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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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화제가 된 책이라 궁금해서 집어 들었다
생각보다 두께가 얇아서 조금 놀랬다
독특한 책이다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면서 떠오르는 감상을 바탕으로 쓴 몇 편의 단편들을 모은 책이다
평면적이고 강렬한 색채의 삽화와, 아르헨티나 사진들을 넣어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
소설 역시 평범하지 않은 사연을 가진 여주인공이, 아르헨티나 가서 느낀 점들을 고백하는 형식이다
문체가, 뭐랄까 큰 일을 담담하게 말하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이런 문체는 작가의 원래 글 쓰는 스타일 같다
뒤에 나온 작가 후기에서도 굉장히 겸손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아주 착하고 자신을 낮추는 그런 겸손함이 아니라, 세상에 그렇게까지 큰 일은 없답니다, 이런 식의 가벼운 느낌이랄까?
시니컬한 은희경식 문체와 아주 비교되는 스타일이다
조금 덜 세련된 하루키라고 할까?

 
"해피 투게더" 를 보면서 아르헨티나에 대해 처음 접했다
그래서 책이나 영화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문화적인 그 어떤 것인 모양이다
그 전에는 그저 지도 위에 나온 나에게 지극히 무의미한 한 국가에 불과했는데, 그 영화를 본 후 "아르헨티나" 라는 국명을 들을 때마다 굉장히 가까운 느낌이 든다
동성애자로 내일이 없는, 오늘만을 살아가는 두 젊은이들이 찾아가려고 했던 곳, 홍콩의 정반대에 위치한 이과수 폭포가 있는 아르헨티나
결국 장국영은 죽고, 혼자서 이과수 폭포에 도달한 양조위의 독백이 서글프게 남아 있던 인상적인 영화였다
이 책을 보면서 줄곧 그 영화를 생각했다
뭔가 비슷한 느낌이다
물론 바나나의 책이 훨씬 덜 부담스럽고 가볍지만

 
그런데 정말 남미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 광고의 문구처럼 정열과 탱고의 나라로 정의될 수 있을까?
역자후기에 반복되는 정열의 남미라는 수식어가 약간의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어쩌면 정형화된, 그저 외국인의 눈에 비친 일종의 편견은 아닐까?
실제로 그 나라를 가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어쨌든 책에 실린 거대한 이과수 폭포를 보니, 꼭 한 번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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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단편은 생각할 꺼리가 많은 소설이었다
너무나 바쁜 도시인이기 때문에 불륜이 지속적으로 가능하다는 표현, 현대인의 사랑 패턴을 잘 정의했다는 느낌이 든다
"바람난 가족" 에서 남편의 외도를 알아챈 문소리가 분노하는 대신 "오히려 잘 됐네, 소통할 사람이 있어서" 라는 식의 반응을 보인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서로에게 어느 정도는 무심할 수 밖에 없고, 아내와 굳이 자리 다툼을 벌이지 않아도 될, 애인의 영역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

