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 살아있는 조선의 풍경 조선시대 생활사 3
한국고문서학회 엮음 / 역사비평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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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가 풍부한 자료들은 근거가 확실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즉 막연한 추론이 아니기 때문에 믿음이 가지만,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쉽게 읽히지가 않는다

독자 입장에서는 간단명료하게 정리된 주장을 원하기 때문이다

한국고문서학회라는 저자명에서부터 벌써 전문적인 냄새가 풍긴다

첫부분인 옷에 관한 내용은 자세히 읽었으나 뒤로 갈수록 가독률이 떨어져 마지막 부분인 주거에 관한 내용은 대충 읽었다

너무 자세하고 모르는 내용이 많아 제대로 읽기가 힘들었다

음식에 관한 부분도 한자가 많아서 읽기 힘들었다

임용한처럼 독자들이 읽기 편하게 풀어 써 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덕일이 잘 팔리는 이유도 자기 주장을 강력하게 그러나 쉬운 언어로 쓰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쉽게 어필이 되는 것 같다

 

대체적으로 다 아는 내용이긴 하다

옷에 관한 내용이 새롭다

도포는 양반, 중인은 철릭, 상민은 저고리나 창옷을 입었다고 하고 술은 중인 이상만 두르는 신분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맨살을 드러내는 것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했던 것 같다

기왕이면 사진이 많이 첨부되면 좋았을 것 같다

책값이 많이 올라가겠지만 말이다

 

온돌은 조선 후기에 완성된 난방양식이라고 한다

하긴 땔나무 때문에라도 쉽게 보급되기는 어려웠을 듯 하다

그러나 좌식 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공기만 덥히는 서양식 난방은 어울리지 않으니 온돌의 발달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덕분에 온 나라의 산이 민둥산으로 변했지만 말이다

명종대까지도 임금이 침상에서 잤다니, 새로운 발견이다

 

조선시대 미인도를 보면 짧은 저고리가 꽤 관능적임을 알 수 있다

섹시함의 표시로 아마 요즘의 미니스커트처럼 저고리가 짧아진 듯 하다

다리를 드러낼 수는 없고, 대신 저고리를 짧게 해 상반신을 노출시킨 것 같다

서양에서도 가슴이 파인 드레스가 나왔듯 조선 후기에도 가슴을 노출시킨 것 같다

가체도 유행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복식의 규정이 워낙 까다롭고 노출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그나마 머리 장식으로라도 개성을 표출하고 싶었을 것이다

연산군은 사치를 조장한 유일한 임금이라고 하는데, 요즘 말로 하자면 미에 대한 감각이 뛰어났을 것 같다

 

밥을 중요시 한 이유가 밥 말고는 먹을 게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소 충격적이다

요즘은 쌀 소비가 적어서 걱정일 정도로 흰쌀밥만 먹는 경우가 드문데 불과 몇 십년 전까지는 밥 말고는 먹을 게 없었다니, 녹색혁명이란 말이 왜 나왔는지 알 만 하다

조선 사람은 대식가라고 하는데 서양 사람처럼 비만은 드물었던 걸 보면 쭉 잘 먹지 않아서인가?

아니면 탄수화물에 비해 지방 섭취가 적기 때문이었을까?

참외가 점심으로 쓰일 정도로 일반적으로 많이 소비됐던 것도 새롭다

 

양반의 일상사에 국한되지 않고 상민층에까지 연구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점수를 줄 만 하다

다만 근거를 밝히느라 연구 과정을 세세하게 소개하다 보니 쉽게 읽히지 않는 단점도 있다

이런 책은 절대 많이 팔릴 수가 없다

아마 독자층도 전공 학생들로 잡지 않았을까 싶다

조선시대 왕자나 공주들의 일상사를 연구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조선 왕들의 가계도를 분석한 책이 나와 있긴 한데 사료만 쭉 나열한 것이라 재미가 없다

대중적으로 시도해 보면 어떨까?

특히 공주들의 삶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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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6-08-0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그렇습니다^^
책은 좀 지루하긴 하지만 다른 글의 원전으로 인용해도 좋을 만큼 꼼꼼하게 사료를 잘 챙기고 있어요
 
유럽음악축제 순례기
박종호 지음 / 한길아트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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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인 박종호씨의 두번째 책

역시 수준이 있다

재밌게 잘 읽었다

매년 유럽으로 축제를 구경갈 수 있는 그 재력과 열정, 그리고 여유가 부럽다

사람이 태어나서 뭔가 목표를 정하고 거기에 매진하고 일정한 성과를 거둔다면 정말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싶다

남들 눈에는 아무리 하찮게 보여도 내가 만족한다면 더 바랄 게 있을까...

