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투 리브 (1disc) - 할인행사
프랑소와 오종 감독, 잔느 모로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최근에 찍은 프랑스 영화는 오랜만에 본 것 같다.
역시 최근 영화라 그런지 풍경이나 촬영 기법 등이 상당히 세련됐다.
프랑스 영화는 70,80 년대 오래된 영화만 봐서 항상 칙칙하고 어두운 분위기였던 것 같은데 이번 영화는 일단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녹음이 우거진 한여름 풍경을, 사진작가인 주인공이 디카로 열심히 찍는다.
남자 주인공으로 나온 멜빌 푸포는 검은 고수머리가 무척 잘 어울리는 남자다.
나중에 머리를 죄다 밀어 버리는데, 꽃미남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기분이다.
동성애자 애인으로 나온 크리스티앙이라는 배우도 정말 게이인 것처럼 예쁘게 생겼다.
게이 역시 같은 남자지만 남성적인 역할과 여성적인 역할이 나누어져 있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실감이 난다.

동성애를 이처럼 리얼하게 그린 영화는 처음 봤다.
실제 섹스 장면을 본 건 처음이었다.
나는 원래 남녀간의 섹스도 노골적으로 표현한 영화는 불편해 하는 사람인지라, 동성애자의 섹스 장면은 상당히 껄끄러웠다.
왜 같은 성끼리 끌리는 것일까?
동성애자에 대한 특별한 편견은 없다.
성적 기호일 따름이니까.
남자와 남자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도 그저 여자와 남자처럼, 그냥 여러 사랑의 방식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에서 허용해 주면 그 때부터는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잡는다.

내가 석 달 안에 죽는다면?
나는 물론 아무리 가능성이 적어도 모든 치료를 다 수용할 것이다.
그런데 주인공 로맹은, 치료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가족간의 소외를 그린 것 같기도 하고 소통의 부재, 혹은 현대 사회의 소외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혼자 고통을 삼키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할머니에게만은, 같이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라 동병상련을 느껴 말기암임을 고백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죽음의 공포, 그것도 혼자서 이겨내야 하는 공포...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의 제안을 받아들여 정자를 제공하는 장면은, 과연 현실성이 있는 건지 살짝 의문스러웠다.
무정자증인 남편은 아내가 다른 남자의 정자를 받아들여 임신하는 것을 허락한다.
심지어 그 남자와의 섹스에 동참하여 세 사람이 함께 즐긴다.
너무 기묘해서 보기 불편했다.
정말 이런 걸 받아들일 남자가 있을까?
성적으로 자유로운 프랑스에서나 가능한 일일까?
약간 혼란스러운 대목이었다.

내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면 나는 제일 먼저 읽고 싶은 책 목록을 작성해서 도서관에서 살 것 같다.
그런데 영화에서 간과하는 것은,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고통도 심해진다는 사실이다.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서 죽을 날을 받아 놓은 주인공이 평소에 못해봤던 걸 실컷 하는 걸로 나오는데, 실제로 가까이에서 환자들을 지켜 보면 너무나 고통스럽게 서서히 죽어간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니 어쩌면 책을 읽을 만큼의 에너지도 없을지 모른다.
심리적인 저항감도 무시하기 힘들 것 같다.
로맹 역시 우울증 때문에 너무나 괴로워 한다.
왜 나만?
하필이면 내가?
조금씩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갑자기 오싹해져 온다.
더군다나 독신으로 혼자 늙을 경우, 죽음을 혼자 견뎌내야 하는데,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왜 사람들이 힘들어도 가정을 이뤄 함께 모여 사는지 알 것 같다.
감정적으로 기댈 사람을 찾는 것이다.

로맹 역시 혼자 해변가를 찾아가 해수욕을 하고 햇빛을 쬐지만, 그가 아프다는 사실을 차치하고서라도, 너무나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가족끼리 혹은 연인끼리, 친구끼리 함께 경험을 나누는 것은 풍요로워 보인다.
물론 사람끼리의 갈등 관계도 무시하긴 힘들지만 하여튼 혼자는 감정의 증폭을 감당하기가 너무 힘에 겹다.
인상적으로 본 프랑스 영화였고 무엇보다 풍경이 아름다워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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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lph 2010-01-26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환자가 죽음을 정면으로 받아드리는 모습을 충격저일 만큼 사실적으로 그렸습니다. 물론 로맹처럼 맞이하는 사람은 극소수이겠지만, 그렇다고해서 어색하지도, 비 현실적이지도 않습니다. 사실성과 절제미, 생각의 깊이가 허리우드 영화와는 완전히 차원을 달리하는, 프랑소와오종의작품중에서도 아떤 의미에서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