도굴되지 않은 무덤들이 이렇게 많은 역사적 사실들을 전해주니 도굴꾼들에게 파헤쳐진 무덤들이 안타깝다.

그렇지만 이 무덤도 도굴을 시도하다가 수상하게 생각한 경찰에게 잡혀서 비로소 알려진 걸 보면 경제적 동기를 이길 수 있는 경우는 드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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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민음 지식의 정원 서양사편 11
안효상 지음 / 민음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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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의 이 시리즈는 참 재밌고 유익하고 이해하기 쉽다.

겨우 120 페이지 밖에 안 되는 짧은 분량에 어떻게 미국의 역사를 뭉뚱그려 넣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멀리는 베링 해협이 생기기도 전에 인디언들이 순록을 찾아 아메리카로 건너온 시기부터 시작해 세계 1,2 대전을 통해 강대국으로 거듭나기까지 미국의 길지 않은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그리고 재밌게 잘 설명한다.

좋은 필자들만 섭외하는 건지 읽는 책마다 다 재밌고 유익하다.

개척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자신들의 정부를 세우고 세계 최강으로 우뚝 서게 된 과정이 흥미롭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도 흥미진진하다.

에스파냐 본국의 영주제를 이식시킨 남미는 해방 후에도 혼란을 겪고 경제적으로도 뒤쳐진 반면, 자치권을 줬던 영국의 식민지 미국은 공화주의를 바탕으로 독립 후 최고의 국가로 성장했던 점이 중요한 차이가 아닌가 싶다.

전세계의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향한 것은 그 나라가 전통사회의 본국보다 살기 좋을 거라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미국의 성공이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라 그 나라를 떠받치고 있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현대 사회를 이끌어가는 성공적인 이데올로기라는 걸 보여주는 듯하다.


<오류>

22p

1482년 세 척의 배를 몰고 출발한 그는 41일 만에 대서양을 건너 바하마 제도의 한 섬에 도착했다.

-> 콜럼버스가 대항해를 시작한 해는 1482년이 아니라 149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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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왕국의 풍경, 그리고 새로운 시선
이근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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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책 검색하다가 추천마법사에 있길래 문득 궁금해져 다시 읽게 됐다.

2007년에 썼던 리뷰가 있다.

오래 된 책이라 다소 지루한 느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읽었다.

민족주의적 역사관에서 벗어나 동아시아사라는 좀더 넓은 안목으로 역사를 본다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인가 보다.

저자는 삼국사기의 예를 들어, 김부식이 역사서를 편찬한 까닭은 오늘날처럼 실증사학의 관점에서 쓴 것이 아니라, 왕에게 귀감을 보여주기 위해, 즉 교훈을 주기 위해 서술했음을 밝힌다.

쓰는 목적이 감계와 포폄을 위함이었으니 사료비판이 매우 중요하고 고고학적 증거도 반드시 첨부해야 비로소 당시 사회상이 입체적으로 그려질 것 같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민족주의적 역사서술도 학문으로서의 역사라기 보다는, 우리 민족의 찬란한 과거를 밝히고 자부심을 주기 위한 목적은 아닐까?

고대의 영광을 찬양하고 더 나아가 마치 만주를 잃어버린 우리 땅, 수복해야 할 우리의 고토 이런 식으로 묘사하는 책을 보면 결국은 동북공정이나 임나일본부설의 한국 버전이 아닐까 싶다.

사대주의 관점에서 역사서를 썼다는 김부식을 비판할 것도 없이, 우리 역시 근현대사를 자신들의 정치척 이해관계에 맞춰 서술할 뿐 과연 학문적인 입장의 서술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유독 식민지 치하와 해방 이후 역사만 강조하는 정치적 목적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여러 흥미로운 주장들이 많았다.

1) 일본서기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

임나일본부설 등을 이유로 일본서기의 정확성을 의심하면서 정작 백제에서 유교나 불교를 전해준 사건 등은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원하는 결과만 취사선택하는 셈이다.

근초고왕의 영산강 유역 남정 역시 일본서기에만 나오는데 목라근자 등이 일본의 군사를 데리고 와서 남부 경략을 했다고 기록에 있는데도 주체가 백제 왕실이었을 것이다고 편의대로 해석해 버린다.