 
"현대인은 많은 사람을 만나니까, 연애를 하지 않기가 오히려 더 어렵다. 특히 쌍방이 일 때문에 바쁜 경우에는 불륜도 쉬 오래간다.환경 탓으로 돌리고 있는데, 바로 그 환경이 이런 연애를 가능하게 하는 한, 환경에도 책임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쩔 수 없는 일이 벌어져서...... 예를 들어 나 또는 부인이 임신을 하거나 부인의 부모가 죽거나 내가 다니는 회사가 망하거나. 그런 외적인 힘이 가해지면 사태가 변하겠지. 아직은 젊고 어린 마음이 어떤 외적인 힘에 의해. 진짜 인생의 무게에 다소 변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 오겠지 하고 생각했다. 어린애 같다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때의 자신을 생각하고,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 지를 믿고, 맡기려 했다, 특히 현대에는 연애나 결혼이나 영원이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남편의 애인에게 그것도 외국에 나가 있는 애인의 호텔에 전화를 걸어 남편이 죽었다는 장난을 친 아내, 정말 특이한 설정이었다
실제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얼굴없는 미녀"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아내가 죽었는데 그녀와 불륜 관계에 있던 남자는 그 사실을 모르고, 계속 아내의 휴대폰으로 왜 연락하지 않냐면서 전화를 걸어 오는 것이다
차마 내 아내가 죽었소, 라고 말할 수 없었던 남편은 말없이 그의 전화를 듣고만 있다가 끊는다
불의의 사고로 어느 날 갑자기 죽어 버리면, 비공식적인 관계였던 애인은 그녀가 변심했다고 착각하는 어이없는 풍경이 연출되는 것이다
일종의 블랙 코메디라고 할까? 아니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관계가 주는 서글픔이라고 할까?
어쨌든 이 이야기의 주인공 역시 애인이 죽었다는 전화를 받고, 아무런 조치도 못한 채 그저 낯선 외국의 묘지에 가서 울 따름이다
불륜의 관계니 장례식장에 참석할 수도 없고, 왜 죽었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볼 수도 없다
그저 죽었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아들일 수 밖에
그러나, 그는 죽지 않았다
저녁에 호텔로 걸려 온 애인의 전화
죽은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놀란 주인공, 사실은 애인의 아내가 악의적인 장난을 친 것이었다
정말 이럴 수 있을까?
이런 장난을 칠 정도라면 그 아내 역시 남편의 불륜을 그저 약간 비웃는 정도로 밖에 여기지 않는 게 아닐까?
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는, 남편의 애인에게 달려가 머리채를 잡아 끄는 극성맞은 아내들의 모습은, 일본 드라마나 소설에서는 드문 느낌이 든다
현대인의 불륜, 환경이 만들어 놓은, 소통의 부재나 무관심에서 나오는 어쩔 수 없는 상황적인 불륜이 잘 드러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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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기타에 대한 감상도 자주 나온다
세 번째 단편도 독특한데, 주변의 기대를 이기지 못하는 아버지의 클래식 기태에 대한 애착이 인상적이다
장황하게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기타를 구입하려고 일본에서 아르헨티나까지 딸을 데리고 간 남자, 심상치 않다
주인공의 외할머니는 프랑스 화가의 현지처였다
딸 하나를 낳고 살던 외할머니는, 남편이 자신을 버리자 정신병원에 입원한 후 자살했다
현지처, 얼마나 슬픈 단어인가!
애인보다 더 서글픈, 눈물나는 단어다
현지처라고 하면 막연하게 연변족이나 후진국의 가난한 여자를 떠올렸는데, 일본이라는 선진국에서도 유럽 유명 예술가의 현지처 노릇을 하는 여자들이 있다니, 당연한 거지만 정말 낯설게 느껴졌다
법적 관계가 아닌 애정 관계는, 아무런 울타리도 없고 외적인 힘에 대항할 능력이 없는 연약한 속살 같은 관계인 것 같다
외할머니를 그린 외할아버지의 작품을 전시회에서 본 주인공은, 엄마를 닮은 듯한 그 초상화를 사고 싶었으나 어마어마한 가격에 놀라 포기했다고 한다
매일 울고만 있는 어머니를 위해, 파리로 전화를 걸고 싶었다는 조그만 여덟 살짜리 아이의 가냘픈 심성이 전해지는 기분이 들어 슬펐다
그 화가가 조금만 더 인간적이었다면, 버림받고 자살해 버린 여자의 딸을 도울 수도 있지 않았을까?
어찌 됐든 자기 자식인데 말이다
적어도 어머니를 그린 그 초상화 한 점이라도 기념으로 남겨 줄 수는 없었을까?
전시회에서 외할머니의 얼굴을 봐야 하는, 그것도 어마어마한 가격표를 달고 봐야 하는 주인공의 심정이 서글프다
엄마에게 자신이 만든 종이집에 들어가 살아달라고 사정했다는 외할머니, 어쩌면 딸이라도 자기 곁을 떠나지 않게 해 달라는 간절한 바램이었는지 모른다
결국 그녀는 정신병원에 수감되고, 딸은 보호대상이 됐지만, 단순히 정신병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가슴아픈 사연이다
잡히지 않는 남편을 대신해, 딸이라도 자기가 만든 공간 안에 가둬 두고 싶었던 가엾은 여자...
그 딸은 어머니를 이해했고 기꺼이 종이집 안에 갇혔지만 (여덟 살짜리 소녀가 어머니를 위로하는 방법은 그 것 뿐이었으니까) 성장해서 폐쇄공포증을 갖고 만다
어린 시절의 상처는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에 고스란히 새겨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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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DE - [할인행사]
리차드 브룩스 감독, 엘리자베스 테일러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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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는 영화

특히 마지막에 섹스를 거부하던 브릭이 메기에게 한 말 "lock the door" 진짜, 죽음이다!!

