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간 고양이
피터 게더스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기대를 엄청나게 한 책이었다
똘이를 키우면서 개에 대한 애정이,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 되버렸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똘이 얘기를 막 하고 싶고 이 애정을 표현하고 싶어 안달이 난 차였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자기 개에 관해 얘기하고 싶어 죽겠고, 또 남의 개는 어떻게 자라는지 무지하게 궁금해진다
그래서 똘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가 다른 개를 만나게 되면 꼭 주인과 얘기를 나누게 된다
최소한 "그 강아지는 몇 살이예요?" "이름이 뭐예요?" "어머, 정말 예쁘게 생겼다" 이 정도 멘트는 꼭 날리게 된다
예쁘게 생겼다는 말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 주인이 데리고 나온 강아지들마다 하나같이 천사처럼 예쁘고 귀엽다
마치 유모차에 실려 온 어린애들이 다 귀엽듯이 말이다

 

애완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작가가 유난을 떤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의 애인인 재니스의 불평처럼, 고양이는 단지 고양이일 따름인데 뭘 그렇게까지 쩔쩔 매냐고 볼멘 소리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나면, 모든 게 다 용서되고 최고로 떠받들고 싶은 충동이 새록새록 생기게 된다
마치 엄마들이 막 태어난 애기들의 작은 반응에도 뛸듯이 기뻐하는 것처럼, 강아지의 행동 하나하나에 열렬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오직 나만을 의지하고, 내가 보살피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정말이지 책임감이 불끈불끈 솟는다
또 행동 하나하나가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도무지 강아지에게는 짜증을 낼 수가 없다
한 번은 똘이가 엄마를 물어서 병원에 간 적이 있는데 우리 식구 누구도 똘이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왜냐면, 똘이가 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다 이해했기 때문이다


 
우리 집 똘이에 대해 말하자면 이 책의 저자만큼이나 할 말이 늘어진다
그래도 책 속의 귀여운 고양이 노튼과 주인은 행복한 거다
노튼은 아프진 않았으니까
우리 똘이는 집에 처음 온 날부터 구토와 설사를 시작해 거의 죽을 뻔 한 고비를 넘겼다
동물병원에 데려 갔더니 죽을지도 모른다고 일단 입원을 시키고 수액을 맞추라고 했다
똘이를 입양한 애견샵에서는 데리고 오면 다른 개로 바꿔 주겠다고 했지만, 가게로 돌아가는 순간 똘이가 방치될 것은 너무 자명했기 때문에 우리는 가게로 데려가는 대신, 병원에 입원을 시켰다
1kg도 안 나가는 조그마한 요크셔테리어가 수액을 맞는 처참한 광경이라니...
천만다행으로 살아 났지만 의사는 새로운 얘기를 했다
똘이의 양쪽 다리가 선천성 탈골증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두 다리를 모두 수술을 해 줘야 한다고 했다
그 때 그 기막힌 심정이라니...

 

한 번에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번갈아 가면서 양쪽 다리 수술을 했다
굉장히 힘든 시간들이었다
아직 너무나 어린 똘이에게 마취와 수술, 그리고 깔대기를 쓰고 캐스트를 대야 했던 시간들은 참 길고도 긴 수난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어찌나 그 과정이 힘들었던지 차라리 수술을 시키지 말 걸 그랬다는 후회마저 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한동안 건강하게 자라나 싶었는데 산책을 데리고 간 게 문제였다
처음 개를 키운 우리 식구는 목줄을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잊어 버린 채 높은 곳으로 산책을 나갔는데, 세상에 활발하기 그지없던 이 강아지가 그만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만 것이다
그 날은 일요일이었고 문을 연 병원이 없어 엄마와 아빠는 울면서 똘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아 다녔다
똘이의 그 끔찍한 비명소리, 아 정말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한 쪽 다리가 완전히 두 동강 나 버려서 이번에는 수술을 한 뒤 철심을 박았다
탈골 수술 보다 몇 배로 힘들었고 회복되는 시간도 길었다
다행히 의사 선생님이 잘 치료해 줬고 그 뒤 똘이는 잘 뛰어다니긴 하지만, 수술 전에는 침대 위로 점프를 잘 했으나 수술 후에는 못한다

 

