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nger and Me
어쩜 좋아요.
얼마 전에 안락사한 우리 똘이 생각이 미친 듯이 나네요.
저도 요즘 똘이가 뭔가 문제가 있는 일종의 환자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똘이는 요크셔테리어인데 남들이 왠지 잡종 같다 했던 귀도 안 서고 털도 까만 그런 강아지였는데요, 언제나 감정이 불안정한 상태였어요.
전 정말 <말리와 나> 읽으면서 세상에 똘이보다 더 심한 개도 있구나 하고 그나마 다행이다 안심했을 정도라니까요.
똘이는 대소변을 꼭 자기 화장실 바로 아래에다 쌌어요.
이상하게 화장실 위로 못 올라가고 올려 주면 으르렁 거리다가 금방 내려와 버렸어요.
오줌을 아무대나 지리는 것도 아니고 꼭 화장실 바로 옆에다가만 쌌어요.
배변통이 문제가 있어서 그런가 바꾼 것만 해도 수십개!
똘이는 항상 화가 난 것처럼 짖어댔고 심지어 우리 엄마까지 피가 날 정도로 물어서 밤에 응급실에 갔을 정도였답니다.
그 조그마한 요크셔가 말이죠.
아빠를 미친 듯이 좋아하고 (아빠가 밥 주고 화장실 치워 주는 사람이었음) 아빠와 친한 사람에게는 굉장히 적대적이었는데 (그래서 엄마를 아주 싫어했음. 아빠가 엄마랑 안방에 자러 들어가면 그 문 앞에서 지치지도 않고 계속 칭얼대서 급기야는 아빠가 똘이를 데리고 따로 자게 됐음) 문제는 아빠에게도 절대 복종하지 않고 공격적일 때가 많았어요.
가끔 우릴 똘이를 보면서 공격성 인격장애, 혹은 ADHD 뭐 이런 병명이 떠올랐답니다.
하여튼 6년을 키웠는데 언제나 거의 모든 사람에게 공격적이고 심지어 식구들도 물 정도로 꽤 거친 편이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했던 우리 똘이는, 아빠가 정말 헌신적으로 키웠음에도 불구하고 행동은 전혀 교정되지 않고 날로 심해졌는데 엄마가 위암에 걸려 수술을 받게 되면서 아빠가 엄마 때문에 똘이를 안락사 시켰어요.
엄마가 아프니까 똘이가 더욱더! 공격적이 됐거든요.
아, 정말 눈물이 날 것 같네요.
아빠가 너무 괴로워 해서 정말로 절에 가서 똘이 명복을 빌었대요.
지금 생각하면 똘이도 어딘가 몸과 마음이 아픈 환자였을 수 있었는데 돌봐 줘야 할 환자로 생각하지 않고 우리 똘이는 이상한 개야, 이렇게 생각했던 게 너무 미안해요.
지금도 똘이 생각을 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고, 아빠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아빠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게 이해도 되지만...
하여튼 마음이 너무 안 좋아요.
이런 생각도 다 인간 위주의 사고방식이겠지만, 정말 우리 똘이는 천국에 가서 행복하게 뛰어 놀고 있을까요?
거세 수술 시킨 것도 너무 미안하고 (남자애였음) 친구 하나 없이 집에 혼자 놔 둔 것도 정말 미안하고 아픈 거 이해 못해 준 것도 정말 정말 미안해요.
똘아, 너 저 세상에서 여자 친구랑 신나게 뛰어 놀고 있니?
관절염 있어서 수술 두 번이나 하고, 다리 부러져서 또 수술하고 그래서 높은 데 잘 못 뛰었잖아.
지금은 잘 뛰고 있지?
(개도 관절염 약 먹는다는 거 처음 알았음)
우리가 잘 돌봐 준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외로웠을 우리 똘이, 똘아 너 때문에 너무너무 행복했고 너무 보고싶고 정말로 다른 생이 있다면 그 때는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같은 종으로 태어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