문 잠그고 침대로 와!! 윽, 너무 멋지다

할 말이 굉장히 많은 영화였다

 

1. 젊은 시절의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폴 뉴먼을 처음 봤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미인의 대명사라는 말만 들었을 뿐 한 번도 그녀가 나오는 영화를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폴 뉴먼 역시 젊은 로버트 레드포드와 찍은 "스팅" 에서 나이든 아저씨 모습 밖에 못 봤다

두 사람, 정말 선남선녀다

특히 엘리자베스 테일러, 어쩜 그렇게 날씬한지, 지금 뚱뚱한 할머니 모습과 매치가 안 된다

푸른 눈, 앙칼진, 그러나 너무 매력적인, 말 그대로 고양이 같은 그녀, 정말 인상적이다

폴 뉴먼 역시 몸매가 너무 좋다

다른 가족들은 마치 이 두 배우가 얼마나 잘 생겼는지 보여 주려고 일부러 못생긴 배우들을 캐스팅 한 것처럼, 너무 비교된다

 

2. 브릭의 아버지는 말기 암 환자인데, 고통을 줄이기 위해 의사가 몰핀을 권한다

그러자 아내 아이다와 아버지 역시, 몰핀은 감각을 마비시킨다고 거부한다

그러면서 담배를 피운다

담배 역시 통증을 잊기 위한 일종의 중독성 물질인데 말이다

사람들은 진통제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마치 마약처럼 진통제를 맞게 되면 나중에는 진통제 없이 못 참을 거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어떤 물질은 복용할수록 더 많은 양을 써야 하는 것도 있지만, 몰핀이나 일반 진통제(NSAID)는 많이 쓴다고 해서 양을 늘려야 하는 종류가 아니다

그런데도 막연하게 진통제 남용이나 중독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나 역시 NSAID가 addict 되는 종류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생리통이 심해도 절대 약을 먹지 않는다

심리적인 저항감이 생각보다 크다

 

3. 브릭은 사업가인 아버지가 가족을 소홀히 여긴다고 오해하고, 대신 친구 스키퍼를 의지하면서 성장한다

브릭이 풋볼 영웅인데 비해, 스키퍼는 아무도 스카웃 하지 않는 형편없는 선수였다

막대한 재산을 가진 아버지 덕분에, 브릭은 이 친구를 위하여 아예 프로 축구팀을 창단한다

아내 메기는 제발 스키퍼로부터 벗어나라고 간청하지만, 브릭은 아무런 수익도 내지 못하는 미식축구팀을, 오직 친구 스키퍼를 위해 경영한다

스키퍼에 대한 의존성 때문에 메기와의 관계는 계속 벌어진다

동성애 관계가 아니면서도 정신적으로 남자끼리, 부부보다 더 의존할 수 있는지 좀 의외였다

여자들이 남편 이상으로 친구를 의존하는 경우는 봤어도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에도 소개된 바 있다) 남자가 아내 대신 친구를 의존하는 건 좀 의외였다

더구나 스키퍼는 브릭보다 훨씬 능력이 떨어지는 친구인데 그 친구의 직장을 위해 프로 축구팀까지 창단해 주다니!!

동성애 관계가 아닌 순수한 우정으로 그 정도까지 마음을 주고 의지할 수 있다는 게 좀 신기하다

 

4. 메기는 스키퍼가 브릭의 인생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브릭이 없는 틈에 그에게 떠나라고 소리친다

경기에 패하고 술에 취해 있던 스키퍼는 오히려 메기를 유혹한다

이 때 메기는 잠깐 위험한 생각을 한다

차라리 스키퍼와 하룻밤을 자면 브릭이 스키퍼로부터 벗어나지 않을까?

그렇지만 오히려 브릭이 스키퍼가 아닌 자신을 버린다면?

결국 두려움 때문에 자리를 피했지만, 그 날 스키퍼는 자살을 하고 브릭은 메기가 그를 유혹해 잠자리를 가진 후 괴로워 자살했다고 오해를 한다

그의 죽음 이후 브릭은 알콜 중독자가 되어 인생을 포기하고, 메기를 정신적으로 학대한다

아버지는 차라리 이혼하라고 하지만 브릭은 거부한다

당연하다, 이혼하면 더 이상 학대할 수가 없으니까

만약 아내와 친구가 함께 잤다면, 아내를 증오하는 건 물론이고 그 친구까지 함께 미워해야 하는 게 정상 아닐까?

