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의 운하길을 걷다 - 항주에서 북경 2500km 최부의 '표해록' 답사기 이상의 도서관 40
서인범 지음 / 한길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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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성종 때 제주도에서 표류되어 중국 영파로 갔던 관리 최부의 <표해록>을 바탕으로 직접 중국 대운하를 답사한 일종의 인문 여행기다.

직접 <표해록>을 번역한 학자의 여행기라 당시 중국의 역사적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지루하지 않게 여행기도 간간히 곁들여 흥미롭게 읽었다.

다만 도판이 흑백이라 아쉽고 여행 일정이 꽤 많이 삽입되어 전문적인 인문 답사기로서는 밀도가 떨어지는 듯 하다.

마치 정수일의 <라틴 아메리카를 가다>를 읽을 때 기분이랄까.

전공자의 답사기인 만큼 주제에 좀더 집중해서 썼으면 어땠을까 싶다.

책값 때문이겠지만 도판도 기왕이면 컬러로 실어주면 보는 즐거움이 배가될 것 같다.

천신만고 끝에 중국 남방에서 북경까지 가서 황제를 알현하고 6개월 만에 귀국하여 왕에게 표류기까지 지어 바쳤으나 연산군 때 갑자사화로 참형에 처해지는 비극을 겪는다.

말년이 이렇게 비참한 줄은 몰랐던 사실이다.

표해록은 말로만 듣고 이 책에서 본문을 처음 접했는데 당대 중국 역사와 지리가 꽤나 상세해 역시 엘리트 관료였구나 싶다.

사행록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졌는데 <열하일기> 해설서 같은 걸 읽어 봐야겠다.


<인상깊은 구절>

350p

그러나 최부는 禮에 해당되지 않는 제사를 지내는 것은 곧 음사라며 거부했다. 음사로 복을 얻은 자를 아직 보지 못했다며 귀신에게 도와달라고 갈망하는 태도를 전혀 나타내지 않았다. 유자의 면모를 의연하게 지켜냈던 것이다.


<오류>

269p

한신은 처음에 항우를 찾아갔으나 등용되지 못했다. 그러자 한나라에 귀부해 공을 세워 한왕이 되었고

->한왕이 아니라 초왕이 되었다.

274p

경종 경태 2년에 들어서~

->경태제의 묘호는 경종이 아니라 대종이다.

287p

유방은 배다른 어린 동생 유교를 초왕으로 임명했다. 이 유교의 6대손이 바로 유주다.

->초양왕 유주는 초나라의 6대왕이나, 첫 왕인 유교의 6대손이 아니라 현손이다.

340p

효강황후 장씨는 가정 28년 1549년에 죽었다.

->무종 정덕제의 모친 장씨는 가정 21년 1541년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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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서원 - 넓고 깊은 사색의 세계
허균 지음 / 다른세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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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서원에 관한 가벼운 안내 책자다.

여러 서원의 다양한 사진들이 많이 실려 있어 책 자체는 참 예쁜데 내용이 간략하여 아쉽다.

200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이라 여러 곳을 소개하기는 힘든 것 같다.

서원 자체에 대한 내용 보다는 건물과 그 명칭이 갖는 유래를 주로 설명한다.

명승으로 지정된 곳도 많은 만큼 사찰 뿐 아니라 서원도 문화 답사에 많이 활용되면 좋을 듯 하다.

한국의 명승은 자연풍경 보다는 인문화된 산수 정원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유교 경전과 유학자들의 삶을 기리는 좋은 뜻을 현판의 이름으로 삼은 만큼 유교적 소양이 있어야 제대로 된 감상이 가능할 듯 하다.


<인상깊은 구절>

79p

논어 <태백>편에 증자가 말하기를, '선비는 도량이 넓고 뜻이 굳세지 않으면 안 되니, 책임이 무겁고 길이 멀기 때문이다'

153p

북송의 시인 황정견이 성리학자 주돈이의 인품을 평하며 '光風霽月'이라 표현한 바 있다. "마음에 품은 생각이 쇄락하여 광풍제월과 같고 명예를 탐하지 않고 뜻을 얻는 데 예민했다." 비가 개인 뒤의 맑고 깨끗한 달의 모습을 고결한 인격에 비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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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봉 조희룡 - 19세기 묵장의 영수 테마 한국문화사 12
이선옥 지음 / 돌베개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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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여항 문인의 대표격인 조희룡에 관한 연구서다.

꽤 많은 그림들이 전해오는 듯 하다.

좋은 도판으로 실컷 감상했다.