고고학적 증거로 봐도 백제가 영산강 유역을 정복한 것은 6세기였으리라 생각된다.

한쪽은 기록을 남겼고 한쪽은 당시 기록이 전혀 없으니 고고학적 증거라도 있어야 주장을 할텐데 그마저도 불리한 상황에서 과연 어떤 해석이 맞는 것인지.

고대인들이 과학적 태도로 역사를 연구해서 서술한 것도 아니고 요즘처럼 언론을 통해 정치 상황을 잘 알 수도 없었을테니 어떤 의도로 기술했는지 사료비판은 매우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일관된 태도는 취해야 할 것 같다.


2) 책을 읽으면서 제일 흥미로운 주장이었는데, 백제가 왜에 불교와 오경박사 등을 전해준 것이 양 무제의 영향력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저자는 천자문과 논어를 전해 준 왕인마저 양나라 사람일 수도 있다고 추론한다.

천자문 자체가 양나라 때 처음 간행된 것이므로 왕인은 4세기 사람이 아니라 6세기 사람일 걸로 추정하고, 후손들이 조상의 기원을 멀리 잡기 위해 늘려 놨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이 부분도 좀 이해가 안 가긴 했다.

후손이 그냥 200년을 늘려 버린 걸까?

좀더 실증적인 증거가 필요할 것 같다.

무령왕 당시의 양나라와 문화 교류는 무령왕릉의 전축분을 통해 익히 알려졌다.

양 무제는 50여 년을 재위하면서 주변에 불교와 유학을 널리 전파했고 백제에도 경전박사들이 많이 건너왔는데 일본의 요청에 의해 열도로 건너갔으리라 추정한다.

오경박사들의 성이 고씨, 단씨 등 중국성임을 근거로 든다.

가능성이 있지만 좀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이러니 일본에서도 한반도는 건너 뛰고 중국의 영향만 강조하는 모양이다.


3) 또 흥미로운 것, 무령왕의 아버지 문제

삼국사기에는 무령왕이 개로왕의 아들인 곤지의 손자로 나온다.

일본서기에는 곤지가 개로왕의 형제이고 일본으로 건너갈 때 임신한 형수를 아내로 달라 하여 태어난 이가 무령왕이라 한다.

출생년도 등을 고려할 때 무령왕이 개로왕의 증손이라기 보다는, 아들 쪽이 더 신뢰가 간다.

그런데 임신한 형의 아내를 달라는 건 좀 이상하다.

저자는 무령왕이 곤지의 적자인 동성왕의 배다른 형제라는 다른 기록을 증거로 삼아, 살해당한 동성왕의 뒤를 이어 즉위한 무령왕이 자신의 혈통을 강화시키기 위해 개로왕의 아들이라 자처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모계의 격이 떨어지고 한성백제의 정통인 개로왕의 직계임을 내세워 권위를 높이기 위한 방책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능성 있는 추론 같다.

그렇다면 무령왕은 동성왕과 이복형제이고 곤지의 아들이자 개로왕의 조카인 셈이다.


민족주의적인 관점에 함몰되지 않고 보다 넓은 동아시아적 관점에서 우리 고대사를 바라본 점이 신선했다.

역사가 민족주의를 고취시키기 위한 선동이 아니라 분석하고 평가하는 학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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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 - 지구상 가장 찬란했던 진화와 멸종의 연대기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양병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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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어 보는 과학책이다.

어려울까 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너무 재밌다.

저널리스트를 꿈꿨다는 저자답게 재밌게 글을 쓸 줄 안다고 할까.

지루한 공룡 생활사나 발굴 이야기만 나열하지 않고 자신의 어린 시절과 이 분야의 대가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삽입해서 독자들에게 마치 수필 읽는 느낌을 준다.

공룡도 공룡이지만 고생물학자가 된 저자의 이야기가 더 재밌었다.

미국은 정말 공룡이 대중화 된 모양이다.

마치 우리가 유적 답사 가는 것처럼 공룡 화석 발굴하러 애호가들과 함께 사막으로 떠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 대중들에게 공룡을 강연하러 다니는 학자들이 명성을 얻고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스타라는 사실이 참 신기하다.

