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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 사회 귀족의 나라에서 아웃사이더로 살기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홍세화의 전작,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와 '쎄느강은 동서를 가르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를 인상 깊게 본 나는 그의 나머지 작품들도 몹시 읽고 싶었었다

어찌어찌 해서 미뤄 오다가 최근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음, 솔직히 과히 즐겁지는 않았다

그가 제기하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에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뭐랄까 전작에서 이미 충분히 써 먹은 얘기들의 재탕으로 느껴진가는 게 문제였다

한국 사회 기득권층의 보수성 내지는 수구성에 충분히 동의하고 있지만, 주장이나 논거가 감정적이고 논리정연한 맛이 없어 참신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좀 더 세련되고 시원한 문체를 기대하는 건 무리한 욕심일까?

내공이 떨어진 듯한 느낌을 준다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읽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세련된 필체의 비판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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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 - 바로크 시대의 네덜란드 정물화, 아르테마 003
최정은 지음 / 한길아트 / 2000년 7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저자의 해박하고 지적인 감상 솜씨에 감탄해 정신을 못차렸다

나도 저자처럼 지적이고 우아하게 그림을 분석하고 감상할 수 있는 교양있는 여자가 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에 시달렸을 정도

그렇지만 몇 가지 문제점도 있는 책이다

일단 내용이 지나치게 세밀하다

17-18세기 네덜란드 정물화가 갖는 상징성에 대해 책 한 권에 걸쳐 논하다 보니 자세하기 그지 없고, 어쩔 수 없이 지루해진다

차라리 네덜란드 전 그림을 상대로 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처음에는 그림 속 사물이 주는 상징을 깨우쳐 가는 재미에 감탄하며 책을 읽었는데, 여러 장에서 반복되다 보니 억지스럽고 그림을 지나치게 '해석'하는데 중점을 두는 느낌이 들어 불편했다

어느 정도 그림이 주는 상징성에 대해 안 상태로 감상하는 건 좋은데, 본말이 전도되어 그림이 주는 느낌은 완전히 차치하고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만 주력하는 듯 해서 읽는 게 부담스러웠다

작가는 물론 전공이기 때문이겠지만, 모든 그림의 소품 하나하나를 다 분석한다

이 분석대로라면 저자는 화가의 머릿속을 완전히 꿰뚫고 있는 것 같다

난 정말 모든 화가들이 정물화나 풍경화에 등장하는 사물들에게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해 그렸는지 의심이 된다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되어있는 상징도 있겠지만, 정말 모든 소품들이 다 이렇게 거창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정말 의심스럽다

그림의 도판도 마음에 안 든다

저자가 얘기하는 소품들의 상징성에 대해 제대로 보려면 그림이 좀 커야 하는데 한 면도 아니고 윗쪽에 그림을 배치하고 아래 절반은 설명하는 식이라 제대로 보기가 어려웠다

책 싸이즈를 키우고 전면에 그림을 배치한 후 뒷장에서 설명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나에게 지적 쇼크를 많이 줬다

다소 내용이 어렵고 현학적이지만 서양화를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정답을 제시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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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의학의 만남 - 법의학자 문국진이 들려주는 명화 속 삶과 죽음 명화 속 이야기 3
문국진 지음 / 예담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자기 분야가 아닌 쪽의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느끼게 한 책이다

한번에 눈길을 확 끄는 제목이나, 깔끔하고 선명한 도판 상태와는 다르게 그림에 대한 감상 실력이 아마추어 수준을 못 벗어난다

해석이 내 수준이나 비슷하다고 느껴질 정도

의사가 그림을 분석한다는 건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보다

그래도 의학적인 관점에서 명화를 보는 시도는 신선하다

특히 형벌의 잔인함을 그린 그림에 대한 해부학적인 해석은 유용했다

차라리 미술 전문가와 저자 같은 법의학자가 같이 글을 썼더라면 훨씬 좋은 분석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편하게 읽을 수는 있는 책이다

내용은 제목이 주는 신선함과는 다르게 너무 '평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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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 살림지식총서 25
양운덕 지음 / 살림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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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책 참 어렵습니다

100페이지도 안 되는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입문서에 지나지 않는데도 워낙 푸코라는 철학자의 내면이 깊어서인지 쉽게 읽히지가 않습니다

자 들고 밑줄 그으면서 두 번 정독했더랍니다

그렇지만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책값도 겨우 3300원에 불과합니다

3300원, 스타벅스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놀라운 가격에 이 정도의 지적 교양과 흥미를 얻을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죠

서점 가서 마땅히 고를만한 책이 없거들랑 (혹은 저처럼 사고 싶은 책은 많은데 주머니 사정이 딸리거들랑) 과감하게 살림 총서 시리즈 중 하나를 집어 드십시오

모든 책값은 3300원이고, 이렇게 어려운 일부 책을 제외하고는 서점 옆 커피숖에 앉아 한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가벼운 분량입니다

그렇지만 그 깊이는 가격이나 시간에 비해 대단히 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근대인은 흔히 생각하듯 이성적인 사고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규율에 의해 길들여졌다는 게 푸코의 주장입니다

심지어 성에 대한 담론이 활발한 오늘날, 권력은 담론을 활발하게 펼치도록 유도한 후, 바람직한 방향마저 미리 제시함으로써 개인의 가장 은밀한 부분인 '성'마저도 권력의 통제 아래 둔다고 했습니다

전 이 부분 읽으면서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국가가 성을 억압한다면 도대체 왜 매춘은 고대로부터 늘 존재해 온 것인가에 대한 제 오랜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국가, 즉 권력은 개인의 성을 마치 사회의 문제인 양 표면으로 끌러 올려 끊임없이 토론하게 만든 후 그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가하고 있었던 거죠

성을 까발리는 것만이 성해방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몰지각한 이론을 시원하게 반격할 만한 내용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우리가 어떻게 미시 권력에 의해 세심하게 길들여져 왔는지의 과정이 정말 치밀하고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꼭 한 번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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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 자신 있게 보기 2 - 알찬 이론에서 행복한 감상까지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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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본절판


정말 좋은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이 책의 미덕은 수준 높은 얘기를 쉽게 풀어 썼다는 점과, 놀랄만큼 풍부하고 깨끗한 인쇄 상태의 그림들입니다

책 크기를 보면 아시겠지만 일반 책 싸이즈 보다 크기 때문에 그림 감상하는 게 훨씬 좋습니다

그림도 정말 정말 많구요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소장할 가치가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는 애가 미대 다니는데 두 권 모두 교과서로 지정되서 무조건 읽어야 한다는군요

서양 미술사의 발달사에 대해 친절하게 잘 쓰여졌습니다

아쉬운 게 있다면 서양 미술사라는 넓고도 긴 강을 책 두 권에 다 품으려고 했다는, 어쩔 수 없는 태생적 한계죠

각 유파에 대한 설명이 지면 문제상 부족할 수 밖에 없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는 문제없습니다

상당히 수준 높은 얘기들인데도 참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두 권을 모두 살 형편이 안 된다면 2권을 사라고 권하고 싶네요

1권은 서양화의 기법에 대해 쓰여졌고, 2권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상파나 야수파 등등 유파에 대한 설명이라 아무래도 2권이 더 친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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