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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무사도 - 개정판 ㅣ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8
니토베 이나조 지음, 양경미.권만규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따로 리뷰 올린 사람이 없어 제가 씁니다
이 책, 절판된 줄 알았는데 다시 개정판이 나와서 무척 기쁘네요
일단 책값이 책의 질에 비해 매우 싼 편이기 때문에 아깝지 않을 겁니다
선명하게 인쇄된 그림이 많아서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책의 저자는 일본 근대 교육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람으로 일본 고액권 지폐에 나오는 사람이라고 한다
일본 무사도 하면 왠지 할복이 생각나고 우리와 껄끄러운 관계이기 때문에 고운 눈으로 안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문화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고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무사도는 조선의 선비정신처럼 고귀한 어떤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 정신문화의 정수라고 해야 할까?
언젠가 "라스트 사무라이" 를 보고 굉장히 감동해서 감상편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 때 내가 느꼈던 감동의 초점은,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끝까지 고수하려는 이들의 용기에 감탄했다
또 근대 정신에 비록 반하는 행동이긴 했으나, 대포가 쏟아지는 전쟁터에 말을 타고 활을 들고 달려가는 사무라이들의 모습에서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결연함과 비장미를 느꼈다
어찌 보면 임진왜란 때 조총에 맞서 전사한 조헌 같은 의병장 휘하 장수들도 그런 모습이었을지 모른다
하여튼 나는 그 영화에서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에 깊은 감동을 받았는데 댓글이 올라오기를, 사무라이 정신이야 말로 일본 제국주의의 앞잡이이고 침략주의를 미화시킨 것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또 내가 영화를 보면서 잘못 세뇌되어 일본의 팽창 야욕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때는 열심히 반론을 폈으나 지금 생각하면 논쟁하고 말 것도 없는 문제였다
왜냐면 먼저 영화를 어떻게 보느냐는 전적으로 각자의 마음이므로 자기 생각을 알아서 개진하면 될 일이고, 또 그런 식으로 비교를 하자면 어떤 문화나 정신이든 비판받지 않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때 이후로 일본의 무사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그래서 읽은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서점에서 직접 고른 책인데 너무 예쁜 그림에 반해서 샀다
책 내용은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나는 좀 더 분석적인 글을 원했는데 이 책의 내용은, 일본인이 서양 사람들에게 사무라이 정신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해 주는 주관적인 글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영어로 직접 썼다는 점이 놀라웠다
우리 역시 한국의 문화나 정신을 외국에 알리려면 영어로 직접 그들에게 책을 써서 알릴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할 것 같다
역시 일본의 근대 교육 선각자답게 이런 분야도 앞서 간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할복을 하는 이유였다
솔직히 나는 할복하는 게 너무 무섭고 끔찍하다고 생각했다
그 긴 칼로 자기 배를 가르고 심지어 뒤에서 목을 쳐서 칼이 깊숙이 들어가게 도와준다니, 너무 잔인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저자의 설명을 듣고 보니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일본인들은 배를 정신이 깃든 곳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우리는 마음이 심장에 있다거나, 머리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고대 일본인들은 영혼이 바로 몸의 한 가운데인 배꼽 주변에 있다고 믿었다
이것은 일본인에게만 보이는 게 아니라, 고대 여러 민족에게 통용된 믿음이었고 성경에도 이런 구절이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신체 부위 중 영혼이 깃든 곳, 가장 깨끗한 곳을 가름으로써 정결한 의식을 치루고 죽는다고 한다
이런 것을 두고 잔인한 풍습이다 어쩐다 하는 건 그야말로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큰소리 치는 꼴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일본의 무사도는 바로 조선의 선비정신이 아닌가 싶었다
의를 위해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절개를 지키고 재물을 탐하지 않고 이익보다 뜻을 먼저 앞세우고 일신의 영달을 구하지 않는 등, 들어보면 우리가 흔히 듣던 바로 그 선비정신이다
그러고 보면 어떤 문화권에서든 최고의 가치로 치는 것은 거의 비슷해 보인다
이런 걸 보면 인간의 보편적인 심성 같은 게 존재하는 것 같다
또 하나, 느낀 점은 일본의 근대화 조건이었다
나는 항상 궁금했던 게 왜 일본은 근대화에 느닷없이 성공했냐는 점이다
조선이나 청나라는 근대화에 실패해 나라가 유린을 당했는데 대체 일본은 어떻게 갑작스레 근대화가 되어 서구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을까?
그 짧은 시간에 군비 확충하고 세계 무역에 뛰어들고 심지어 식민지까지 거느렸는지 참 미스테리였다
그런데 책을 읽고 보니, 일본 사회는 같은 유교 문화권이면서도 조선이나 중국과는 상당히 다른 시스템이었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근대화 될 토양이 이미 갖춰진 상태였다고 한다
페리 함대의 방문은 도화선이 된 셈이다
하긴 사회 시스템이 어느 정도 정착되지 않았다면 메이지 유신을 기점으로 그렇게 급속하게 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내가 본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 는 바로 그 때 밀려오는 근대 문물과 사라져 가는 옛 전통 사무리이들의 외로운 싸움을 그린 영화였다
결과론적이긴 설명이긴 하지만, 어쨌든 상당히 일리있는 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좀 더 공부해 보고 싶은 부분이다
분량이 길지 않고 그림이 많아 재밌게 읽은 책이다
사무라이 정신이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개정판이 나왔으니 더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