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비의 과거와 시권 장서각 한국사(조선사) 강의 19
김동석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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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어려워 읽을까 말까 고민했던 책이다.

저자의 학위 논문을 손본 것이라 전문적이고 주제 자체도 정치적 사건이 아닌 제도에 관한 내용이라 일반적인 대중 수준에서 전부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렇지만 조선시대에 가장 중요한 제도 중 하나였을 과거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치뤄졌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개념은 잡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항상 느끼는 바지만 역사책은 아무리 어려워도 결국은 사람 사는 이야기인지라 읽다 보면 금방 빠져들게 된다.

일단 조선시대 선비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또 과거에 합격하고 한시를 짓는다는 게 얼마나 깊은 학문이 있어야 가능했는지 새삼 느끼게 됐다.

한문은 커녕 한자도 제대로 못 읽는 나로서는 한국어도 아닌 중국어의 성조에 맞춰 한시를 지었던 조상들의 실력이 놀라운 따름이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발명한 이유가 한자의 독음을 분명히 기록하기 위해서였다는 주장에 일견 수긍이 간다.

사실 제목에 나온 '시권'도 무슨 말인지 처음에는 몰랐다.

간단히 말해 과거에 제출한 답안지다.

급제한 답안지는 돌려주지 않고 보관을 해서 지금까지 남아 있어 연구가 가능한 모양이다.

요즘같은 단답형이나 객관식 문제가 아니라 논술 시험이었기 때문에 수백명이 내는 답안지를 다 읽기도 힘들었을 것 같다.

정말 조선의 재정이 가난하긴 했는지 답안지 작성할 종이를 응시자가 직접 준비를 해야 해서 규격이 다양하고 좀더 잘보이기 위해 비싼 종이를 쓰면 이것도 문제시 했다고 한다.

중국은 과거 치룰 시험장이 따로 있었지만 조선은 상설 건물이 없어 임시로 과장을 만들다 보니 시종을 데리고 들어오거나 대신 시험 봐주는 부정행위도 자주 일어났다고 한다.

맨 마지막에 과거제도의 폐단을 읽으면서 한 나라의 관리를 뽑는 가장 공정해야 할 시험이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문벌 자제들의 출셋길 통로로 전락해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오늘날의 입시 제도도 이렇게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정말로 국가에 희망이 있는 것인지 암담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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