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아니라 학교가 문제다 - 현 교육 시스템에서 아들을 성공시킬 학습 전략 8가지
마이클 규리언.캐시 스티븐스 지음, 고정아 옮김 / 큰솔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굳이 아들에 관한 얘기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 같다

오히려 아들이 문제가  아니라 학교가 문제라는 도발적인 제목이 책에 대한 인상을 깍아 먹는다

뭐랄까, 사람들을 혹하게 하기 위한 자극적인 제목이라는 생각 때문에 첫인상은 과히 좋지 못했다

그렇지만 읽을수록 공감할 만한 내용이 많아서 고개를 많이 끄덕이게 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아이에 대한 관심이 아닐까 싶다

꼭 아이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고, 주위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를 위해서도 상대방에 대한 관심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부모들은 너무 바쁘고, 아이들이 공부해야 할 내용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 부모가 교사의 역할을 하기는 무리가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맞벌이 부부의 애들은 인성 교육에 문제가 있지 않겠냐는 뉘앙스를 풍기는 문장들이 몇 개 보여서 좀 불편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누군가 아이를 위해 전담해 준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나으면 나았지 못하진 않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부모의 존재 의의는 따로 논의되야 하지만 말이다

 

두뇌 손상을 막기 위해 영양분 섭취에 신경쓰고 남자 아이들의 경우 헤딩과 같은 과격한 행동은 삼가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머리 좋아지는 식품이라고 썼으면 굉장한 거부감을 느꼈을텐데, 다행히 저자는 합리적인 기술을 택했다

그런데 확실히 남자 아이들은 여자들보다 훨씬 더 활동적인 것 같다

개별적으로 본다면 각기 다르겠지만 통계치를 내면 남자 아이들의 활동량이 평균적으로 더 높은 건 분명하다

그렇다면 남녀의 신체적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일일까?

너무나 오랫동안 남녀차별에 시달려 온 여자들로써는, 신체적 차이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가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20세기가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여자들은 생리를 하기 때문에 운동 경기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가?

또 의사와 같은 직업은 책임감이 약한 여자로써는 감히 가질 수 없다고 인식되어 왔다

엘리자베스 블랙웰이라는 미국 최초 여의사의 고군분투기는, 지금 읽으면 당시의 편견이 얼마나 형편없고 황당한지 잘 보여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대세는 유전자라서 그런지, 남녀간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보통 여성을 약자로 놓는데, 오히려 남자 아이들을 학습에 취약한 약자로 상정했다는 데 있다

책에 따르면, 남자 아이는 언어 능력이 떨어지는데, 학교 수업이 언어 능력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어린 남자 아이일수록 대단히 불리하다고 한다

저자의 대안은, 학교 수업이 교과서 위주로만 진행되어서는 안 되고 (즉 언어 능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고) 남자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신체 활동을 늘리고 시각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예술 활동도 교과목에 많이 집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만히 교실에 앉아서 선생님이 써 주는 칠판 지식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몸을 더 움직이는 쪽으로 수업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주장이라면 비단 남자 아이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모든 학생들에게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싶다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이 배워야 할 지식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나고, 학교로서도 신체 활동을 늘리는 것 보다는, 가만히 앉혀 놓고 일률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게 훨씬 편할 것이다

체육과 예술 활동을 늘리려면 학교의 재정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주장들에 대해 학교 측이 어떻게 반응할지 무척 궁금하다

결국 사립학교처럼 수혜자 부담 원칙으로 가야 하는건지...

 

주변 사람들이 공동 교사 노릇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신선했다

부모는 물론이고 조부모, 친척, 동네 아저씨, 친구 등등을 언급했지만, 솔직히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인생에 멘토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저자의 말처럼 주변 사람들이 하나도 아니고 이렇게 여러명이 공동 교사가 돼 준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아다시피 맞벌이 부부들은 자기 애들 챙기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조부모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사실 핵가족화 되면서 학원 등으로 너무 바쁜 아이들 때문에 만나기조차 어렵지 않은가?

오히려 맞벌이 부부를 위해, 도서관 등에서 아이들의 방과 후 교육을 책임지는 시스템이 더 현실적으로 들린다

프랑스나 미국 같은 경우, 아이들은 학원에 가는 대신 도서관에 가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한다고 들었다

핵가족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보면, 개인의 인맥 내에서 애들 교육을 해결할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가 줄 수 있는 혜택을 생각해 보는 게 더 현실적일 것 같다

 

남자 아이들에게 ADHD가 많다는 얘기는 다소 충격이었다

ADHD는 뇌의 기질적 손상이라고 하는데, 왜 객관적인 검사 없이 의사의 관찰만으로 진단을 내리지는 의문이다

그런데 나는 저자의 주장에 일부 반대한다

저자는 아이들이 약물 치료를 받을 경우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면서 의사들이 진단을 내릴 때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단이 신중해야 함은 물론 매우 중요한 얘기지만, 약물 치료를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정신과 치료의 경우 사회적 편견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일단 진단을 받는 것조차 두려워 한 나머지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저자의 주장처럼 ADHD가 뇌의 기질적 손상이라면 당연히 약물 치료를 받아서 호전시켜야 한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약을 먹는 것은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매우 해롭다는 뉘앙스가 풍긴다

비단 저자의 편견만은 아니지만, 눈이 나쁘면 안경을 쓰듯 몸의 한 군데가 아프면 (그것이 뇌나 정신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약을 먹어 치료하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약 자체가 아니라 사회적 편견이 아이에게 상처를 줄지도 모른다

 

전체적으로 재밌게 읽은 책이다

자극적인 제목과는 달리 합리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공감이 갔다

꼭 아들들에게 국한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다 많은 신체 활동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으며 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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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6-12-07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식이나 기술위주, 교과목 위주보다는 태도,행동변화를 가져오는 과제해결형이나 관계형성을 가져올 수 있는 교육, 교단이 아이들 시선보다 더 낮거나 열린 교실을 만들어보는 시도가 없거나 부족한 것 같군요. ...글구 학생들 수준보다 맞춘 수준에 따라가게 하는 것도...

클리오 2006-12-07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참. 결국은 선정적이고 별 내용없는 책이었군요.. 쳇쳇(전 이 책 제목에 좀 삐딱했어서요... )