김정희에게 난 치는 법 등을 배웠으나 궁극적으로는 전혀 다른 미감을 선보여 과거에는 경시되었으나 최근 19세기 중인 예술가들이 주목받으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호산외기>라는 중인 전기를 남겼고 그 외 다수의 문집이 있다.

김정희와의 친분 때문에 3년이나 임자도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

김정희가 이른바 서권기 문자향이라는 정신을 강조한 반면, 조희룡은 수예론이라고 하여 예술적 재능을 중시했는데 매우 현대적인 예술관 같다.

1789년생이라면 다비드나 앵그르 같은 신고전주의 시대 화가들과 비슷한 연배이니 화가가 단순한 기예가 아닌 예술 그 자체로써 인정받던 서구에서 태어났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매화를 매우 즐겨 그렸고 홍매대련도나 매화서옥도 등은 은은한 색채와 어울어져 정말 매혹적이다.

매우 부유했다고 자주 언급되는데, 뭘 해서 재산을 모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어 궁금하다.

얼마 전에 읽은 현재 심사정은 사대부였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나가지 못해 평생을 궁핍하게 살아 집 근처를 떠나보질 못했다고 했는데 조희룡은 비록 유배로 좌절됐으나 중국 방문 계획까지 세울 정도로 재력이 있었다고 한다.

김정희를 통해 청나라의 문화사조를 받아 들였고 자기화 시켜 예술 세계를 넓혀 나갔는데, 교류가 매우 제한적인 당시 상황이 재능있는 예술가들에게는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인상깊은 구절>

320p

그동안 감정 있는 사람들과의 부대낌에 지쳤는지, 조희룡은 감정 없는 사물과의 사귐을 참다운 사귐이라고 하였다. 그가 사귐을 맺은 사물들이란 벼루, 붓과 같은 문방구나 서화, 골동품, 매화, 난 같은 것들이었다. 이들과의 애틋한 조우의 순간을 시로 쓰거나, 그간 자신이 즐겼던 시와 그림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였다. 그는 강가에 거주하며 맑게 수양하는 삶을 살았다. 책상머리에는 <유마경>을 두고 날마다 향을 피우고 반복해 단정히 외우느라 속세 사람과 더불어 쓸데없는 말을 언급할 겨를은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모든 잡념을 끊고, 득실을 한결같이 보고, 영예와 모욕을 잊은 채, 여유 있고 한가롭게 애오라지 한 생애를 마쳤다." 그는 그렇게 78세의 수를 누렸다.

323p

조희룡이 십여 년 전 금강산 유람 중에 여러 명스오가 이름 없는 언덕들을 보고 깨달은 바를 <이향견문록> 서문을 통해 드러낸 것이다. 그는 이름난 봉우리와 이름 없는 언덕들 중에서도 빼어난 것 사이에는 본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고 보았다. 단지 미처 잘 알려지지 않았을 따름인 것이다.

334p

시서화를 두루 잘하는 능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충분히 여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조희룡의 일생은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지극히 부러운 삶이다. 그러나 신분의 차별이 분명했던 조선시대에 낮은 벼슬의 어중간한 양반으로서 지배 양반의 멸시를 받으며 살아야 했던 그는 그 나름대로의 억울함과 분노로 괴로웠다. 그러나 문인 예술가였기에 그는 글로 써 기록하였다. 그의 분노는 시가 되고 그림이 되어 그를 더욱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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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풍경들 - 그림의 창으로 조망하는 세계 경제 2천 년 비주얼 경제사 2
송병건 지음 / 아트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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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디자인은 좋은데, 본문의 도판은 색감이 어두워 감상하기 어렵다.

명화의 도판을 삽입하는 것도 출판사의 노하우가 필요한 모양이다.

제목을 보고 세계화의 역사에 대한 고찰 정도 되는 줄 알았는데 서문에서 밝힌대로 칼럼 모음집이라 깊이있는 분석 대신 가벼운 스케치 글들이라 쉽게 읽히는 대신, 역시 깊이가 아쉽다.


인상적인 부분들

1) 해저 케이블

과학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다 보니 해저 케이블이라는 개념이 무척 신기하다.

바다 밑에 케이블을 깔고 전신을 보내다니, 막연히 바다라고 하면 엄청나게 깊은 해저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밑에 통신 케이블이 무려 19세기에 깔렸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하다.

그 덕분에 놀랄 만큼 정보의 파급 효과가 커졌고 이른바 세계화가 완성됐다.

