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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봄이 오면 - [할인행사]
류장하 감독, 최민식 외 출연 / 아이비젼엔터테인먼트(쌈지)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최민식 나오는 영화라고 기대를 했건만... 물론 그의 연기는 좋았다 배우에 1류, 2류는 없다, 배우와 연예인이 있을 뿐이라는 오만한 발언도 다 용납이 될만큼 진정한 배우로서의 깊이를 보여 주는 훌륭한 연기자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재미없다 사건의 기승전결도 없고 너무 밋밋하다 직장 못 잡고 방황하는 트럼펫 주자 최민식의 인생 행로를 그저 카메라가 따라 갈 뿐이다 오히려 좋은 연기자들이 시나리오에 치인 느낌이다
최민식 애인으로 나온 여자 분위기가 독특해 누군가 했더니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상받은 김호정이라고 한다 예쁘지는 않는데 연기는 잘 한다 아니, 딱히 잘 한다기 보다는 하여간 분위기가 아주 독특하다 최민식 보러 갔다가 만나지도 않고 바닷가에서 어떤 소년에게 트럼펫 연주 부탁하는 장면이 제일 멋있었다 사랑하는 남자를 현실적인 이유로 떠났으면서도 마음에서는 보내지 못한 여자의 갈등과 안타까움이 잘 녹아났다 그녀에게는 연예인답지 않는 일상성이 있다 동네 약사로 나온 장신영은 말 그대로 연예인이 나와서 영화 찍는 건데, 김호정은 그저 영화 속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일 뿐이다 녹아드는 정도가 다르다고 할까? 그런데 대체 왜 장신영은 신인 여배우상 후보에 올랐을까? 존재감 전혀 없고 무난 그 자체의 연기를 하던데 말이다 일단 영화가 뜨면 상은 못 줘도 후보로라도 올려 주는 건가? 나는 대체 장신영이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하긴 그래도 "우리형" 에 나온 이보영 보다는 낫다 왜 등장하는지 이해가 안 가는, 존재 자체가 미미한 캐릭터들이다
제일 맘에 들었던 장면. 친구가 강원도 삼척에 가 있는 최민식 찾아서 김호정과 차 타고 온다 시골 깡촌 보고 불쌍한 마음이 들었는지 친구가 안타까운 마음에 한 소리 한다 "걔는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대니?" 그러자 김호정이 정색을 하고 말한다 "여기가 어때서?" 서울 사람들은 지방에 대한 편견이 강하다 서울 살다 지방 내려가면 인생의 실패라고 간주하는 것 같다 드라마를 보면 그런 장면들이 너무 많이 나온다 서울 중심주의의 폐해인가? 갑자기 국토 종합 발전이라는 거창한 구호가 떠오른다
사실 이 친구는 카바례에서 섹스폰 부는 알바를 하는데 최민식이 예술한다는 놈이 이런 데서 돈 버냐고 비난하자 화를 내면서 말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너보다 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너 이 사람들 비난할 자격없다" 카바레에서 돈 버는 게 자기도 좀 창피해서 괜히 쪽팔리니까 자가당착 식으로 흥분한 면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사람 사는데 높고 낮음이 어디 있겠는가? 열심히 성실하게 살고 남에게 피해 안 주고 양심에 부끄러울 거 없으면 다 떳떳하고 당당한 인생 아닌가? 카바레에서 섹스폰 불어도 자기 음악을 펼칠 장소로 생각하면 하나의 공연이 될 수도 있는 거다 문제는 자기가 어떻게 인식하느냐다
"스쿨 오브 락" 이 훨씬 재밌다 이 영화랑 비슷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용은 전혀 다르다 "스쿨 오브 락" 이 공부 밖에 모르는 학생들에게 락의 정신을 가르쳐 주고 공연을 통해 일체감을 획득하는 데 비해, "꽃피는 봄이 오면" 은 학생과 선생이 따로 논다 이 영화는 그저 최민식의 모습을 시간 순으로 보여줄 뿐, 관현악반 학생들은 들러리에 불과하다 시나리오의 미숙함이라고 생각한다
최민식 엄마로 나오는 윤여정 연기는 정말 좋았다 최민식과 둘이 있으니까 진짜 불꽃 튄다 장가 안 간 나이든 아들에게 잔소리 하는 엄마와, 그거 듣기 싫어서 집 나가고 싶지만 딱히 갈 데도 없는 아들의 아웅다웅한 일상을 어쩌면 그렇게 자연스레 풀어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