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선의 살림하는 남자들 - 조선 시대 남자들의 집안 살림 이야기
정창권 지음 / 돌베개 / 2021년 7월
평점 :
주제도 신선하고 책표지도 산뜻한데 내용은 너무 평범해서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
독자에게 지적 만족감을 주는 밀도있는 글을 쓴다는 건 참 어려운 일 같다.
널리 알려진 미암일기나 묵재일기 등 조선 사대부들이 남긴 일기류 등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조선시대 일기는 감정을 토로하는 오늘날의 일기 개념이 아니라 하루 일과를 기록하는 일지 느낌이라 당시 생활상을 잘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신 문학적인 기쁨이 적어 솔직히 아주 지루하다.
몇 날 몇 일 날씨 어땠고 오늘 무슨 일을 했다, 이런 식이다.
감정 표현을 절제하고 도덕군자를 이상향으로 삼았던 시대라 그런지 개인의 소회를 밝히는 사적 글이 적다는 게 참 아쉽다.
이것도 한 사회의 특징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저자의 말대로 조선시대 사대부가는 노비까지 포함해 50~100여 명의 사람들을 거느리고 집안을 운영하는 일종의 중소 기업과도 같았기 때문에 당연히 살림을 아내에게만 맡겨 둘 수 없었을 것이다.
양반의 가치가 떨어져 양반이라고 하면 남산 밑의 딸깍바리 고지식한 선비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양반은 서양의 귀족 계층처럼 일반인과 구별되는 상류층이었던 듯하다.
모든 것을 직접 생산해야 하는 자급자족 시대였던 만큼 양반들은 집안 살림을 총괄하여 재산을 증식하고 자식을 교육시키며 봉제사 접빈객을 통해 사교 활동을 이어갔다.
관료로 나가는 시절은 일종의 비정규직 기간이었고 물러나면 바로 농사와 양잠 등 집안 경제 활동에 전념했다고 한다.
특히 요리의 경우 궁에서는 수라간 궁녀라는 일반적 이미지와 달리 숙수라는 남자 요리사가 담당했다.
중국 요리도 팬을 들고 볶는 등 힘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남자들이 맡는다는 얘길 들었다.
지금 유명 요리사도 대부분 남자들이다.
아마도 직업으로서의 요리는 바깥일이기 때문에 요리 자체가 여자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집안에서 식구들 밥을 먹이는 일을 여자가 담당하는 것 같다.
결국 남녀 성별 분업이 확실한 셈이니 조선시대 남자들이 살림을 했다고 넓게 주장하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자급자족 사회였기 때문에 관직에 나가지 않을 때는 직접 집안 경영을 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