그런데 브릭은 스키퍼가 죽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에 대한 믿음이 워낙 강하기 때문인지 오히려 메기가 그를 유혹해 친구를 파멸시켰다고 믿는다

어쩌면 그토록 믿고 의지하던 친구가 자신을 배반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을 부정하는 건지도 모른다

 

5. 진실을 그 다음에 밝혀진다

아버지와의 격한 대립 끝에 결국 브릭은 실토를 하고 만다

스키퍼가 죽은 것은 메기와의 잠자리에 대한 괴로움 때문이 아니었다 (사실 그 따위 일로 죽을 만큼 도덕적인 남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항상 브릭에게 심리적인 부담감을 갖고 있었던 스키퍼는, 브릭 없이 혼자 뛴 경기에서 47 대 0 이라는 기막힌 점수로 패한 뒤, 브릭이 자신을 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것이다

스키퍼는  친구가 자신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혹은 위로를 구하기 위해 계속 브릭에게 전화를 했으나, 스키퍼에게 지쳐 있었던 브릭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브릭 역시 팀에 아무 도움도 못 되고 재정적인 부담감만 더하는 실력없는 축구 선수 스키퍼의 뒤를 봐 주는데 지쳐 가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 날 밤  브릭은 계속 울려대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스키퍼는 시체로 발견된다

절박한 도움의 손길을 거부했던 브릭은, 친구를 죽였다는 자책감에 시달리고 그 사실을 직면하는 게 너무 두려운 나머지, 메기가 그를 죽였다는 식으로 사실을 바꿔서 받아들인다

자신이 스키퍼를 죽였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 들일 수가 없었을 것이다

무의식 중에 메기가 그를 유혹해 자살했다는 식으로 변형을 시켜야 그나마 마음이 편했을 것이고, 자신을 속이기 위해 술에 의존했던 것이다

일종의 투사라고 할까?

자기 때문에 스키퍼가 죽었는데 메기에게, 너 때문에 죽었다고 비난함으로써 죄책감에서 벗어나려는 심리적 방어 기제다

학교에서 배운 투사가 매우 효율적으로 드러난다

 

6. 아버지와 브릭의 갈등

어린 시절을 가난하게 보낸 아버지는, 자수성가 해서 이룬 부를 아들이 망칠까 봐 노심초사 한다

가난했기 때문에 수치스러운 기억을 가진 아버지는, 아들의 여린 감수성을 나약함으로 치부하고 성장을 제일로 생각한다

아내에게도 비싼 물건을 사 주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아내 아이다는 비록 행복한 결혼 생활은 아니지만, 물질적인 풍요로움에 만족한다

그러나 여린 감수성을 지닌 브릭은, 아버지의 강력한 자기확신에 소외감을 느낀다

아마 그래서 친구 스키퍼에게 마음을 주고 의지하면서 성장했을 것이다

아버지가 부랑자였던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웠던 어린 시절이 그대로 나에게 전해지는 기분이었다

또 자수성가한 사람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이미 풍요로운 시대를 사는 브릭에게 아버지의 성장 제일 방식은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아버지의 비난대로 브릭은 배고픔을 몰라 팔자좋은 사랑 타령이나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니가 가난을 알아? 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내 돈으로 잘 입고 잘 먹고 살아 온 니가 대체 배고픔이 뭔 줄이나 아느냐고 아버지는 비난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은 브릭의 아내 메기 역시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을 가난하게 보낸 메기는, 알콜 중독자가 되어 재산 따위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남편 브릭이 한심해 보인다

그 비싼 술 계속 마시고 싶으면 돈이 있어야 할 거라고 비아냥 거린다

브릭은 돈 밖에 모르는 아내와 아버지가 혐오스럽다

누구를 탓할 수는 없는 문제 같다

사람은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사물을 본다

가난을 뼈저리게 느꼈던 아버지와 아내로써는 돈이 없으면 굶는다는 것이 모든 가치의 척도일 것이고, 반대로 풍요롭게 성장한 브릭에게 돈은 절대 가치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돈을 1순위로 생각하는 아내와 아버지가 혐오스러울 것이다

 

