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화지도 살림지식총서 9
장석정 지음 / 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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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미국 문화 지도"

미국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는 저자가 쓴 가벼운 미국 문화 이야기다

오히려 지난 번에 읽은 "영화로 보는 미국 문화"가 더 어려웠다

비교적 쉽게 쓰여져 금방 읽었다

작가는 아무래도 미국서 살다 보니 미국 문화의 우수성을 높히 평가하는 것 같다

약간의 객관성이 결여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홍정욱이 쓴 "7막 7장"을 읽었을 때도 느꼈지만, 아무래도 저자들은 미국 문화의 좋은 면만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하긴 문화라는 거대한 바다를 어떻게 하나하나 다 꼬집어 탐사할 수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일관성은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미국에는 중앙이 없다는 것이다

세계가 영어로 통일되어 가고 미국 문화가 마치 세계를 대표하는 문화인듯 생각되어져 미국 문화 하면 왠지 획일적이고 개성이 없을 것 같은데, 의외로 미국에서는 지방마다 특색이 강해 그 지방의 문화가 매우 강하다고 한다

워낙 나라가 크기 때문이기도 하고, 각 주가 독립적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연방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많은 영역에서 각 주의 독자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정부가 주관하는 것이 당연한 국가 고시, 이를테면 변호사 시험이나 의사 고시 등도 미국서는 주 정부의 관리하에서 자기 주만의 고유 방식으로 시험을 치른다고 한다

우리 나라는 서울이 곧 한국인데 비해 미국은 어떤 도시도 미국이라는 나라를 대표할 수 없다

워싱턴은 단지 중앙 정부가 있는 곳이고, 뉴욕은 문화적으로 앞서 갈 뿐이며, LA도 경제적으로 발전한 곳일 따름이다

그래서 각 주의 하원의원은 인구 비례제로 뽑는데 비해 상원의원은 공평하게 두 명씩 배당한다고 한다

각 주의 힘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이 미국의 건국 이념이기도 하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모든 역량이 수도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우리 현실에서는 상당히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51개나 되는 주권을 지닌 지방 도시들을 상대로 절대 권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울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민주화라는 것도 한 사람에게, 혹은 한 집단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대중에게 분산시키자는 이념으로 단순화 시키자면, 미국은 민주주의의 탄생 국가답게 지방 분권화가 매우 잘 된 나라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인들은 땅이 넓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기 떄문에 자신만의 독립적인 영역을 갖길 원해 아파트보다는 단독 주택을 선호한다고 한다

아파트는 타도시에 나가 임시로 거주하는 학생들이나 매우 가난하거나, 혹은 매우 부유한 특수 계층이 쓰는 거주 형태이고 대부분은 자신만의 뜰을 가질 수 있는 주택에서 산다

우리 나라는 물론 땅이 좁기도 하지만, 편리함을 추구하는 국민의 속성대로 아파트에 살면서 집에 대한 모든 관리는 관리인에게 맡겨 버린다

그러므로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애정이 크지 않다고 한다

미국인들의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바로 잔디 깍기라고 한다

정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사람은 매우 게으르고 이웃집의 경관마저 해치기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으로 인식된다고 한다

아마 그래서 미국 영화를 보면 잔디 깍는 모습이 자주 등장했나 보다

우리 나라는 가족 중심인 것 같지만 바깥일을 핑계로 퇴근 후의 술문화가 자연스러워 실제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매우 적은데 비해,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진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집을 직접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또 말 그래도 매우 개인적이기 떄문에 일이 끝나면 대부분 집으로 (즉 가족에게로) 돌아간다는 저자의 지적에 무척 공감이 갔다

