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 - 바로크 시대의 네덜란드 정물화, 아르테마 003
최정은 지음 / 한길아트 / 2000년 7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저자의 해박하고 지적인 감상 솜씨에 감탄해 정신을 못차렸다

나도 저자처럼 지적이고 우아하게 그림을 분석하고 감상할 수 있는 교양있는 여자가 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에 시달렸을 정도

그렇지만 몇 가지 문제점도 있는 책이다

일단 내용이 지나치게 세밀하다

17-18세기 네덜란드 정물화가 갖는 상징성에 대해 책 한 권에 걸쳐 논하다 보니 자세하기 그지 없고, 어쩔 수 없이 지루해진다

차라리 네덜란드 전 그림을 상대로 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처음에는 그림 속 사물이 주는 상징을 깨우쳐 가는 재미에 감탄하며 책을 읽었는데, 여러 장에서 반복되다 보니 억지스럽고 그림을 지나치게 '해석'하는데 중점을 두는 느낌이 들어 불편했다

어느 정도 그림이 주는 상징성에 대해 안 상태로 감상하는 건 좋은데, 본말이 전도되어 그림이 주는 느낌은 완전히 차치하고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만 주력하는 듯 해서 읽는 게 부담스러웠다

작가는 물론 전공이기 때문이겠지만, 모든 그림의 소품 하나하나를 다 분석한다

이 분석대로라면 저자는 화가의 머릿속을 완전히 꿰뚫고 있는 것 같다

난 정말 모든 화가들이 정물화나 풍경화에 등장하는 사물들에게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해 그렸는지 의심이 된다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되어있는 상징도 있겠지만, 정말 모든 소품들이 다 이렇게 거창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정말 의심스럽다

그림의 도판도 마음에 안 든다

저자가 얘기하는 소품들의 상징성에 대해 제대로 보려면 그림이 좀 커야 하는데 한 면도 아니고 윗쪽에 그림을 배치하고 아래 절반은 설명하는 식이라 제대로 보기가 어려웠다

책 싸이즈를 키우고 전면에 그림을 배치한 후 뒷장에서 설명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나에게 지적 쇼크를 많이 줬다

다소 내용이 어렵고 현학적이지만 서양화를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정답을 제시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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