7.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고 술 뒤에 숨지 말라는 아버지의 충고는 일리가 있다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든 안 하든 술에 빠져 인생을 낭비하는 브릭의 태도는 분명히 잘못 됐다

아버지의 표현대로 그것은 회피에 불과하다

친구의 죽음으로 인한 죄책감이 아무리 클지라도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고 술에 의존해서 도망치려는 자세는, 절대로 옳지 않다

아버지와 아내 메기는 브릭의 바로 그런 회피를 비난한 것이다

허위 의식에서 벗어나라는 아버지의 일갈이 기억에 남는다

브릭은 친구가 자기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을 아내를 학대하고 술에 절어 사는 식으로 그저 징징대고 있는을 뿐이다

 

8. 결국 이 두 부자는 아버지의 말기 암 소식을 계기로 화해한다

어쩌면 어린 시절의 상처를, 또 친구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직시함으로써 이겨낸 것인지도 모른다

브릭이 아내 메기와 섹스를 하는 걸로 영화는 끝이 난다

이제 브릭은, 메기가 스키퍼를 유혹해서 그가 자살한 게 아니고, 자신이 스키퍼의 도움 요청을 거절했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또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으로부터도 벗어난 것이다

아버지가 오직 돈 밖에 몰라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상처도 스스로 치유했음이 분명하다

두 부자는 화해했으니까

 

단지 아버지와 아들의 대립 관계 뿐이었다면 훨씬 더 평면적인 영화가 됐을 것 같다

거기다가 술에 젖어 낙오자가 되버린 브릭의 심리 기제까지 덧붙임으로써 매우 입체적인 영화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투사라는 방어 기제를 굉장히 잘 표현한 영화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폴 뉴면의 아름답던 젊은 시절을 본 것도 큰 소득이다

"뜨거운 양철 지붕"이란 남편의 친구를 유혹해서 그를 자살로 몰고 갔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 메기의 상황을 말하는 것이고, 그 위에 올라가 있는 고양이는 바로, 눈부시게 매력적인 엘리자베스 테일러다

고양이라는 영화 속 표현이 정말 딱 맞을 정도로 앙칼지진 그러나 너무 매혹적인 여배우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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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 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이영돈 지음 / 예담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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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마음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자 하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미국 사람의 90%는 마음이 뇌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 사람은 50%만 뇌에 있고 나머지 50%는 심장에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두말 할 것도 없이 뇌에 있다
왜냐면 마음이란 생각과 감정, 기분 등의 복합체, 즉 고등사고 과정을 일컫는 총체적인 단어이기 때문이다

