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관 이야기 - 측근 정치의 구조
미타무라 다이스케 지음, 한종수 옮김 / 아이필드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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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인 학자들이 쓴 중국 역사책은 유럽과는 또다른 관점이라 흥미롭다.

1960년대 나온 책이라 올드한 느낌이 있으나 재밌게 잘 읽었다.

역사서에 나온 에피소드들을 인용할 수밖에 없는지라 위키피디아에 그대로 실린 내용이 종종 보여 아쉽긴 하다.

분석적인 글쓰기란 참 어려운 일 같다.

주원장이나 유방 같은 호걸 영웅이 나라를 세우는 난세가 아니라면 야심이 있는 최하층민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과거로 인생역전을 할 수 없는 최하층민이라면, 요즘같은 자본주의 시대가 아니니 사업도 할 수 없을 것이고, 어찌 보면 권력자가 될 가능성이 눈꼽만큼이라도 있는 길이 바로 환관이 아니었을까 싶다.

황제가 유일무이한 권력을 휘두르는 전제적 독재 국가에서 가족도 없이 오직 자신만을 추종하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환관이라는 존재가 꼭 필요했음이 이해된다.

단순히 황궁에서 궁녀들을 독점하기 위해 거세한 것이 아니라, 동양적 전제국가에서 필요악이었던 듯 하다.

일종의 장애인을 만든 셈이니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끔찍한 제도였는데도 19세기 말까지 지속됐다는 점을 보면 매우 중요한 제도였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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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역대 황제 평전 - 소통하는 지도자는 흥하고 불통하는 지도자는 망한다 역대 황제 평전 시리즈
강정만 지음 / 주류성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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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학자가 쓴 명나라 황제 이야기.

정사에 중점을 두면서도 비빈간의 갈등이나 출생의 비밀 등 야사 쪽에도 분량을 할애해 신뢰감이 약간 떨어지는 면이 있다.

확실히 최근에 읽은 일본인 학자의 <영락제> 보다는 밀도 면에서 떨어지는 느낌이다.

중국인 필자가 쓴 <황제들의 숨겨진 중국사> 보다는 훨씬 낫다.

단죠 히로시는 영락제의 정화의 원정이 서양처럼 교역을 원해서가 아니라 화이질서의 완성을 위해서였다고 하는데 무척 공감했다.

반면 이 책에서는 생산량이 늘면서 사치품 교역을 위해 원정을 추진했다고 가볍게 넘어간다.

피상적인 고찰이라 생각한다.

이런 부분이 좀 아쉽다.

사회분석이 동반된 본격적인 연구서는 아니지만 성실하게 명나라의 역사를 황제 중심으로 풀어 써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황제의 신임을 얻은 신하나 환관들이 큰 권력을 장악했으면서도 일순간에 몰락한 것도 신기히다.

장거정과 신종, 엄숭과 세종 등 엄청난 권력을 휘두렀으면서도 황제의 마음이 바뀌면 어느 순간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버린다.

일시적으로 황제를 좌지우지 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장악할 수는 없었고 황제 독재 국가였음이 이해된다.

적어도 당나라 때처럼 환관에게 황제가 살해당하고 환관에 의해 황제가 옹립되는 일은 명나라에서는 불가능 했을 것 같다.

유교가 국시인 나라라 명분론에 집착해 황위 계승에 따른 황제와 신하들 사이의 갈등이 매우 심했던 것도 인상적이다.

적장자 계승 원칙이 지켜지면 갈등도 적겠지만 다른 것도 아닌 황위가 언제나 순탄하게 적장자에게 이어지길 바라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세종 가정제가 아버지 흥원왕의 추숭을 위해 신하들과 오랜 기간 동안 알력 싸움을 하고, 신종 만력제 역시 셋째 아들 주상순을 태자로 만들기 위해 수십 년간 태업까지 한다.

신하들이 그토록 황제로 세우고 싶었던 첫째 아들 태창제는 허망하게도 즉위 한 달만에 사망한다.

황제도 어리석지만 유교적 명분론에 집착해 황제와 갈등한 이른바 동림당이란 사대부들도 답답하게 느껴진다.

왜 조선이 명을 동일시 했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명의 황제들은 대체적으로 도교와 단약을 좋아했던 듯 하다.

오래 살고 싶은 욕구와 성적 쾌락에 대한 높은 기대치가 오히려 수명을 단축시켰던 점은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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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들의 숨겨진 중국사
장위싱 지음, 허유영 옮김 / 이가출판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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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라기 보다는 대중적인 인물 이야기라고 할까?