특히 혈연 관계를 중요시 하기 때문에 내 가족, 나와 관계있는 사람만을 챙기고 그 외의 타인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우리와 달리, 철저하게 자기 중심인 미국인은 자신이 속한 집단과의 유대 관계가 약한 반면, 상대적으로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정은 더 많아 박애주의나 이타주의 정신이 발달해 장기 기증이나 헌혈, 기부, 입양 등을 우리 보다 훨씬 많이 한다는 대목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실 우리는 자신에 속한 것에 대한 연대감이 매우 강해 유난히 출신 지역이나 학교 등을 따지기 때문에 우리가 속해 있는 거대한 사회에 대한 인정은 몹시 각박한 편이다

다른 집단에 대한 배타성은 넓게 보면 민족주의와도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것이 최고이고, 우리 민족이 최고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내면을 살펴 보면 편협하고 배타적이기 그지 없다

"영화로 보는 미국"에서도 지적된 바이지만, 자유주의는 진보주의와 통하지만 진보주의가 민족주의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민족주의가 진보주의와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해 좌파는 보수의 반대, 즉 진보이고 이것은 곧 우리의 주체성을 찾는 민족주의와 연계되어 있다고 생각하나 사실 진보주의는 민족을 뛰어 넘는 개방적이고 확장된 개념이라고 한다

다민족 국가로 구성된 미국이 이합집산이 되지 않고 세계 최고의 강대국으로 군림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모든 민족에 대한 개방성을 유지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인종 문제가 미국을 갉아 먹고 있는 가장 큰 암적 존재이긴 하지만 이민자들이 세운 미국은 대체적으로 타인에게 관대하고 자기 중심주의인 만큼 나와 내 주위에 대한 유대 관계가 약한 대신 누구에게나 열린 태도를 견지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다양성의 인정, 배타성의 극복,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 같다

그러한 민족성 내지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해외 입양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듯 하다

가장 인상적인 문구는 professionalism에 대한 정의다

내가 알고 있는 프로페셔널리즘이란 아마츄어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돈 받는 만큼의 일을 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보다 깊은 뜻이 있었다

일명 "프로"라고 말할 때는 다음의 세 가지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commitment로 헌신, 약속, 공약, 열심 등의 의미로써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을 뜻한다

다음은 accountability로 단순히 책임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 하나하나에 타당한 이유를 댈 수 있을 정도의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과정이야 어떻든 일만 진행되면 다가 아니라 왜 이런 과정을 거쳐서 이런 결론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타당성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integrity는 통합성, 총체성 등을 의미하는데 단순히 일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도덕성, 윤리성, 정직함 등 인격적인 완성까지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프로란 바로 이 세 개념을 다 갖춘 사람을 지칭한다고 한다

단순히 일만 똑소리 나게 잘 하면 프로가 되는 게 아니라 자기 일에 열정을 가지고 헌신적으로 일 해야 하고, 책임감과 함께 일을 하는 모든 과정에 합리적인 근거를 댈 수 있어야 하며, 아울러 도덕적으로도 훌륭한 인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프로다

이 개념에 비추어 보면 프로란 얼마나 도달하기 어려운 높은 목표이자 이상인 줄 알만 하다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프로한 바로 이러한 총체적인 인간을 의미하기 때문에 진정한 프로페셔널리즘이 이 나라 국민들의 바람직한 인간성으로 추앙받는다고 한다

미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어쩌면 세계화에 대한 이해도 된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뭐래도 미국은 세계를 이끌어 가는 힘이 있고, 세계화의 상당한 부분은 곧 미국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좀 더 미국 문화에 대해 책을 읽어야겠지만, 지금까지의 내 견해로는 미국을 이끄는 진정한 힘은 획일주의와 중앙 집권적인 힘을 거부하고 다양성의 인정, 권력의 분산, 개방성, 열린 사고 방식, 개인주의, 자유의 수호 등에 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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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5-01-29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렇군요.

marine 2005-01-29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얇은 책이라 읽기도 편하고 값도 싸요 살림 총서는 참 좋은 책 같아요

여울 2005-01-30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즐겨 읽는답니다. 싸고 좋아요. 맘에 쏘옥 들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