물론 다른 사람의 인정도 받을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남들이 인정해 주는 일은 경쟁이 치열한 법이고, 그래서 쉽게 얻을 수 없고 포기해야 할 것도 많다

박종호씨는 굉장히 교양있고 우아하고 차분한 성격일 것 같다

아내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일단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이 된다고 생각한다

책 좋아하는 사람과는 또다른 종류의 인간일 것 같다

 

유럽의 축제 문화를 생각하면, 우리나라 지방 축제 수준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언제쯤 우리도 그런 수준있는 축제를 열 수 있을까!

클래식을 테마로 삼아 축제를 열 정도라면 유럽의 클래식 수준이 얼마나 높고 또 일반화 되어 있는지 알 만 하다

기껏해야 우리나라는 홍길동이네 나비네 대나무네 하면서 급조한 것들 뿐인데, 역사의 면면에 흐르는 클래식을 테마로 잡아 외국인들을 끌어 들일 정도로 수준있는 축제를 개최하는 그들이 정말 부럽다

역시 대한민국은 문화 면에서는 아직도 한참 먼 것인가...

클래식을 처음 들을 때는 잘 몰랐는데, 이것도 콘서트처럼 직접 가서 보면 감동이 더욱 커진다는 걸 알았다

동영상으로만 봐도 흥분되는데, 직접 현장에 있다면 얼마나 가슴 떨릴까!

축제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하다못해 클래식 연주회라도 다니고 싶다

언제나 시간이 없고 바쁘다는 핑계로 한번도 제대로 가 본 적이 없다

데이트를 연주회장에서 할 수 있는 커플은 얼마나 행복할까!

 

글도 참 잘 쓰고 오버하지 않고 감정을 절제해서 표현하기 때문에 읽기가 참 편하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 좋아하는 사람보다 훨씬 더 열려 있고 매력적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책 좋아하는 사람은 편협하고 외凉痔隔?꽉 막히고 자기 주장이 센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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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소설 속 역사 여행 - 개정증보판
신병주.노대환 지음 / 돌베개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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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것 보다 한참 못미친다

뻔히 알고 있는 내용의 반복이 주류다

혹시 작가가 기자나 아마추어 작가 아닌지 의심스러워 저자 약력까지 살펴봤다

왜 이렇게 밖에 못 쓸까?

성의 부족으로 보인다

 

어렸을 때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하던 박씨전이나 임경업전, 전우치전 같은 소설을 다시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심청전을 조선시대 맹인들의 삶과 연결한다거나, 흥부전을 장자상속제와 연결시킨 부분은 참신했다

사회보장제도가 전무했을 조선시대에 장애인, 특히 앞을 못 보는 소경들이 얼마나 살기가 팍팍했을지 짐작이 간다

다행히 동네 사람들이 자체 공동체를 이루어 상부상조 했던 것 같다

국가가 안 해 주니 자기들끼리 돕는 것이다

그래서 공동체의 내부 규약이나 제재도 심했던 것 같다

 

의병이 실제로 별 도움이 안 됐는 점은 상당히 의외다

하긴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조선은 문인의 나라고 양반들은 아마 의병 모집하면서 처음으로 칼을 잡아 봤을 것이다

백성들 역시 군사 훈련이 전혀 안 된 상태니, 민병대라고 하지만 총도 없는 상황에서 퍽이나 고생스러웠을 것 같다

의병이 상징적인 의미만 크고 실전에서 전투력은 떨어졌기 때문에 선조 역시 그들을 전후에 제압할 수 있었으리라

조선이 임진왜란을 겪고도 무너지지 않은 걸 보면 상당히 통치체제가 튼튼했던 걸 알 수 있다

 

효가 조선의 권력 이데올로기였음을 다시 확인했다

단순한 명분론이 아니라, 부모에 대한 복종이 생사여탈에 관여될 정도로 중요하게 치부됐으니 도덕 따위의 관념론을 들이대지 않아도 누구나 당연히 법을 지키듯 효를 실천했던 것 같다

정조는 살인 사건을 다루면서, 예교와 법치의 적용을 놓고 고민하다가 예교의 손을 들어 준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것 같지만 확실히 조선은 현대의 법치국가와는 개념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역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인물은 혜경궁 홍씨다

당시 격변하는 정치적 상황도 제대로 꿰뚫고 친정을 옹호하는 글을 임금에게 바칠 정도로 정치에도 해박했던 것 같다

81세에 죽었으니 천수를 다 누린 셈이다

사도세자가 죽지 않고 임금이 됐다면, 혹은 정조가 큰아버지의 양자가 되지 않고 그대로 사도세자의 아들로 남아 있었다면 그녀는 대비가 되서 비록 친정이 몰락했더라도 왕실에서 최고 어른으로 위엄을 지킬 수 있었을텐데 참 안타깝다