아무래도 한국사보다는 세부적인 부분을 잘 모르는지라 상식을 키우자는 의미로 읽게 된다.

한, 당, 명, 청 같은 통일 왕조들은 워낙 유명해 쉽게 읽히는데, 위진남북조 시대나 5대 10국 시대의 황제들은 재위 기간도 짧고 덜 유명한 인물들이라 감별이 참 어렵다.

시호나 묘호가 비슷한 사람도 많아 너무 헷갈린다.

하다못해 명나라 청나라처럼 연호로라도 불리면 겹치지는 않을텐데 죄다 태종, 문제, 무제 이런 식이라 일일이 구별해서 기억하기가 참 어렵다.

위진남북조 시대와 5대 10국 시대의 역사를 더 많이 읽어야 할 듯 하다.

중국은 워낙 큰 나라라 그런지 사람을 죽여도 규모가 어마어마 하다.

홍무제는 두 번의 옥사로 무려 3만 여명을 처형했고 아들 영락제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인물들이니 비빈들의 순장도 쉽게 이뤄졌을 듯 하다.

고대 사회도 아니고 근세에 순장이라니, 그것도 유목 왕조도 아닌 유학을 숭상한다는 한족의 명나라에서 말이다.

영락제 사후 순장된 인수대비의 고모인 공비 한씨의 삶이 안타깝다.

조선에 있었으면 최고의 권세를 누렸을텐데 중국으로 끌려가 꽃다운 나이에 결국 무덤 속에 갇히게 되다니.


오류와 의문점

1) 원의 태정제가 사망 후 아들 라기바흐가 계승하는데 엘 테무르에게 쫓겨나고 무종의 아들 문종이 황위에 오른다.

책에서는 태정제의 장자가 멀리 있어 동생인 문종이 황제가 됐다고 하는데 번역을 잘못한 것 같다.

태정제의 아들인 천순제가 쫓겨난 후 무종의 장자 명종이 멀리 있어 대도로 오는 과정에서 동생 문종이 먼저 황제로 등극했다.

2) 청나라 기인의 딸들은 3년마다 있는 재녀 선발에 참여해야 하고 여기서 탈락하면 결혼을 못한다고 했는데 이해가 안 된다.

모든 기인의 딸은 혼인 전 반드시 재녀 선발에 참여해야 하는데 탈락한다고 결혼을 못하면 시집갈 여인이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조선의 중전 간택 역시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삼간택에 들어도 혼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3) 앞서 읽은 책 <영락제>의 번역자는 각주에서 영락제의 생모가 조선인이었다고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검색해 보니 중국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영락제는 조선인 궁녀를 많이 뽑았는데 어머니가 조선인이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나 보다.

영락제가 태어날 무렵 아버지 주원장은 한 번도 남경 근처를 벗어나질 못했기 때문에 불가능한 가설로 본다고 한다.

그럼 그렇지 싶다.

4) 송 문제 이름이 잘못 인쇄된 것 같다.

유희륭이 아니라 유의륭이다.

5) 금 애종 완안수서와 말제 완안승린은 부자 관계가 아니다.

완안승린은 금나라 시조 아골타의 형 우야수의 후손으로 애종의 근위대장이었다.

6) 송 효문제 유의륭의 6녀 임천공주가 남편을 조카 효무제 유준에게 침소했다고 했는데, 효무제는 조카가 아니라 이복남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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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온 허왕후, 그 만들어진 신화
이광수 지음 / 푸른역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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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막 졸업하고 대학 입학 직전 빈 시간에 도서관 가서 이 책 저 책 뒤져 볼 때 우연히 본 책이 바로 김병모씨가 쓴, 수로왕의 아내인 허왕후에 관한 책이었다.

마치 탐사를 하듯 허왕후의 출신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 흥미진진해 잊혀지지가 않는다.

이 책에서 비판한 바대로, 쌍어문을 인도의 아유디야에서 발견했고 특히 트럭에도 문양이 실려 있어 놀랬다는 내용까지 생생히 기억이 난다.

설화로만 알고 있었던 허왕후가 정말 인도의 아유타국 출신이었고 다만 그 곳은 조상들이 살던 곳이고 전란이 일어 중국의 사천성 보주라는 곳으로 이주했으며 다시 김해로 오빠인 장유화상과 함께 배를 타고 건너와 수로왕의 배필이 됐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라는 게 너무 신기했다.

사실 그 때도 좀 의아하긴 했었다.

뭘 잘 모르는 어린 마음에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고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인데 너무 갖다 붙이기 식 해석 아닐까? 훨씬 후대인 조선시대에 쓰여진 기록들을 고대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근거로 활용할 수 있을까? 등등.