 
[연령혁명]에서도 느낀 바지만, 목표가 있어야 건강하게 오래 산다고 한다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에 매진하면 전체적인 신체 시스템이 원할하게 돌아간다
또 그것이 젊음의 비결이기도 하다
책의 핵심은 긍정적인 생각에 있다
뇌는 실제 경험과 이미지를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상상을 많이 하면 기분도 좋아지고 실제로 그 쪽 방향으로 일도 되어간다는 것이다
운동선수들의 이미지 트레이닝이 대표적인 예다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인 이원희 선수 역시 잠자리에 들면 항상 상대방이 어떤 기술로 공격해 올 것인가를 상상하고 거기에 대처하는 훈련을 한다고 한다
세계적인 선수는 단순히 기술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님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담배와 같은 중독성 물질을 끊는 것도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담배를 생각할 때 토사물이나 변냄새 같은 혐오스러운 기억들과 연관시킨다
반대로 먹어야 좋은 식품에는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들을 연결시킨다
나 같은 경우도, 커피를 마시면 왠지 정신이 명료해질 것 같고 감정이 고양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즐겨 마신다
단순히 맛 때문이라면 하루에 반드시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중독 증세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다이어트를 할 때도 심리요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과학적인 사실들에 기대어 설명하니까 정말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확신이 생긴다
행복도 노력해야 찾아오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기분을 좋게 만드는 연습을 매일 하자
마치 운전연습을 통해 운전을 배우게 되듯, 행복도 긍정적인 사고와 이미지 훈련을 열심히 할 때 얻을 수 있는 고난이도의 기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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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역사 1 -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읽은 신라와 신라인 이야기
이종욱 지음 / 김영사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종욱씨가 쓴 "고구려의 역사"를 읽은 후 저자의 의견에 많이 공감했기 때문에 다시 그가 쓴 "신라의 역사" 를 읽게 됐다
고대사는 워낙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은 가설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논란의 여지가 많아 단정적으로 말하기 참 어렵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저자의 의견처럼 사료를 신뢰해야 한다고 본다
왕국 형성 과정을 그린 삼국사기의 초기 자료를 부정한다면, 근본적으로 다른 모든 사료들까지 의심의 눈초리로 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긴다
화랑세기 역시 위작 논의가 끊이지 않지만, 연구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저자는 현 국사학계에서 실증사학의 일부로써 신뢰성을 부인하고 있는 삼국사기의 초기 기록 부분을 받아들인다
역사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아 어떤 것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으나,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주장에 수긍을 하게 된다
그만큼 주장이 논리적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현 국사학계의 입장은 노태돈 교수의 부체제설을 받아들여 원삼국 시대를 모두 이 학설로 설명한다
신라의 경우, 6개의 부가 있고 혁거세는 그 중 가장 힘이 센 부의 수장이었다는 것이다
박, 석, 김 이 세 씨족이 힘이 셌기 때문에 번갈아 가면서 6개 부의 대표격인 이사금 등의 위치를 차지했다고 본다
그러므로 부체제설은 왕권을 부인하고 연맹체적 성격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이종욱씨의 입장은, 혁거세가 왕위에 올랐을 때 이미 6개의 촌락보다 확실하게 우월한 위치에 있었다는 쪽이다
6개 촌의 촌주들이 모여 알에서 태어난 혁거세를 왕으로 세운 것을 봐도 단순히 촌의 대표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6개 촌의 구성원이 아닌 혁거세는 어디에서 왔을까?
저자는 혁거세를 이주민 집단의 대표로 생각한다
후에 왕위에 오른 석탈해나 김알지 역시 우월한 무기와 조직을 가진 이주민 집단으로써 혁거세 집단과의 혼인 동맹 등을 통해 번갈아 가며 경상북도 일대의 사로 6촌을 지배했다고 본다
사로 6촌의 자체적 공동체 설에 대하여, 이주민 집단의 지배라는 정반대 입장을 보인 것이다
저자는 이주민 집단을, 연의 공격으로 국토를 빼앗긴 고조선 세력의 남하라고 생각한다
위만조선이 성립된 후 남하한 준왕의 무리라고도 보고, 부여와 고구려 세력이 백제를 세웠듯, 사로국으로도 내려왔다고 본다
대표적인 예로 고분총에서 발견되는 고조선 시대의 표지 유물인 비파형 동검을 든다
기존 세력을 제압하고 소국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이주민 집단이 철제 무기와 농기구 등으로 확실하게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로 6촌 시대를 거쳐, 이주민의 유입 후 소국이 되고, 다시 주변 소국과 경쟁하는 소국연맹 단계를 거친 후 최종적으로 소국을 병합해 신라가 만들어졌다고 본다
6촌을 6부로 생각하고 그 대표들 중 하나가 왕으로 선출됐다는 부체제설과 전혀 다른 발상이다
특히 저자는 소국 시대를 소국연맹과 소국병합의 두 단계로 구분하는데 가야의 경우 멸망할 때까지 소국연맹 단계였던 것에 비해, 신라는 이미 3세기 무렵 소국병합의 중앙집권적 국가가 됐다고 주장한다
신라의 왕권이 연맹체의 수장에 불과한 가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고 결과적으로 가야를 복속시켰다는 것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이미 1세기부터 사로국의 주변 소국병합이 시작됐고 3세기 중반에 이르면 거의 주변 소국을 다 복속시켰다
그러나 중국 역사서인 삼국지 위서의 동이전에는, 3세기 중반까지 진한의 12개국이 연맹체적 성격으로 존재했다고 전하고, 이것이 현 주류 사학계의 부체제설 근거라고 한다
저자는 삼국지가 주변 국가들의 역사서가 아닌, 교역을 위한 문화지리지 성격을 띠기 때문에 오히려 삼국사기 쪽을 더 신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 생각에도 중국 역사가가 과연 머나먼 동쪽 끝 오랑캐 땅의 국가 성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는지 의문스럽다
저자는 삼국지의 기자가 진한 12국을 언급한 것이, 낙랑과의 교역 주체 차원이었다고 본다
3세기 무렵은 이미 사로국에 의해 진한, 즉 사로국을 중심으로 한 연맹체가 대부분 통합되어 갈 시기, 즉 소국병합 단계인데 낙랑을 통한 원거리 무역시 개별적인 소국들의 무역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아직 완전한 국가체를 이룬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미 정치적 지배권은 사로국에 뺏겼으나 중국, 특히 낙랑군과의 원거리 무역은 과거 공동체들이 자치적으로 개별 무역을 했고, 중국 측에서는 이들을 각기 독립된 국가로 봤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3세기 중반까지 진한이라는 소국 연맹 왕국 상태에서 느닷없이 4세기 내물왕 이후 중앙 집권체제가 완성됐다는 것은, 그 가운데 병합 과정을 제외시켜 버린, 지나친 비약이라고 주장한다
내 생각에도 어느날 갑자기 중앙집권체제가 등장했다는 건 국가의 발전 단계를 무시한 비약같고, 분명히 사로국을 중심으로 한 주변 소국들 병합 단계가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됐을 것 같다