칼 세이건이 괜히 유명해진 게 아니었다.

대중적으로 이렇게 과학의 관심도가 높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다.

기자를 꿈꾸던 저자는 그 나이 아이들처럼 공룡에 대한 관심도 대단했는데 폴 세레노라는 유명한 교수의 강연을 따라 다니며 그 사람의 기사를 전부 스크랩 하고 심지어 직접 전화도 하고 이메일도 보내더니 급기야는 그에게 수업을 듣기 위해 진로를 바꿔 시카고 대학 고생물학부에 입학하게 된다.

정말 놀라운 성장기다.

우리나라로 치면 아이돌 따라 다니다 가수가 된 경우인가?

폴 올슨이라는 어린이도 자기가 사는 지역에 공룡 화석들이 발견되자 이 곳을 유적지로 지정하기 위해 닉슨 대통령에게 수차례 편지를 보내 일을 성사키기고 그 역시 유명한 고생물학자가 된다.

미국 어린이들은 정말 진취적이고 사회가 이런 활동들을 지지해 주는 분위기 같다.

학자들 역시 어린이들의 관심을 무시하지 않고 성실하게 대답해 주고 격려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소행성이 충돌해 백악기 단층이 바뀐 이탈리아의 구비오라는 곳을 찾아가기 위해 10대 소년이 직접 그 논문을 발표한 학자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물어보고, 이 분은 또 상세하게 그 곳을 알려주고 훗날 학계에서 다시 만나 그 때 일을 회상한다는 아름다운 스토리!

심지어 이 학자의 아버지는 무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분이다.

미국의 과학 발달이 최첨단에 서 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라는 제목답게 나로서는 놀랄 만한 이야기가 많았다.

1) 가장 놀라운 주장은 공룡의 후손이 곧 새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럼에도 일부 공룡이 깃털을 갖게 되고 새로 진화했다는 정도이지 모든 공룡이 다 깃털 공룡일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공룡은 파충류이므로 비늘이 있지 온혈동물처럼 깃털이라니.

그러고 보면 이제 공룡은 변온동물이 아니라 조류처럼 온혈동물로 생각해야 하는가?

더 신기한 건 날개가 단지 날기위해 진화된 것이 아니라 몸 구조가 생존에 적합하게 발달하다 보니 우연히 날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공룡 이야기에서 가장 핵심적인 그 깃털은 날개를 위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 보온과 과시 목적으로 작용했고 나는 것은 여러 과정에서 정말 우연히 획득한 능력이라고 한다.

공작새의 꼬리처럼 과시 목적의 깃털 달린 공룡이라니!

깃털까지 화석으로 남기 힘들어 그 동안 매우 드물었으나 랴오닝 성에서 엄청나게 많은 깃털 공룡들이 매주 발굴된다고 한다.

매월 새로운 공룡들이 계속 이름을 갖게 된다.

모든 공룡이 다 새로 발전한 것은 아니고 우리가 무섭게 생각하는 수각류, 간단히 말해 이족 보행을 하면서 무시무시한 턱과 이빨을 가진 엄청난 크기의 육식동물, T-rex 같은 애들이 몸집이 작아지더니 어느날 갑자기 새가 된 것이다.

기낭이라고 들숨과 날숨에 다 산소 공급을 할 수 있는 고효율 폐, 즉 기낭이 있고, 뼈는 가벼우며 쇄골이 융합되어 오늘날 새처럼 차골이 생긴다.

사실 공룡이 거대한 크기로 자랄 수 있는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라고 한다.

영화에 나온 것과는 달리 T-rex 는 너무 커서 자동차를 따라잡을 만큼 빠른 속도로 달릴 수가 없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10여 톤에 달하는 엄청난 거구가 치타처럼 시속 100km 로 뛸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인간보다는 훨씬 빨라 16~40km/h 속도로 뛸 수 있었고 이런 상황이라 달려서 잡기 보다는 매복해 있다가 엄청난 두개골로 한방에 박아 버린 후 바나나 길이 정도의 엄청난 이빨로 무려 뼈까지 씹어 버린다고 한다!

먹이감의 뼈에 이빨 자국이 남아 있다니 정말 놀랍다.