2) 화포가 도입되면서 기사 계급이 사라지고 전쟁을 하려면 엄청난 군비가 필요했기 때문에 봉건 영주들은 경쟁력을 잃고 국가에 종속됐다.

17세기 절대주의와 이른바 군사혁명의 관계에 대해 새롭게 인식했다.

3) 대항해 시대가 되면서 바다에서 위치 파악이 매우 중요했는데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존 해리슨의 해양시계다.

이를 통해 경도를 정확히 측정하게 됐다.

영국 정부에서는 상금까지 내걸었다.

과학 기술을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혁신적인 분위기가 서구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오류>

140p

1672년 태어난 표트르는 ... 이복동생 소피아에 의해 권좌에서 밀려났다.

->소피아는 1657년생으로 이복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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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백제 - 백제의 옛 절터에서 잃어버린 고대 왕국의 숨결을 느끼다
이병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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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참 잘 지었고, 디자인도 소박하지만 눈에 확 들어오는 개성이 있다.

서점에 진열된 신간 코너에서 눈길을 사로잡아 도서관에 신간 신청해서 읽었다.

<고대 중국에 빠져 한국사를 바라보다>와 비슷한 포맷의 책 같다.

두 책 모두 내가 못 가 본 길을 가는 이들의 에세이라 너무 재밌게 읽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앞의 책은 중국 고대사를 전공한 단국대 심재훈 교수의 에세이고, 이 책은 국립중앙박물관의 학예사의 글이다.

박물관에 갈 때마다 큐레이터가 됐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곤 하는데 롤 모델 같은 분의 좋은 글을 읽어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삼국 시대 중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백제, 그것도 사비기에 관한 이야기라 더 흥미롭다.

수막새 모양을 통해 신라의 흥륜사와 일본의 아스카데라가 백제 관영공방 기술자들에 의해 건립됐음을 밝힌다.

그리고 그 시원은 중국 남조라는 사실도 명백히 밝힌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보통 일본에 전해 준 것만 주장하지, 백제 문화의 시원은 어디인지에 관한 이야기는 빼먹기 마련인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중국 역사책에서 박산향로를 처음 봤을 때 충격이 생각난다.

백제금동향로에 대한 찬사만 듣다가 비슷하게 생긴 한나라 박산향로를 보니, 백제만의 독창적인 유물이 아니었고 당시 유행하던 문화 중 하나였다는 걸 깨닫게 됐다.

저자의 주장대로 중국 남조와 한반도, 일본, 더 나아가 베트남 등 당시 동아시아의 상호 교류라는 좀더 큰 틀에서 역사를 논한다면 훨씬 더 깊이있는 연구가 될 듯 하다.

책을 읽는 내내 백제에 대한 저자의 사랑이 뜨겁게 느껴져 정말 인상적이었다.

나도 역사를 좋아하지만 저자처럼 직업으로 선택하지는 못해 이런 책을 읽으면 항상 부럽다.

발굴 과정이나 학위 논문 쓸 때의 어려움을 읽노라면 내 능력으로는 본격적인 연구자가 되기는 어려웠을 것 같기는 하다.

대신 이렇게 좋은 연구 자료들이 출간되면 열심히 읽는 독자가 되려 한다.

저자가 말미에 지식 소매상과 생산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많이 공감했다.

지난 번 주경철 교수의 <유럽인 이야기>처럼 대중들의 눈높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교양서, 대신 요즘 난무하는 얕은 지식의 역사서 말고 전공자들의 수준있는 지식들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책들이 많아 나오면 참 좋겠다.


<인상 깊은 구절>

44p

그렇게 몇 개월을 수도승처럼 살았다. 밤늦게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면서 가끔씩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어차피 내가 꿈꾸는 인생이라는 것이 어떤 지위나 눈에 보이는 성과를 바라는 것이 아니고, 지금처럼 하나의 목표를 향해 부단히 노력하는 과정 자체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15p

백제 멸망기에 이루어진 도굴의 흔적은 바로 인근에 있는 능산리 고분군에 관한 2016년도의 발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에 이루어진 문화재 도굴을 모두 일본인의 소행으로 치부하는 것도 현대인이 가진 또 하나의 편견이다.

367p

오랫동안 한 분야만 연구해 온 전문가들이 쓴 '어려운 대중서'보다는 넓고 얕은 지식을 쉽게 풀어쓴 소위 '지식 소매상'의 책들이 훨씬 더 인기를 끄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논문이라는 딱딱한 형식의 글만 써 온 사람들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운 적절한 비유와 현실 풍자,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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