 
사로국이 우위를 점했던 것은, 원거리 무역이 가능한 위치 덕분이었다
북쪽으로는 소백산맥, 동쪽으로는 태백산맥, 아래로는 변한에 막혔기 때문에 진한 연맹체가 낙랑과 무역을 하기 위해서는, 바닷길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고, 덕분에 항구쪽을 차지한 사로국이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철제 무기와 농기구 등의 수입을 통해 사로국은 군사력과 경제력의 우위를 점하고, 주변 소국들을 병합해 나가고 4세기 중반 내물왕의 등장 무렵 마립간이라는 칭호와 함께 중왕집권적 국가의 기틀을 세운다
교역이 예나 지금이나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낀다

 
성골에 대한 정의도 일리가 있다
성골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가상 신분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선덕여왕과 진덕여왕의 즉위는 성골 집단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 설명할 수 없는 부분 같다
성골이란 왕과 그 형제들의 가족을 일컫는 신분이었다
고구려가 왕위 부자 계승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왕의 형제들을 죽였던데 비해, 신라는 왕의 형제에게 갈문왕이라는 독특한 직위를 부여했고, 갈문왕의 자식들은 왕위의 정당한 계승권을 갖게 된다
이들은 왕이 살아있을 때 궁궐에서 거주했고 왕이 죽으면 새왕의 즉위와 함께 궁을 떠나 진골 신분이 된다
이 과정을 족강이라고 표현하는데 진골이 되면 더 이상 왕위계승권을 가질 수 없다
저자는 진골과 성골의 차이는 왕위를 계승할 수 있냐 없냐를 가를 정도로 엄청난 차이를 가졌기 때문에 아들 없이 사망한 진평왕 이후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성골이라는 이유로 선덕여왕과 진덕여왕이 즉위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또 화백제도 등을 통해 신라를 진골 귀족들의 연합정권 등으로 보는 시각에도 반대한다
법흥왕에서 진덕여왕까지 이어지는 성골의 왕위 계승은, 절대적인 왕권을 의미한다
이것은, 고구려를 귀족연합정권으로 보지 않는 것과 같은 시각이다
만약 진골이 성골과 큰 차이가 없는 신분이었다면 고대 사회에서 두 명의 여왕 즉위가 어떻게 가능했겠는가?

 
책을 읽으면서 선진 문물의 전수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많이 느꼈다
당시로써는 중국화가 곧 세계화였을 것이다
"빈곤의 종말" 에서도 해양무역이 가능한가 여부가, 절대빈곤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했다
국가를 형성하는 고대에는, 선진문물의 수입 여부가 생존과도 직결된 중요한 문제였을 것이다
1권에서는 사로6촌부터 성골 마지막 왕인 진덕여왕에서 끝이 난다
신라 초반부 역사를 꼼꼼하게 잘 설명하고 있고, 신라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기술한 점이 마음에 든다
생각만큼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진흥왕 이후부터는 자주 들어 왔기 때문에 술술 나갔지만, 혁거세부터 시작해 내물왕을 거쳐 지증왕에 이르는 고대사 부분은 꼼꼼하게 읽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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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수납백과 - 작은 집 넓게 쓰는
삼성출판사 편집부 엮음 / 삼성출판사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요즘 수납 때문에 골머리를 썩던 터라 무척 반가웠다
우리 집은 네 명의 식구가 45평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그다지 좁은 편은 아니지만, 옛날식 아파트라 공간 활용이 잘 안 되어 있고 동생과 내가 이미 커 버렸기 때문에 각자 옷 관리하기에도 벅찰 정도로 공간 부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거기다가 아빠의 책까지 쌓여 집에 들어오면 좁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남들은 어떻게 공간 활용을 하고 사는지 무척 궁금했다
잡지에 소개되는 인테리어 기사들을 가끔 보지만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쉽게 따라하지 못했는데 이 책은 주로 소품을 활용한 예가 많아 참조해 볼 만 하다