뼈를 씹어 먹을 정도의 파괴력이면 과연 지구상 최고의 괴수였던 듯하다.

또 놀라운 것은 이들이 혼자 다니는 게 아니라 집단으로 사냥을 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새처럼 군집 생활을 하고 알을 낳으면 아이들을 양육했다.

그런데 너무 작은 크기로 태어나므로 일정 기간 보호해 주지 않으면 자연계에서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 같긴 하다.

또 재밌는 게 이들은 새처럼 한번에 급속하게 자란다.

조금씩 계속 자라는 게 아니라 급성장을 하는데 이것도 온혈동물의 증거라고 한다.

보통 30년 정도 살았다고 하니 수명도 길다.

이들은 백악기에 활동했으므로 이 때는 이미 남반구와 북반구로 대륙이 갈라진 후라 오늘날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는 이 공룡들을 볼 수 없고 대신 다른 종류의 육식동물들이 등장한다.

티 렉스는 북아메리카와 아시아의 패자였다.


2) 가장 흥미로운 것은 역시 공룡이 왜 멸망했는지다.

내가 어려서 처음 공룡책을 읽을 때만 해도 소행성 충돌설도 있다고 소개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 소행성 충돌은 공룡의 공식적인 멸망 원인으로 정립된 모양이다.

다만 소행성만이 유일한 원인인지 아니면 이미 공룡이 몰락해 가고 있었는데 결정적인 한 방이었는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있나 보다.

소행성 충돌로 70%의 생물종이 멸종했으나 양서류와 거북이나 악어 같은 파충류, 그리고 우리의 조상인 포유류는 살아 남았다.

소행성이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후 핵폭탄 10억개가 터진 것과 맞먹는 엄청난 에너지 분출로 인해 이른바 핵겨울이 왔다.

식물들이 광합성을 못해 죽어가자 초식공룡이 죽고 그 위에 육식공룡도 먹이사슬 파괴로 멸종하고 만다.

반면 수중 생활을 병행하던 양서류나 악어류 등은 호수에 몸을 숨겨 버텼고 포유류도 땅을 파고 들어간다.

새는 하늘로 날아오른다.

덩치가 큰 공룡들은 불바다가 되고 다시 추워진 육지 밖에는 피할 곳이 없었던 것이다.

먹잇감이 없자 포유류는 식물 대신 다른 것들을 먹으면서 버틴다.

잡식성이 생존에 유리했던 것이다.

공룡은 비록 백악기 말에 생존에 실패했으나 이들도 페름기 화산 폭발로 인한 생태계 변화로 전 생물종의 90%가 멸종할 때 잘 살아 남아 텅 빈 지구를 점령하고 1억 5천만년 동안 번성했다.

그러나 백악기 말 소행성 충돌 때는 그 행운이 포유류에게 찾아온 셈이다.

덩치 큰 최상위 포식자들이 사라졌으니 50만 년이 지나 생태계가 정상화 되자 땅 속에 숨어살던 포유류들이 밖으로 나와 전 지구를 채우고 번성하게 된다.

결국 자연 상태의 급격한 변화에 살아 남은 자들이 자손을 이어가는데 이것은 예측하기 힘든 우연과 행운의 기묘한 조합 같다.


어려운 과학책이 아니라 흥미진진하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으로 공룡의 생활사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고, 또 마치 에세이를 읽듯 문장력 자체가 훌륭해 정말 재밌게 읽었다.

번역도 아주 매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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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미술의 미의식에 대하여
이주영 지음 / 미술문화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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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려운 미학서일까 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술술 잘 읽힌다.

뒷부분의 추상주의 개념에 대한 설명은 현학적인 기술이 많아 좀 지루하긴 했다.

그렇지만 소재가 우리에게 친근한 한국 근현대 미술이라 그런지 훨씬 친숙하고 편하게 다가온다.

단점은 역시 도판!

좋은 도판을 싣는다는 게 참 어려운 문제인가 보다.

어둡게 인쇄가 돼서 작품이 갖는 강렬한 색감을 느낄 수 없어 너무 아쉽다.