열 살이나 어린 시어머니, 더구나 자신의 남편과 친정을 죽인 정순왕후를 모시고 수렴청정까지 받아야 했으니 그 고초가 얼마나 심했을까!!
정순왕후가 죽은 후 순조의 할머니로 왕실 최고의 어른이긴 하나, 대비가 아니라 혜경궁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처지가 많이 어려웠을 것 같다

붉은 왕세자빈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허균에 대해 관심이 생긴다

아마 조선시대 최고의 자유인이었을 것 같다

광해군 말년에 사형당한 것이 참 안타깝다

그러나 성향으로 봤을 때 인조반정이 났어도 목숨 부지하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

재밌는 것은, 자유분방한 지식인이긴 하나 역시 허균도 체재 안의 유학자라는 사실이다

홍길동전을 보면 아버지가 죽자 3년상을 치른 후 거사를 도모하는 장면이 나온다

유교적 가치관을 부정한다는 것은 아마 상상도 못할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정조 때 윤지충이 부모의 신주를 태운 일이 얼마나 엄청난 일이었겠는가?

 

박지원의 허생전을 보면 매점매석에 대해 나오는데, 아마 박지원이 상업에 대해 실제적인 것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막연히 관념적으로 쓴 글이라는 걸 알게 됐다

당시는 이미 청이나 일본과의 무역이 성행했고 국내 상업도 상당히 번성해 거부가 나올 정도였으니 허생 같은 백면서생이 함부로 매점매석을 하려 들면 기존 상인들이 가만이 안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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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노예
로버트 라이시 지음, 오성호 옮김 / 김영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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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제에 관한 책을 읽으면 정말 막막해지는 기분이다

무한경쟁이 너무 무섭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충분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장 지금 쓰는 인터넷만 해도 그렇다

이렇게 싼 가격에 아무 제한없이 쓰고 있으니 말이다

1G 메모리가 몇 달 전에 5만원이었는데 지금은 겨우 3만원에 불과하다

단 몇 달 사이에 가격은 형편없이 다운됐고 이제 사람들은 2G 메모리도 부담없이 구입한다

노트북은 또 어떤가?

아무리 싸도 200만원 정도는 지불해야 했던 노트북이, 요즘 가장 저렴한 하씨 노트북은 겨우 60만원에 불과하다

1/3 수준으로 몇 년 사이에 확 폭락하고 말았다

이게 바로 기술의 진보고 혁신이다

이런 혜택은 누리면서 생산자로서 댓가는 지불하려 들지 않는다면 완전히 도둑 심보 아닌가?

 

기회의 균등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무한경쟁은 더욱 가열되는 것 같다

옛날에는 대학만 들어가면 취직 걱정은 안 해도 됐기 때문에 먹고 노는 대학생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누구나 대학에 간다

대학 나온 게 특권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을 위해 또 경쟁 체제에 접어 들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옛날에 대학 들어간 사람들은 대학에 못 간 사람들에 비해 엄청난 특권을 누렸고 대학이라는 좁은 문을 좀 빨리 들어갔을 뿐이다

이제 대학은 넓은 문이 됐고 직장이 좁은 문이 되가고 있다

능력이 좀 못한 사람에게도 비교적 고르게 문이 열렸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잘 된 거 아닐까?

 

정보가 넘쳐 나기 때문에 오히려 고용주들은 믿을만한 인맥이 추천하는 지원자만 만나 보고 싶어 한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언제 그 많은 지원서들을 일일이 검토하겠는가?

내가 생각해도 신뢰할 만한 사람이 추천한 후보 몇을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고르겠다

그래서 미국 사회는 추천장이 중요한 모양이다

우리나라의 인맥과는 조금 다른 의미 같다

우리나라는 지연과 학연,혈연 등을 배경으로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서 봐주는 식으로 취직을 시키는데 비해, 미국은 진짜 필요에 의해서 추천제도를 이용한다는 느낌이 든다

추천하는 사람은 곧 자신의 명예를 걸고 추천하는 것이니 단순한 봐주기식 낙하산 인사는 어려울 것 같다

 

심각한 문제다

어떻게 하면 인맥을 넓힐 수 있을까?