그렇지만 저자가 고고학자라는 점 때문에 사실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런데 역시나 말도 안 되는 사이비 역사학에 불과함을 새삼 확인했다.

설화는 그저 설화일 뿐인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본격적으로 이 설화를 연구한 분이고, 김병모씨의 주장이 근거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갈파한다.

무엇보다 아유타라는 곳은 허왕후가 왔다는 1세기 무렵에는 존재하지조차 않았다고 한다.

아유타가 역사적 지명으로 등장한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인 5세기 이후다.

즉 아유타국 출신이라는 것은 아유타라는 지명이 인도를 대표하여 후대에 삽입된 전설이라고 본다.

오히려 아유타는 한 번도 불교 도시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아유타는 힌두교의 대서사시인 <라마야나>에 등장하는 지명인데, 불교 경전이 한역되는 과정에서 인용이 되고, 먼 동방 끝 한반도에서는 불교의 나라 인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지명으로 인식됐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쌍어문은 비단 인도를 상징하는 특정 문양이 아니라 불교에서 흔히 차용되는 문양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저자 역시 쌍어문이 역사적으로 아유타국을 상징하는 문장이었던 적이 없고 오히려 인도에서는 쌍코끼리 식으로 두 개가 좌우대칭을 이루는 雙에 훨씬 더 의미를 둔다고 한다.

보주는 또 어떤가?

보주태후라는 시호 자체가 15세기 이후 족보의 위상을 높히고자 하는 시도가 활발한 가운데 생겨났고 양천 허씨 문중에서 수로왕비인 허왕후를 시조로 끼워 넣으면서 민간 전승이 구체화 됐다고 본다.

김병모씨는 보주를 특정명사로 생각해 중국 사천성에서 보주라는 곳을 찾아내고 여기가 허왕후의 고향이며 심지어 사천성의 차를 가야로 들여왔다고까지 주장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보주라는 것은 불교에서 널리 사용하는 보편적 진리라면서 보통명사로 여긴다.

또 김병모씨는 허왕후의 조상이 갠지스강 북쪽의 아유타에서 아쌈 지방을 거쳐 버마로 내려와 사천성으로 이동했다고 하는데, 저자는 당시는 아쌈의 밀림 지역을 통과하기 매우 힘들어 전혀 길이 나있지 않았고, 북인도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사천에 이르는 교통로가 있었다고 한다.

역사적 사실과 전혀 맞지 않는 셈이다.

민간 전승이 어떻게 역사적 실체로 바뀌었는지에 대해 저자는 고고학자라는 신분을 이용해 사이비 역사학을 퍼뜨린다고 김병모씨를 강도높게 비판한다.

사료 비판을 전혀 하지 않고 설화를 그대로 역사로 인용하는 이덕일씨도 역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인도에서는 오히려 한국의 허왕후 아유타국 전승이 극우 민족주의에 인용되고 있다고 하니, 과연 경계해야 할 일이다.

자격을 갖춘 학자들의 좀더 대중적인 접근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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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보는 법 -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감상자의 안목 땅콩문고
황윤 지음, 손광산 그림 / 유유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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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서평 쓰는 법>과 비슷한 취지의 책 같다.

작은 문고판이고 200 페이지 정도의 짧은 글인데 비교적 알차다.

문맥도 매끄럽고 괜찮은데 참고 도서가 다소 가벼워 보인다.

내가 읽었던 책들, 즉 대중적인 책들이 참 많아 전문가적 식견보다는 혹시 여러 책을 모아서 펴낸 편집책인가 싶어서 약간 실망스럽긴 했다.

박물관의 유물 보다는 박물관 자체, 특히 수집가와 수장 과정을 중점으로 쓴 책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새삼 호림 박물관이나 호암 미술관에 관심이 생긴다.

리움은 몇 번 가 봤는데 나머지는 제대로 관람을 못했다

박물관의 기능이 단순히 소장품의 전시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학술 연구와 교육, 기획 등이 어울어진 종합 기관임을 새삼 느꼈다.

이번에 도쿄 여행을 갔을 때 수많은 기획 전시가 열리는 걸 보고 참 부러웠다.

나도 간 김에 미켈란젤로의 소묘전, 보스턴 미술관전, 아르침볼도展 등을 관람했다.

관람객도 정말 많고 관련 상품이나 도록도 훌륭한데 언어의 한계 때문에 구입을 못했다.

안내 포스터를 보니 앞으로도 많은 해외 작품들의 전시 일정이 잡혀 있어 한국보다 일본에서 훨씬 활발한 전시가 열리고 있음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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