그렇지만 본문에 언급된 작품들을 가능하면 많이 소개하고 있어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인상주의 화법으로 그린 오지호의 <남향집>이나 임직순의 <모자를 쓴 소녀> 같은 작품들은 색채감이 워낙 밝고 강렬해서 그런지 한 톤 낮춰서 인쇄된 것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김관호의 자화상이나 김인승의 인물 등을 보면 정말 너무 잘 그리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미학적 기쁨을 주는데 그럼에도 세계적인 화가가 못 되는 걸 보면 미술사에 이름을 널리 남긴 이들은 도대체 얼마나 천재들인가 싶다.

성재휴나 이응노, 김기창 등 수묵담채의 추상적인 표현도 참 좋았다.

먹이 갖는 특성을 잘 이용해 형식은 전통적이나 내용은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개성적이고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 본 책에서는 고희동이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이나 실력이 별로라서 귀국 후에도 계속 작품 활동을 못하고 동양화로 돌렸고, 협회의 이권 다툼에 추한 말년을 보냈다고 평가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고희동의 자화상 두 점을 소개하면서 미학적으로 훌륭하고, 특히 일제에 협력하기 싫어 서회협회전에만 출품하고 선전에는 일체 작품을 내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친일 경력이 없음을 높이 평가했다.

사실 자화상만 보면 평범한 감상자의 눈에는 고전적이고 멋지게 느껴진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항상 한복만 고집한 점도 인상적이다.

왜 화단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는지 모르겠다.


항상 추상에 대해 모호하기만 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이해가 됐다.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무언가를 끌어내려는 시도, 형태가 아닌 선과 색채의 순수조형요소에서 실존에 대한 정서적 환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곧 추상회화가 아닌가 싶다.

플라톤이 말하는 이데이인가?

감각 저 너머의 실존적인 것, 작품을 보고 그것을 떠올리는 것은 관람객의 몫인데 보통 형상이 표현된 구상회화에서 정서적 환기는 훨씬 쉬우니, 60년대의 앵포르멜 운동이나 모노 크롬 회화가 관념성에 치우쳐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는 비판도 이해가 된다.

예술의 본질은 어떤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정서의 환기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뒷부분에서 설명하는 비판적 리얼리즘, 간단히 말해 민중회화는 너무나 직설적이고 주장을 독자에게 강요하는 느낌이라 미학적 기쁨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쉽게 말해 너무 노골적이고 주제의식이 선명하여 마치 그림이 서사의 하위 개념인 것 같다.

민중회화를 이렇게 공들여 설명한 책은 못 본 것 같아 의미있게 읽기는 했으나 수단으로서의 회화는 매력적이지가 않다.

관람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겨 둬야지 선명한 주장으로서의 회화는 불편하다.


책의 주제인 한국적 미의식에 대해 저자는 자연합일을 꼽는다.

자연을 극복하는 것이 서양회화라면 한국인은 자연 속에서 하나가 되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미감을 추구한다.

간단히 말해 기교보다는 무기교 무장식 소박미의 달항아리를 떠올리면 될 것 같다.

화려한 찻잔보다 이도 다완을 최고로 치는 일본의 경우도 비슷할 듯하다.

야나기 무네요시가 말하는 조선미와 일맥상통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엄격한 비례미의 기하학적 추상보다는 정서적 환기를 일으키는 서정적 추상이 대세를 이룬다.

김환기의 작품을 보면 한국적 미가 무엇인지 금방 느껴진다.

형상이 있는 반추상이 아니라 완전 기하학적 추상을 추구한 유영국의 산 시리즈를 봐도 확실히 차가운 서양 추상과는 다른 느낌이다.


궁금하면 바로 미술관으로 달려가서 직접 작품을 볼 수 있는 우리 회화들을 대상으로 한 미학서라 훨씬 실감나고 편안하게 다가왔다.

근현대 우리 회화에 대한 책들이 더 많이 나와 감상하는 기쁨을 많이 누렸으면 좋겠다.

난 추상은 잘 모르기도 하고 관심이 적었는데,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 정규 전시회를 보고 색다른 감동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책에서 보고 말로 설명하는 것과 직접 작품을 대면했을 때 받는 감정의 고양은 또다른 것 같다.

가급적 많은 작품들을 직접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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