명문대가 중요한 이유는, 졸업장 자체 보다는 인맥 형성에 있다는 저자의 분석에 탄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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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방 - 우리 시대 대표 작가 6인의 책과 서재 이야기
박래부 지음, 안희원 그림, 박신우 사진 / 서해문집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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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치에 미치는, 그보다 조금 더 좋은 그런 책이었다

사진도 너무 예쁘고 무엇보다 저자의 글솜씨가 읽어줄만 하고, 책을 내는 나름대로 서브 작가는 되는지라, 무조건적으로 인터뷰이들을 찬양하지도 않고 적당히 관찰자적인 시점으로 평하는 게 부담없어서 좋았다

지승호 인터뷰는 꼼꼼해서 좋긴 한데, 역시 인터뷰이들에 비해 사회적 위치가 현저히 딸리는지라 강의듣는 학생처럼 경탄하면서 인터뷰하는 게 마음에 안 든다

반대 이론 같은 건 있을 수도 없고 감히 자기 위치에서 인터뷰이 말을 이러쿵 저러쿵 평론할 수 없다는 느낌을 준다

역시 책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건 작가의 글솜씨다

 

이문열의 서재가 가장 궁금했다

그 다음은 공지영

나머지 작가는 관심이 별로 없어서인지 그냥 그랬다

읽고 나니 여섯 명 다 좋았다

일단 인터뷰이 수를 적게 잡은 게 좋았다

꼼꼼하게 관찰하고 적당한 분량을 할애할 수 있어서 내용에 충실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남자 여자 셋 씩 비율을 맞추고 김용택 시인 같은 지방 출신에게도 한 자리 준 것도 균형적으로 보인다

얼마나 멋진 시도인가!

작가의 서재를 구경시켜 주다니!!

사진도 참 예쁘게 잘 찍었다

일러스트레이션 자체는 사실 별로 의미가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책 분위기를 밝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

 

한 가지 더 바란다면, 이런 유명 작가들 말고 순수한 독서인들, 아마추어 책벌레들, 성실한 책 소비자들의 서재를 취재해 보면 어떨까 싶다

일반인이 어렵다면 표정훈 같은 책 칼럼니스트들은 어떨까?

책 팔아서 밥을 충분하게 많이 먹고 살 수 있는 이 위대한 작가들은, 솔직히 너무 대단하게 느껴져 감히 비교 선상에 세울 수가 없어서다

내 눈에는 그들이 일단 전업 작가이고, 그냥 작가도 아닌 대중에게 팔리는 본격문학 작가라는 점에서 우러러 보일 정도다

그래서 그들의 서재가 무척이나 부러우면서도 감히 따라 할 엄두가 안 난다

평범한 소비자에 불과한 나 같은 사람이 수천 권의 책을 꽂은 서재와 작업실을 가져도 될지, 스스로 용납이 잘 안 되는 까닭이다

너보다 더 대단한 놈들도 많으니까 걱정말고 책에다 돈 쏟아 부어도 된다고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책벌레들, 책과 전혀 상관없는 직업을 가진 생활인들의 서재를 취재한 책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처럼 한 대여섯 명으로 제한해서 말이다

 

공지영은 책이 오락이라고 했다

그녀도 나처럼 모든 의문점의 해답을 책에서 찾는다

요리가 하고 싶으면 먼저 요리책부터 사고, 자녀교육에 문제가 생기면 자녀교육 책부터 주문한다는 그녀의 쾌활한 답변에 얼마나 공감이 가던지!!

노동운동 팔아서 부자됐다는 비난만큼, 그녀의 서재는 가장 화려해 보였다

심하게 화려한 건 아니라고, 작가의 분수에 어긋날 정도는 아니라고 저자가 애써 변명조로 말하지만, 작가 서재가 좀 화려하면 안 되나?

그리고 작가의 글 수준이 논란의 대상이 되지, 사생활이나 취향 따위가 대체 왜 논의거리가 되야 하는가?

그녀 방에 있는 스툴이 마음에 든다

기대고 책보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이문열 서재의 소박함에도 놀랬다

그는 생각보다 검소하고 질박한, 투박한 사람 같다

외곬수고 항간의 비난과는 달리, 권력욕의 화신이라기 보다는 자기가 믿는 신념, 복고주의와 전통 옹호주의를 지키려는 고집쟁이처럼 느껴진다

서원의 부활!!

