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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미술관 관람의 길잡이
데이비드 핀 지음, 정준모 옮김 / 시공사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몇 년 전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딱 내가 찾던 책이라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나서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이런 안내서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출판되면 좋겠다.
보통 책 잘 읽는 방법 같은 독서론은 많이 나오는데 의외로 미술 관람에 관한 방법론은 적은 것 같다.
아마 우리나라도 미술 전시회가 보편적인 취미생활로 자리잡으면 "나는 이런 식으로 그림을 본다" 같은 류의 책이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저자의 직업은 예술 작품을 찍는 사진 작가다.
책에 실린 사진은 모두 저자의 작품이다.
일로 찍은 사진도 있지만 대부분은 혼자 즐기기 위해 개인적으로 찍은 사진이라고 하니, 저자의 직업이 부러워진다.
아쉽게도 전부 흑백이다.
1997년도에 나온 책이라 편집 자체가 화려하지는 않다.
그러나 시사하는 바는 있다.
우선 미술관에서 흥미를 잃지 않도록 나만의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든다.
사실 미술관에 가보면 유명한 화가라고 해서 반드시 모든 작품이 다 감동적인 건 아니다.
적어도 나는 명성에 좌우되지는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다.
확실히 유명한 작가는 대체적으로 작품 수준이 높고 한 번 더 눈길이 가지만 그렇다고 그가 그린 모든 작품이 다 느낌을 주는 건 아니다.
정말 작가의 이름과는 상관없이 뭔가 이거다, 싶은 강렬한 느낌을 주는 게 있다.
나는 단지 그림에서도 가슴을 울컥하게 만드는 감동을 종종 받곤 한다.
마치 훌륭한 클래식을 들었을 때 감정이 고양되는 것처럼 말이다.
작품을 볼 때 지금까지는 전체만 봤다면, 이번에는 대작의 세부 사항까지 꼼꼼히 살펴보자.
원화를 볼 때만 느낄 수 있는 장점일 것이다.
세부적인 묘사에 눈길을 돌리면 새로운 감동을 느낄 수 있다.
함께 가는 것도 좋지만 혼자서도 관람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게 미술 관람의 매력이다.
사실 취미가 비슷한 사람이면 작품을 보고 느낀 감동을 교류하면서 자신이 받은 미적 감동의 폭을 넓힐 수 있는데 관심없는 남자친구를 억지로 끌고 가서 미술관에 데려다 놓으면 싸움만 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나는 도슨트나 오디오 가이드가 있으면 혼자 편안하게 관람하는 게 때때로 더 편하다.
무엇보다 맘에 드는 작품 앞에서는 다른 사람의 일정에 맞출 필요 없이 오래 감상해도 된다는 점이 좋다.
관람이 끝나면 관련 예술 상품들을 한 두 개 사서 모으는 것도 남아 있는 감동을 유지하는 방법 중 하나다.
그래서 전시회 주변에는 아트샵이 반드시 있는 모양이다.
시간이 지나서 기억이 퇴색될 때 그 때 샀던 기념품들을 들여다 보면 한 바가지의 물이 되어 감동의 우물물을 퍼낼 수 있다.
그런데 솔직히 아트 상품들이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부담없이 사기는 좀 힘들다.
팜플렛이나 모으면 모를까.
저자의 솔직하고 담백한 필체들이 마음에 든다.
책 편집이 너무 소박해 널리 홍보되지는 못한 것 같은데 아쉽게도 품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