 
더구나 곧 독립할 예정이기 때문에 어떻게 좁은 공간을 활용할 것인지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아쉬운 점은, 주부들을 독자층으로 하기 때문에 주방과 아이들 방 활용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20평 미만의 소형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여성들을 위한 수납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책이 따로 나오면 좋겠다
이 책에서는 딱 두 명의 독신자가 나오는데, 그나마 한 케이스는 65평짜리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독신자였기 때문에 전혀 도움이 안 됐다

 
결혼을 하지 않은 젊은 여성들의 공간에 관한 골치거리는 아마도 옷이 아닐까 싶다
내 옷이 특별히 많은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도, 언제나 옷장은 꽉꽉 차 있고 늘 더 이상 둘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대체 남들은 어떻게 옷과 신발, 가방 등을 보관하는지 무척 궁금했다
책에서는 주로 주방과 아이들방 수납 노하우가 나와서 큰 도움은 못 됐다
대부분 붙박이장과 행어를 이용하는 것 같다
큰 바구니나 박스 등도 철지난 옷을 넣는 데 이용한다
그렇지만 사실 옷은 눈에 띄는 곳에 진열해 놓지 않으면 이용하기 힘들어진다
이 책에 소개된 독신자는 방 하나짜리 18평 아파트에서 사는데 아예 방을 드레스룸으로 개조하고 마루에 침대를 놨다
혼자 산다면 참조해 볼 만 하지 않나 싶다
아무래도 거실의 침대는 쇼파 겸용이 될 수 밖에 없고 식탁도 책상 대용으로 쓰일 테니까 좀 불안정 하긴 하겠지만 말이다

 
내 경우는 책 수납도 문제다
아예 책 수납만 전문으로 소개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유명 작가들의 서재를 탐방한 "작가의 방" 도 좋았지만, 책이 많은 일반인들의 서재 꾸미기 노하우는 어떨지 궁금하다

 
요즘 드는 생각은, 불필요한 물건들은 가능하면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정리를 잘 하더라도 결국 한정된 공간에 수납할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다
특히 유행 지난 옷 같은 경우, 언젠가는 입겠지 싶어 옷장에 처 박아 두지만 결국 먼지만 쌓일 뿐 못 입고 말기 때문에 가능하면 버리려고 한다
옷 살 때 쓴 돈을 생각하면 가슴이 쓰리지만, 몇 년 동안 입기는 아무래도 어렵지 않나 싶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품질의 옷을 사도 시간이 지나면 왠지 촌스럽고 보관상의 문제도 생긴다
명품은 대를 물려서 쓴다는데 정말 그게 가능한지, 실제로 할머니나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가방이나 시계 등을 유용하게 쓰는 사람이 있긴 한건지 궁금하다

 
다른 물건은 다 버리겠는데 (특히 옷) 책은 항상 골치거리다
아직까지 문제집이나 전공 서적 외에는 한 번도 책을 버린 적이 없다
남한테 받은 책을 버리는 한이 있어도 내가 산 책은 지극히 내 취향이기 때문에 도저히 버릴 수가 없다
언젠가는 다시 읽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읽은 책을 또 읽은 적은 거의 없다
항상 관심가는 신간들이 쏟아져 나오고 시간은 늘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번 읽으려고 보관한다기 보다는, 책에 대한 애착 때문에 차마 못 버리고 이사 갈 때마다 박스에 한 무더기씩 집어 넣어 오곤 한다
난 아무래도 서재 정리 노하우에 관한 책을 봐야 할 것 같다

 
독립을 하게 되면 당장 쓰는 물건이 아니면 버리려고 한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좁은 아파트로 갈 게 뻔 한데 과연 내 짐이 다 들어가기는 할지 걱정된다
특히 유행지난 옷은 과감하게 정리하자
수납 아이디어도 좋지만, 결국은 짐을 줄이는 것이 공간을 넓게 쓰는 근본적인 방법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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