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은 헌책이다 - 함께살기 최종규의 헌책방 나들이
최종규 글 사진 / 그물코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은 참 좋은데, 내용은 참 없다
혹시 헌책방 순례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나처럼 헌책방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영 아니올씨다다
책은 종이질이 얇아 가볍고 좋은데, 안의 내용까지 깊이가 얇다 보니 실망스럽다
딱 한 가지 좋은 점은 헌책방 풍경을 찍은 흑백 사진들이 아름답다는 점이다
조희봉이 쓴 "전작주의자의 꿈" 이 더 나은 것 같다

책에 관한 책을 읽는 까닭은 책을 사랑하는 나의 열정을, 글솜씨 좋은 사람이 술술 풀어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이처럼 나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수준의 글을 읽다 보면 좀 화가 나려고 한다
그래도 일단 책으로 묶으려면 어느 정도 글빨은 되야 하는 거 아닐까?
내가 헌책방을 가보지 않기 때문에 더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헌책방들을 들여다 보면서, 다양한 문화의 공존에 대해 생각했다
디지털 첨단 문화를 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꾸질꾸질한 헌책방에 죽치고 앉아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것에 몰두하느냐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린 문제이고, 그것의 가치는 비슷한 무게를 지닌다고 믿는다
요즘 세상에 헌책방 같은 델 왜 가냐고 해 버리면, 갑자기 슬픈 생각이 밀려온다
정작 나는 헌책방을 이용하지 않는데도, 내가 가진 소박한 다른 취미들마저 도매금으로 하찮게 여겨지는 것 같아 몹시 서글퍼진다
대한민국 사회는 주류에 대한 욕망이 강한 곳이다
그래서 비주류는 늘 슬프고 약자의 설움을 감수해야 한다
헌책방 문화도 일종의 비주류다
넓게 보면 디지털 시대에 책에 탐닉한다는 것 자체도 하나의 비주류일지도 모른다
출판의 위기란 비주류로 전락한 책의 현실을 단적으로 말해 주는 사회적 지표일 것이다

선두 그룹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절대적으로 숭앙받고, 나머지는 다 천시되는 그런 독재적인 분위기가 사라졌음 좋겠다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개인은 훨씬 행복해질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종이책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하기 보다는, 책은 책 나름대로, 컴퓨터는 컴퓨터 나름대로 각자의 가치를 지니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헌책방도 마찬가지로 우리 문화의 하나로 당당하게 자신의 자리를 잡아가면 좋겠다
헌책방 하면 구질구질 하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그래서 곧 사라질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을 떠올렸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헌책방이 가진 숨은 힘을 발견했다
인터넷 마케팅 등으로 판로를 넓히고 있다고 하니, 비록 대학가에서는 그 위상을 잃고 찾기도 힘든 뒷골목 등으로 쫓겨 났다고 하나, 절대 그 명맥이 쉽게 끊어지지 않으리라 믿는다

헌책방은 또 하나의 문화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지적대로 헌책방에서 살아 남는 책이라면, 두 번 읽어도 아깝지 않을 책일 것이다
시대를 넘어서 다양한 세대에게 읽히는 책이 바로 고전 아닌가?
그렇다면 헌책방에서 거래되는 책들은 독자들에게 그 수준을 인정받는 책이리라
헌책방 주인들도 안 팔리는 책, 안 찾는 책은 안 산다고 한다
그러니까 일단 헌책방에 진열된 책들은 최소한의 가치는 획득한 셈이다
수많은 책들이 난무하고 금세 사라져 버리는 요즘 같은 세상에, 헌책방에 살아 남는 책들은 나름의 저력을 가졌을 것 같다

나는 지방에 살기 때문에 헌책방을 쉽게 접하지 못한다
저자의 아쉬움처럼 우리나라의 서울 중심주의는 지방 사는 사람들에게 문화의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어쩌면 이것 역시 문화의 다원성을 가로막는 방해 요인일지도 모른다
나중에 서울로 상경하게 되면 헌책방 순례라는 재밌는 취미를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일단 헌책방은 가격이 싸기 때문에 많은 책을 사는데 부담이 없고, 절판된 책들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90년대 초반에 출판되는 책만 해도 대부분이 품절이라 구하기 어려운데 헌책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헌책방을 둘러 보다 보면 뜻밖의 성과를 얻을지도 모른다
내 삶에 영향을 미칠 좋은 책들을 찾아내는 성과 말이다

헌책방 문화라는 독특하고 고전적인 이야기를 좀 더 다듬어진 문체로 재밌게 풀어 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마치 옆사람에게 얘기하는 식의 가벼운 문체와 깊이가 얕은 내용이 독자를 실망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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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3-01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주변에 헌책방이 많은데도 잘 안갑니다... 품절된 책을 구할 때는 해당 출판사에 찾아가 사곤 했지요... 그래도 어쩌다 헌책방에 갈 때면 몇권 사가지고 옵니다. "별로 안싸네!" 이래가면서요.

marine 2005-03-01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헌책방은 익숙치가 않네요 그런데 품절된 책은 그 출판사로 가면 되는 건가요? 전 주로 도서관에서 찾습니다 헌책방 가격이 크게 싼 건 아니군요

2005-03-06 0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06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rine 2005-03-07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덕분에 방금 답변 쓰고 왔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드려요 ^^

2005-03-07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rine 2005-03-08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하이드님? 저자가 답글 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의외의 반응에 놀라게 되는 것 같아요 전 번역자가 제 리뷰 고맙다는 칭찬만 두 번 받았다가,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적잖이 당황했답니다 어쨌든 하이드님, 감사합니다 ^^

비로그인 2005-03-12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헌책방..그 옛날 한번 가서 바가지 쓴 이후로 안 갑니다. 사실 헌책방에서 구해야할 정도로 사고 싶은 책도 없구요. 아 있긴 있는데 개인적으로 새책을 선호하는지라.

marine 2005-03-14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헌책방에 생각보다 신간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가벼운 마음으로 가서 몇 권 고르는 재미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기회가 되면 전 한 번 가 보고 싶어요 저도 새책 좋아하는데, 부담없이 책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책값이 아주 싸지는 않다고 하더군요

2014-12-20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