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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 250년 만에 쓰는 사도세자의 묘지명, 개정판
이덕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오래 전에 읽었던 <사도세자의 고백> 개정판인 것 같다.
저자의 음모론적인 시각이 부담스럽지만, 어쨌든 글은 참 맛깔나게 잘 쓴다.
실록에 근거해 지루하지 않게 입체적으로 주제를 잘 풀어쓴다.
이런 면이 대중들에게 어필이 되는 것 같다.
정조와 가장 대립했다고 알려진 심환지에게 보낸 어찰이 공개되면서, 사실은 정조가 널리 알려진 것과는 달리 노론과 매우 공생적인 정치를 폈다는 것이 입증됐는데도 이 분은 자신의 논지를 바꾸지 않는다.
노론에 의한 정조 독살설도 음모론에 불과함이 밝혀져서인지 이 부분이 자세히 나오지는 않는다.
다리에 종기가 발견된 후 약 보름 정도 지나 사망한 걸 보면, 감염에 의한 패혈증 같은 게 아닐까 싶다.
박현모씨 책에서 밝힌 바대로 지나치게 업무에 몰두해 체력이 약해진 상태였던지 뭔가 기저 질환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항생제가 없던 시절이라 면역력이 약한 상태로 피부 감염이 된다면 전신에 염증이 퍼져 패혈증으로 수일 만에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의 문제점은, <한중록>도 명백한 사료인데 무조건 이 책을 승자의 기록이니, 자기변명이니 하는 식으로 내용 자체를 거짓으로 만드는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세자가 온양에 다녀온 후 임금에게 수 개월 동안 문안하지 않고, 수일 동안 대궐을 빠져 나가 관서로 미행한 것이 한중록에 나온 것처럼 정신병 증세가 심해져서가 아니라, 임금의 의혹을 풀기 위해 일부러 정계은퇴 제스처를 취했다는 식으로 창작에 가까운 해석을 한다.
후궁인 빙애가 옷 시중을 들다가 세자에게 맞아 죽었다는 기록이 한중록에 나오는데도, 정신병이 없고 멀쩡했던 세자가 그럴 리가 없다면서, 그녀가 노론 편을 들어 세자가 죽였을 수 있다는 식으로 아무 근거도 없이 매우 자의적인 해석을 한다.
또 정조가 세자빈으로 노론인 김조순을 택한 것이 수원 행궁에서 꾼 꿈을 잘못 해석해서라며 정조의 중대한 실수였다고 하는데, 꿈 따위로 아들의 처가를 선택했을 만무하고, 노론과 공조 관계였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세자가 북벌을 추구했다는 것도 시대착오적인 생각이지만, 일단 그랬다는 근거도 없다.
오래 전에 방송했던 <대왕의 길>을 다시 봤는데 시청률이 너무 낮게 나와 조기종영 됐지만, 그 내용은 실록에 근거를 둔 매우 역사적인 드라마였음을 새삼 확인했다.
혹시 작가가 이 책을 참조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슷한 맥락이 많아 흥미롭다.
이제 저자가 서문에서 길게 비난한 정병설씨의 <권력과 인간>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