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 - 지구상 가장 찬란했던 진화와 멸종의 연대기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양병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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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어 보는 과학책이다.

어려울까 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너무 재밌다.

저널리스트를 꿈꿨다는 저자답게 재밌게 글을 쓸 줄 안다고 할까.

지루한 공룡 생활사나 발굴 이야기만 나열하지 않고 자신의 어린 시절과 이 분야의 대가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삽입해서 독자들에게 마치 수필 읽는 느낌을 준다.

공룡도 공룡이지만 고생물학자가 된 저자의 이야기가 더 재밌었다.

미국은 정말 공룡이 대중화 된 모양이다.

마치 우리가 유적 답사 가는 것처럼 공룡 화석 발굴하러 애호가들과 함께 사막으로 떠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 대중들에게 공룡을 강연하러 다니는 학자들이 명성을 얻고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스타라는 사실이 참 신기하다.

칼 세이건이 괜히 유명해진 게 아니었다.

대중적으로 이렇게 과학의 관심도가 높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다.

기자를 꿈꾸던 저자는 그 나이 아이들처럼 공룡에 대한 관심도 대단했는데 폴 세레노라는 유명한 교수의 강연을 따라 다니며 그 사람의 기사를 전부 스크랩 하고 심지어 직접 전화도 하고 이메일도 보내더니 급기야는 그에게 수업을 듣기 위해 진로를 바꿔 시카고 대학 고생물학부에 입학하게 된다.

정말 놀라운 성장기다.

우리나라로 치면 아이돌 따라 다니다 가수가 된 경우인가?

폴 올슨이라는 어린이도 자기가 사는 지역에 공룡 화석들이 발견되자 이 곳을 유적지로 지정하기 위해 닉슨 대통령에게 수차례 편지를 보내 일을 성사키기고 그 역시 유명한 고생물학자가 된다.

미국 어린이들은 정말 진취적이고 사회가 이런 활동들을 지지해 주는 분위기 같다.

학자들 역시 어린이들의 관심을 무시하지 않고 성실하게 대답해 주고 격려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소행성이 충돌해 백악기 단층이 바뀐 이탈리아의 구비오라는 곳을 찾아가기 위해 10대 소년이 직접 그 논문을 발표한 학자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물어보고, 이 분은 또 상세하게 그 곳을 알려주고 훗날 학계에서 다시 만나 그 때 일을 회상한다는 아름다운 스토리!

심지어 이 학자의 아버지는 무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분이다.

미국의 과학 발달이 최첨단에 서 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라는 제목답게 나로서는 놀랄 만한 이야기가 많았다.

1) 가장 놀라운 주장은 공룡의 후손이 곧 새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럼에도 일부 공룡이 깃털을 갖게 되고 새로 진화했다는 정도이지 모든 공룡이 다 깃털 공룡일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공룡은 파충류이므로 비늘이 있지 온혈동물처럼 깃털이라니.

그러고 보면 이제 공룡은 변온동물이 아니라 조류처럼 온혈동물로 생각해야 하는가?

더 신기한 건 날개가 단지 날기위해 진화된 것이 아니라 몸 구조가 생존에 적합하게 발달하다 보니 우연히 날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공룡 이야기에서 가장 핵심적인 그 깃털은 날개를 위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 보온과 과시 목적으로 작용했고 나는 것은 여러 과정에서 정말 우연히 획득한 능력이라고 한다.

공작새의 꼬리처럼 과시 목적의 깃털 달린 공룡이라니!

깃털까지 화석으로 남기 힘들어 그 동안 매우 드물었으나 랴오닝 성에서 엄청나게 많은 깃털 공룡들이 매주 발굴된다고 한다.

매월 새로운 공룡들이 계속 이름을 갖게 된다.

모든 공룡이 다 새로 발전한 것은 아니고 우리가 무섭게 생각하는 수각류, 간단히 말해 이족 보행을 하면서 무시무시한 턱과 이빨을 가진 엄청난 크기의 육식동물, T-rex 같은 애들이 몸집이 작아지더니 어느날 갑자기 새가 된 것이다.

기낭이라고 들숨과 날숨에 다 산소 공급을 할 수 있는 고효율 폐, 즉 기낭이 있고, 뼈는 가벼우며 쇄골이 융합되어 오늘날 새처럼 차골이 생긴다.