시대착오적인 것처럼 들리지만 긍정적인 의미로 생각한다면 이문열의 생각처럼 꽤 낭만적이고 멋질 것 같다

그는 고향과 작업실에 두 곳의 서원을 두고 있다

3년 동안 숙식을 제공받으면서 고전 공부를 하고, 글쓰기 연습을 해서 등단하는 작가가 있다면 내공이 꽤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긴 요즘은 김영하처럼 가벼운,감각적인 문체가 팔리는 시대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도 고전 공부를 하고 싶다

이문열의 숙생들처럼 집중적으로 한 곳에 모여서 토론도 하고 많이 하고 싶다

그러나 그의 한탄처럼 요즘 세상에 누가 3년씩이나 고전 공부에 시간을 바칠 것이며, 또 3년 과정 마쳤다고 학위 주는 것도 아니고 사회에서 아무 것도 인정받지 못하는데 어떤 미친 놈이 선뜻 지원하겠는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느낌도 있지만, 그래도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그의 서원 같은 형태의 공간이 사회에 뿌리 내렸으면 좋겠다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작가 김영하의 서재도 멋있었다

키가 크고 피부가 하얗다는 어느 팬의 묘사가 딱 떠오르는 인상이다

마트에서 우연히 와이프를 만났는데 굉장한 미인이더라는 말도 생각난다

그 정도 능력있는 작가라면, 혹은 그 정도 수준의 작가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라면, 그만한 위치에 있는 작가의 비서 노릇을 하려면 왠만한 미인은 되야 할 것 같은 당위가 느껴진다

질투일지도 모르겠다

하루키 같은 작가의 아내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김영하도 마찬가지다

이런 수준있는 작가를 옆에서 써포트 할 수 있는 자리에 선다면, 한 가족으로써, 아내로써 설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김용택의 서재는 앞의 다섯명과 아주 다른 느낌이었다

독학으로 공부하고 대학도 안 나온 시골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신분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일단 지방 사람이니까 촌스럽고 투박하다

그래서 서울 작가들과 느낌이 아주 틀리다

그 여자네 집, 이라는 시는 정말 좋았다

혼자 사모하던, 그러나 도시 처녀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인이 아니라 소박한 시골 소녀를 짝사랑 하던 시골 청년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 오는 것 같다

역시 다양성의 공존이 중요하다

 

신경숙의 서재도 비교적 크고 화려한 편이었다

산업체 고등학교를 나와서도 문단의 주류에 편입하고 평론가와 결혼한 그녀의 인생 내공이 상당해 보인다

그녀의 작업실 구조가 마음에 든다

한쪽 벽면은 책으로 채우고 반대쪽 벽에 긴 책상을 두고 글을 쓰는데, 옆 창문은 빛이 환하게 들어오고, (블라인드로 완전히 가릴 수 있다) 책상쪽 벽 안쪽에는 기타를 치는 폐쇄 공간과 반대쪽에 샤워실을 둔 구조가 정말 편리하게 느껴진다

참고해 볼 만한 작업실 구조다

일단 긴 책상이 마음에 든다

여기저기 늘어 놓고 살아야 하므로 책상은 옆으로 긴 게 편할 것 같다

책상을 놓은 안쪽 벽에 샤워실과 방을 따로 만들어 문 없이 통과할 수 있게 한 점도 신선한 아이디어 같다

화장실 가려고 작업실을 나갈 필요가 없으니 집중하는데 더욱 도움이 될 것 같다

 

김영하는 매우 활발한 인상을 주는데, 한국예술학교에서는 자폐아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그만큼 연극하는 사람들은 활동적이라는 것이다

김영하가 자폐아면 나같은 사람은 완전히 정신병 수준으로 취급받을 것 같다

그는 아이를 안 낳기로 한 모양이다

동지를 얻은 것 같아 기쁘다

 

강은교 시인은 50이 넘었는데도 얼굴이 곱다

공지영도 참 예쁜데 그녀도 젊었을 때 미인이었을 것 같다

시는 안 좋아해서 강은교라는 이름만 알고 있다

그런데 문득문득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마음에 떠오르는 어떤 감정들, 특히 설명하기 힘든, 그러나 북받쳐 오르는듯한 격렬한 감정을 표현할 때 글로 쓰려면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지면서 연결도 잘 안 되는데, 이럴 때 차라리 몇가지 시어로 내뱉는다면 훨씬 잘 표현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내가 어떤 이를 생각할 때 문득문득 드는 설명하기 힘든 감정의 경우, 서사보다 시가 훨씬 쓰기 편할 것 같다

 

작가들의 서재를 둘러 보면서 마음이 너무너무 따뜻하고 예뻐지는 기분이 들었다

너무너무 부럽고 감히 모방할 수 조차 없다는 기분도 든다

나도 내 서재를 가지고 싶다

더 정확히는 내 작업실을 갖고 싶다

집과는 독립된 공간을, 책으로만 채운 공간을 갖고 싶다

집과는 별개로 원룸 하나를 별 무리없이 작업실로 꾸릴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얻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좀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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