그 뒤 3년의 시간이 흘러 똘이는 매우 건강하다
그렇지만 최근에 엑스레이를 찍어 본 의사가, 수술 때문에 엉덩이 관절 부위가 헐거워져서 5년 이내에 관절염이 생길 위험이 높다고 했다
산책할 때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은 피하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산에서 내려올 때 가끔 가기 싫다고 주저앉는 경우가 있었다
우리는 똘이가 어리광 피운다고만 생각했는데, 제 딴에는 수술한 부위가 아팠던 것이다
결국 그 날로 등산은 포기하고 산책할 만한 평지를 찾고 있는데 공원이 없는 아파트라 좋은 트래킹 코스 찾기가 힘들다

 

이 책에서 제일 부러웠던 게 바로 노튼을 맘대로 풀어 놓을 수 있는 주변환경이다
목줄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차가 없는 산책로가 펼쳐진 곳에 사는 저자가 너무 부럽다
특히 여름을 해변가에서 보내며 노튼과 산책할 수 있는 저자가 정말 부럽다
우리도 좀 잘 살아서 그런 별장이 있었으면 좋겠다
주변에 온통 차도 밖에 없는 삭막한 아파트 단지에서 살다 보니 똘이를 데리고 갈 만한 곳이 없다
학교 운동장이나 놀이터는 먼지 투성의 흙바닥이기 때문에 선뜻 내키지가 않는다
시장갈 때 노튼이 뒤에서 졸졸 따라온다는 문장을 읽고 얼마나 부럽던지!!
똘이에게 그런 환경을 선물해 주지 못하는 게 정말 미안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직업상 집을 오래 비우는 저자가, 어디를 가든 심지어 해외를 나가더라도 꼭 노튼을 데리고 가는 모습에서 감동받았다
물론 꼬박꼬박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고양이를 홀로 버려 두지 않는 정말 좋은 주인임이 틀림없다
맞벌이 부부에다가 애들도 다 커 버린 우리 집은, 낮에 사람이 없다
그래서 똘이는 하루 종일 거실에 우두커니 앉아서 식구들을 기다린다
난 그게 늘 안타깝다
혼자서 얼마나 외롭고 심심할까 싶어 강아지 한 마리를 더 키울까 싶기도 했지만, 워낙 식구들이 바쁘고 또 똘이가 최근까지 많이 아팠기 때문에 선뜻 내키지가 않는다

 

저자는 노튼을 데이트 할 때도 데리고 간다
첫 장면에서, 노튼을 선물한 애인 신디와 데이트 할 때 그녀의 고양이 말로를 데리고 나오는 모습이 참 부러웠다
말로와 노튼은 두 남녀가 데이트 할 때마다 만나는 친구 사이다
신디와 저자가 헤어질 때 말로를 못 보는 게 더 가슴 아팠다는 저자의 말이 이해된다
신디와는 애인 관계를 청산했지만, 아무 죄없는 말로까지 볼 수 없게 되다니, 노튼에게도 저자에게도 모두 가슴아픈 일이었을 것 같다
사실 애인과 잠자리를 할 때마다 고양이를 데리고 오는 남자, 좀 깰 것 같다
신디처럼 같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아니라면,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저자의 애인들은 고양이가 좋냐, 내가 좋냐라는 어처구니 없는 질문을 해야 했고 그런저런 일들이 쌓여 결국 헤어지고 만다
사실 그 내면에는, 지속적인 관계를 불편해 하는 저자의 자유분방한 기질도 숨어 있는 것 같다
마지막에서 재니스와 결혼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는데 어떻게 됐는지는 2권과 3권을 읽어 봐야 알 것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드 2006-09-26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고생이 많으셨군요. 맞아요. 건강이 최고지요. 강아지들 아프면 얼마나 가슴 미어지는지 알아요. 지금은 건강하다니 정말 다행이고, 온 가족의 사랑을 받는 똘이는 가장 행복한 개란 생각이 듭니다.

marine 2006-09-26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희도 똘이를 우리집 막내라고 생각합니다 키우느라 고생한 것에 비하면 똘이가 주는 기쁨이 너무 크죠 그런데 똘이라는 이름이 부르긴 편한데 촌스러운 것 같아요 전 레오란 이름, 참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