사실 공룡이 거대한 크기로 자랄 수 있는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라고 한다.

영화에 나온 것과는 달리 T-rex 는 너무 커서 자동차를 따라잡을 만큼 빠른 속도로 달릴 수가 없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10여 톤에 달하는 엄청난 거구가 치타처럼 시속 100km 로 뛸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인간보다는 훨씬 빨라 16~40km/h 속도로 뛸 수 있었고 이런 상황이라 달려서 잡기 보다는 매복해 있다가 엄청난 두개골로 한방에 박아 버린 후 바나나 길이 정도의 엄청난 이빨로 무려 뼈까지 씹어 버린다고 한다!

먹이감의 뼈에 이빨 자국이 남아 있다니 정말 놀랍다.

뼈를 씹어 먹을 정도의 파괴력이면 과연 지구상 최고의 괴수였던 듯하다.

또 놀라운 것은 이들이 혼자 다니는 게 아니라 집단으로 사냥을 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새처럼 군집 생활을 하고 알을 낳으면 아이들을 양육했다.

그런데 너무 작은 크기로 태어나므로 일정 기간 보호해 주지 않으면 자연계에서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 같긴 하다.

또 재밌는 게 이들은 새처럼 한번에 급속하게 자란다.

조금씩 계속 자라는 게 아니라 급성장을 하는데 이것도 온혈동물의 증거라고 한다.

보통 30년 정도 살았다고 하니 수명도 길다.

이들은 백악기에 활동했으므로 이 때는 이미 남반구와 북반구로 대륙이 갈라진 후라 오늘날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는 이 공룡들을 볼 수 없고 대신 다른 종류의 육식동물들이 등장한다.

티 렉스는 북아메리카와 아시아의 패자였다.


2) 가장 흥미로운 것은 역시 공룡이 왜 멸망했는지다.

내가 어려서 처음 공룡책을 읽을 때만 해도 소행성 충돌설도 있다고 소개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 소행성 충돌은 공룡의 공식적인 멸망 원인으로 정립된 모양이다.

다만 소행성만이 유일한 원인인지 아니면 이미 공룡이 몰락해 가고 있었는데 결정적인 한 방이었는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있나 보다.

소행성 충돌로 70%의 생물종이 멸종했으나 양서류와 거북이나 악어 같은 파충류, 그리고 우리의 조상인 포유류는 살아 남았다.

소행성이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후 핵폭탄 10억개가 터진 것과 맞먹는 엄청난 에너지 분출로 인해 이른바 핵겨울이 왔다.

식물들이 광합성을 못해 죽어가자 초식공룡이 죽고 그 위에 육식공룡도 먹이사슬 파괴로 멸종하고 만다.

반면 수중 생활을 병행하던 양서류나 악어류 등은 호수에 몸을 숨겨 버텼고 포유류도 땅을 파고 들어간다.

새는 하늘로 날아오른다.

덩치가 큰 공룡들은 불바다가 되고 다시 추워진 육지 밖에는 피할 곳이 없었던 것이다.

먹잇감이 없자 포유류는 식물 대신 다른 것들을 먹으면서 버틴다.

잡식성이 생존에 유리했던 것이다.

공룡은 비록 백악기 말에 생존에 실패했으나 이들도 페름기 화산 폭발로 인한 생태계 변화로 전 생물종의 90%가 멸종할 때 잘 살아 남아 텅 빈 지구를 점령하고 1억 5천만년 동안 번성했다.

그러나 백악기 말 소행성 충돌 때는 그 행운이 포유류에게 찾아온 셈이다.

덩치 큰 최상위 포식자들이 사라졌으니 50만 년이 지나 생태계가 정상화 되자 땅 속에 숨어살던 포유류들이 밖으로 나와 전 지구를 채우고 번성하게 된다.

결국 자연 상태의 급격한 변화에 살아 남은 자들이 자손을 이어가는데 이것은 예측하기 힘든 우연과 행운의 기묘한 조합 같다.


어려운 과학책이 아니라 흥미진진하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으로 공룡의 생활사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고, 또 마치 에세이를 읽듯 문장력 자체가 훌륭해 정말 재밌게 읽었다.

번역도 아주 매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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